지난 글 ‘디지털 오디오의 스핑크스, 지터’에서 지터가 CD플레이어의 디지털재생과정에서 질적인 저하를 가져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설명했었고 이번에는 지터를 줄여주는 방법을 설명할 차례다.
위 글을 읽은 분이라면 지터와 음질저하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고, 지터를 발생시키는 원인들도 규명되고 있고, 소자들의 성능도 향상되었기 때문에 아날로그/디지털 기술이 축적된 제작회사라면 당연히 현재 규명된 문제점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실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기술과 마케팅력을 가진 회사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가격부담이 덜 되는 CD플레이어를 만들기보다는, 거기에 특이한 기능을 몇 가지 더 첨부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또한, 군소 하이파이 업체에서 출시한 CD플레이어들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이유로 (혹은 엔지니어의 실력부족으로) 인해 지터를 줄일 수 있는 충실한 구조나 질 좋은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등, 아직까지 CD플레이어부문에서 애호가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음질 개선이 폭 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제작회사에서는 지터 발생에 대해 속수무책인 CD플레이어를 만들어 내고 있으므로 이런 제품을 구입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지터를 줄이는 것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CDP속의 부품을 몇 개 들어내고 새 부품(혹은 모듈)으로 교체하는 방법과 트랜스포트와 외장형 DA컨버터 사이에 지터감소장치를 다는 것이다.
앞에 제시한 방법을 듣고서 ‘고장도 안 난 멀쩡한 CDP에 뭣하러 인두를 대나’ 하며 망서리는 분이 많으실 줄 안다. (CDP玉體는 受之製作會社니 勿於生體實驗이라…) 그러나 후자의 경우를 고려해보더라도, 지터감소장치를 만들어 파는 회사는 자사의 외장형 DA컨버터도 만들고 있으되, 자사의 외장형 DA컨버터에 몇 줄의 회로와 부품만 넣으면 될 것을 거부하고 이를 따로 만들어 팔기로 한, 병주고 약주고 식의 대담한 테크노 김선달 상술임을 간파한다면 심기가 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가 되겠다.
이번 글에서는 CDP의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을 통해 지터 발생을 줄이는 방식의 효과, 그리고 적용범위를 소개하려고 한다.
LClock소개
<부품교체 모듈의 제작사는 덴마크의 OEM 오디오 개발회사인 L C Audio로(http://www.lcaudio.com) 제품명은 LClock 이다. (Precision CD Reference Clock Generator)
국내에 대리점이 있어 공식제휴업체에서 개조를 대행해주기도 하고 우편주문을 통해 부품을 조달하여 본인이 직접 개조를 할 수도 있다.
이 모듈에는 지터를 일으키는 원인들 중 제일 비중이 크다고 알려진 전원노이즈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회로와 부품, 그리고 클럭을 만들어 내는 크리스탈 오실레이터 자체의 정확도를 2ppm수준으로 높인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용은 LClock2-C2 모델이고 좀 더 고정밀 부품을 사용한 모델 LClock XO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용 LClock을 장착한 CDP를 사용하여 시청이 이뤄졌다. LClock장착은 제휴업체에 공임을 주고 의뢰했다.
LClock교체 전후의 변화
필자가 사용하는 CDP는 1989년산 16비트 필립스 크라운버전 DA칩을 사용한 마란쯔CD-94모델로, 전체적인 소리가 부드럽기만 하고 다이나믹이 부족했으며, 소리의 펼쳐짐이 스피커 선상 뒤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가 매우 축소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대상: Audio Alchemy DDE3.0, MSB Technology LinkDAC) 그러나 고역의 거슬림이 없었기 때문에 LClock 교체 전에는 D/A컨버터의 해상도 차이 때문에 소리가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 지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개조를 했으니 소리가 좋아졌을 것이다’ 라는 플라셰보 효과로 판단이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MSB Technology회사의 LinkDAC 외장 DA컨버터를 사용하여 개조전에 비교청취를 하고 개조후에도 비교청취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부터 필자의 오디오를 자주 청취해서 소리에 익숙했던 친구의 의견도 참조하기로 했다. (이 친구는 이 CDP를 7년 동안 사용해 왔던 원래 주인이었으므로 기기의 성향을 잘 기억하고 있다.)
LClock으로 교체된 CDP를 들어본 결과 이 CDP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재생특성들이 지터의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LClock으로 지터가 사라진 후의 느낌은 이렇다. 흐릿하고 무른 저역이 심지가 굳어지게 되었고, 지나치게 좁았던 사운드스테이지가 제대로 된 크기가 되었고,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았던 고역의 재생도 충실해 지고, 전체의 다이나믹이 살아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맥 빠진 음악재생에서 활력과 생기가 넘치게 변화되어 보다 사실적인 음악재현이 된다는 것이 신기해 질 정도였다. 친구와 필자의 공통적인 의견은 CDP의 성능이 두 단계 가까이 올라갔다는 것이고, 디지털 아웃(트랜스포트로 썼을 때)의 성능도 기대이상 향상되었으나, 아직 MSB LinkDAC의 재생 퀄리티와 비교했을 때에는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가지는 정도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적용범위?
LClock은 일체형CDP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클럭을 만들어내는 부위가 있는 거의 모든 디지털 오디오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트랜스포트, 외장형 DA컨버터 뿐만 아니라 DSP기술을 적용하여 해상도를 향상시키는 장치에도 가능하다. 적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특이한 클럭주파수를 사용하는 LinkDAC이라던가, 아예 크리스탈 오실레이터가 달려있지 않은 훈텍 DAC II나, 컴퓨터용 전원부를 사용한 CD-ROM 트랜스포트 (이 경우에는 내부 공간이 협소할뿐만 아니라 스위칭 전원 -컴퓨터용 전원- 이어서 적용시킬 수 없다.) 정도일 것이다.
만일 트랜스포트와 분리형DAC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지터를 줄이기 위해서는 두 쪽 모두 LClock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부득불 한쪽만 교체해야 하는 경우라면 마스터클럭을 만드는 트랜스포트쪽을 교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맺음말
우리는 더 이상 에덴동산에 살고 있지 않다. 이 세상은 젖과 꿀이 넘쳐 흐르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엄청난 대금을 치르고 사용시간에 따라 감가상각폭이 큰 하이테크 디지털 오디오장치를 사용하여 풍성한 향연을 즐길 것인지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현재 기기에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대의 만족을 얻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의 CDP를 아끼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아예 기본기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굳이 LClock개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글로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이 글을 읽고 난 후 십 몇 만원을 투입해 LClock만 교체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하는 만큼 바뀌게 된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면 아래의 글도 마저 꼼꼼히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LClock은 숨겨져 있었던 원래의 CDP소리를 제대로 잘 내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그릇 이상으로 담을 수 있게 바꿔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특이한 소리를 내는 자신만의 컬러가 있는 부품도 아닌 만큼 소리가 달라질 것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교체 전후의 성능차이를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교체 전에는 술에 물 탄듯, 물에 술 탄듯한 맛이었다가 교체 후에는 술 맛이 선명히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겠다.
다음 기회에는 술의 향취와 끝맛을 개선시킨다고 비유할 수 있는 CDP의 op-amp개조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
시청에 사용한 기기
Source
CD transport : Marantz CD-94
D/A converter : MSB LinkDAC
Amp
Goldmund Mimesis SRI (Integrated)
Loudspeaker
Celestion SL600Si
Cable
Illuminati D-60, digital cable
Cello Strings #1 / Kimber Silver Streak, interconnects
Kimber 4TC / 8TC, bi-wiring, loudspeaker cable
ACCESSARY
Black Diamond Racing Pyramid cone (type #3)
금강, blue diamond power cable
삼일, 화강암(마천석) speaker stand (하판에만 콘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