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reovox REFERENCE BAL-600 밸런스드 인터커넥트

크리스 솜모비고라는 인물은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일루미나티 D-60 S/PDIF, Orchid AES/EBU 디지털 케이블을 설계한 사람이라고 하면 아실 분들이 많을 줄 안다. 그는 일루미나티를 킴버에 매각한 후 1997년 미국 아틀란타에 Stereovox라는 회사를 새로 차리게 된다.

Stereovox는 다른 케이블 업체들이 선재의 순도나 템퍼링, 절연물질이나 방법 그리고 지오메트리에 대해서 고심하는 것과는 차별되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 특성 임피던스에 대한 고려, 선재의 단면 형상, 선재에 절연체를 입히는 방법, 쉴딩 방법, 터미네이션 방법과 사용하는 단자 등 곳곳에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논리와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레퍼런스 BAL600 인터커넥트의 심선구조를 살펴보면 타원형 솔리드 코어 고순도 순은선을 사용했고, Gossamer라고 부르는 ‘air-articulated micro-porous PTFE’로 감아 올려 절연시킨다. (고급 테플론에 속하는 PTFE의 유전율이 2.1인데 반해서 저밀도 테플론인 Gossamer는 유전율이 1.4로 더 낮아 이상적인 공기의 유전율 1.0에 많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위로 은도금 구리선으로 나선형으로의 감싸 올려서 쉴딩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액셜 심선 두 가닥을 사용하고 비단 같은 pure-Nomex의 외피로 최종 포장해 놓았다.

터미네이션은 stereovox의 특허인 ISCoRS(Intimately Stressed Contact Resistance Soldering)라고 부르는 저항 접합을 사용한다. 그리고 절연물질이 높은 열로 인해서 변형되거나 변성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145'C에서 녹는 솔더 (SVX-4947)를 사용한다. 그런데 Stereovox의 설명에 의하면 자사의 솔더링 방식은 선재가 공기에 닫는 것을 막는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무리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추측하기에는 특허방식 솔더링에 음질을 좌우하는 차별성과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하는 기대감을 가질 텐데, 그런 기대감을 깨고 반전이라고 할만한 터미네이션 기술을 구사하는 셈이다.

자체 개발한 Xhadow 단자는 터미네이션 방법 외에도 절연물질의 특성이나 사용환경에서의 진동감쇄까지도 고려해서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수입원 : 소노리스 556-1257
인터넷 쇼핑몰가 : 174만원

들어보기

레퍼런스 BAL600의 첫인상은 소리가 매우 깨끗하고 또렷하다는 느낌을 준다. 돗수가 한 단계 높은 안경을 쓴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채널클래식스 SACD 샘플러 1집 1번 트랙에 수록된 비발디 La Stravaganza : Concerto in G major, opus 4 no.3 – Allegro을 틀면 합주악기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요란법석처럼 들리지 않는다. 활질을 할 때 어떨 때 힘이 들어가고 어떨 때 빠지고 하는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표현이 섬세하게 잘 된다. 아무리 복잡한 음악과 열정이 넘치는 연주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바쁘고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는다는 걸 쉽게 알게 해준다.

2번 트랙에 수록된 The Gents의 보컬로 R.Parsons작곡 Ave Maria를 틀어보면 각 성부에서 스스슥 하며 솟아나오는 소리와 홀톤과 함께 사그러지는 소리가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흥미를 가지고 한 번 더 감상하고픈 생각이 들게 해준다. 많은 성악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내기 위해서 숨을 끌어내고 들숨을 끊고 몸통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세부묘사가 대단하다.

존 루터의 합창곡 Lord, Make Me an Instrument of Thy Peace합창곡에서는 듣는 사람을 공연장으로 보내줄 정도로 소신호 정보 전송에서 부족함이 없다. The Lord is My Light and My Salvation에서는 섬세하고 매끄러운 질감이 잘 살아나 나며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녹음이 이뤄진 달라스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의 홀을 채우며 상승하는 클라리넷 소리도 감탄이 들 정도로 아주 훌륭하게 들린다.

Reference BAL600의 성질은 솔직함과 충실함을 위주로 하고 있다. 배경을 지워서 검게 하고 그 위로 악기가 나열되는 식의 인위적인 느낌을 연출하지 않고 그대신 모든 소리가 모조리 다 나타나게 하지만 어느 것도 특별히 튀어나오게 하지 않으며 또한 그럼으로써 다른 소리를 훼방 받지 않게 함으로써 스튜디오나 연주장에서 재현된 전일적인(holistic) 음악적 질서가 고스란히 재현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필자의 시스템에서 저역은 약간 부풀음이 빠진건지 에너지가 줄어들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볼륨을 3dB 정도 높여 듣게 했다. 앞서 Ave Maria는 치찰음이 조금 강조되는 편이었는데 스피커에 마련되어 있는 고역 어테뉴에이터를 -1dB에 놓으면 줄어든다.
비교로 사용한 Purenote Cerulean (XLR)인터커넥트의 경우는 고역이 어두운 편이었는데 어테뉴에이터를 +1dB에 놓으면 적당하게 환해져서 듣기 좋긴 했으나 Reference BAL600만큼의 민첩한 소리나 정교한 음색을 내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뒤집어 말해서 Reference BAL600이 그저 정량적으로 특정 주파수의 밝기만 키운 제품이 아니라 정성적으로 차별성이 있는 (매우 민감하면서도 민첩하게 반응하는) 최고 수준의 제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시스템에서는 스피커의 고역 어테뉴에이터를 0dB에 놓고 사용하는 디스커버리 에센스(XLR)가 적절한 음의 두께를 만들어주었다고 판단되지만 아마도 필자의 선호가 반영이 된 것일 것이다.
어쨌든 진정으로 특별한 설계의 Reference BAL600이 제 진가를 발휘하는 시스템에서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Reference BAL600은 존경심이 들 정도로 혁신적인 설계와 객관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졌고 보편적으로 납득시킬수 있는 음악적 성능을 지녔다. 고성능 고품격을 갖춘 진정한 레퍼런스급 자격을 갖춘 인터커넥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에 감동과 함께 즐거움을 느껴보았다.

시청기기
소스기기: dCS P8i SACDP
앰프: 크렐 FPB-300 파워앰프
스피커: 레벨 퍼포머 M-20
스피커케이블: 알파코어 괴르츠 MI2, AET, anticable
인터커넥트: 디스커버리 에센스 (XLR), Stereovox Colibri-X(XLR), anticable(RCA), Purenote Cerulean (XLR), AET (RCA)
기타 액세서리:
- Black Diamond Racing The Shelf,
- RPG Korea 어퓨저,
- 스카이비바 텍스보드 흡음재,
- AudioPrism Quiet Line,
- Cardas RCA caps,
- 테크나소닉 C-10
- Blu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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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과 납이 63:37비율(eutectic)로 포함된 고용체(固溶體) 솔더의 용융점이 183도 이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납 사용을 금지하고 주석을 100%로 하면 솔더의 용융점이 232도로 높아진다. 그러나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기판 등의 절연체가 손상되기 때문에 100% 주석은 실용적인 솔더가 될 수 없다. 용융점을 낮추기 위해 다른 금속을 소량 첨가하게 된다. 첨가한 금속에 따라 용융점의 온도를 많이 낮출 수도 있지만 그대신 전기적인 특성이 희생되기도 한다. 반대로 전기적인 특성을 최대한 고려하다 보면 용융점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사용하는 곳에 따라 전기적인 특성을 우선시할 것인지 열변형성을 최소화시킬 것인지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하게 된다. 전기적인 특성을 우선시해서 은을 소량 첨가한 은납(납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은납이라고 부르니 조어상 오류가 있다)의 용융점은 200도 이상이다. 이런 정황을 미루어 보건대 Stereovox가 145도의 용융점을 가지게 배합한 고용(固溶) 솔더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전기저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해 진다. 아마도 Xhadow 단자에 포함된 댐핑 재질을 보호하는 것이 전기저항을 최소화시키는 것보다 음질상 좀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Xhadow 단자는 다른 케이블 업체에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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