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파워 앰프 험 해결 체험기

hifinet 2004. 10. 31. 04:19

최정호(jdcgroove@daum.net) 2004-10-31 18:31:00

오디오 하는 사람치고 험(Hum) 좋다는 사람 없을 것이다. 험 그리고 각종 노이즈는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저해하고 오디오하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달갑지 않은 골칫거리이다. 글쓴이의 경우는 전기 사정에 민감한 파워 앰프를 쓰고 있는데다가 올해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면서 험문제에 더 많이 노출되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에 비해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단독 주택은 집을 지을 당시부터 전기 공사에 별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경우 기본적인 접지 공사 조차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글쓴이의 경우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어떻게 하면 험 문제를 줄이거나 해결할 수 있을지 늘 신경이 쓰였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며 차일피일 미루며 지내던 중이었다.


(시청 전경. 오디오 에필로그사의 코르테즈(Cortez), 토템 마니2가 보인다. 코르테즈 밑에 빨간 LED가 들어온 앰프가 JC-1.)

흔히 험은 전기적 험과 기계적 험으로 나뉘는데 전기적 험은 스피커를 통해 노이즈가 나는 경우에 해당하며, 기계적 험은 기기 자체에서 험이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글쓴이의 경우는 기기 자체에서 나는 험에 해당했는데 미루어 짐작컨데 파워 트랜스포머가 떨리면서 나는 소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게 재미있는 것이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험이 발생하는 정도가 틀리며, 길게는 한 달 두달 지나면서 달별로도 험의 발생정도가 틀려지는 거였다. 이사를 왔을 당시에는 저녁시간에 험 정도가 가장 작고 아침에 험이 가장 심했는데, 요즘은 저녁 시간때에도 험이 크게 발생하고, 전체적인 험도 크게 들린다.

기계적 험이 발생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집에 들어오는 교류에 포함된 직류 성분이라고 한다. 교류와 함께 기기의 트랜스퍼머로 유입되는 직류 성분이 트랜스포머 떨림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벽체 전원에서 트랜스 포머로 유입되는 전원선에서 직류성분을 걸러내면 트랜스 험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데에서는 리스크가 컸다. 차폐트랜스, 전원 컨디셔너 등을 생각안해본 것이 아니었지만 파워앰프가 워낙 대출력이고 게다가 모노블럭이다 보니 비용 등이 만만치 않았다.

글쓴이의 파워앰프는 2003년 스테레오파일 올해의 앰프에 빛나는 ^^; 전설적인 앰프 설계자 존 컬(John Curl)이 제작한 Parasound Halo JC-1 모노블럭이다. 패러사운드는 주로 저가형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앰프 제작 전문업체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존 컬과 그의 동료들이 Halo 시리즈를 통해 디자인과 성능을 일신한 새로운 라인업의 제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리뷰어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Nad로 치자면 실버라인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다. JC-1은 Halo 시리즈 중 기함급에 해당하는 Flagship 모델로서 스테레오 파일 뿐 아니라 off/on-line 오디오잡지 및 리뷰 사이트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건 미국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인기는 커녕 잘 알려지지도 않은 변방 중의 초변방의 제품이어서 하이파이넷 리뷰어들 중 몇몇 분께서는 글쓴이가 JC-1을 들이겠다고 하자 걱정스럽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라고 권하셨을 정도였다.

JC-1의 사운드 퀄리티는 글쓴이 수준에서는 더 바랄 나위 없이 좋다. 전대역에 걸쳐 스피커 장악력은 발군이고, 덩치 큰 앰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는 달리 반응 빠르고 민첩하다. 음색은 잘 모르고 신경을 별로 쓰지 않으니까 특별하게 할 말은 없지만 착색과는 거리가 먼 것 같고 다만 개인적인 느낌을 전제로 하면, 중립에서 약간 따뜻한 쪽으로 소위 말하는 예쁜 소리쪽으로 약간 튜닝된 느낌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완벽한 앰프 같은데 그런 앰프가 어디있겠나? 적어도 JC-1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전기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고, 둘째 크고 무겁다는 것이다.

파워 앰프를 스탠드바이 모드에서 on 상태로 켜면 부웅하는 트랜스포머 떨리는 험이 들리는데 시간이 지나면 처음 켰을 때보다는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험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기기 자체의 결함이 아닐까 생각되서 수입원에 가서 점검을 받았지만 늘 아프다가도 병원가려면 안 아프고, 이상한 증상을 보이던 기계를 AS센터에 가져가면 멀쩡한 것 처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입원 시청실의 전기 사정이 여러면에서 글쓴이가 거주 중인 단독주택보다 좋았을테니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

무겁다 보니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트랜스 험 문제를 테스트하기도 나빴다. 마음 같아서야 여기 저기서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1층 2층으로 각각35kg 정도 되는 앰프 두 덩이 들고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았고, 그 모습을 아내와 딸에게 보이는 것도 민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점심 먹고 웹서핑을 하다가 오디오 어사일럼 앰프란에서 존 컬이 포스팅한 글을 읽었고, ‘밑져야 약간 손해’라는 기분으로 존 컬에게 JC-1의 험 문제를 상의하는 메일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혹시 하고 메일 보낸 것이 글쓴이의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존 컬의 대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외였다. 첫째는 예상 밖으로 빨리 답을 줬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기기 자체의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준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존 컬은 덴마크 L C Audio(http://www.lcaudio.dk)의 DC filter가 해결책이 될 수 있으니 키트를 구입해서 앰프에 장착하라는 것이었다.

L C Audio의 DC filter는 앞서 말한 기계적 험을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인 교류 전원의 직류 성분을 걸러주는 말 그대로의 DC filter인데 원래 판매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자신들이 개발한 파워 앰프 모듈에 전원부 부품으로 만들었다가 외부에도 판매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국내에서 L C Audio 제품을 취급하는 나소텍 홈페이지에서 DC filter를 찾아 주문을 했고 장착법을 문의했다. 이윽고 제품이 배송되었는데 콘덴서와 저항이 달린 작은 기판이었다. 이 기판을 앰프 내부나 혹은 외부에 설치하라는 것이 장착 방법이었다.

존 컬과 몇 차례 더 오간 메일에서 존 컬이 강조한 것은 앰프 밖에 달아라는 것이었고, 수입상의 모과장님께서도 제품 AS등을 고려해서라도 제품 자체에 변경을 가하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그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 밖에 모듈을 장착하기로 했다.

앰프 밖에 모듈을 장착하려면 결국 파워 코드 중간에 모듈을 달아야 한다는 것인데 일단 모듈을 덜렁 달아놓으면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외관상으로도 보기 흉할 것이 뻔했다. 케이스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전원 케이블에 케이스… 자연스럽게 도시락통 달린 케이블로 유명한 MIT사의 케이블이 연상되었다.

케이스 작업은 좋은데 어디서 케이스를 구하나? 수입원의 모과장님이 우스갯소리로 하신 것 처럼 기판을 락앤락에 넣어 인클로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크릴 잘라다가 만들면 웃기는 모양을 면하기 힘들테고… 그러던 중 세운상가 근처에 알류미늄이나 플라스틱 케이스 파는 곳이 많다고 나소텍 측에서 조언해 주셔서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세운 상가로 나가봤다.

알미늄 케이스 제작하는 업체를 몇 군데 봤지만 기판에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주문 제작하자니 비용 문제가 걸렸고 게다가 아무래도 부도체인 플라스틱이 낫겠다 싶어 플라스틱 케이스 취급점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하다가 우연히 찾은 케이스가 하이 박스다. 원래는 별도의 용도(분전함, 계량기함 등)가 있는 제품이지만 더 적당한 것을 찾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어 그냥 사서 용도에 맞춰 쓰기로 했다. 기판이 수납되는 크기의 플라스틱 재질의 하이 박스를 찾아 두 개를 구입하고 선 처리를 하기 위해 선고정 부품도 4개 구입했다.

전선이 통과할 구멍과 방열을 위한 구멍, 그리고 기판 고정을 위한 나사 구멍을 뚫기 위해 전기 드릴을 소수문해서 구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드릴 작업을 했다. 드릴 작업에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적인 도움을 준 회사동료 김모양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드릴로 대충 뚫은 박스의 구멍은 일명 ‘야슬이 - やすり’로 통하는 줄을 구해다가 표면을 다듬어 선고정 나사를 장착했다. 박스에 구멍을 뚫고 선고정 나사를 장착한 모습이다.


(나름대로 깔끔한 마감이 되었다.)

전원선은 일단 현재 쓰고 있는 선을 무턱대고 자를 것이 아니라 약간 저렴한 선에 테스트하자는 생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던 출처가 불명확한 전원선을 한 조 찾아내 그 선재에 필터와 인클로져를 장착해기로 했다.

선재를 피복해서 쉴드선을 제거하고 접지선을 제외한 두 선을 절단했다. 접지선은 기판과는 상관없으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나머지 두 선은 기판에 결선했다. 케이블 슬리브 작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일단 나선 상태로 결선시켰다. 아래는 기판 고정 및 배선 결선이 끝난 모습으로 커버를 닫기 전의 모습이다.


(기판과 기판에 결선된 케이블이 보인다.)

완성된 모습

약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앰프에 결선을 하고 파워 앰프에 전원을 켰다. 과연 험은 사라졌을 것인가?

두두두둥….

사라지지는 않았고 약간 줄었다. -_-;

소리의 변화는 파워코드로 인한 변화가 더 큰 것 으로 판단되며 키트 장착에 따른 변화는 느끼지 못하겠다.

DC filter 장착 케이블이 기대치 만큼 만족 스럽지는 않지만 개선이 있었고, 자작이라기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여하튼 그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도 더 늘었으니 이번에는 이쯤에서 마감하려고 한다.

오디오 기기의 험으로 신경이 쓰이는 분들 없지 않으실텐데 무엇보다도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PS Audio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기 진단법을 해보시면 험을 발생하는 용의자를 압축할 수 있다. http://www.psaudio.com에 가셔서 로긴을 하신 후, 인터액티브 험 진단을 해보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PS Audio의 Humbuster AC를 구해 적용해보고 그 결과를 다시 하이파이넷을 통해 알려 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