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06-20 16:12:24
음향처리관련 장치를 개발해온 미국 RPG사의 제품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RPG사는 지식집약형 사업기반을 가진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법인인 RPG Korea에서도 단순히 모기업의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국내면허생산방식을 취하고 있고 음향관련 컨설팅도 병행해서 제공할 예정으로 있어 국내의 음향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 예상된다.
이번에 소개하게 될 abffusor는 디퓨저(확산장치)처럼 생겼지만 흡음장치의 범주에 드는 음향처리장치이다.
근래에는 충실한 녹음재생을 하기 위해서 청취환경의 음향적인 특성에까지도 관심을 보이는 애호가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류의 음향처리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어 장님이 코끼리만지는 식의 이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리뷰에 앞서 간단한 음향처리의 원리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청취환경에서의 흡음처리 중요성
음향적인 왜곡이 가장 많이 일어나게 되는 곳은 스피커가 아니고 청취공간이다. 방의 치수와 방의 표면환경등이 이에 해당되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재파에 의한 왜곡, 스피커-경계벽간의 간섭, Comb 필터링, 확산에 의한 것이 해당되겠다.
그리고 좋은 소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순서를 갖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1) 올바른 경향의 스피커 선택, 2) 스피커의 위치 잡기 (저역기준) 3) 저역대의 피크대역을 흡음시킨다 (헬름홀쯔 공명기), 4) 중/고역대의 흡음처리로 early reflection 줄이기 5) 꼭 필요하다면 디퓨저의 채용을 고려한다. 6) 리버브 타임이 적절한가 확인, 7) 스테레오 이미지가 적절하게 되도록 해준다 (toe-in, 귀높이 일치)
그러나 저음주파수 대역에 분포하게 되는 정재파나 피크대역에 의한 골치거리는 음악을 듣는데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역이기도 하고 흡음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보다는 사람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중역에서 고역대에 걸친 주파수대역에서 왜곡이 일어나면 음악을 듣는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게 되므로 이쪽을 먼저 흡음시키는 것이 효과이다. 상대적으로 이 대역에서의 흡음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어퓨저는 중역에서 고역대에 걸친 주파수에 대한 흡음장치이고 스카이라인과 같은 디퓨저는 흡음처리가 제대로 이뤄진 다음에 고려해 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early reflection은 직접음이 스피커에서 나온후 주변의 벽의 반사에 의해 돌아간 만큼의 약간의 지연(0~15ms)을 두고 들리는 반사음이다. 사람은 직접음과 반사음의 차이가 15ms (mili second) 이내이면 구분을 하지 못하므로 음이 겹쳐진 것처럼 인식한다.
그림1. early reflection
early reflection이 충분히 흡음되지 않으면 => comb 필터링 발생 => 스테레오이미지 재생에 방해 => 음악듣는 재미 반감됨
만약에 공간이 매우 넓은 곳에서 스피커와 주변 벽사이의 공간을 2미터 이상 충분히 띄운 상태라면 별도의 흡음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실용적으로 봤을 때 이런 환경은 거의 없으며 early reflection을 흡음시켜 음압을 줄여주는 것이 적합한 해결방안이다. 따라서 early reflection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음시켜 주는가에 따라 녹음연주재생의 묘미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겠다.
[흡음을 시키지 않은 환경]
우선, 스피커가 놓인 쪽의 벽면에 흡음을 하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500Hz이상의 중고역대의 주파수대역은 직진성과 반사가 잘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림에서 보라색의 영역은 벽에서 반사되었을 때의 반사패턴이다. 반사음은 음압이 크고 방향성이 뚜렷하다.
이때,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직접음과 주변의 벽을 반사해서 들어오는 early reflection이 같이 뒤섞여서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comb필터링의 영향을 받아 소리가 왜곡되어 들리게 된다.
흡음을 시키지 않은 환경은 왼쪽 그림에서 0dB의 실선 그래프와 같은 왜곡을 준다.
또한 반사되는 면에서 6데시벨 만큼의 흡음을 하고 있더라도 왜곡이 많이 줄어들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가능한 comb필터링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반사면에서 최소한 15데시벨 정도의 흡음이 이뤄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정통적인 흡음방법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처리하게 되는지 알아보자.
[전통적인 흡음방법]
흡음재는 다공성의 재질을 사용한다. 합성수지로부터 얻어진 플라스틱폼 등은 구멍이 나 있게 되는데 이런 재질은 음의 에너지가 재질의 미세한 구멍(pore) 들 안에 차있는 공기입자의 진동을 통한 마찰에 의해 열에너지로 전이되며 결국 음에너지의 소실로 인한 흡음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리에 의해서 흡음이 효과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공기의 입자들이 움직일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겠고 그리고 입자의 운동속도가 높아질수록 흡음이 능력이 좋아지게 된다. 입자의 운동속도가 줄어들게 되면 에너지의 변환은 덜 효과적으로 되며 따라서 보다 음에너지의 흡수는 줄어들게 된다.
그것을 그림을 통해 보도록 하자.
처음 나타난 그림보다는 반사된 음압이 줄어들긴 했지만 early reflection이 만족스러울 만큼 (15dB 감쇄) 줄어든 것은 아니다. (위 그림은 단단한 벽면에 흡음재질을 덮어씌운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다)
그 이유는 단단한 벽표면에서는 어떠한 공기의 움직임이 없고 따라서 입자의 운동속도는 0이 되고 결국 흡음의 효율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바꾸어 말해서 어떤 흡음재질이라도 단단한 벽에 부착해서는 거의 무의미하게 된다.
흡음재의 두께를 증가시키면 낮은 음역대까지 흡음이 되고 있지만 의도하는 흡음을 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실용적인 방법이 되긴 힘들다. 500Hz이상의 대역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17.2cm의 두께가 필요하며 (1/4 wavelength rule), 그나마 앞에서 설명했던 이유에 의해서 효율은 떨어지는 편이다.
[Abffusor의 흡음특성]
이 제품의 특징은 흡음과 확산을 이용하여 광대역에 걸친 주파수에 대해 어떠한 각도로 들어오는 음에 대해서도 흡음이 되고 있으며 제조와 설치가 쉽고 흡음의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 되겠다.
확산기 구조를 통해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의 음을 흡수하는 효과를 강화시킨다.
제품 시청기
설치는 양 스피커 사이에 abffusor 1개를 벽에 바짝 붙여놓았다. 시청공간의 크기에 따라 개수를 조절하면 될 것이다. (아직 RPG Korea의 공식접촉채널이 알려져 있지 않긴 하지만 조만간 RPG Korea를 통해서 시청공간에 적합한 RPG제품의 종류와 갯수, 위치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비아 맥네어가 노래한 Sure Thing앨범의 2번 트랙 I won"t dance를 들어보면 녹음한 곳의 반향음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전에는 그저 소리가 살포시 부푼 듯이 들리기만 했었는데 차이가 매우 컸다. 아무라도 쉽게 차이를 감지할 만큼 뚜렷한 차이가 난다. 10번 트랙의 All the things you are에서도 마찬가지의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XLO Reference Recording 테스트CD의 트랙 6번 Professor Johnson Does Something spatial은 존슨박사가 (HDCD녹음방식을 개발한 사람) 앞뒤좌우로 움직이면서 음성으로 소리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스피커의 위치나 음향처리를 잘 하게되면 3차원적인 소리가 재생되고 있는지 판별할 수 있는 좋은 테스트 트랙이라고 볼 수 있겠다. 흡음 이전에는 앞뒤로 이동되는 공간감이 그다지 사실적이지 않았는데 어퓨저 설치 이후에는 사실적인 3차원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삐에르 불레의 현대곡 reponse 2번 트랙을 들어보면 전보다 중앙부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필립 헤레베레가 지휘하는 바하 부활절 오라토리오를 들어보면 입체감이 살아나고 무대공간의 펼쳐짐과 공간특성이 잘 살아난다. 이 곡 역시 잔향이 풍부하게 들어간 곡이어서 흡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몽몽하게 부푼 듯이 들리는 곡이었다.
체스키녹음회사의 The Ultimate Demonstration Disk 트랙 23번 Festival Te Deum, Benjamin Britten은 홀로그래픽 이미지를 재생할수 있는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곡이다. 흡음하기 이전에는 애를 써서 상상력을 총동원해도 입체적인 느낌을 받기가 힘들었는데 흡음 이후에는 손쉽게 입체적인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보로딘트리오가 연주하는 드볼작의 피아노트리오 둠키를 들어보면 정숙한 배경에 느긋함이 느껴지고 폴리니가 연주한 쇼팽의 발라드에서도 독주악기여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었었는데 의외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가격이 한 개당 33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그다지 싼 편은 아니지만 그 효과는 지출을 합리화하기에 충분하다. 원래 나쁜 시스템을 음향처리만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실력발휘를 잘 못하고 있는 좋은 시스템에 음향처리의 도움을 얻는다면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겠다. 좋은 시스템으로도 만족스러운 입체감을 느끼지 못한 사용자라면 한번쯤 고려해 볼 만한 제품이다. 물론 기본적인 스피커의 위치정도는 먼저 잡혀있어야 한다. 스피커를 벽에 딱 붙여놓거나 스피커 사이에 오디오랙이나 TV로 가로막은 상태에서는 어퓨저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음도 알고 계시는 것이 좋겠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