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오디오 시스템에서 케이블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인터커넥트 케이블의 경우에는 소스 기기에서 나온 신호에 영향을 주는 첫번째 패시브 컴포넌트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번에는 JPS Lab이라는 신생 케이블 메이커의 제품을 시청해 보았다. Joe Skubinski가 이끄는 JPS Lab(Just Pure Signal)은 1990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high-end 오디오 제품을 만들고자하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그들의 정책은 광고비를 절감하는 대신에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JPS Lab의 대표적인 제품은 일반 스피커의 저역 주파수 응답을 확장하고 특성을 개선해주는 Golden Flute Bass Alignment Filters이다. Super conductor 케이블 라인업도 필터와 함께 사용하여 그 특성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에서 개발된 것이라 한다. Super conductor의 특징에 대해서 JPS Lab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케이블 중에서도 가장 중립적이고 듣지 못하고 놓쳤던 소리까지 다 듣게 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품의 특성
주름진 검은 플라스틱으로 덮인 선재의 모습이 대단히 특이하여 보는 사람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 보면 왜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는데, 겉은 안 직경이 긴 solid Copper tube로 되어 있고, 그 속에 고순도 동으로 도금한 14 gauge soild core Aluminum 단심선을 집어 넣어 놓았다. 기본적으로는 동축 구조라고 할 수 있다.
Solid Copper tube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완벽한 shield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하며 기존의 선재를 촘촘히 한 shield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innovation이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케이블은 나온적이 없다. 이로써 외부의 노이즈를 차단하여 고요한 음장과 완전한 다이내믹스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심선으로 Aluminum을 사용하였는데, 물론 고순도 동으로 도금하였다고 하지만, 재질에 따라 주파수에 따른 전도 특성이 다르게 되는 점을 충분히 계산하여 이렇게 하였는지는 좀 의심스럽다. 제작사는 Aluminum 재질 선재가 가진 고유 저항 (a few thousand of an ohm)으로 완벽에 가까운 신호 경로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라고 얼버무려서 설명하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좀 의심스러운 이야기이다.
전기 신호가 케이블을 통과할 때는 높은 주파수쪽으로 갈수록 선재의 바깥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선저항은 선재의 단면 면적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따라서 동일한 선재로 비교적 굵은 단심선을 구성하게 되면 주파수가 낮은 신호가 더욱 잘 흐르게 되어 저음이 비대해지고 초고역은 극도로 감소되게 된다. 때문에 JPS Lab에서는 밸런스를 잡기 위해 단심선의 core를 선저항이 Copper에 비해 월등히 큰 Aluminum으로 구성하여 저역에 빠떼루를 준 듯하다.
잘 구부러지지 않는 딱딱한 케이블이다. 아니 심하게 구부리면 안될 것 같다. Copper tube가 일그러지는 것도 그렇고...... 연결 작업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하며 특히 1m는 좀 짧지 않은가 생각 된다. WBT의 것과 똑같이 생긴 커넥터는 역시 돌려서 조일 수 있으므로 단자와의 확실한 접촉이 보장된다. 두툼하고 튼튼해 보이는 외양은 보는 이에게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단자에는 그리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런 부분에서는 Kimber Cable이 요점을 잘 잡아내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사용 시스템
케이블의 시청 역시 다른 컴포넌트처럼 변수가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에서의 원칙은 한 컴포넌트만 바꾸어서 듣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청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 다행히 필자의 경우는 시스템 구성 상 인터커넥터를 한 조만 사용하고 있다.
시청평
이번 시청 결과는 매우 다른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리뷰 결과에 대하여 전적인 신뢰를 가질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일단 시청 결과를 보도록 하자.
Carol Kidd/ When I Dream (Linn)
케이블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음조의 균형인데, 이 케이블은 그 점에서는 합격이다. 예컨대 1번 트랙 When I Dream에서의 기타 반주가 부풀거나 하는 일이 없으며, 중역이 약간 앞으로 나오는 경향이기는 하지만, 귀를 자극할 정도로 고음 악기가 앞으로 돌출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고역의 끝이 열린 숨쉬는 음장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음장의 크기는 좌우로는 그리 넓지 않으나 대신에 뒤로 길이가 느껴진다. 음상의 윤곽을 그려내는 이미징은 우수하다.
아쉬운 부분은 음색과 질감이다. 색깔이 빠져서 수수한 실루엣을 연상 시키며 질감도 좀 거친 편이다. 은선 계통의 선에서 들을 수 있는 윤기 있는 소리는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보컬의 매끄러움이 부족하여 허스키 함이 강조되고 목소리의 표정이 단순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리를 약간 잡아당겨 놓은 듯한 긴장감이 부담스럽게 들린다.
W.A.Mozart/ Symphony No.36 in C “Lintz” (Philps)
Orch)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cond) Sir Neville Marriner
역시 현 소리에 문제가 있다. 이 케이블의 가격대에 비하면 의외로 거친 질감으로 모래를 연상시킬 정도. 배음이 잘 재생된 현은 윤기있고 풍부하게 들려야 하는데, 이 케이블은 화성 구조가 일그러져서 듣기에 상당히 불편하다. 합주에서는 거의 듣는 것이 고역이라고 할 정도로 괴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디테일도 케이블의 가격에 어울리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악기가 많더라도, 어느 한 악기를 주목해서 듣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케이블로 듣는 교향곡은(그것도 Mozart의!)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Viena Concert/ Keith Jarret, Piano
음상이 상당히 앞으로 당겨져 있다. 훨씬 값싼 케이블에 비하면 소리가 비교적 선명하기는 하지만, 울림이 자연스럽지 못하여 오래 들으면 두통을 느낄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이 필자가 가진 시스템의 약점과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그렇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 겠다.
Kenny G/ Breathless (Arista)
소리가 나오고 사그러지는 버릇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모든 면에서 일그러짐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어울리는 케이블이다. 1번 트랙 The Joy Of Life가 필자에게는 괴로움으로 들렸다. 색소폰은 아주 풍부한 배음 구조를 가진 악기로 손꼽힌다. 그런데 Super Condutor를 통해서 듣는 소리는 불균일한 합금 성분의 재질에서 나올 것 같은 얼룩진 음색이 귀를 거슬리게 했다.
결 론
케이블 시청에서 break-in time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 필자는 좀 회의적인 편이다. 물론 90%가 95%가 되면서 개개인이 납득할 수 있는 threshold를 넘어서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케이블 고유의 특성까지 바뀐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고, 이번 시청한 JPS 케이블의 경우는 배음 구조의 일그러짐과 질감의 거침, 낮은 해상력 정말 근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절대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풋나기 제작자 들이 망쳐 놓기 딱 알맞은 밸런스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이 케이블의 다이내믹스나 이미징은 평균 이상이었음을 덧붙인다. 다른 부분은 거의 실망 투성이었다. 자세한 결론은 유보하고 좀 더 충분한 break-in time을 둔 샘플을 다시 구해서 비슷한 가격대의 여러 케이블과 비교하여 들어 본 후에 내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