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노정현
디자인
Kita Toshiyuki
설치
리뷰용으로 전달된 제품에는 하단 지지대에 장착하는 스파이크가 제거된 채였다. 설치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여느 플로어 스탠더들과 마찬가지로 상자에서 꺼내는 작업이다. 예전에 NS 777를 리뷰할 때 하단 지지대를 설치하느라고 애를 먹은 적이 있다. Soavo도 같은 형태이므로 지레 겁을 먹고 전동 스크류 드라이버까지 구해 놓았는데 막상 상자를 열어보니 공장 출시 시점부터 하단 지지대가 장착된 상태였다. 실제 판매용 제품이라면 스파이크를 설치한 후 세워 놓으면 일단 작업 완료다. 다른 스피커들은 보통 바닥이 약간씩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은 후 네 귀퉁이의 스파이크 높이를 잘 맞춰줘야 하는데 Soavo의 경우 금속 지지대의 탄력 때문에 미세한 높이 조절은 필요가 없다. 알아서 바닥에 견고하게 밀착된다.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이 금속의 탄력이다. 큰 음량에서 스피커를 통해 배출된 진동이 다시 되돌아 올 것 같은 구조다.
포트가 앞에 있으므로 뒤에 있는 모델보다 설치가 용이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음의 양이 많은 제품이므로 위치 설정을 잘 해야 하고 공간 선택도 신중히 해야 한다. 집안에 들여 놓으면 생각보다 커 보이고 베이스도 상당히 깊게 떨어지는 편이므로 30평 이상의 아파트 거실 정도 공간을 권한다. 대략 6-8평 정도가 어울리겠다. 큰 소리에서 소란스러워 지는 경향은 없지만 소리가 시원스럽게 술술 빠져나오는 스타일도 아니므로 10평이 넘어가는 공간이면 포만감이나 청량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매칭
제조사 발표 사양만 보면 앰프에 까다로운 부담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호방하게 소리가 튀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니므로 자꾸 소리를 키우게 만들기 때문에 넉넉한 양질의 전류를 제공할 수 있는 앰프와 매칭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음색은 알루미늄 트위터에서 만들어내는 고역이 소리가 커질 경우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경직된 음색의 제품과 조합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큰 소리에서 알루미늄 특유의 금속 질감도 묻어나오기 때문에 지나치게 활발한 제품과의 조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로텔의 DVD 오디오 플레이어와 매칭 했을 때 시원시원한 느낌은 좋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고역은 현의 음색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따라서 소스나 앰프 쪽 한 곳은 부드러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이것저것 측정을 해 본다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대략적인 매칭과 청감상의 느낌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어렵지 않은 부하에서 대출력을 쉽게 내주는 앰프 보다는 적어도 4옴까지 떨어질 때 출력이 그대로 2배가 되는 전원부가 잘 만들어진 제품을 매칭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공간의 제약이나 기타 이유로 베이스의 양이 너무 많거나 통제가 안 된다고 느껴지면 앞의 포트를 적당히 막아가면서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같이 제공되는 부속물에 포트를 막아주는 스펀지 등은 없는데 이 제품의 베이스가 전면 포트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베이스의 조절은 포트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공간에 맞춰야 할 것 같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리뷰에서 포트 조절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제품은 급하게 반납해야 해서 테스트 해보지는 못했다.
소리
적어도 야마하가 소리만 놓고 볼 때 작명은 잘했다. Soavo라는 단어의 어감과 절삭 면이 많은 직선의 인클로져 디자인은 어색한 괴리감이 있지만 나오는 소리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목소리의 느낌이 많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질감이 잘 살아나는 중역대의 재생은 이 스피커의 가장 큰 특징이다. Rickie Lee Jones의 “The one and only love”를 들어보면 긴장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보컬과 나일론 현의 기타 음색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특히 클래식 기타를 직접 연주해 본 사람이라면 나일론 현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둥글둥글하면서도 푸근한 음색을 잘 알 것이다. Soavo는 이 나일론 현의 음색을 정말 잘 표현한다. 물론 보컬 재생에서도 흠잡을 부분이 없다. 또한 어느 순간 합쳐지는 반도네온의 음색도 만져질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공간상의 문제였겠지만 기타의 낮은 음이 전체적은 밸런스에 비쳐볼 때 부풀어 오른다. 가장 큰 원인은 전면의 포트일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 용적의 인클로져라면 베이스 확장을 위해서 포트에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는데 야마하의 제품들이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반응이 빠른 베이스보다는 청취자를 감싸는 푸근한 베이스에 초점이 맞춰져서인지 Soavo도 베이스의 양에 더 많은 집착을 보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접한 야마하의 스피커들은 베이스 영역에서 늘 야마하의 서브우퍼를 연상시킨다. 순간적인 치고 빠짐 보다는 음악 전체를 여유롭게 만들고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만들어주면서 양적으로도 풍성한 포만감을 주는 것이 야마하 서브우퍼의 특징인데 스피커들도 그렇다. 이 하얗고 재빠르게 생긴 우퍼 유닛에서 연상되는 소리보다는 대구경의 나무 포트에서 연상되는 소리다. 이 부분이 잘 느껴지는 곡은 남성 보컬이다. Jennifer Warnes와 Joe Cocker의 “Up where we belong”을 들어보면 소리를 키울수록 Joe Cocker의 턱이 두꺼워진다. 같은 음반에서 “We take Berlin”을 들어보면 베이스가 단단하게 치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약간은 폭신폭신하면서 풍성하게 리듬감을 형성한다. 야마하의 서브우퍼에서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소리다. 이 때문에 아무로 나미에의 “Respect the power of love” 같은 곡에서는 흥겨움이 덜 살아나지만 Diana Krall의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같은 곡에서의 어쿠스틱 베이스는 실연에서 들을 수 있는 음색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은 취향의 문제이므로 이런 특성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든데 확실한 것은 Soavo의 포트가 이 제품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시종일관 베이스에 대해서 얘기해 왔는데 이 제품의 특별한 장점 두 가지에 대해 말해두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매우 조용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섬세한 다이내믹스의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섬세한 다이내믹스의 표현은 위에서 예로 든 나일론 현의 음색과 같은 맥락인데 Rickie Lee Jones의 “My one and only love”에서 그리 크지 않은 기타의 셈여림 사이의 단계가 매우 세밀하게 표현된다. Diana Krall의 “Only trust your heart”와 같은 발라드를 들어보면 조용한 피아노의 미세한 강약이 대단히 잘 살아나서 자칫 늘어지기 쉬운 이 곡의 집중도를 높여주며 보컬의 미세한 음색의 변화나 호흡의 셈여림도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이런 디테일이 잘 살아나서 따분해지기 쉬운 느린 곡들을 들을 때 집중도를 높여준다.
위에서 소리가 쉽게 술술 빠져나오는 느낌은 아니라고 했는데 대신 매우 조용한 배경을 제공한다. 사양만으로는 감도가 낮은 제품도 아니고 앰프 볼륨 올라가는 수치도 평범한 수준인데 감도가 낮은 스피커들 특유의 조용한 배경처럼 소란스럽지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 따라서 한참 듣다보면 굉장히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특성을 높게 평가하는데 활기찬 대신 시끄러운 스피커보다는 차분하면서 조용한 스피커가 오랫동안 음악을 듣기에 좋고 또 소리가 커져도 시끄럽지 않기 때문에 대편성 곡에서의 커다란 다이내믹스 변화를 좀 더 즐겁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Daniel Barenboim과 Berliner Staatskapelle 의 Beethoven 교향곡 3번 중 4악장을 들어보면 밤에 들었다면 깜짝 놀랄 만큼의 다이내믹스 변화도 시끄럽지 않게 잘 살려낸다. 결국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섬세하면서도 차분한 소리다.
덧붙여서 또 칭찬할 부분은 공간의 표현인데 칼 같은 예리함은 없지만 각 음원들의 입체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Fabio Biondi와 Europa Galante의 Vivaldi “Il ciment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은 평면적인 공간으로 들리기 쉽상인데 Soavo는 각 음원의 위치 정보를 매우 세밀하게 표현해 주었다.
글을 맺으며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보면 Soavo-1의 가격은 320만원 정도이다. 실제 구매 가격은 구매자의 수완 문제이지만 300만원대에 포진한 제품들은 일단 보급 모델들의 단점은 없다고 보면 된다. Soavo-1도 더 낮은 가격대의 제품들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높은 가격에 걸 맞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비싼 스피커가 100만원 초반 대였던 브랜드에서 거의 3배에 가까운 가격의 제품을 만들었다면 동급 경쟁자들을 확실하게 제칠 수 있어야 설득력이 생긴다. Soavo는 동급 경쟁자들보다 어깨를 겨루지만 최강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다.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갖춘 브랜드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하고 스피커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본다면 이 가격대에서 잘 만든 제품 하나가 등장했다. 리뷰를 하다보면 보내놓고 잊어버리는 제품과 보내놓으면 다시 생각나는 제품이 있는데 Soavo는 자꾸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다시 생각나는 제품이다. 300만원대의 스피커를 찾는 분이라면 꼭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음악도 즐겁게 들으면서 오디오 마니아들의 실험 정신을 부추기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더 여유를 가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은 제품이다. 구매 리스트에 꼭 올려 놓으시기를…
주요사양
형식 : 3웨이 4스피커 베이스 리플렉스
재생대역 : 35㎐ - 50㎑
감도 : 89㏈/W/m
임피던스 : 6Ω
허용입력 : 50W - 200W
크기(mm) : 349(W)x1,051(H)x487(D)
무게 : 2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