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박우진
오페라 스피커는 1989년도에 지오바니 나스타라는 나폴리 근처 출신의 인물에 의해 설립되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원래 경찰이었으며, 경찰 서장의 딸과 결혼하고 나서, 스피커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오페라라는 스피커 브랜드와 테발디, 칼라스, 디비나, 오페렛타 같은 이름에는 이탈리아의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 고급스러운 원목을 견고하게 다듬어낸 품위 높은 캐비닛은 이태리 고급 가구의 풍채가 느껴진다. 오페라는 스캔스픽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역시 우아한 캐비닛에 스칸디나비아제 드라이버를 장착한 소너스 파벨을 떠올릴 만 하다.
오페라 스피커가 하이파이넷에 소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지만, 오페라의 자회사가 된 유니즌 리서치의 예전 제품들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특히 함께 리뷰된 퍼포먼스 제품은 오페라 스피커와 동일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스테레오파일의 셈 텔릭은 이 제품을 리뷰하고 또 이탈리아를 방문해서 제작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여러 정보를 소설처럼 흥미롭게 적어내려간 그의 글 솜씨를 즐겨보시기 바란다. 수입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품에 대한 정보는 이 리뷰에도 인용하였음을 밝힌다.
칼라스 디비나(Callas Divina)
드라이브 유닛은 모두 스캔스픽 제로, 카본과 펄프 진동판을 채택하였다. 트위터는 2Hz 이상을 담당하며, 다이내믹스의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트위터에 과중한 부담이 지워까 염려할 수도 있어 보이지만, 스피커 후면에 앰비언스 트위터가 다이내믹적인 부하를 부담하게 된다. 나스타 씨는 정확한 사운드 스테이지와 포커싱을 좋아하며, 저음이나 다이내믹스를 위해 이를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의 싱글 우퍼 대신에 4개의 6인치 유닛이 사용되었다. 중학 시절의 원 면적 구하기 공식을 떠올려고 미드레인지를 하나 빼서 계산하면 10인치 우퍼와 공기를 밀어내는 면적이 같다. 하지만, 21세기의 첨단 스피커답게 소리의 초점을 흐리는 단순한 병렬 구동은 아니다. 첫 번째 드라이버는 2kHz, 그 다음은 1500Hz, 800Hz, 400Hz 이하의 재생을 담당하도록 역할 분담이 되었다. 설계자는 지향 특성에 민감한 높은 대역은 트위터 바로 아래의 유닛이 거의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방사 특성이나 위상 측면에서 6인치 유닛과 거의 같게 되며, 음향 심리학적으로 볼 때 맨 위의 스피커만 들려서 마치 2웨이 2스피커와 같아진다는 것이다.
먼저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바흐 연주(SACD)부터 감상해본다. 첫 인상은 잘 차려진 밥상처럼 음미할 것이 풍부한 스피커라고 할까. 악기 소리 하나 하나가 풍부한 하모닉스로 가득해서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과 별도로 각 악기의 음색을 듣는 맛이 대단히 좋다.
먼저 고음부터 이야기하면, 소프트 돔 트위터의 특성 덕분이겠지만, 현의 질감이 매우 유기적이면서, 진하고 매끄럽다. 소리의 여운을 잘 살려내어 일면 화려한 인상이지만, 딱딱하거나 소란스럽게 되는 일은 없다. 메탈돔을 사용한 스피커들에 비해 소리가 두껍고 투명감에서는 조금 덜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소프트 돔을 사용한 스피커를 선택한 사람들이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내용이기도 하다.
중역은 트위터와 음색면에서 연결감이 좋고, 역시 부드러우며, 유연하게 들린다. 스피커 캐비닛의 울림은 거의라고 할 정도로 없지만, 목재의 질감이 엷게 녹아 있는 점도 듣기에 좋다. 놀라운 부분은 저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봤을 때 보통의 북셀프 스피커와 다를 바 없는 슬림한 캐비닛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묵직한 저음이 재생된다. 드럼과 베이스의 저음에는 에너지가 풍부하게 담겨 있으며, 현장감이 멋지게 살아난다.
드럼 스틱의 어택은 좀 더 가벼운 진동판을 사용한 스피커들처럼 예리하진 않지만, 에너지감으로 가득해서 음악을 보다 진지하고 박력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진동판의 크기가 작아서 질량이 작은 때문인지, 소리의 제동이 기가 막히게 잘 되는 편이다. 부틸 고무로 된 서라운드는 보기만 해도 역동적인 소리를 들려줄 것 같은 인상인데, 대단히 탄력 있고, 유연한 리듬을 퉁겨낸다. 손으로 두드려보면 맑은 소리를 내는 캐비닛 역시 견고하게 잘 만들어져서 웅웅대는 소리 끌림이 없으며, 풍부한 음색과 함께 하기 어려운 드럼과 피아노의 리듬이 깨끗하게 표현된다.
셈 텔릭의 글에서 오페라 스피커의 제작자는 스피커 바깥으로 펼처지는 사운드스테이지보다는 스피커 사이에서 정밀하게 포커싱된 음장이 좋다고 말했다. 이 스피커의 음장감은 비슷한 크기의 스피커들에 비해 결코 좁지 않으며 단지 두 스피커를 잇는 선을 중심으로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단정하게 구현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후면의 앰비언스 트위터 덕분에 전후의 레이어링이나 소리의 확산감은 결코 스피커 근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귄터 반트가 연주한 브루크너 교향곡 제 4번 '로맨틱'(SACD)의 1악장을 감상해보면, 도입부에서 읇조리듯이 점차적으로 분위기가 고양되다가 금관 악기의 합주로 힘차게 폭발시키는 벅찬 장면이 제대로 표현된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군과 관악기 군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규모감이 대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한 작곡 의도를 잘 전달해 준다. 특히 호른과 튜바의 위엄있는 울림에서 이 스피커의 다이내믹스 재생 능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역시 대편성의 관현악곡을 감상해봐야 수준급 플로어 스탠더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
멀티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 중에서는 정밀한 포커싱 측면에서 칼라스 디비나가 가장 앞서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눈을 감으면 이 큰 스피커가 신기할 정도로 사라지고 스피커가 내보내는 소리만 남는다. 이처럼 덩치가 크고 유닛이 많은 스피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마법을 부리려면, 좁은 배플, 적절한 유닛 배치, 크로스오버 설계 등 많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아시다시피 칼라스 디비나는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괜히 사운드스테이지가 이정도로 나와주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정밀한 사운드스테이지를 스피커가 추구하는 최우선 목표로 두지 않았으면 얻기가 어려운 성과다.
전에 다른 스피커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멀티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들 중에서 유닛 사이의 연결감이 이질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앰프의 볼륨을 많이 올려서 대 음량에서 사운드스테이지나 밸런스 측면에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 규모의 멀티 유닛 스피커로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을 쉽게 넘어섰다.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일관성 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였다. 물론 대형 싱글 우퍼를 탑재한 스피커가 들려주는 큰북의 장대한 울림이라든지, 킥 드럼에서의 실재감도 탐나지만, 설치나 비용 같은 문제를 고려하면, 오페라의 칼라스 디비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 들어봤던 스피커 중에서 비슷한 것을 고른다면 윌슨 베네시와 시스템 오디오가 비슷한 것 같지만, 음악을 보다 진지하게 들려주는 측면에서는 이 스피커가 한 발짝씩 앞선다.
아래는 함께 제품을 감상하신 김민영님의 시청평이다.
자끄루시에의 The Best Of Play Bach (SACD)(Hybrid)에서는 베이스에서 저역에 과장이나 군더더기가 없다. 베이스가 다른 부분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낮게 내려가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이 줄 수 있다. 이 스피커는 박력으로 듣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타입은 아니다. 드럼의 타격음이 날카롭고 탕탕 튀는 종류는 아니고 부드럽게 치고 지나간다. 중역은 매우 선명하고 깔끔한데, 피아노음이 맑고 화음이 좋다. 고역에서는 심벌즈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심벌즈 소리를 들어보면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 경쾌하다. 디테일은 모두 들려주면서 고유의 영역 이상을 넘어서지 않고 음악에 잘 조화되어 있다. 리듬감 역시 언급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이다. 리듬 면에서의 짜임새가 살아 있다.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는 맑고 듣기 좋다. 재생음이 매우 밀도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Somewhere Somebody에서 역시 타이밍이 좋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단순히 타이밍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이것이 다른 요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베이스의 타이밍이 보컬과 조화를 이루어 리듬감이 살아난다. 중역의 디테일도 아주 좋아서, 목소리의 결과 호흡이 느껴진다. 무대가 광활한 느낌은 아니지만 대신 밀도 있다. 무대가 아주 넓지 않은 것은 스피커 자체가 그려내는 스테이지가 좁아서라기보다는 녹음 특성을 잘 그려내기 때문이다. 위치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다이아나 크롤의 <Look of Love>에서 S'Wonderful을 들어보면, 밸런스가 매우 좋다. 음악의 의도를 충실히 표현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음악에서는 베이스 음이 과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스피커에서는 저음이 과장되거나 부풀어 있지 않으면서도 낮은 음이 완전히 표현된다. 저역이 아주 두드러지지 않지만 전혀 아쉽다는 느낌도 없다. 재미 있는 것은 분산을 일부러 크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분산이 좋으면 대체로 상쾌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스피커는 분산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음을 알게 해준다. 분산이 너무 심한 경우에는 소리가 다소 가볍고 날리는 느낌을 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공명하는 소리의 표현이 좋다. 울림이 좋은 스피커는 많지만 울림과 균형을 동시에 갖춘 경우는 적은데, 이 스피커는 두 가지 면 모두에서 즐거움을 준다.
모짜르트의 레퀴엠(SACD)에서는 사실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보컬 음에 과장된 배음이나 음색이 없다. 각 파트의 소리가 분명하면서도 서로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성이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오디오적 특성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으면서도 소리가 아닌 음악으로 듣는 사람을 잡아 끄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특별히 주목할만했던 사항은 강약 조절이 섬세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다이내믹스의 표현이 좋다. 과장이 없다는 장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 과장 없이도 멋진 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소리가 난다.
비온디가 연주한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에서는 타이밍과 다이내믹스 표현이 어우러져 팽팽하고 긴장이 풀어지지 않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 덕분에 음악의 매력과 특색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음색이 중립적인 덕분에 연주의 성격이 더 잘 살아난다. 화려한 연주를 더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지만 그것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레베카 피전의 <Retrospective(Chesky)>에서는 소리가 풍성하고 울림이 좋다. 다이내믹스 표현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종류의 음악에서 스테이지의 진가가 드러난다. 음장이 넓으나, 여전히 밀도 있는 무대를 보여준다. 저음 악기들도 매우 깊이 내려가는데, 역시 저음에 과장이 없어서 음악에 완전히 조화되는 느낌이다. 어느 음악에서도 전체적인 느낌과 음악 고유의 특성을 잘 살려준다. 필요에 따라 경쾌함과 진지함을 적절히 보여준다.
결론
필자는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테레오파일의 2006년 4월자 스피커 추천 목록을 다시 살펴봤다. 최근 스피커 중에 미국내 판매 가격으로 1만 달러 미만에선 선택할 만한 고급의 플로어 스탠더가 드물다. 대체적로 1만 5천달러, 그러니까 국내 시장 가격으로 2천만원 이상에 최고급 스피커들이 몰려 있다. 각 업체의 플래그십 모델에 해당하는 최고급 스피커들은 밸런스와 다이내믹스 측면에서 그 아래 스피커들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놀라운 성능을 나타낸다.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시청 환경에 제약이 많은 가정에서는 이들 스피커의 잠재력을 제대로 살려내기가 쉽지 않다. 생활 공간과 공유해야 할 입장을 고려한다면,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오페라 칼라스 디비나처럼 음색, 밸런스, 사운드 스테이징, 다이내믹스의 모든 부분에서 전부 수준급인 스피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슬림해서 설치성도 좋고, 디자인과 만듦새는 정말 이태리 장인이 제작한 가구 급이며, 가격 면에서도 물론 납득할 만하다. 스테레오파일의 추천 목록에서 오페라의 칼라스 디비나가 A등급을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서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해줄 제품을 만나서 이번 리뷰는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 박우진
시청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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