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쇼트(mordaunt-short)만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우 간결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 제조사도 드물다. 최상급 퍼포먼스(performance)에서 시작하여 아방(avant)과 클래식(classic)이 시리즈 라인업이고 프리미어(premiere)와 지니(genie)라는 패키지 모델로 전제품 구성이 끝난다. 이중 아방 시리즈가 전체 라인업의 중심을 담당한다.
아방 시리즈는 최근 모델명 뒤에 i를 붙임으로써 제품 개량 작업을 마쳤다. 인클로져 내부의 보강목 설계를 바꿔서 공진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며 유닛은 퍼포먼스에 적용된 기술을 사용하여 확산성과 유닛 움직임의 정확성을 개선했다.
스피커 터미널도 퍼포먼스에 채용된 총알 모양의 바인딩 포스트를 사용해서 접속의 안정도를 높임과 동시에 아방 시리즈가 상급기에 적용된 기술을 그대로 채용했다는 시각적인 신뢰감도 준다. 또한 마감도 메이플과 블랙 두 가지에서 짙은 체리 계열의 색상을 새로 추가했다. 체리 마감은 한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새롭게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설치
아방 시리즈의 최상급기 908i는 매우 가느다란 앞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옆에서 보았을 때 앞뒤로 상당히 길며 측면 하단에 10인치 우퍼를 장착하고 있다. 이 측면의 대구경 우퍼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권장사항은 하단의 우퍼를 안쪽으로 향하게 하여 서로 마주보도록 하는 것이지만 설치 장소의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것이므로 시험해 보고 마음에 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두 가지 모두 시험해본 결과 필자의 집에서는 권장사항을 따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게 통제되는 베이스를 즐길 수 있었다. 더불어 베이스의 부풀음이 빠지면서 중역대가 더 깨끗해졌다. 필자의 경우 프레임으로만 구성된 랙을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 일반 가구풍의 장식장이 가운데 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 같다. 설치에 있어서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뒤로 길기 때문에 아무리 앞으로 빼내도 뒷면이 벽과 매우 가까워지게 되는데 베이스 포트가 뒷면 하단에 있으므로 뒷벽과의 거리조절이 신경 쓰이게 된다. 크기는 작지만 설치 장소는 꽤 여유가 필요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매칭
제조사가 발표한 감도는 90dB로 높은 편이며 임피던스도 최소 4옴인데 실제로 5옴 이하로는 떨어지는 구간은 거의 없다고 한다. 또 실제로 큰 소리를 어렵지 않게 잘 빠져 나오는 편이다. 다만 초기에는 중역대와 저역의 이질감이 큰 편이고 소리도 통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어서 보다 전원부가 튼실한 앰프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데 스피커가 길이 들면서 많은 개선이 생기기 때문에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참을성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려하거나 아름다운 음색은 아니므로 건조하거나 딱딱한 음색을 가진 제품과의 매칭은 피해야 할 것 같다.
Avant 908i
908i의 베이스는 강력한 임팩트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서브우퍼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만큼 깊게 내려간다. ‘그래서 짜라투스투라는 말했다’의 도입부 오르간을 들어보면 단순히 바람 새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꽤 그럴싸하게 파이프 오르간의 낮은 음을 소화해 낸다. 제니퍼 원즈의 ‘Way down deep' 에서도 스피커 크기에서 오는 상상보다 더 깊고 규모가 큰 북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어지간한 플로어 스탠더들도 김빠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두 번째 큰 타격도 단단하고 깊게 재생해준다. 옆에 붙어 있는 10인치 우퍼의 위력이겠지만 깊게 떨어지는 베이스는 이 제품의 가장 두드러진 매력이다. 그렇다고 베이스가 대책 없이 콸콸 쏟아져 나오지는 않는다. 제니퍼 원즈의 ’We take Berlin' 을 들어보면 적당히 풍부하면서도 잘 제어된 베이스 라인을 들려준다. 베이스에서 아쉬운 점은 응답이 재빠르지 못하고 약간 더딘 것 그리고 해상도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하는 것이다.
908i의 특징은 베이스를 빼고서는 얘기하기 힘들다. 다른 유닛 구성에 비해 유난히 대구경의 우퍼를 장착한 만큼 가끔씩 아래 대역과 윗대역의 사이에 이질감이 있다. 영화 재생시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2채널 스테레오로 시스템에서는 위성+서브우퍼 패키지의 제품들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꽤 많이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일체감을 되찾아가지만 여전히 약간의 이질감이 묻어 있다.
음색은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녹음 및 곡에 따라서 높은 중역대가 튀어나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리를 매우 크게 했을 때의 얘기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음장이 약간 앞에서 형성된다는 것 외에 큰 단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매칭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소 심심한 느낌을 갖게 하는 음색이기 때문에 소리가 딱딱한 제품들과는 같이 사용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매력적이지도 그렇다고 크게 단점을 지적할 부분도 없다. 다이아나 크롤의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이나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들어보면 대단히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주지는 않지만 크롤이나 장혜진의 분위기를 살려 내는 데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음량을 크게 했을 때 약간의 입자감이 느껴지는데 고급 스피커는 아니므로 크게 단점으로 지적할 부분은 아니다. 이 부분 보다는 오히려 소리가 급작스럽게 커질 때 그 변화량을 재빠르게 표현하는 다이내믹스의 응답 특성이 조금 무딘 편에 속한다.
908i가 동금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우위에 있는 부분은 깊은 베이스의 확장성 외에 다소 앞으로 나와서 형성되지만 입체적인 음장감이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가 연주하는 비발디의 사계(virgin)를 들어보면 스피커 사이에서 악단의 움직임이 꽤 시각적으로 그려진다. 이 가격대의 플로어스탠더들이 자주 실패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입체적인 음장감의 표현인데 908i는 가격을 넘어서 놀랍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동급 경쟁자들을 충분히 긴장하게 만들 정도의 능력을 보여준다.
중립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언제나 모나지 않는 성능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모던 쇼트의 제품답게 908i도 경쟁자들을 주눅 들게 하는 화끈한 한 방은 없지만 중립적인 음색과 깊은 베이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어떤 음악을 재생해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무난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필자의 게으름으로 리뷰를 미루면서 무려 2달 가까이 사용할 수가 있었는데 길이 드는 시간이 좀 걸리는 만큼 첫 인상으로만 평가받을까봐 조금 걱정되는 제품이다. 충분히 길이 들어도 대역간의 이질감이 조금 남아 있는 것이 아쉬움이지만 오래오래 들어도 크게 질리지 낳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난하게 재생해주는 프론트 스피커를 찾는다면 일단 먼저 들어볼 제품이다. <노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