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son Audio Sophia2 Loudspeakers
posted by 이승목
초대형 스피커인 X1/그랜드슬램을 제외하고는 소피아가 나오기 전까지는 윌슨의 스피커들중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Watt의 소리는 마음에 들었지만 Puppy와 같이 들었을 때는 저역이 중역과 고역을 압도하면서 대역간의 밸런스를 틀어놓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혹시 어쩌면 3웨이 보다는 2웨이 스피커가 주는 장점들, 즉 대역간 밸런스, 넓은 무대감, 깨끗한 중역대 등을 더 좋아하는 개인적인 선호도의 탓도 있을 것이다.
윌슨이 비교적 오랫동안 시장에서 성공으로 인정받고 있던 System 5.1을 단종시키고 새로 개발한 댐핑재료로 캐비닛을 만들고 유닛과 크로스오버등을 업그레이드시킨 System 6를 내 놓았을 때 역시 그다지 큰 감흥을 받지 못하였다. 그냥 “System 5.1이 어느 정도 팔렸으니 이제는 신제품 나올 때가 되었고 그것이 System 6 군. 뭐 전작과 별 다른 차이가 없네.”정도의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곧 이어 나온 Sophia라는 모델은 System 6의 가격보다 40% 정도 더 싼 가격에, 적어도 우리나라 가정의 청취환경에는, 더 설치하기 적합한 스피커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대역간의 밸런스가 System 6보다 더 낫다는 느낌이 나로 하여금 윌슨의 스피커에 주목을 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Sophia가 나온 지 얼마 안되어 System 6는 단종하였고, 아마 윌슨의 스피커들 중에서 가장 빨리 단명한 모델이지 않을까 한다, 곧 이어, 어떤 의미에서는, Sophia의 확장된 형태인 X2/Alexandria, System 7, 그리고 MAXX 2의 모델까지 차례로 나오게 된다.
바로 전에 언급한 모델들 역시 Sophia가 나의 주목을 끌었던 것처럼, 모두가 한번쯤은 가지고 싶거나 혹은 그 스피커들을 가질 여유가 되는 분들께 추천하고픈 제품들이다.
내가 Sophia를 System 6에 비해 더 좋아했던 이유는, 저역용 우퍼와 중역용 드라이버간의 이질감이 찾기 힘들 정도로 매끄럽고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System 6를 더 좋아하시는 분들은 System 6의 저역 확장성이나 더 큰 다이내믹스등을 이야기하실 수 있으나 나는 스피커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대역의 확장성보다는 재생음의 자연스러움에 더 점수를 주기 때문에 Sophia가 System 6에 비해 더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System 6의 경우 두 개의 저역용 우퍼가 하나의 유닛처럼 작동하지 않고 따로 논다는 느낌까지 받았으니 Sophia가 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System 6의 이런 단점은 System 7에 와서는 말끔히 해소되고 따라서 System 7은 Sophia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꺼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Sophia에 대한 이러한 나의 평가가 있은 지, 물론 이러한 평가를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사석에서 한 적은 있어도 어디서든 공개적으로 한 적은 없다, 4년 정도 지난 후 Sophia 2의 리뷰의뢰가 들어왔다. 당연히 환영할 일이었다. 전작에 대해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그러한 평가를 받은 제품이 업그레이드되어서 왔다는데 리뷰를 사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배달되어 온 Sophia를 거실환경에서 듣느냐, 아니면 전용 청취방에서 듣느냐라는 짧은 고민에 빠졌다. 거실에는 8평 가량이나 한쪽이 주방으로 틔어져 있는 구조였고, 전용방은 사방이 막혀있는 5평 정도의 방이었다. 두 곳 다 마루쪽의 차음과 벽 쪽이 방/차음이 적절히 되어 있는 구조였지만, 일단 방에서 듣다가 좋지 않으면 거실로 꺼내서 들어보기로 하고 일단은 방에 설치하였다.설치된 스피커를 밤 11경에 퇴근해서 들어 보았다. 집중 청취는 아니고 이것 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CD를 걸어본 것이다. 2시간 정도 듣고는 아내를 불러 한 말이다. “이거 들어봐. 좋은데, 가지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가지고 싶을 정도로 좋은 느낌을 받았던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스피커의 크기가 4~5평 정도의 청취공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둘째, 앰프의 출력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30와트 이상 정도의 앰프면 충분히 큰 음량으로 울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한정된 예산일 경우 스피커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상당히 좋은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셋째, 저음량에서도 다이내믹스의 변화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3~4일이 지난 후부터 이 스피커를 집중적으로 듣기로 했다. 그 사이에는 계속 음악을 틀어놓아, 스피커의 몸이 좀 풀리게 만들었다.
Sophia의 가장 큰 특징을 들자면 이 정도 크기의 스피커들 중에서 자연스런 저역의 확장성이 최고다. 그러면서도 앰프의 부하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같은 가격대의 스피커라면 2웨이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 못 만들어진 3웨이 스피커는 다음과 같은 단점을 가진다. 저음량에서는 저역이 거의 들리지 않다가 어느 정도 볼륨을 올리면 저역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더 볼륨을 올렸을 때는 우퍼의 저역이 중/고역대를 마스킹하거나 혹은 중역대를 삼킬 듯한 압도적인 저역의 양을 들려준다. 물론 소피아 2는 이런 경우와는 거리가 멀다. 저음량에서 부터 대음량까지 고른 대역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우퍼와 중역 드라이버와의 이음매도 매끄러우며 물론 트위터까지의 이음새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매끄럽다. 중/고역대를 혼탁하지 않게 하면서 저역의 확장이 20Hz대까지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것은 음악을 재생하는 스피커로서는 대단한 미덕이다.
또 다른 장점을 들자면 캐비닛의 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요즈음 만드는 스피커들이 다들 추구하는 바이지만, 굳이 왕년의 좋은 스피커들과의 차이를 들자면 요즈음의 좋은 스피커들은 캐비닛 자체가 가지는 공진을 없애고 드라이버가 재생하는 소리만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Sophia 2에게서는 음악재생시 스피커 캐비닛에서 나는 ‘잡소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러한 윌슨의 스피커들의 캐비닛의 장점은 이전에서부터 있어왔지만 Sophia에서 한층 더 발전했고, 윌슨 본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전의 소재에서 한층 더 강화된 소재를 사용한 Sophia 2 역시 그런 장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음악 재생중에 캐비닛에 귀를 직접 대어도 울림을 못 느낄 정도이다.
트위터를 뒤로 기울인 것은 위상일치를 위한 것일터이고 이것은 전작과 별 차이가 없다. 재생공간 역시 아주 깊고 넓으며 청취시에 몸을 움직여도 재생음악의 공간은 흔들리지 않고 제 자리를 잘 차지하고 있다. 드라이버간의 이질감이나 위상일치가 잘 안되어 있는 스피커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몸을 움직이면 그 음악의 무대들이 내 몸을 따라오는데 Sophia는 이런 것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무대 재생 능력을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재생에서 정확한 음색의 재현보다는 칼 같은 음상을 더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아마도 실제 연주회에서의 경험이 적은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나 악기나 소리를 낼 때의 모습은 사진을 찍은 것처럼 그 모습이 아니라 소리를 발현하는 에너지가 그 사람이나 악기를 감싸고 있어서 오히려 두루뭉실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도플러효과를 일으키는 정도의 빠른 움직임이 아닌 한, 음파원은 내가 약간의 움직임을 보일지라도 마치 바위처럼 굳건히 서 있다. 재생음에 대한 묘사에서‘Pin-point’라는 서술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음색의 사실적 재현성 (Frequency Domain)과 미묘한 다이내믹스(Time Domain)의 변화의 빠른 응답성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Sophia 2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재생음의 인상은 편안하고 부드러운데 이는 고역이 끝까지 열려 있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고역의 재생이 느린 것은 아니고 단지 고역이 20kHz 이전에 급격히 롤업되는 까닭이다. (이 부분은 무향실의 측정결과가 아니라 순전히 필자의 느낌이다.)
스피커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앰프를 그렇게 가리는 편이 아니나, 댐핑능력이 좋은 A급 앰프나 혹은 진공관 앰프가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들려주었다. AB급의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를 물렸을 경우 전체적으로 소리가 가늘어지고 재생악기들 사이를 채우지 못하고 빈 듯한 느낌이 있었으며 무대의 앞 뒤 크기도 평면적이라고 할 만큼 진공관앰프에 비해 좁아졌다. Sophia 2의 이런 점은 윌슨의 다른 스피커들이 가지는 특징들과 별 반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System 시리즈가 100와트 이상의 A급 앰프나 진공관앰프를 요구하는 반면에 Sophia는 그 30~50와트의 A급 앰프나 진공관앰프로도 아주 훌륭한 재생음을 들려주는 그런 장점이 있다.
우선 Limehouse Blues (Jazz at the Pawnshop Vol. 1, SACD, Proprius)을 들어본다. 두 개의 마이크로만 녹음된 음반은 아니지만 녹음이 아주 잘 되어서 80여명의 청중이 들어선 째즈카페의 분위기가 그대로 잘 녹아있는 음반이다. 이 녹음은 모든 악기가 동시에 연주할 때보다는 각 악기들이 독주를 할 때 마이크에 잡힌 소리들을 들어보는 것이 “비평적으로 듣기”에 걸맞다. 소피아 2로 듣는 이 녹음의 비브라폰은 각각의 음이 나올 때의 하모닉스와 서로 다른 음이 울릴 때 공명하는 소리가 사실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세밀하고 풍부하다. 이 녹음을 들으면서 합주일 때 악기의 위치가 잘 잡히네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하지만 드럼, 베이스, 피아노 그리고 비브라폰이 한꺼번에 나오더라도 어느 한 악기의 소리가 먼저 나온다든지 하는 법이 없이 일관성있는 속도로 재현이 된다.
이쯤하고 두 개의 ‘각설탕’을 집어든다. 하나는 아유미가 리더로 있는 Sugar의 싱글음반 Secret 이고 다른 하나는 Yamamoto Tsuyoshi Trio의 Midnight Sugar(SACD)음반이다.
Secret 에 담겨져 있는 Misty Blue를 들어본다. 이 곡에서는 저역의 빠르기와 고역에서의 날카로운 금속성 같은 것을 즐긴다. 유감스럽게도 슈가의 노래 자체는 오디오테스트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자음과 샘플링을 적절히 섞어만든 이 곡은 빠르게 진행하는 베이스음의 재생과 죽죽 뻗는 고역의 혼합을 감상 혹은 시험하기에는 좋다. 역시 우퍼와 트위터의 움직임이 좋다. 앞서의 곡에서 조금 미심쩍었다가 이 녹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초고역에서 끝까지 뻗지 못하고 듣기 좋게 부드럽게 고역이 예상보다 빨리 말려버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 녹음의 고역은 아주 날카로운 금속성을 띄는데 소피아 2는 이런 맛이 조금 부족하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음악재생에 있어서 크게 단점으로 지적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점을 지적당하긴 해도 여전히 소피아 2의 고역재생은 매력적이며 빠르고 경쾌하고 충분한 해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설탕인 쯔요시트리오의 곡 Midnight Sugar 는 1974에 LP로 제작되어 아주 잘녹음된 음반들 중의 하나로 유명한 데 2004년에 SACD로 나온 음반이다. 마치 녹음 스투디오안에서 듣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연주의 미묘한 변화, 특히 다이내믹스의 변화가 일품인 음반인데, SACD로 제작된 이 음반 역시 소피아 2는 멋지게 들려준다. 이 음반에서는 피아노의 음색변화보다는 세기의 변화에서 쯔요시의 연주표정을 나는 읽곤 하는데 연주자의 손을 화면이 보여주듯 각 타건에서의 세기의 변화를 빠트림없이 보여주는 듯 하다.
저역에서의 확장성은 Solti가 지휘하고 Chicago Symphony Orchestra가 연주한 R. Strauss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분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도입부의 으르렁거리는 파이프오르간은 연주도 흔들림없이 아주 잘 내려가서 저역을 세밀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곧 이어 나오는 총주 역시 파탄없이 깨끗하게 재생해준다. 즉 Sophia 2는 저역의 확장성이 좋을 뿐 아니라 다이나믹스의 표현 역시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ppp가 되었던 fff가 되었던, 볼륨이 크든 작든 간에 말이다.
너무 악기위주로 말했다면 성악을 들어보자. 사실 사람의 귀는 심리적으로나 진화학적으로나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고 한다. 특히 음향심리학회에 보고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여자의 목소리에 더 잘, 그리고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 결과는 왜 안내방송이나 경고방송이 다 여자 목소리로 녹음이 되어 있는 지를 조리있게 설명해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 역시 성악시청용 음반은 남성의 목소리 보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더 많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멋진 여성 재즈 성악가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는 더 하다.
누구는 Jane Monheit를 Ella Fitzgerald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가 안되는 평가다. 약간은 끌끌하고 호방하면서도 슬픈 음색을 가진 Ella와 풍부하면서 둥글고 약간의 쉰 듯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Jane Monheit의 목소리 어디가 비슷하다는 말인가.
이 둘에 대해서 쓰자니, 요즘 자주 듣는 여성 성악가들이 모두가 고운 음색과는 거리가 먼 독특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Diana Krall, Norah Jones, Elneanor McEvoy 그리고 앞서 말한 Jane Monheit 등이 다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여간 Sophia 2가 들려주는 Jane Monheit 의 Over the rainbow (The very best of Jane Monheit)는 그녀의 목소리 뿐 아니라 성대 주위에 펼쳐나가는 에너지와 음색의 변화를 잘 들려준다.
이러한 음원의 몸통과 위치의 변화를 Sophia 2는 Clara Haskil과 Arthur Grumiaux가 1958년에 녹음한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도 잘 보여준다. 왼편의 바이올린과 오른 편의 피아노는 연주하는 악기의 높이가 각각 다르고 각 악기가 가진 에너지감이 악기의 크기와 비례하고 있음을, 각 악기 사이의 공간은 각각의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의 에너지와 음색의 미묘한 섞임으로 차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으로 말하면 소피아 2는 아주 잘 만들어진 3웨이 스피커이며, 이 스피커를 구입할 예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적당한 크기는 음악재생시 스피커 자체의 크기 때문에 재생공간을 침범하지도 않으며, 스피커 자체가 가지는 불필요한 진동이나 소음이 없음으로 하여 아주 깨끗한 재생음을 들려주는, 아주 미묘한 전기신호에도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는 “조용한 스피커”이다.
문의처 : 코포산업 02)497-1501
공칭 임피던스: 4 Ohms, 3 Ohms min. 우퍼: One 10 inch 미드레인지: One 7 inch 트위터: One 1 inch Inverted Titanium Dome 감도: 89 dB @ 1 watt (2.00V at 1 meter) 최소 앰프 파워: 7 WPC 주파수 응답: (with port contribution) +0, -3dB 29 Hz - 22.5 kHz | 높이: 41.25 inches 너비: 12.75 inches 깊이: 18 inches 중량: (each channel) 160 lbs 포장 중량: (approx. for complete system) 452 l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