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N 100을 설치한 후 바로 머리에 떠오른 제품은 2000년대 초반의 Azur 600 시리즈였다. 당시 "이 가격에 이런 소리가 나오면 반칙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깨끗하고 투명한 중역대를 중심으로 매끄럽게 열리는 고역과 무게감이 살짝 아쉽지만 리듬감이 탁월한 베이스의 빠른 움직임에 매우 감탄했다. 몇 년 전까지도 캠브리지 오디오의 중심 라인업은 바로 아쥬르(Azur) 시리즈였고 나 또한 한동안 Azur 851D DAC을 메인 소스 기기로 사용했다.
이번에 리뷰하는 EXN 100은 위치상으로 예전 Azur 851N의 후속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Azur의 851 시리즈는 Edge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최상급 라인업이었고 해외 여러 매체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몇 등급 위의 모델과 견주어도 가격을 고려하면 아쉬울 것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고 나의 851D도 스테레오파일 A 클래스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EXN 100이 올해 스테레오파일 권장기기 목록 A 클래스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한동안 비어 있던 851의 자리를 되찾은 느낌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EXN 100은 초반의 시행착오 바꿈질을 겪고 싶지 않은, 시작하는 애호가에게 제일 먼저 권하고 싶은 중급 소스기기다.
좋은 점 | 아쉬운 점 |
●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고역, 충분한 디테일의 중역, 반응이 빠르고 리듬이 경쾌한 저역 ● Tidal connect, Sportify connect, Air play, Chrome cast 지원 ● HDMI eARC, USB 입력 지원 ● 뛰어난 프리앰프부의 성능 ● 찰떡 같은 OS의 안정성 |
● 가격을 고려하면 없음 ● 가격과 무관하게 굳이 지적하자면 - 베이스의 강렬한 무게감이 아쉬울 때가 있음 - 유/무선 헤드폰 연결 기능이 없음 |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편의성
EXN 100은 2025년 현재 스트리머/DAC에서 기대되는 모든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Tidal Connect, Roon ready, 비동기식 USB 입력, MQA 디코딩, 프리앰프 기능 그리고 HDMI eARC 까지. 굳이 없는 사양을 찾자면 Digital in/out의 AES/EBU 단자 및 유/무선 헤드폰 연결 기능이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없어도 상관없는 사양이다.
오히려 다른 제품들 대비 훨씬 쓸모 있는 사양이 있다. 우선 에어플레이와 크롬캐스트를 동시에 지원한다. 노트북 사용자들은 맥이나 윈도우 상관없이 편하게 무선 오디오를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윈도우 PC 사용자의 경우 크롬캐스트가 제공하는 편리함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 알 것이다. 더불어 구글 홈 연동도 가능하다.
전원 관련하여 제조사가 내세우지 않지만 WOL(Wake on LAN) 및 HDMI eARC 연동 전원 온/오프를 지원한다. 앱이나 ARC 단자와 연결된 영상기기의 리모콘을 통해 전원을 온/오프 할 수 있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쓸 사람은 없을" 기능이다. 따라서 EXN 100은 번들 리모콘이 아예 없다.
Stream Magic!
EXN 100은 4세대 Stream magic 솔루션을 사용한다. EXN 100이 USB DAC 입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뛰어난 사용자 편의성과 네트워크 안정성을 자랑하는 블루OS 노드3를 USB 연결하여 두 스트리밍 솔루션을 비교해 보았다. 일단 내장 칩셋을 사용할 때가 사운드 레벨이 훨씬 높았고 굳이 레벨 매칭을 하면서 우위를 비교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App의 UI나 연결 안정성 등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개인적으로 Stream Magic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기기간의 궁합 차이지만 EXN 100이 ARC 연결의 안정성이 더 뛰어났다. 음질의 향상을 위해 상급의 스트리밍 전용 트랜스포트를 연결해 볼 수도 있겠지만 비용의 효율성 및 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해 보면 굳이 외장 스트리머를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실 하이엔드 제품들이 음질에서 이득이 있을지 몰라도 안정성이나 UI 측면에서 불완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하이파이 브랜드 중에서 캠브리지 오디오와 같이 자체 네트워크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는 많지 않다. Stream magic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아쉬웠던 사양들이 이제 모두 반영되었고 안정성 및 편의성도 지적할 부분이 없다. 특히, DLNA 기반의 스트리머 중에서는 App의 UI와 칩셋의 안정성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상급 엣지 시리즈의 후속 모델을 기다려 보는 것도 좋겠지만 가격을 떠나서 시스템 안정성과 편의성 그리고 성능의 조화 측면에서 EXN 100은 충분히 좋은 제품이다.
진정 프리램프가 필요 없는 프리앰프 모드
최근 스트리머나 DAC 제품들은 칩셋의 사양이 높아지면서 거의 무손실에 가까운 디지털 볼륨 제어가 가능하게 되었다. ESS나 AKM 칩셋을 사용하는 제품들 대부분이 디지털 볼륨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EXN 100 또한 프리 앰프 모드를 활성화하여 파워 앰프에 직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DAC 칩셋 기반의 디지털 볼륨은 품질 좋은 아날로그 프리앰프를 투입하고 싶다는 아쉬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EXN 100은 고사양의 DAC 칩셋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아날로그 프리앰프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사용중인 Shiit audio의 Freya 프리앰프와 EXN 프리앰프 모드를 비교해 보았다. 물론, 음압계를 통해 동일한 레벨을 설정했다. 진짜 놀랍게도 매우 열심히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의미 있는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Freya 프리 앰프는 착색이 거의 없고 패시브 프리 수준으로 투명하지만 액티브 프리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진 매우 훌륭한 제품이다. 그런데 Freya를 넣거나 빼거나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 부분은 진심으로 놀라웠다. 훌륭한 스트리머/ DAC은 많지만 훌륭한 스트리머/ DAC/ 프리앰프는 이 가격대에서 찾기 어렵다. 사실 그런 제품을 아직까지 못 봤다. 액티브 스튜디오 모니터를 사용하거나 파워앰프에 직결하여 사용할 목적이라면 500만원 이하의 리그에서는 대적할 제품이 뭐가 있을지 빠르게 떠오르지 않는다.
캠브리지 오디오의 전통을 간직한 소리
2000년대 초반에 캠브리지의 Azur 640a라는 인티 앰프를 들어보고 내 머리에 새겨진 "캠브리지 오디오 = 가성비"라는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주변에 누군가가 처음 구매하는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에 대해 문의하면 나는 항상 캠브리지 오디오의 앰프와 B&W의 600 시리즈 중에서 공간과 예산에 맞추어 모델을 선택해 보라고 권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제 Azur라는 명칭은 없어졌지만 EXN 100은 Azur 시리즈가 들려줬던 깨끗하고 매끄럽고 경쾌한 반응의 소리를 더 향상된 품질로 들려준다.
Attention/ Charlie Puth
뮤트 기타 리프와 함께 보컬이 시작하는 도입부는 보컬 트랙의 앰비언스와 들숨 날숨의 미세한 변화, 그리고 기타 음색의 사실감 등 디테일이 좋은 시스템일 수록 더 많은 요소들을 들을 수 있다. 이어지는 첫 소절 하이라이트에 합류하는 베이스의 압도적인 무게감과 경쾌한 싱코페이션은 디테일 표현과 리듬감을 잘 살려주는 시스템에서 진정 쾌감을 느낄 수 있다. EXN 100은 이런 요소들을 충분히 잘 표현해 준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기타의 음색이 좀 더 사실적이고 베이스가 약간만 더 바닥을 강하게 때려주면 좋겠지만 고가의 기기들이 괜히 비싼 것이 아니다. 최상급 Edge 시리즈가 실력을 발휘할 영역은 남겨두는 느낌이다.
Cake by the Ocean/ DNCE
이 곡에서는 아쉬운 점을 못 찾겠는데 굳이 또 지적을 하자면 코러스 부분의 모든 보컬과 악기들의 구분이 조금 더 깨끗하면 좋겠지만 애당초 이 곡 자체가 다소 번잡스럽고 역시 상급기가 활동해야 할 영역은 남겨줘야 한다는 느낌이다. 훌륭하다!!
Temptation/ Diana Krall
이제 리뷰에서 언급하기 민망한 이 곡은 녹음이 좋기 때문에 웬만한 시스템에서는 안 좋을 수가 없다. EXN 100은 현장의 공간감과 각 악기들의 섬세한 음색 변화를 잘 표현해 주며 특히, 심벌의 찰랑거림을 매력적으로 들려준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 놓은 고역의 질감에서 최적의 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한 이 회사의 연륜이 느껴진다.
Handel - Concerto Grossi/ The English Concert
이 앨범은 시스템에 따라서 현의 질감이 많이 달라진다. 15번 트랙(협주곡 A장조 4악장 안단테)에서 악기의 분리도 및 공간감 표현도 좋지만 독주 바이올린의 질감이 역시 달콤하다. 원전 악기 녹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금속의 질감(원전 악기들이 거트 현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은 없다. 보잉의 미세한 다이내믹스를 좀 더 촘촘하게 표현해 주면 좋겠지만 역시 팀 킬을 피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Vivladi - L'estro armonico/ Europa Galante
이 앨범은 현의 음색이 건조하고 공격적이다. 그래서 해상도가 좋아도 음색의 표현이 무덤덤한 시스템에서는 괴로운 소리 듣기 쉽다. 역시 아슬아슬한 부분들을 잘 넘겨준다. EXN 100에서 상급 리그 제품들 대비 뭔가 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도 기분 좋은 음색의 표현만큼은 가격을 떠나서 매우 수준급이다.
Lully - Chaconne / Musica Antiqua Koln
사실 이 앨범은 악단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고 녹음도 어수선한데 중립적인지 약간의 보이싱이 있는지 확인해 볼 때 듣는다. 역시 EXN 100은 굉장히 깨끗하고 투명한 중역대를 표현하면서도 고역의 과장 없이 아주 매끄럽게 잘 다듬어서 듣기 좋은 재생음을 만들어 낸다. 제조사의 노련한 보이싱이 돋보인다.
USB 호스팅
이 제품은 당연히(?) USB 호스팅을 지원한다.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 음원보다 USB 미디어에 저장된 WAV나 FLAC으로 리핑된 소스가 월등한 음질을 제공한다. 위에 언급한 곡들을 USB 소스로 들어보면 전혀 다른 등급의 기계로 변신한다. PC에 리핑한 소스를 제대로 재생하려고 비동기식 USB DAC이 개발되었지만 음악 재생이 목적이라면 이제 미디어 플레이어들이 제공하는 USB 호스팅 기능을 PC보다 권장하고 싶다. 음악 재생이 목적이라면 PC는 그만 잊어버리는 것이 좋겠다. EXN 100의 USB 미디어 단자를 통해 리핑 소스를 재생해 보면 그 뛰어난 음질에 깜짝 놀랄 것이다.
믿고 선택하는 올인원 소스를 원한다면
캠브리지 오디오의 제품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인 부분이 화려한 스펙을 내세우지 않는 점이다. 고사양 부품의 물량 투입을 내세우지도 않고 측정치에서도 시선을 끌어본 적이 없지만 들어보면 항상 좋았다. 또한 과거 대비 나름 고가의 플래그십 라인업도 갖추었고 가격도 올랐지만 여전히 파산 걱정 없이 고음질의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몇 안 남은 브랜드다. EXN 100은 이러한 브랜드의 정책을 매우 정확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음악 애호가들이 고음질의 재생 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때 어떤 제품부터 시작할지 결정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애호가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그 시기를 대표하는 입문형 조합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일정 목록의 테스트 곡만 매일 들으며 시스템 향상을 도모하는 오디오 애호가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하이파이 시스템을 시작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여유가 되는 한도 내에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중급 제품을 권하고 싶다. 음악을 더 좋게 즐기고 싶다는 목적이 더 좋은 오디오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캠브리지 오디오는 모두가 언급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항상 언급되는 브랜드다. 이른바 "믿고 듣는" 브랜드 중 하나다. EXN 100은 그런 브랜드의 중급 제품이며 파워 앰프나 액티브 모니터 스피커에 프리앰프 없이도 바로 직결하여 최대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프리앰프부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 TV나 프로젝터와 연결하여 고음질의 사운드 트랙 재생이 가능하고 보기 드물게 에어플레이와 크롬캐스트를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에 OS에 상관없이 모바일 기기와 노트북의 오디오를 고음질로 재생할 수 있다. 하이파이를 시작하는 음악 애호가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오랫동안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올인원 소스 제품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노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