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 중 하나인 YG 어쿠스틱스에서 '피크(PEAKS)'라는 새로운 스피커 라인업을 소개했다.
스피커 드라이버 구성은 기존 레퍼런스 라인업의 헤일리(Hailey)나 밴티지(Vantage), 그리고 카멜(Carmel) 스피커에 대응하면서도 알루미늄 캐비닛을 대신할 수 있는 재질을 적용해서 비용을 낮추면서도 앰프 매칭이나 설치 공간 측면에서 보편성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러나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타협하지 않고 각각의 가격대에서 레퍼런스 스피커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YG 어쿠스틱스 스피커의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본질을 꿰뚫는 정확한 사운드에 공감하면서도 여러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피크 시리즈의 등장은 희소식이 될만하다.
'피크'라는 이름은 콜로라도의 로키 산맥의 봉우리들을 의도한 것이며, 6종류의 모델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이름은 하나 하나가 산에 오르는 과정을 의미하도록 지어졌다. 가장 작은 스피커인 커른(Cairn)은 길의 시작을 알리는 돌로 쌓여진 이정표이며, 그 다음은 구릉지대인 토르(Tor), 완경사면인 탤러스(Talus)를 거쳐 오르막길인 어센트(Ascent), 마지막으로 정상인 서밋(Summit)에 도달한다. 그리고 서브우퍼는 지하를 의도하는 디센트(descent)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브우퍼를 추가한 것은 특히 북셀프 타입 스피커 등의 저음을 더 보강하기를 원하는 경우에 대응하려는 의미이며, 특별히 홈시어터의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스피커의 측면을 나무 소재로 적용함으로써 미적으로도 설치 공간에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 로즈우드, 라이트 오크, 에보니 이렇게 세 가지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디센트 서브우퍼는 블랙 단일 마감으로 제공된다.
unique combination of cutting-edge science and engineering
새로운 피크 시리즈 스피커는 과하지 않은 출력의 앰프로도 좋은 소리를 내줄 수 있고, 전단의 일렉트로닉스의 성격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성격을 가지도록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품의 내용 만큼은 어느 한구석도 소홀하지 않았고 타협하지도 않았다. 측면 캐비닛 재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상급기인 레퍼런스 시리즈와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니트는 헤일리나 카멜과 동일한 포지 코어(Forge Core) 트위터와 빌렛코어(Billet Core) 우퍼의 조합이다. 수치 제어 머신으로 정밀하게 가동된 매우 두꺼운 알루미늄 프런트 배플에 장착된 부분도 헤일리나 카멜과 동일하다.
다만, 소냐(Sonja) 같은 최상위 기종에 적용된 빌렛돔(billet dome) 트위터를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성과 비용적인 문제 때문이라 설명했다. 빌렛돔 트위터의 서비스용 교체품의 국내 가격이 무려 300만원대!!!라고 한다. 내부 배선재는 과거에는 킴버 제품을 썼는데, 지금은 새로운 개발자가 선호하는 카다스(Cardas)제품을 사용했다. 물론 이 케이블은 매우 짧은 길이가 사용되기 때문에 매칭되는 스피커 케이블을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사용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한다.
캐비닛의 측면은 앞서 설명한 비용 절감과 보편적인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HDF 재질에 레진을 더해서 진동을 제어했다. 최신 방식으로 보강재를 적용하고 바닥에는 턴테이블 플린스에 사용되는 아주 견고한 *델린(Delrin) 재질을 적용했다고 한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시뮬레이션과 비교 시청을 통해 개발했으며, 회사내에서 수작업으로 자체 제작한 보드와 최고의 부품을 사용했다. (* 듀퐁이 개발한 폴리아세탈 수지의 상표명)
Vantage Live 스피커
기존 밴티지 스피커에 벨칸토제의 클래스D 방식 700와트 출력 앰프를 각각의 드라이버에 붙여서 총 2100와트 앰프로 하나의 스피커를 구동하는 액티브 스피커이다.
스펙상으로 25-35kHz, 음량은 135dB에 달하며, 역시 벨칸토에 의해서 제작되었으며 별도 구성된 컨트롤러는 이더넷과 USB, 동축 입력은 물론이고 아날로그 포노 입력까지 전부 받는다. USB2입력에서는 24비트 384kbps까지 입력 가능하다. 컨트롤러와 스피커와의 연결은 광 케이블로 구성된다. 이더넷 연결 상태에서는 음원 컨트롤 프로그램인 ROON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상급 모델인 소냐 역시도 라이브 버전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딕 다이아몬드씨의 인터뷰에서 들었다.
더 앱설루트 사운드 매거진의 로버트할리 편집장은 YG 어쿠스틱스 본사에서 본 프로토 타입 스피커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리뷰 샘플을 보내주기를 원했고,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오디오적인 성능에 타협하지 않다보니 패시브 방식의 밴티지 스피커 오리지널 모델에 비해서도 가격이 많이 올라가긴 했지만, 반대로 원 브랜드 시스템의 이점을 살린 제품이라는 가정하에 같은 가격대의 시스템 중에서 이 사운드의 완성도를 능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피크 시리즈 스피커의 소개를 위해 아시아 지역 마케팅 책임자인 딕 다이아몬드(Dick Diamond, Director of Sales & Marketing at YG Acoustics, 사진) 씨가 국내에 3년만에 방한하여 새로운 픽스 시리즈와 밴티지 라이브 스피커를 소개하였다.
딕 다이아몬드씨는 창립자인 요아브 게바(Yoav Vince Geva) 이후 YG 어쿠스틱스를 이끌어갈 인물인 캠브리지 어쿠스틱 사이언스 출신의 매튜 웹스터(Matthew Webster) 박사에게 신뢰와 함께 향후 회사의 발전 가능성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매튜는 어린 시절 수학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번 돈으로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입했을 만큼 열정을 지닌 인물로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역시 영국 캠브리지에 소재한 캠브리지 어쿠스틱 사이언스Cambridge Acoustic Sciences(CAS)에서 오디오 개발 관련 업무를 해왔다. 2020년 YG 어쿠스틱스와의 회사 합병으로 두 회사는 YG 어쿠스틱스의 이름으로 합쳐졌으며 닥터 매튜 웹스터가 새로운 회사의 CEO로 취임하게 된다. 캠브리지 어쿠스틱 사이언스는 물리학과 재료공학 전문가 집단으로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음향 기기 제품 설계나 최적화에 활용해왔다.
특히 피크 시리즈 스피커의 개발 과정에서는 자체 보유한 GPU 기반의 슈퍼 컴퓨터급 장비와 함께 클라우딩 컴퓨터 연산을 통해 300개가 넘는 가상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의 소리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검증했다고 한다.
사실 매튜 웹스터 박사는 지금까지 YG 어쿠스틱스 스피커의 최상급 기종인 소냐 XV 스피커의 사용자였을 만큼 YG 어쿠스틱스의 팬이었으며, 최근에는 근거지인 영국 캠브리지에서 멀리 떨어진 YG 어쿠스틱스 본사가 소재한 덴버에서 상당 시간을 지내는 등 제품 개발과 회사 운영에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딕 다이아몬드 씨는 전한다.
토르 : 뮤직 러버의 드림 스피커
코비드 바이러스가 초래한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로 픽스 시리즈의 발표가 상당히 지연되었으며, 국내 수입원도 주문한 지 1년만에 제품을 받았고 다른 제품도 언제 들어올지 정확한 일정이 미정인 상태. 이번 시청회에도 불가피하게 북셀프 스피커 중 한 모델인 토르(Tor, 아래 사진)만 소개되었다.
시청회에 소개된 토르 스피커는 스탠드(별매 옵션)에 올려놓을 수 있는 스피커중에서 가장 큰 모델로, 7인치 우퍼를 사용하여 카멜 스피커의 유닛 구성에 대응하지만, 북셀프 스피커의 특성을 가진다. 주파수 응답은 37Hz – 40kHz로 카멜2의 32 Hz - 40 kHz와 커른의 40Hz – 40kHz 사이에 위치한다. 스탠드는 마치 스피커가 공기 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기둥이나 패널이 얇게 만들어졌고 기둥 부분에 약간 토인(toe-in)을 주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고자 했다. 기둥 내부에는 무늬 패턴을 두고 여기에 에폭시를 입혀서 진동을 차단했다. 사진에서 스탠드 안쪽에 사선 형태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제 캐비닛을 다루는 노하우가 뛰어난 회사답게 스탠드를 굳이 두껍게 만들지 않아도 스피커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 같다. 심지어 스피커는 스탠드 위에 나사 등으로 물리적인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냥 얹혀져 있다.
일단 첫번째 청취 소감은 물 흐르듯 부드럽고 중립적인 음색을 들려준다. YG 어쿠스틱스 상위 모델인 레퍼런스 스피커들의 깔끔하게 정돈되고 반듯한 인상과 달리 버튼을 풀어 내린 듯한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며 다른 스피커를 눈치 보지 않고 시원스럽게 울려준다. 저음도 충분히 내려가서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음색이나 밸런스가 전혀 변하지 않고 언제나 리니어한 특성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음색, 풍부한 울림새와 정확한 리듬과 타이밍 재생을 잘 유지하며 스피커의 역량부족으로 통제력을 잃고 흐트러지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소형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를 의식하지 않을 만큼 깊고 넓은 사운드스테이지와 제한 없는 다이내믹스를 들려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왜곡없이 이렇게 큰 소리를 내줄 수 있는 북셀프 스피커는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제작사에서 소개하는 '뮤직 러버의 드림 스피커'라는 표현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음색에 착색이 없고 플랫한 리스폰스를 내주는 점에서 과연 YG 어쿠스틱스 스피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예전에 스테레오파일의 존 애킷슨 편집장은 YG 어쿠스틱스의 카멜2 스피커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측정하고 나서 오직 YG 어쿠스틱스의 소냐 1.3 그리고 KEF 블레이드2만이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찬했다. 실제 블레이드2와 카멜2의 그래프 상 주파수 응답은 거의 비슷했다. 물론 카멜2처럼 풀 메탈 자켓을 차려입은 스피커는 그만큼 캐비닛의 진동을 차단하여 더 정확하고 분석적인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활달하고 생생한 소리를 쉽게 내주는 부분 만큼은 새로운 토르 스피커가 레퍼런스 시리즈 스피커의 형님들에 비해서도 장점을 뽐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레퍼런스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아도 토르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오디오 매칭이나 공간에서의 어려움 역시 훨씬 덜해지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반복되는 업그레이드 고민보다는 음악 감상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우진)
*That quasi-anechoic response is one of the flattest I have ever measured, rivaled only by YGA's Sonja 1.3 and KEF's Blade Two. - stereophile magazine : Carmel 2 louspeakers review
*제품 수입원으로부터 원고료를 제공받고 작성되었음.
제품 문의처 : www.gl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