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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플랜드 CTA-405 KT88 인티앰프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7. 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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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우진

하이파이넷에서는 코플랜드의 CD플레이어, CDA823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코플랜드가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역시 처음 소개한 진공관 인티앰프가 아닐까 싶다. 캐털로그를 보면, CTA305와 CVA306(멀티 채널)이라는 프리앰프, 그리고 파워앰프로는 프리앰프와 새시 크기가 거의 비슷한 소형의 CTA520(120와트 출력)이 있을 뿐이고, 스테레오앰프로는 사실상 CTA405가 가장 고급 제품이 된다. 코플랜드의 CTA-405는 KT88을 사용하는 진공관 인티앰프로 높이가 185밀리미터에 깊이도 390밀리미터, 무게도 20킬로 그램을 상회할 만큼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
필자는 작년 아이어쇼에서 KEF 레퍼런스203 스피커와의 조합으로 처음 접했는데, 소리를 듣는 순간 비범한 제품 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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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력 파워 : 2 x 50 W
  • 스피커 임피던스 : 4 & 8 ohms
  • 라인 입력 임피던스 : 50 K ohms
  • 라인 감도 : 280 mV
  • 주파수 응답 : 5Hz-100KHz -3dB
  • T.H.D. : Better than 0,2 dB
  • 신호 대 잡음 비 : Better than 90 dB
  • 사용 진공관 : 4xKT88. 2x12BH7. 1xE83CC.
  • 전력 소모 : 250 W
  • 규격 : 430(W) 185(H) 390 (D)
  • 중량 : 25 Kg
  • 성민AV : http://sungminav.com 02-3492-2586

과거 첼로의 앙코르 등을 연상시키는 하얗고 깨끗한 새시는 너무나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있었고, 볼륨 손잡이의 질감과 돌아가는 느낌까지 만족스러웠다. 진공관 앰프 특유의 투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에는 누구라도 쏙 빠져 들만 했다.  진공관 앰프이기 때문에, 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출력은 50와트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출력도 숫자에 불과한 것인지, CTA405는 시원시원하게 큰 소리를 잘 내준다. 특별히 구동하기 어려운 스피커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정에서는 이 정도 출력의 앰프면 충분한 소리를 낸다고 보여진다.
제작사에 따르면, CTA405는 100와트급 앰프에도 충분한 용량의 전원부를 탑재하였다고 한다. 또 출력 스테이지에서 플레이트와 스크린 커런트의 변동이 최소화되도록 설정하여, 아주 적은 피드백으로도 우수한 성능을 얻었다고 한다. 진공관 앰프의 성능에 많은 영향을 주는 출력 트랜스포머는 규소가 함유된 고급 철심 코어와 정밀한 대칭 권선을 통해 아주 낮은 왜곡으로 5Hz에서 100kHz까지 평탄한 주파수 응답 특성을 얻었다고 한다.
제품 중앙의 로고는 정밀하게 음각되어 있고, 중심의 원형 디스플레이는 선택 입력을 표시해준다.스탠바이와 테이프 출력 선택 스위치고, 입력 선택과 볼륨 손잡이가 대칭을 이룬다. 후면에는 파워 온오프 스위치와, 4/8옴으로 구분된 스피커 출력 탭, 그리고 포노 입력을 포함한 입력 단자가 마련되었다. 스피커 단자는 바나나 플러그를 사용할 수 있다. 리모컨으로는 코플랜드의 CD 플레이어를 함께 조작할 수 있다.

감상
시청에는 B&W704 플로어 스탠더 스피커와 마란츠의 새로운 SA7001 SA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오래 전의 필자는 진공관 앰프 취향이 아니었다. 저음이 정확하게 통제되고 디테일한 소리를 내는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최근의 진공관 앰프들은 놀라울 만큼 성능이 개선되어서 취향을 논할 수준이 아닐 만큼 좋아졌다.
코플랜드 CTA405도 마찬가지로, 실제 접해 본 결과 예상치 못한 성능에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성급히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가격 대 인티앰프의 레퍼런스가 될 만하다. 경쟁 제품이 적은 진공관 인티앰프 뿐 아니라 솔리드스테이트 방식의 앰프도 포함해서 말이다.
장점이 너무나 많지만, 우선 중역대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을 들어야 되겠다. 특히 여성 보컬에서는 귀에 감겨오는 소리가 손을 대고 싶을 만큼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며 곱다. 원래 음색이라는 분야는 많은 이들이 진공관 앰프를 선택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될 텐데, 대개의 경우 소리에 착색이 가해져서 실제 소리와 달리 인위적으로 화려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더 선호하는 분들도 많다. 코플랜드의 CTA-405는 정말 굉장히 착색이 적어서 반짝이거나 번들거리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부드러운 천을 연상시키는 촉감 만큼은 틀림 없이 진공관 앰프답다.
다음으로는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밸런스를 들고 싶다.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서는 굉장히 중립적인 균형을 지닌 편이다. 어둡지도 또 밝지도 않고, 투명하고 섬세하며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균형점에 정확하게 도달해 있다. KT88을 사용한 진공관 앰프들이 흔히 그렇듯이 소리가 차분하고 안정감이 넘친다. 필자는 에소테릭의 디지털 기기로 리마스터링된 귄터 반트 지휘의 브루크너 4번 교향곡을 감상했는데 큰 홀과 오케스트라의 규모감도 그럴 듯 하게 재생되었고, 피크에서도 소리를 억지로 밀어내는 불안함이 없었다. 소리의 음량에 관계 없이 언제나 여유롭고 편안한 인상이다.
이 앰프의 음장감은 필자가 이 제품을 고급스러운 사운드라고 생각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 같다. BAT나 자디스, CAT처럼 아주 고급의 진공관 앰프에서 느껴지는 3차원적인 음원의 이미징이 굉장히 그럴 듯 하게 구현된다. 시각적으로 비유하면, 벽에 걸린 사진이 아니라 무슨 홀로그램 영상을 보는 느낌이라고 하면 어떨까.
사실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서 이런 체험은 훨씬 비싼 가격대에서도 불가능하다(대신에 진공관 앰프가 못 따라가는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의 장점도 많지만 그건 여기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가격 대의 진공관 앰프에서 이런 음장감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필자가 리뷰했던 제품들의 목록을 다시 살펴보기도 했지만, 이 정도 돈으로 이런 음장감을 경험하기란 예전엔 불가능했던 것 같다. 채널 클래식스에서 출반한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와 요스 반 벨트호벤의 모짜르트의 레퀴엠(SACD)을 들어봤는데, 합창단의 전후 계층감, 그리고 악기의 위치와 질감, 공기 중을 부유하는 소리의 여운이 아주 짜릿할 만큼 만족스럽게 구현되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중역대의 디테일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 원래 디테일 분야는 트랜스포머를 사용하지 않은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들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앰프로 수 백번 듣던 비온디의 화성의 영감을 듣다 보니, 필자가 이전에 주목하지 않던 음표들이 새록새록 살려지는 것에 대단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연결한 스피커의 미드레인지가 스카닝 유닛으로 바뀌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럼 CTA-405에서 주의할 점은 없을까? 다른 진공관 앰프들이 그렇듯이 스피커 선택에 약간의 제한이 생길 것 같다. 90dB 감도를 지닌 B&W704의 경우 볼륨을 약간 올린 –46dB 정도에서 충분한 출력을 얻었지만, 이 보다 감도가 낮은 스피커에서는 마음 먹은 만큼 큰 소리를 쉽게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사용 시에는 스피커 뒤에 표시된 공칭 임피던스 규격에 상관 없이 두 탭을 모두 테스트해보시길 바란다. 처음에 필자는 앰프의 출력 단자를 공칭 임피던스 규격에 맞는 8옴으로 연결해서 들었는데, 고음의 뻗침이 둔해서 소리가 밋밋하고 저음은 다소 퍼졌다. 중 저역대가 느슨하여 앞으로 밀려오고 중 고역대가 마치 미세하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약간씩 위치가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아카르도와 파비오 비온디의 화려한 바이올린의 음색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또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바흐 음악 연주에서 심벌즈를 훑어가는 브러시의 소리도 조금 무디고 소리결이 서로 붙어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4옴 탭에 연결한 후에 원래 알고 있던 더 정밀하며, 음색적으로도 곱고 잘 통제된 소리를 되찾았다. 중 저역 대의 소리도 스피커 뒤로 자연스럽게 당겨지고 소리가 팽팽하게 되면서 정확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없을까? 이 앰프는 외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품위 있는 성품을 지녔다. 좀 편안하게 이야기한다면, 스피커 우퍼를 두들겨 패는 것 같은 마초적 박력은 더 터프하고 야성적인 제품에서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하이테크적인 분석적이며, 예리한 소리는 못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선 여전히 바이폴라 TR을 사용한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 장점이 있다. 또 진공관 앰프 중에서도 그런 것들이 없진 않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면 가격은 무한대로 높아진다.

결론
가격 대에 관계 없이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보는 수작임에 틀림 없다. 아주 비싸지 않은, 그렇지만 하이엔드 사운드를 감상하기 위한 인티앰프. 오래 곁에 두고 감상할 제품으로, 되팔때 본전 생각하지 않고 사용료 아낌 없이 낼 것을 각오하고 코플랜드 CTA-405에 투자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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