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토시에서 하이엔드급 헤드폰 MHP1000과 이와 짝이 되는 MHA100 헤드폰 앰프를 함께 출시했다.
매킨토시는 하이엔드 오디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차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전통있는 오디오 브랜드로 받아들여진다. 제품의 퍼포먼스와 퀄리티는 오랜 세월 동안 신뢰를 받고 있으며, 브랜드를 상징하는 글라스 패널과 블루 아이 레벨미터는 아직도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하는 존재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 폴리시를 지니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매킨토시 사운드라면 대형 시스템 특유의 풍부하며 당당한 중저음, 그리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이다.
매킨토시의 오랜 팬들이라면 과연 이 노련한 메이커가 매킨토시 사운드를 헤드폰이라는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할 지 기대할 것이다.
물론 기존의 매킨토시 앰프들도 헤드폰 사용자들을 배려해서 별도의 출력을 내장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헤드폰 사용자들에게 오디오를 대신하기보다는 심야에 음악을 감상한다거나 하는 보조적인 용도로 제공되었던 것이라 음악적인 성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헤드폰 전용 앰프를 출시하는 것은 60년이 넘는 매킨토시 역사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매킨토시에서도 최근의 음악 감상 방식이나 오디오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HP1000 헤드폰
먼저 헤드폰부터 살펴보자. 다이내믹스나 깊은 저음 같은 대형 헤드폰의 음질적인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찌만, 헤드폰 매니아들조차 착용감에서는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매킨토시의 새로운 헤드폰은 그 부분에서 기존 제품에 대해 대단히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진 듯 하다.
드라이브 유닛이 탑재된 컵 부분이 상당히 커보이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거의 의식하지 않을 만큼 귀에 부드럽게 밀착된다. 게다가 머리를 내리누르거나 조이는 듯한 압박도 거의 없어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인이어나 온이어 방식의 제품들은 음질은 둘째 치고 장시간의 음악 시청에는 건강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버 이어 방식의 헤드폰 역시 착용감 측면에서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 점에서 MHP1000은 사용자를 안심시켜 준다.
이어패드가 아주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착용감으 더욱 향상시켜주며, 내구성에서 뛰어나 보인다. 패브릭과 스펀지로 만들어진 이어패드는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서 부서지므로 교체가 필요하게 된다. 가죽으로 이어패드를 만든 제품이라면 더 오랜 시간 새 제품처럼 최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함께 제공되는 케이블은 아주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아마 음질적으로도 상당히 검토가 된 듯 하고, 오래 사용하더라도 성능에 거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보너스로 박스 내에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멋진 헤드폰 걸이가 함께 제공된다. 처음에 보면 포장 케이스가 너무 커서 놀라는데, 사실 그 이유는 헤드폰 걸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서드 파티의 어떤 헤드폰 걸이를 구매하더라도 이 헤드폰에 더 잘 맞기란 어려울 것이다.
MHA100 헤드폰 앰프
MHA100 헤드폰 앰프은 단지 매킨토시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굉장히 흥미로운 제품이다. 헤드폰 앰프로는 파격적인 규모와 매킨토시 전통의 블루 아이 레벨 미터는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더하게 된다.
전반적인 느낌은 매킨토시의 파워앰프와 닮아 있다.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매킨토시의 프리앰프를 통합하고 있다. 단지 아날로그 입 출력을 제공하는 헤드폰 앰프 뿐 아니라 USB와 토스 링크 입력을 지닌 DA 컨버터, 앰프 출력까지 지원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스 기기는 물론이고 스피커까지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헤드폰 임피던스 셀렉터 부분이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USB DA 컨버터 제품과 달리 이 제품은 사용하는 헤드폰의 전기적인 특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회로를 내장하고 있다. Cnet.com의 리뷰를 인용하면 로 임피던스 9옴 슈어 SE846 인 이어 헤드폰부터 600옴의 베이어다이내믹 T-1까지 모두 최고의 소리를 끌어낼 수 있다. 이외에도 게인 세팅으로 로와 하이가 있으므로 헤드폰 특성에 맞게 사용이 가능하다.
제품 후면을 보면 커다란 방열판과 견고한 스피커 단자가 눈에 띈다. 채널당 50와트의 출력을 제공하며, 간단한 인티앰프의 역할까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아래에는 USB, 토스링크, AES/EBU 입력단자를 지닌 디지털 입력부와 밸런스 및 언밸런스 아날로그 입력 부, 그리고 프리앰프 출력이 눈에 띈다. 내장된 DA 컨버터는 32비트 192kHz 규격을 지니고 있다. 전면의 HXD(Headphone Crossfeed Director)는 헤드폰의 사운드스테이지의 폭과 깊이 특성을 개선하는 회로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헤드폰 앰프에 탑재된 회로들에 비해 보다 개선된 것이라고 한다.
감상
테스트는 수입원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다. 애플 맥북과 매킨토시의 프리앰프 내장 SACD 플레이어 MCD-550을 연결하고 MCD-550의 헤드폰 출력과 비교했다. 비교 헤드폰으로는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젠하이저의 HD-800을 연결했다.
젠하이저 HD800 헤드폰은 스피커와 비슷한 음장과 포커싱을 들려주는 독특한 헤드폰이다. 대신에 저음역을 견고하게 구동하기에 어렵다는 평판이 있고 착용감이 부담스러운데 비해 이에 비해 MHP-1000 헤드폰은 아주 가볍고 오래 착용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음질은 매킨토시 앰프와 헤드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아주 부드럽고 느긋하며 여유롭다. 그리고 좋은 점은 음원에 따라서 재생음의 편차가 크지 않고 언제나 수준 이상의 소리를 낸다.
소리를 분해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음악적으로 밸런스 좋게 재생하기 때문에 감상하는 데 매우 즐거웠다. 이 소리는 마치 매킨토시 앰프의 사운드처럼 언뜻 들어서는 확 다가오지 않더라도 오래 들을 수록 은은하게 느껴지는성숙되고 깊이 있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재생음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제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