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E.A.R. V20 인티앰프

hifinet 2006. 7. 21. 23:23
Posted by 남상욱 on 01/15 at 11:26 AM

image전설적인 진공관 앰프 설계자인 Tim de Paravicini의 EAR사는 프로오디오와 하이파이 오디오계 모두에 잘 알려진 영국 오디오 제조사이다. 필자 역시 팝음악의 매스터링시 그가 설계한 EQ를 메인 EQ로 사용하고 있는데, 진공관 EQ답지 않은 투명함과 진공관 고유의 아름다운 음색이라는 다소 아이러니한 두 특색을 함께 가지고 있는 흔치 않는 기기로 Paravicini의 설계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도 해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청취에 임하게 되었다.

EAR사의 제품들은 834, 859등 주로 숫자 8로 시작하는 모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V20은 이러한 기존의 모델들과는 다른 이름과 외양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V20이란 이름의 연원은 다소 색달라, Jaguar의 V12라는 엔진이라고 알려져 있다. 워낙 Jarguar사의 차들을 좋아한 Paravicini는 Jarguar의 엔진을 본 딴 디자인(실제로 원 디자인에서는 총 12개의 출력 진공관을 사용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을 자신의 기기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기기의 설계가 완성되었을 때는 총 20개의 ECC83을 채널당 10개씩 사용하게 되어 V12 대신 V20으로 명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사각형 형태의 기존 앰프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이나 ECC83이란 미니어쳐 관을 병렬 푸쉬풀 구조의 클래스 A회로로 구성하되 하나하나의 진공관들은 삼극관 형태를 유지하도록 하여 채널 당 2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게 하는 등 외관과 내용 모두에서 설계자의 비범함이 잘 드러나고 있다.

제품의 기본적인 성향은 미니어쳐 관을 출력관으로 사용했음에도 세세한 무대 묘사나 독특한 음색보다는 호방한 드라이브 능력, 넓은 무대 표현력 등 근육질의 힘있는 전사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파라비치니의 다른 제품들처럼 잘 다듬어진 유포닉한 고역의 음색은 매혹적이며 V20설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저역의 재생능력 또한 훌륭하다. 물론 빠른 스피드의 트랜지스터 앰프 만큼의 반응 속도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여타의 진공관 앰프들이 보여주었던 저역의 퀄리티에 비교하자면 훨씬 정확하고 빠른 반응을 들려 준다. 물론 그러면서도 진공관 특유의 저역의 볼륨감 역시 잃지 않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비슷한 가격대의 인티 앰프들 중에서는 초저역의 재생능력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V20 고유의 성격을 결정짓는 부분은 무엇보다 튼실한 중역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V20에는 주파수의 대역으로 살펴보면 200Hz-400Hz 부근의 기분 좋은 부풀음이 존재하는데, 바로 이 지점이 V20의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러한 부풀음이 매력적인 특성으로 발휘되는 것은 보컬의 재생이어서 어떤 음반을 걸어 봐도 안정되면서도 매혹적인 보컬을 만들어 내 준다. 보컬의 다이내믹스의 급격한 변화에도 전혀 요동없이 자신만의 음색과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다. 보컬의 음상이 앞으로 살짝 나오며 그려지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해상도의 보컬을 만들어 낸다.

20와트라는 수치상의 출력을 무색케 하는 뛰어난 드라이빙 능력 또한 장점으로 언급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앰프들에 비해 스피커의 지향각이 늘어난 듯 좀더 넓은 sweet spot을 형성해 주고 있다. 튼실한 중역대와 뛰어난 드라이빙 능력이 함께 만들어내는 특성일 것이다. 넓은 무대나 충분한 음압감을 느끼게 해주는 매크로 다이내믹스의 표현 능력 역시 V20의 드라이빙 능력에 힘입은 바 큰 특성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러한 특성들은 특별한 음악 장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소규모 실내악과 같이 악기 사이 배경의 깔끔한 표현이 중요한 음악에서는 다소 불분명한 악기간의 경계가 아쉬운 점으로 느껴졌다. 또 중역대의 부풀음으로 인해 생기는 매스킹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다소 얌전해진 바이올린의 연주 역시 실내악 재생에서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좀더 앞으로 나오면서 적극적으로 음악을 리드해야 할 부분에서도 제1 바이올린은 얌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고조되어야 할 음악적 긴장감이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역대의 특색은 피아노의 재생에 있어서도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드러냈는데, 무게감있는 타건과 피아노의 크기가 한 단계 커진 것 같은 낮은 대역의 깊이감은 V20이 만들어 내는 장점이라 할 수 있고, 피아노의 음색이 Steinway D-274 함부르크산의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는 청명함이 Bosendorfer Imperial과 같은 두텁고 따뜻한 음색으로 변화했다는 점은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음향공간의 사실적 묘사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는 단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재생에서는 언급했던 단점은 사라지고 V20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더욱 잘 부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악과 금관의 밸런스가 금관이 커지는 부분에서도 이미지는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유지되었고 포르티시모의 강력한 음압 역시 대편성 오케스트라 재생에 있어 매크로 다이내믹스 재생능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매칭의 성향을 살펴 보면, 통울림이 있는 스피커들 보다는 단단한 인클로져의 통울림을 배제한 현대적 스피커들에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매칭 스피커로 사용했던 Revel사의 M20과 같은 금속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들에서 훌륭한 매칭을 보여 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 좁은 방에서 미니어쳐적이고 핀포인트 적인 음상의 재생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들 보다는 거실과 같은 좀더 넓은 공간에서 넓은 무대와 큰 음압을 즐기기 원하시는 분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상하는 음악적 장르에 있어서도 성악을 주로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그 어떤 제품과도 겨룰 수 있는 음향적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대편성 교향곡이나 팝음악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소편성의 실내악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다소간의 매칭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E.A.R. V20
형식 : 클래스-A, 푸시풀, 인핸드스 트라이오드, 셀프 바이어싱 진공관 인티앰프
사용 진공관 : 채널당 12AX7 x 13, 12AU7 x 2
입력 : 라인 6개, 테이프 1개
출력 파워 : 24Wpc
주파수 응답 특성 : 12~80kHz
THD : 0.5%
신호 대 잡음비 : 90dB
가격 : $4595
제조원 : EAR/Yoshino Ltd., Coombe Grove Farm, Ermine Street, Arrington, Cambridgeshire SG8 0AL, England,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