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 :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최근 TV의 화면 사이즈가 과거에 비해 많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면의 크기와 가정에서의 영화 감상의 비중은 정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DVD, HD 등을 통한 영화 감상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사용자의 경우 프로젝터에 끌릴 수 밖에 없었지요. 프로젝터는 아무리 저가형 기기라고 해도 최소 80인치 이상, 100~130인치를 넘나드는 대화면을 제공하는 데에 별 무리가 없으니까요. 극장에 있는 듯한 임장감을 느낄 수가 있지요. 그러나 TV는 CRT 시절 40인치를 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LCD, 플라즈마 TV 시대에 접어들면서 요즘은 40인치대 제품들이 최근 전성기를 맞이 하고 있고, 얼리어댑터들은 50인치대를 지나 60인치대에까지 관심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프로젝터에 비하면 아직도 영화 보는 맛은 조금 떨어집니다. 그러나 최근 HD 방송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고, 블루레이, HD-DVD 등의 고화질 차세대 포맷이 등장하고 있어 50인치 정도만 해도 과거에 비해 임장감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평판형 TV의 화면 사이즈가 커질수록 과거 프로젝터의 쪽에 쏠려 있던 매니아들의 관심이 TV 쪽으로도 많이 분산될 것으로 보이고요, 다른 한편 일반인들의 TV 구입 목적 사유에서도 "영화 감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이종식 : 일단 화질이 많이 좋아졌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브라운관이라고 부르는 CRT에 비해 LCD나 플라즈마 TV의 영상은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소비자용 CRT보다는 분명히 고정 화소식이 나아 보입니다.
옛날 이야기지만 32-36인치 TV 가 빅 스크린이라는 소리를 듣던 90년대에는 저같은 경우 아주 가까이 앉아서 봤습니다. 36인치 TV에서 임장감을 느끼겠다고 가까이서 들이대고 보던 시절이었죠. 한국은 특히 PC로 모니터에 연결해서 근접 거리에서 영화를 보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대형 평판 TV를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원태 : 평판형 TV는 또 차지하는 공간이 많이 줄어들지요.
이종식 : 몇년 전만 해도 화질에선 프로젝터와 비교가 안되었는데요. 지금은 그만 하면 봐줄 만 하더라고요.
최원태 : 전문적인 화질의 수준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CRT보다는 많이 부족하게 보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점이 있습니다. 최상급 모델들을 가지고 맞비교하면 확실히 CRT TV가 평판형 TV보다 화질이 우수합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특히 영화 감상 등의 목적으로 국한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건 최상급의 하이엔드 모델의 아야기이고요, 실제로 대량 판매되었던 대중적 모델들에 국한해서 보면 CRT TV는 고급모델들과 화질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평판형 TV는 CRT 모델들에 비해 그 편차가 매우 적은 편입니다. 평준화 되었다고 할까요.
또한 특기할 점은 화질 튜닝 부분인데요. 과거에는 소니의 XBR2, PROFEEL 등의 최상급 CRT 모델에서나 겨우 적용이 되던 프로페셔널 튜닝 개념들이 이제는 중가형 플랫패널 TV에서 스스럼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지요. 이건 플랫패널 TV라서 꼭 그렇다기 보다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생산하는 한국과 일본의 제조사들이 이제 화질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정확하고 기준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참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종식 : 지금 상태에서는 CRT가 LCD나 PDP보다 나은 점이 별로 없어요.
물론 프로용 모델 같으면 모르겠지만 일반 CRT TV가 LCD나 PDP보다 확실히 좋다는 점은 블랙이 깊게 내려가는 건데, 완전히 불 끄고 보지 않는 한 일반적인 조명 상태에서는 블랙도 별로 차이가 안나고, 안시 명암비같은 것은 디지털이 더 좋을 수가 있습니다.
선명함에서 밀리니까 색감 등의 장점이 있다해도 컨슈머용 CRT 모델은 크기와 사이즈를 떠나서 거의 멸종 단계까지 간 것이 아닌가(웃음) 생각이 되고, 고급 프로용으로 가면 차이가 나지만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합니다.
최원태 : 대세이지요. 아직 판매대수는 CRT가 더 많을지 몰라도 시장의 대세는 완전히 플랫패널로 넘어 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가끔씩 소니, 파나소닉, JVC 등의 날리던 CRT 모델들을 볼 기회가 있는데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플랫패널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그림은 확실히 더 좋아요.
이종식 : 네, 그림은 더 좋지요. 제가 지금 36인치 소니 베가 제품을 침실에서 사용하는데, HD 방송을 보면, 해상도나 클리어한 포커싱은 CRT가 LCD에 밀립니다. 그런데 색감의 자연스러움, 암부의 지글거리는 노이즈, 그밖에도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아티팩트들이 없으니깐 약간 소프트해보이더라도 눈에 편하고 자연스럽죠. 그런 면에서는 CRT가 낫죠.
최원태 : 플랫패널 중에서도 LCD TV가 대세인 것은 확실한데, 사실 우리는 한 동안 포스트 CRT의 대표주자는 플라즈마 TV가 될 것으로 예측했었죠. 그런데 LCD가 최근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약점을 많이 극복했습니다. 시야각이나 더딘 반응속도 같은거요. 패널 사이즈가 점점 커지면서 플라즈마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추월을 해 버렸습니다. 40인치 대에서는 LCD TV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플라즈마 TV가 계속 LCD TV에 밀릴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50인치 이상으로 사이즈가 올라가면 다시 LCD TV와 호각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일단 사이즈의 대형화와 그에 따른 코스트 퍼포먼스 등에서 아직 플라즈마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 드렸듯이 화면 사이즈가 커지면 자연히 영화 감상에 대한 비중이 커집니다. "영화감상"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LCD 보다 플라즈마가 장점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아직은 LCD TV가 플라즈마 TV를 계속 누를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플라즈마 TV가 LCD TV를 재역전하기는 힘들 것
이종식 : 저는 플라즈마가 LCD를 재 역전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LCD가 플라즈마를 잡아먹게 된 원인이라면 사이즈상으로 40인치 이상은 플라즈마가 대세고, LCD는 PC용 모니터로 쓴다든지 커봐야 40인치 TV였는데, 이제 52인치까지는 PDP와 경쟁이 되는 가격이거든요. LCD의 사이즈가 대형화되고 가격이 내리면서 일단 같은 가격이면 제 생각에 플라즈마보다는 LCD가 대세일 것 같습니다.
60 인치 이상 나가면 아직 LCD는 적당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 없으니까 아직까지는 PDP가 우위에 있지만요. 기업체 중에서 파이오니아와 파나소닉처럼 PDP만 하는 브랜드는 죽을 쑤고 있는 거고, LCD, PDP를 둘 다하는 기업은 LCD에 주력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PDP는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결국 매출에서 재역전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아무리 큰 사이즈로 가도요. LCD도 커지면서 가격이 싸지고 있으니까요.
원태님 말씀처럼 PDP는 자신의 특징을 살려야 하는데 대중에 판매할 때는 밝은 것이 유리하니까 LCD와 경쟁하려고 밝기 경쟁에 주력하고 있으니 문제지요.
시야각이나 응답 속도 등의 문제점은 있지만, 요즘 PC와 TV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빈도도 늘어가는 추세에서 PDP보다는 LCD가 모니터로도 사용하기도 좋으므로 PDP의 입지는 앞으로 점점 좁아질 것 같습니다.
AV 잡지 하이비의 지난 호를 보면 파이오니아 5000EX를 그랑프리로 뽑아주었는데 이건 상당히 정치적인 느낌입니다. 물론 5000EX가 대단히 뛰어난 제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거기에 더해 파이오니아가 PDP 외길을 걸어 온데 대한 배려와 격려도 있다고 봅니다. 10여년을 PDP 한 길로 여기까지 온 것은 진짜 장인 정신이라는 느낌도 들 정도거든요. 외 골수적인 마인드는 평가해줘야 하지만, 이거 어떻게 보면 희귀종 되어가고 멸종되어가는 상황에서 굉장히 뭐라고 할까, 마지막 몸부림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그림으로 보면 제 눈에는 PDP가 LCD보다 끌리지만, 저보고 PDP와 LCD 중 무엇을 살 것인가 고르라면 LCD를 택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점점 LCD 가격은 내려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역전은 어렵다고 봅니다.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플라즈마 고유의 영역이 구축될 것
최원태 : 그건 용도에 따른 차이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LCD TV와 플라즈마를 놓고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두 기종 간의 차이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그냥 매장에 가서 제품을 보고 고르라고 하면 7:3 내지 8:2 정도의 비율로 LCD를 마음에 들어할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LCD가 PDP 보다 "밝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 움직임이 많지 않은 그림만 놓고 보면 포커싱에서도 LCD가 더 강점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매장에서 아주 두드러지게 LCD를 더 낫게 보여줍니다.
반면 PDP의 경우, 일반적으로 LCD 보다 더 우수한 강점으로, 블랙이 더 우수하고 움직임이 지속되는 영상에서의 윤곽이 부드럽고 잔상이 덜하다는 등의 요소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매장에서는 이런 강점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백화점이나 가전 대리점 등 대부분의 매장은 환경이 굉장히 밝습니다. PDP는 특성 상 주위 환경의 조도가 낮아야 블랙이 깊어집니다. 반면 LCD는 아주 어두우면 블랙이 오히려 떠 보이고, 약간 밝아야 블랙이 더 안정됩니다. 따라서 분명 블랙 특성은 PDP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밝은 환경의 매장에서는 LCD가 더 블랙이 좋아보이기도 하고,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는 거지요. 게다가 매장에서 보여주는 데모 영상은 대부분 움직임의 윤곽이나 잔상보다는 포커싱에 중점을 둔, 정지화에 가까운 정적인 영상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일반 매장에서는 PDP가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양 기기의 특성에 맞게 환경을 조절해 가면서 백투백으로 나란히 비교를 해보면 매니아들의 경우 5:5 정도 또는 그 보다 약간 더 우세한 정도로 PDP 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 역시 개인적으로 누가 두 제품 중 한 가지를 골라달라고 추천하면 역시 LCD TV를 많이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TV를 구입하는 주 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TV를 사는 목적이 그냥 일반적으로 드라마보고 뉴스보고 쇼 프로그램 보는 것 등이고 해상도를 제외한 나머지 화질의 고급 요소들을 별로 따지지 않을 상황이라면 LCD TV가 훨씬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PDP는 약간 매니아 쪽에 더 근접한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외광(外光)을 자기가 임의로 컨트롤 할 수 있다거나 또는 별도의 전용룸이 따로 있다거나 할 경우에, 한 마디로 차분하게 영화 감상을 분위기 있게 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보다 더 필름 라이크한 영상, 움직임이 좀 더 자연스러운 영상, 블랙이 좀 더 안정된 영상.. 이런 것에 중점을 두어, 결국 영화감상에 비중을 크게 두는 분들이겠지요. 그런 분들에게는 PDP가 더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TV 시청 목적 중 "영화 감상"의 비중은 아직까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전천후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LCD TV가 더 편하고 좋지요. 가격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화질을 까다롭게 따지고, 영화감상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는 분들, 결국 매니아들, 동호인들이 주류가 되겠지요. 그 분들에게는 PDP가 더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30~40인치대 TV가 주류이지만 몇 년안에 50인치 이상 시대가 될 겁니다. 50인치쯤 되면 과거 아날로그 SD급으로 제작된 영상을 볼 때 아무리 좋은 프로세서를 써도 눈에 상당히 거슬립니다. 50인치 시대가 되면 대부분의 컨텐츠가 HD로 바뀔 것이 확실합니다. 시장원리라고 봅니다. 디스플레이 기기의 해상도가 1920x1080의 풀HD 급이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HD로 잘 트랜스퍼된 영화에 대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커질겁니다. 블루레이 등의 강세, HD급 VOD 컨텐츠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겠지요. 플라즈마 TV가 LCD TV에 다시 재역전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사이즈가 커지면 플라즈마 TV가 나름대로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일정한 영역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지요.
Pioneer PDP-5000EX
이종식 : 문제는요. 그렇게 해서 플라즈마가 살아 남으려면, 패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패널을 공급하는 회사들은 대기업이고 시장 논리에 따라서 기업을 돌리는데, 적자 폭이 커지고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생산 라인을 닫아버릴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면 PDP에 끝까지 자존심으로 버티는 파이오니아라면 손해를 감수할지도 모르겠지만(여력이 있다면...), 다른 업체들은 글쎄요...
최원태 : 개인적으로 하이비에서 파이오니아 5000EX에 그랑프리를 준 것에 동의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내용과 맞물려 PDP의 방향을 파이오니아가 제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쨌든 현재 나와 있는 플랫패널 TV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그림을 보여 주고 있는 모델이 파이오니아의 5000EX인 것은 확실합니다. 플라즈마의 종주라고 하면 역시 파나소닉인데요, 대량생산 위주로 LCD와 맞불 경쟁을 하고 있는 파나소닉은 오히려 좀 불안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파나소닉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고화질+고가 제품을 내놓고 있는 파이오니아가 플라즈마 TV로서는 더 알맞은 전략일 수도 있다 이 말씀이지요.
LCD에게 뒤지고 있다고 어정쩡한 컨셉으로 LCD의 특성을 흉내내려고만 하면 플라즈마는 앞날이 없습니다. 향후에 플라즈마 TV가 취해야 할 방향은 LCD를 흉내낸 "LCD 아류(亞流)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이오니아처럼 LCD가 구현하기 힘든 플라즈마 만의 강점을 살려서 영화 감상 및 대화면 중심 디스플레이 기기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미래에는 대중적인 모델은 LCD 모델이 석권하고, 고화질 고가격 모델들은 PDP가 LCD와 백중하거나 다소 앞설 수도 있는 그런 모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Samsung Full-HD PDP
이종식 : 파이오니아가 아니라 사실 삼성 깐느만 하더라도 영화만 보면 보르도 LCD에 비해서 상당히 자연스럽고 좋은 영상이 나옵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영화 안 보고 뉴스나 쇼,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LCD가 낫다고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용자가 얼마나 색감이나 다른 화질을 꼼꼼하게 따지면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심각하게 따지지 않는다면 LCD가 무난하다는 말이지요.
최원태 : 그렇습니다.
이종식 : 예를 들어서 매니아처럼 영화를 볼 때에는 프로젝터를 주로 사용한다면 PDP보다는 LCD로 가면 되는 거구요. 일반적으로 프로젝터 따로 TV 따로.. 이렇게 구비하는 것은 웬만한 매니아가 아니면 드물다고 할 수 있으니까 이때는 플라즈마 TV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고... 블루레이나 HD-DVD도 관심이 가고...HD 다큐멘터리도 좋아하고...대형 화면으로 영상을 즐기면서 다 보겠다 하면 플라즈마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최원태 :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플라즈마가 보다 더 매니아적인 제품이라고 말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라즈마가 LCD 보다 더 표준영상 구현에 유리한 면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요. 오히려 LCD가 이 점은 더 강세입니다.
이종식 : 그렇지요.
나오는 영상은 LCD보다 좋아보여도 물리적 특성은 LCD에 비해 변화무쌍하고 덜 안정적이죠.
게다가 PC와 전자 제품에 친숙한 세대에서는 TV에 PC를 많이 연결하는 추세인데 이러면 번 인(burn-in)이 생깁니다. 웬만한 방송사 로고로 생기는 것은 무시할 수 있지만 PC에 연결했을 때 생기는 번 인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잠깐 사용하면 몰라도 PC 모니터처럼 지속적으로 쓴다면 데스크탑의 아이콘부터 시작해서 태스크 바같은 정지된 부분들은 그대로 남으니까요. PC 모니터로 40-47인치의 Full HD LCD TV는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그리고 요즘 데이터 방송도 테스트 중인데 IPTV도 나오고 하면 플라즈마는 어쩔 수 없이 오비팅이라는 잔상 방지 방법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거기서도 생기는 문제가 있다는 거죠.
최원태 : 맞습니다. 전부터 많이 제기되었던 질문 중 한 가지가 "PC가 TV화될 것이냐" 아니면 "TV가 PC화될 것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는 PC와 TV가 한데 합쳐 질거라고는 본 거죠. 농담 한 마디 할까요? 흔히 TV의 주인은 여자들이고, PC의 주인은 남성들이 많다고 하지요. 그런데 남성과 여성이 싸우면 대개 여성이 이깁니다. 그래서 저는 PC가 TV의 기능을 갖춰 TV를 대체하기 보다는, TV가 PC의 일반적인 기능을 갖춰 PC를 대체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웃음)
개인적으로 몇 년 안에 IPTV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화질이 열악하고 컨텐츠도 부족합니다. 시스템 구성, 저작권 문제, 복제 방지 문제 등 얽힌 과제들도 많고요. 하지만 언젠가 이 문제들이 다 정돈이 되고 나면, 결국은 거실에 있는 50~60인치대의 대형 LCD 또는 PDP TV를 통해 사람들은 VOD 서비스로 고화질의 영화, 드라마 등을 자유자재로 볼 수 있게 되고, 간단한 정보 검색 등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 때에도 PC라는 존재는 그대로 있겠지요.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PC에서만 필요한 작업들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일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게 꼭 PC를 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간단한 검색 기능이나 쇼핑. 게임 기능 등은 TV에 부착된 PC 기능으로도 모두 가능합니다. TV가 있다고 PC를 사지 않는 집은 없을테니, 보다 전문적인 기능은 따로 PC 앞에 앉아서 하면 될 것인데, 굳이 TV에 복잡한 전문검색이나 프리젠테이션, 워드 프로세서, 그래픽 툴 등의 기능을 다 넣을 필요는 없지요. 아마도 바탕화면 아이콘이나 태스크 바가를 대신해서 TV에는 각 방송사나 IPTV가 제공하는 GUI 아이콘 등이 떠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PC가 TV의 역할을 대신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선 대형 사이즈의 모니터를 눈 앞에 놓고 쓰기는 힘들다는 점이지요. 또 PC는 가족들이 시간을 공유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라기보다는 개인화를 부채질하는 프라이빗 엔터테인먼트이지요. 그런데 이야기가 옆으로 새었네요? 이 이야기가 왜 나왔지요? (웃음)
아무튼 앞으로 TV가 PC 역할을 일정부분 공유할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렇게 되면 자연히 화면에 나타나는 텍스트 정보의 양이 많아지겠지요. 디스플레이 기기는 텍스트가 또렷하게 잘 보이는 타입이냐, 실사 영상을 잘 보이게 하는 타입이냐, 그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요.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영상은 아무래도 윤곽 포커싱이 또렷하고 상대적으로 계조 표현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편 비디오 중심의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소니 BVM 같은 엄청난 가격대의 방송용 모니터 조차도 PC에 연결해서 글씨를 띄우면 흐릿하게 나오는 것이 저가형 LCD 만도 못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LCD TV가 또 잇점이 있겠습니다.
AV 매니아에게 플라즈마는 프로젝터와도 경쟁해야 하는 입장
이종식 : 원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파이오니아가 살아남아서 계속 하이엔드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문제는 하이엔드 유저를 비롯한 매니아들은 PDP가 사라지면 프로젝터로 가면 되니까 그것도 문제가 아닐까요?
최원태 : 그것은 결국 서로 연관된 문제인데요. 투사형 프로젝터의 경우, 지금 720p 모델 같은 경우는 100만원~200만원 대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1080p의 풀HD 조차도 LCD는 300만원대 수준이고, DLP 모델도 500만원대까지 언급되는 실정입니다. 과거 고가 패널의 대명사였던 SXRD나 D-ILA 모델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심지어 100만원대 언더로 DLP 720p 모델이 곧 출시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프로젝터 가격이 비약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사실 플랫패널 TV의 사이즈가 커져간다고는 해도 사실 속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도 60인치대 제품은 거의 "전시용 수준"이고요, 언제 대중화될 지 요원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60인치대까지는 그래도 꾸준히 제품이 발전하겠지만, 7~80인치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굉장히 오랜 기간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격은 둘째 치고요, 설치 문제가 심각해지거든요. 아파트가 다수를 이루는 한국적 주거 현실에서 80인치만 되어도 TV가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갑니다. 고층 주상복합이라면 들고 올라갈 수도 없고... 헬기로 떨어 뜨리나요? (웃음) 운송방법도 그렇고 설치 공간도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70인치대 쯤에서는 일단 그 나라의 주거환경, 설치환경을 고려한 제품 전략이 아우러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프로젝터는 다릅니다. 플랫패널의 사이즈가 5인치, 10인치 힘겹게 올라가는 그 기간 동안 프로젝터의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더 소형화 될 겁니다. 소형 프로젝터로도 80인치~100인치 영상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프로젝터 가격이 TV 보다 낮아지는 보편화 시대가 되면 우리 가정의 디스플레이 기기 문화가 전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종식 : 지금 포맷들의 화질 차이가 유지된다면, 저는 프로젝터가 화질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PDP나 LCD TV보다도 프로젝터로 볼 때 노이즈도 더 적어서 깨끗하게 나오고 색감이나 블랙도 마음에 듭니다.
최원태 : 영화에선 당연히 프로젝터가 좋지요.
이종식 : 그 격차가 어떻게 뒤집히고 따라 잡힐 지 모르겠지만 현재로 봤을 때에는 PDP는 양쪽에 끼어 샌드위치가 된 느낌도 듭니다. 그 점은 매니아들 입장이라도 애매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PDP를 좋아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갑갑하지요.
최원태 : 이건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핵가족화가 더욱 더 심해지고 있지요. 부모를 모시지 않는 정도를 넘어 자녀까지도 적게 낳는 가정이 많습니다. 보통이 한 자녀이고, 두 자녀를 가진 가정의 수와 자녀를 아예 갖지 않는 가정의 수도 엇비슷 해 질 정도로 한 가정의 평균 인구수가 갈 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따질 일은 아니고요, 어쨌든 추세는 이런데, 오히려 각 가정의 집 면적은 커져가고 있거든요. 따라서 과거에 비해 집에 남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될 겁니다. 이들 공간이 전용 AV룸, 전용 오디오 룸 또는 체력단련실 등 취미 생활에 할애 되는 경향이 커질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거실에는 TV, 전용룸에는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가정들도 늘어 나겠지요.
또 이럴 수도 있습니다. 평판형 TV는 벽에 가까이 붙일 수가 있으니까요. TV는 TV대로 벽에 붙여서 설치하고, 프로젝터는 머리 위 천정에 설치 한 뒤, 프로젝터 볼 때는 스크린이 TV 앞으로 내려 오게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게 해 놓고 계신 분들이 꽤 되지요.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볼 때에는 40~60인치대 TV를 사용하다가, 영화가 보고 싶거나 월드컵 축구를 임장감 있게 보고 싶다거나 친구들 불러서 같이 볼 때라면 스크린 내리고 프로젝터 켜서 100~120인치로 시청하는... 그런 스타일이지요. 요즘은 새로 신축하는 고급 아파트들이 이런 시스템을 기본으로 밀고 있기도 합니다. 단순히 매니아들의 특이한 경향이 아닌, 일반적인 모델이 될 날도 곧 올 거라고 보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