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김동혁
마란츠 PM7001은 일본산 오디오브랜드 답게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 편의성 등을 함께 갖춘 설득력있는 제품이다.
일본산 하이파이
일본산 하이파이 브랜드들은 그동안 고급 사용자들로부터 그리 크게 각광받진 못해왔다. 애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보급형/중급기에선 상당한 경쟁력을 가졌지만,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최고급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의 제품들을 완전히 제칠만한 인상적인 제품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마란츠, 데논, 야마하 등 대표적 일본 브랜드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러한 벽을 넘어보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머지않아 그 한계도 극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 하다.
한편, 위의 언급에서도 초점을 문장의 앞부분으로 옮겨보자면 일본 브랜드를 그리 좋게 보지 않는 일부 고급 사용자들도, 보급형/중급기에서의 경쟁력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정서를 고집하는 것이 미묘한 튜닝의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하이엔드 영역에선 걸림돌로 작용하는 면이 있지만, 가격대를 감안한 합리적인 기술과 부품의 투입, 그리고 그에 따른 가격대 성능비, 사용자 편의성 등이 어필하는 중하위 시장에선 ‘고객에 대한 적극적인 서비스 정신’이라는 또 다른 측면의 일본 전통이 플러스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란츠의 엔트리 신모델 PM7001
PM7001은 이 영역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온 마란츠가 새롭게 선보이는 보급형 모델이다. 인티앰프라는 종목 자체가 ‘가격대 성능비, 편의성’ 등으로 어필하는 종목인데다가, 이 방면으론 한 가닥 하는 일본의 만남이니, 이제 막 저가형 대중기기들을 탈피하여 백만 원대 이상의 ‘하이파이’ 세계에의 입문을 앞두고, 두려움과 흥분 속에 그 아래의 ‘조금은 안전한 가격대’에 발을 디뎌놓고자 하는 사용자들은 눈여겨볼만하다.
사양, PM8001과의 차이
PM7001은 70W(8Ω )/100W(4Ω )의 출력에 전고조파 왜율 0.02%(20Hz~20kHz 양 채널 동시구동. 8Ω부하, 35 ), 댐핑팩터 100(8Ω 부하, 20Hz~20kHz, 30W ), 라인입력 SN 비 88dB(포노MM 입력 시 85dB, 파워앰프로 구동 시 107dB ) 등의 사양으로 구성되어있다. 마란츠 메인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보면 이 모델은 한국과 유럽시장을 위한 것으로, 일본에는 이보다 한 단계 상위기종인 PM8001이 출시되어있다. 둘을 비교하면 스펙 상의 수치는 주파수 특성(CD)에서 5Hz~100kHz의 동일한 대역폭에 +0/-3dB(PM8001)와 ±3dB(PM7001)의 차이를 제외하면 완전히 동일하며, 내부적으로도 신형 회로 레이아웃을 채용한 파워앰프 블록과 HDAM-SA 회로, 전류 귀환형 오디오회로 등 대부분이 일치한다. 그러나 PM8001에는 2중 쉴드 구조의 자속 누설을 억제한 신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채택되었고, WBT제 스피커 단자가 달려있으며, 전류 귀환형 포노 이퀄라이저 회로(MM)와 리모컨에서 차이가 난다.
디스플레이에 있어 1080p 해상도와 같이, 오디오에 있어 거의 이상적인 재생대역이랄 수 있는 5Hz~100kHz의 광대역은 별도 서브우퍼의 힘을 빌릴 경우를 제외하면 대형 우퍼와 수퍼 트위터가 달린 고급 스피커와의 연결에서 가능한 일이고, 또한 5Hz의 초 저역에서 100kHz의 초 고역까지 감상자에게 조금이나마 그 효과가 느껴질 정도로 재생을 하자면 엄청난 구동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스펙의 수치를 완전히 실질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SACD가 점차 대중화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과거 CD의 대역에 맞춘 20Hz~20kHz의 명확한 한계를 가지는 앰프들에 비하면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고, 감도 100dB 이상의 빈티지 스피커 조합 등 극단적인 예도 없는 것은 아니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하다.
편의성, 디자인
하이파이 엔트리 레벨의 경계선이라 할 만한 이 가격대(70만 원대 )의 인티앰프들은 기본기 외의 다른 무엇을 추구할만한 여유가 부족해서인지 기본적인 입출력만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PM7001은 사용자 편의성이 뛰어난 일본 제품답게 프리아웃과 메인 입력을 함께 갖추고 있어 프리앰프나 파워앰프로의 용도 변경도 가능하며, 헤드폰 출력도 갖추고 있다. 사용자에 따라 다소 아쉽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은 스피커 단자가 바나나형에 대응하지만 말굽형은 접속할 수 없게 되어있다는 것 정도다. 색상은 블랙과 실버 2종류로 리뷰용으로 받은 것은 블랙 모델인데, 약간 광택이 도는 전면 패널의 흑색 도장에 마란츠 앰블램과 입력 표시부, 톤 컨트롤과 밸런스 등 아랫부분의 소형 노브들에 금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투박하지 않고 ‘신경 좀 썼구나’ 싶게 이쁜 디자인이다.
리모컨은 백라이트도 지원되지 않고, 모든 버튼 모양이 동일한 단순형이지만 리모컨 수광부가 약간 돌출되어서인지 설명서와 달리 좌우 60도 이상의 위치에서도 작동이 잘되고, 웬만큼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도 응답하는 등 반응도가 매우 뛰어난데다, 주로 사용하는 전원 온/오프와 볼륨 업/다운/음소거를 좌측 위와 우측 아래로 눈에 띄게 확실히 구분해놓아 사용하기엔 그리 불편하지 않은 무난한 수준이다.
들어보기-디자인과 유사한 분위기의 성향
다소 우연의 일치라 할 만한 부분인데, PM7001의 사운드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리뷰용으로 받은 블랙 마감 제품 디자인에 대한 인상과 거의 일치한다. 기본적으로 가장 침착하고 무난한 색이라 할 만한 블랙으로 되어있지만, 마치 전면 패널의 알루미늄 소재가 비쳐 나오는 듯 미묘하게 광택을 띄고 있으며, 여기에다 곳곳에 반짝반짝 빛나는 골드로 포인트까지 주어, 결과적으로 블랙이지만 어두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리 나대거나 티내지 않으면서도 미묘하게 눈웃음을 치는 듯한 느낌에 계속 눈길을 주게 되는 사람과도 같다고나 할까. 음 끝이 뭉툭하거나, 저역 받응이 심하게 느리고 투박하거나 하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 매우 가늘다거나 쏘는 느낌도 주지 않아 구분을 하자면 중립적인 쪽에 속하지만, 마치 처마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간 기와집처럼 음 하나하나에서 미묘한 정도로 밝은 느낌이 풍겨 나온다.
궁합, 구동력
구동력은 8Ω에서 70W, 댐핑팩터 100(20Hz~20kHz, 30W)로 아주 넉넉하진 않지만, 그리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플로어스탠딩이라도 감도가 90dB 이상으로 비교적 울리기 쉬운 스피커에선 전 대역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그리 받지 못했다. 그러나 트라이앵글의 셀리우스 ESW와 같이 감도가 92dB로 높아도, 기본적으로 덩치가 있는데다 지름 약13cm의 우퍼가 두 개나 달려있고, 고역이 다소 공격적인 스피커와의 조합에서는 구동력 부족으로 인한 고역으로의 쏠림현상도 더해져 고역이 너무 밝게 들리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중립적이면서도 약간 점잖은 편인 B&W 704와의 조합에선 서로의 특징이 잘 조화되고, 보완을 이루어 중고역은 점잖은 가운데 군데군데 화사한 느낌을 드러내어, 마치 흰 밥에 조금 자극적인 양념을 뿌려놓은 것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반대로 너무 심심하지도 않게 듣는 맛을 즐기는 소리가 되었다. 이 경우 100만 원 이상의 앰프와도 그리 차이를 느낄 수 없었을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다.
같은 맥락에서 ELAC 50시리즈, 모던쇼트 지니와 같이 고역이 점잖은 스피커와 잘 어울릴 듯하고, NHT와는 상성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스기기에서도 데논 DCD-2000AE와 같이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경향이 강한 기기에서보다는 마란츠 SA15S1과 같이 상대적으로 중심을 잡는 스타일의 기기에서 그 미묘한 발랄함이 다스려지면서 살짝살짝 이쁜 면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모습이 되었다. A급 증폭 앰프들의 투명함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기기 매칭에 따라 그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반응, 저역
궁합이 잘 맞는 스피커와의 조합에선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BMG CD 270002019 B)에서의 저역 펀치력도 괜찮은 수준으로 나와 주었지만, 반응은 다소 느린 편. 알프레드 브렌델과 사이먼 래틀, 빈필 협연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필립스 462 784-2)을 들어보면 빠른 연주 중에 좌우 건반의 템포가 살짝 섞이기도 하고 박자가 흐트러지기도 하는 모습이 언뜻언뜻 감지되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심하지 않아 확연히 드러날 정도는 아니므로 가격대를 감안하면 흠이 될 수 없겠다.
애매한 가격대라 과연 AV 리시버와 차이를 드러내줄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성향이 비슷한 동사의 AV 리시버와 비교해보면 소리의 미묘한 결, 디테일 등을 더욱 잘 드러내주며, 상대적으로 애써서 힘겹게 들려주는 초년생과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연주하는 원숙한 음악가의 차이와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총평
기본적으로 어디 하나 크게 부족하지 않은 만족스런 만듦새와 디자인, 기본기와 함께 프리앰프나 파워앰프로의 용도변경도 편리한 괜찮은 제품이다. 기기매칭, 그중에서도 특히 스피커를 잘 맞는 놈으로 붙여준다면 하이파이 입문자나 저가형 서브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투자비용에 비해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편안하게 즐길만하겠다.
사양
*출력(20Hz~20kHz) : 70W×2(8Ω ), 100W×2(4Ω )
*전고조파 왜율(20Hz~20kHz 양 채널 동시구동, 8Ω ) : 0.02%
*주파수 응답 (CD, 1W, 8Ω load) : 5Hz~100kHz ±3dB
*댐핑 팩터(8Ω, 20Hz~20kHz) : 100
*입력 감도/입력 임피던스
포노(MM) : 2.5mV/47kΩ
CD, LINE, TUNER, AUX/DVD, RECORDER : 200mV/20kΩ
MAIN IN : 1.6V/20kΩ
*출력 전압/출력 임피던스
프리 아웃 : 1.6V/560Ω
*최대 허용 PHONO 입력 레벨(1kHz)
MM : 130mV
RIAA devitation(20Hz~20kHz) : ±0.5dB
*S/N(IHF-A, 1W, 8Ω )
PHONO(MM) : 85dB(5mV 입력 )
CD, LINE, TUNER, AUX/CD, RECORDER : 88dB(500mV 입력 )
MAIN IN : 107dB
*톤 컨트롤
Bass(50Hz) : ±10dB
Treble(20kHz) : ±10dB
*전력 소비량
(EN60065) : 250W
(4Ω, 100W×2 출력 ) : 470W
*크기 : W440×H126.5×D364mm
*무게 : 10.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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