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대표 출품작 역시 LCD 텔레비전인 브라비아 제품들입니다. 큰 화제를 모은 플레이스테이션3이나 PSP도 아니고, 바이오 노트북이나, 새로운 SLR 카메라나 캠코더도 아니고, 소니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SXRD 리어프로젝션도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합작사를 통해 생산된 패널로 제조한 LCD 텔레비전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전시회에서 모든 업체에 걸쳐 평면 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막대했습니다. 영상과 음향 분야의 오랜 강자였던 소니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3와 HD 캠코더, 그리고 소니 픽처스의 블루레이 타이틀처럼 엔터테인먼트 소스기기를 주력으로 공급하는 업체의 최종 출력 장치로서 HD 디스플레이는 더욱 더 중요합니다. 소니의 모든 전시 제품 위에는 바로 LCD TV가 설치되어 있었고, 게다가 이를 통해 제품 설명과 시연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샤프가 108인치 LCD TV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은데 비해, 소니는 80인치 LCD TV를 부스 바깥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게 약간 숨기듯이 전시했습니다. 샤프도 마찬가지만, 화질의 완성도는 제품의 크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70인치 이상을 커버할 필름이 없어서 역시 가운데 절반 부분에 세로 줄이 보입니다. 일본 가전 업체들의 평면 디스플레이 기술은 거의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고 보여지는데, 문제는 디자인 부분이 될 겁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로 도약한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보르도의 차별화된 디자인이었습니다. 소니 역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하고 브라비아 X처럼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도시바나 샤프 전자보다는 소니의 디자인이 좀 더 우월한 편입니다.
> 잘 알려진대로 브라비아X의 디자인 특징이라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젤에서 투명 아크릴을 아래 쪽에 부착한 바 있고, 보르도의 후속 제품도도 모젤과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 상에서 제품이 디자인되었습니다. 컬러 베리에이션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LG 전자가 출품한 우드 베젤의 디스플레이 시 제품 역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소니의 독자적인 디스플레이 소자인 SXRD는 리어 프로젝션과 프런트 프로젝션 분야에 국한되어 사용됩니다. 이전에 60인치 제품은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70인치 제품이 출품되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에서 LED를 사용하여 색 범위를 확장한 DLP 프로젝션을 소개한 것처럼 소니에서도 레이저 광원을 사용한 SXRD 리어프로젝션을 선보였습니다. 현재로서는 레이저 광원이 가장 넓은 색영역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색 영역이 확장된 소스가 뒷받침이 되지 못하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실제 시연 화면에서도 커다란 장점을 발견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신 기술을 선보이는 전시회의 특성에 부응하고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OLED 역시 미래의 기술입니다. 소니가 출품한 소형 OLED 디스플레이는 리어프로젝션과 달리 직시형 방식이기 때문에, 향상된 색영역의 특징이 화면에 반영되어 대단히 진하고 선명한 색감, 노이즈 없는 깨끗한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품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메인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데에는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소자이기도 합니다.
소니는 블루레이의 창안자이지만, 최초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발매의 타이틀은 삼성전자에게 양보했습니다. 또 블루레이를 탑재한 플레이스테이션3의 발매가 여러 차례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미 2세대 제품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의식한 때문인지 몰라도, 코드명 새파이어2라는 슬림 타입의 블루레이 시제품을 전시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로서는 소니 최초의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화질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역시 2세대 제품의 빠른 출시가 더 기대됩니다. 그런데, 새파이어2의 디자인이나 새시를 보면 아무래도 염가형 제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삼성전자 제품과 달리 첫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 CD 재생을 생략했던 것은 새파이어2 모델에서 어떻게 달라질 지도 궁금합니다. 심지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기에서는 SACD 포맷까지 지원하는 것에 비해서 단품 플레이어의 상품성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녹화 편집에 사용되는 어도비 프리미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테라바이트급 하드디스크 녹화장치도 선을 보였습니다. 소니가 지향하는 HD 월드는 단지 방송국에서 송출되는 신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제작하고 체험하는 하나의 완성된 고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그 고리는 전부 소니 제품으로 이루어지도록 기획이 되고 있구요.
블루레이 타이틀을 원하는 사용자 뿐 아니라, 인터넷과 연계되는 하드디스크 영상 저장 기기를 더욱 기대하는 경우도 있을 법 합니다. 소니에서는 브라비아 비디오 링크라는 이름의 PVR을 출시하였구요. 소니 제품인 만큼 철저하게 가전 업체의 입장에서 제품을 설계한다면, 아무래도 사용자 편의성에서 기대를 해볼 만 합니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벽에 모아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어쩜 전시 해 놓은 모양은 HD-DVD도 마찬가지였구요. 아직까진 타이틀 숫자도 큰 격차 없이 막상 막하인 듯 합니다. 소니 픽처스라는 제작사를 갖고 있는 소니인 만큼 블루레이 분야는 놓치기 어렵고 적극적일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번에 LG 전자에서 출시한 HD-DVD 겸용 제품에 대해서 오히려 소니가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처음에 블루레이 진영으로 LG 전자에게 힘을 실어 주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HD-DVD 진영에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만일 겸용 제품이 주류가 되더라도 HD-DVD 겸용 플레이어를 내놓기 어려운 것이 소니의 현재 상황입니다. 반면에, 소니의 경쟁자인 도시바로서는 희희낙락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차세대 미디어 포맷 재생기에 대한 경쟁 구도 속에 포맷 제안자인 일본 가전 업체의 첨예한 경쟁 구도도 숨겨져 있는 셈입니다.
미놀타의 디지털 카메라 부분을 넘겨 받아 제작한 알파 시리즈는 다양한 스펙의 칼 자이스 렌즈를 소개했습니다. 바이오 노트북, 또 HD 캠코더 등은 제품의 시연 행사 없이 조용한 전시로 시선을 붙잡지는 못했습니다. 모델을 목마에 태워 돌리던 카시오라든지 댄서 팀을 동원해서 신나는 캠코더 시연을 보여준 캐논과는 굉장히 대조적입니다.
PSP는 직접 메뉴를 조작할 수 있도록 시연되었습니다. 나온지 오래된 제품이어서인지 관심도는 조금 덜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는 게임기로만 LCD 디스플레이와 함께 시연되었습니다. 여러 대의 플레이스테이션3를 설치해서 마치 게임장처럼 전시를 연출했습니다. 관람객들도 이미 플레이스테이션3에 익숙한 듯 그랑투리스모HD를 능숙하게 조작했구요. 게임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브라비아와 연결된 화면은 역시 실사 화면처럼 훌륭했습니다.
전반적인 전시회장의 분위기는 굉장히 차분했습니다. 보컬 가수의 공연도 다른 곳과 달리 기타 반주의 조용한 노래들로만 진행되었고요. 우주 비행사로 유명한 존 글렌의 저서 홍보와 연계하여 전자 독서기인 '리더' 제품을 홍보하는 토크쇼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어, 넓은 부스에서 진지하게 제품을 테스트하는 관람객들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제품 전시 공간이 좁아서, 지나다니는 관람객에 치여, 한 자리에서 제품을 오래 지켜볼 수 없도록 배치가 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습니다. 제품 설명에 대답하는 행사 요원까지 그 수가 많았던 탓도 있을 겁니다. 전시 업체중 가장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전시 제품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의외의 결과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