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좋은 소리를 내주는 앰프는 덩치가 클수록, 무게가 무거울수록, 열을 많이 내뿜을수록, 전력소모가 심할수록 성능과 비례한다는 패러다임이 들어차 있어서 그렇지 않은 앰프를 보면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린, Naim오디오, 골드문트 같은 제품은 이런 정형화된 공식에서 비켜가 있는 특이한 존재여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볼 것 같은데, 이들과 비슷한 노선을 밟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몸통마저 반으로 쪼개놓아 극단적으로 블럭화 시킨 사이러스나 JOB 제품을 바라볼 때면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이상 팔짱을 끼고 실눈을 뜬 채 쳐다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이러스는 특이하게도 기존 제품에 보조제품을 추가하여 성능을 차근차근 보강시킬 수 있는 길을 제공하고 있다. PSX-R이라는 전원부 보강 장치를 달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필요하다면 파워 앰프를 하나 더 구입해서 바이 앰핑을 시도할 수 있게 지원한다거나 모노 앰프 타입으로 구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사이러스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큰 목돈이 들어가는 게 버거운 구입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실속 있는 업그레이드 방법을 제시한 좋은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스텝 바이 스텝 블럭 쌓기 시스템이라는 개념 자체에 익숙하지 않거나 관심이 당기지 않는 사람에게라면 별 감흥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구입자의 부담이 적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PSX-R이라던가 스마트 파워 플러스 앰프 가격을 생각하면 적어도 사이러스가 사용자에게 보탬을 주려고 한 것에는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오디오 브랜드는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은 약자에 속한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리뷰 인심이 후하게 더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한 반대로 그것 때문에 부당하게 대접 받지 않도록 신경 썼다.
제품사양
사이러스 프리 앰프 Pre X vs
파워 앰프 스마트 파워 플러스
제품구성
방열판까지 한 덩어리로 주물 성형된 섀시는 비자성체 마그네슘 합금 재질로 되어 있고 그 위에 6중 페인팅을 한 것이다.
메인 스위치는 뒷면에 있고 리모컨을 통해서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를 한 번에 켤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파워 플러스에는 2쌍의 스피커 단자가 달려있어 바이와이어링을 하기에 좋다. 그런데 금속판을 말아놓은 형태를 가진 BFA 타입의 스피커 단자만 지원한다는 것에 유의해야겠다. 터미네이션이 되어 있지 않은 나선 형태의 스피커 케이블 선재는 파워앰프 구입 시 동봉된 BFA 연결 단자에 나사로 조여서 결선할 수 있다. 이왕이면 바나나 플러그를 끼워 쓸 수 있는 젠더처럼 사용할 수 있게 BFA 연결 단자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편집자주 1)
스마트 파워 플러스는 기본적으로 스테레오 앰프지만 다양한 활용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에 한 대를 더 구입하면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사용하는 프리 앰프에서 프리 아웃 단자가 하나밖에 없더라도 파워 앰프에 마련된 루프단자를 통해서 바이 앰핑이 가능하다. 물론 프리앰프에서 프리 아웃 단자를 두벌 제공하고 있다면 파워앰프의 루프단자를 사용하지 않고 프리앰프의 프리 아웃 단자를 사용하는 것이 음질 상 유리하다. 또한 각각의 스마트 파워 플러스 앰프를 하나의 채널만 담당하는 모노 앰프로 전환시켜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의 모노 앰프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브리지 접속 방식이 아닌 사이러스 고유의 모노 전환방식을 사용하여 음질 열화를 최소화 했다고 한다. 그밖에 전원 부를 보강할 수 있도록 PSX-R을 연결하는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앰프 뒤쪽에는 방열구가 뚫려있는데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았다.
프리앰프에는 프리 아웃 단자가 두 벌 마련되어 있어서 바이 앰핑을 지원한다. 그리고 PSX-R을 연결하는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신형 vs 버전에 포함된 vs 회로는 소리를 변조 시키는 DC 서보 회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신호 경로상의 주요 부품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커플링 커패시터를 바이패스 함으로써 커패시터로 인한 음색 변조의 영향을 받지 않게 했을 뿐만 아니라 대역폭이 희생되거나 투명성을 잃지 않게 한다고 한다.
들어보기
프리 앰프 Pre X vs와 파워 앰프 스마트 파워 플러스로 구성된 조합, dCS P8i SACD 플레이어의 디지털 볼륨을 이용한 스마트 파워 플러스 직결 조합 그리고 Antique Sound Lab의 Passive T2 패시브 앰프를 이용한 스마트 파워 플러스 조합을 골고루 사용해서 청취했다. 대부분의 청취는 스마트 파워 플러스 한 대 만을 가지고 청취했고 뒷부분에 스마트 파워 플러스를 한 대 더 동원해서 모노 구성으로 들어본 결과를 첨부한다. 대부분의 청취를 스마트 파워 플러스 한 대 만으로 들었다는 것은 그 정도로도 특별한 부족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셔도 좋다.
이번 리뷰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스피커 케이블 단자의 호환성 문제로 인해서 필자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알파코어 괴르츠 MI2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해서 들어볼 수 없었고 보조로만 사용하는 카나레 4S8G를 연결해서 들어보았다는 점이다. 카나레 스피커 케이블은 엄밀한 관점에서 초고역에 약간의 롤 오프가 있어서 오디오 시스템이 광대역을 다루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게 했고 역시 엄밀한 관점에서 봤을 때 트랜지언트 리스폰스에 조금 손색이 있으므로 제품의 잠재력을 완벽하게 꺼내주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리고 필자의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지 않아서 바이 앰핑을 테스트해보지 못한 점이다. 참고로 사이러스는 모노 방식을 연결하는 것 보다는 바이 앰핑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프리앰프 Pre X vs는 4천불 이하의 프리앰프들이 겪는 실수들을 잘 피하고 있다. 잘못 설계된 프리앰프들은 오디오 신호를 처리할 때 빠르게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없어서 (다른 말로는 트랜지언트 리스폰스가 좋지 않고, 엔벨로프 재생이 잘 되지 않음 ) 소리가 늘어지게 들리거나 세부가 밋밋하게 들려서 음색도 변형되고 생동감도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Pre X vs는 소스기기의 음질이 향상된 현재의 시점에서 프리 앰프가 지녀야 할 역할에 걸맞게 앞단의 신호를 가능한 투명하게 전달하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세 신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으로 전달되게 했고 음색도 변화가 최소화 되었다. 고역에 롤 오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겠다. 그렇지만 소리를 날카롭게 했다거나 긴장감이 들게 하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미징도 너무 부풀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확 쪼그라든 것처럼 가느다랗게 나오게 하지도 않았다. 또한 볼륨의 크기에 따라서 소리에 현격한 차이가 생긴다거나 하는 문제도 나타나지 않는다.
소리는 충분히 투명하게 하되, 그렇다고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게 해서 자연스럽고 음악적으로 들리는 고품격 사운드를 빚어내고 있어, 여러 해를 두고 꾸준하게 개선작업을 벌여왔음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약점을 지적하자면 저역 쪽의 무게와 파워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손실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서 음악 재생의 스케일이 작아지고 음악을 통해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재생하는데 소극적이 되어서 감상에서의 흡인력이 부족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크릭 CD53 CD 플레이어를 매칭시켰을 때 상대적으로 보완이 많이 되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고 dCS P8i나 소니 SCD-XA9000ES로는 보완이 되지 않는 경우다. 보완이 안 된 경우에는 비록 남성 성악가의 목소리가 젊어진 것처럼 가늘게 들리지는 않지만 몸 컨디션이 안 좋은 것처럼 뒷심이 약한 소리가 나와 준다. 그리고 마우리찌오 폴리니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연습곡을 들어보아도 아래쪽 건반을 짚을 때 힘이 충분히 실리지 않는다. 이런 파워의 부족은 파워 앰프를 더 붙여서 모노로 연결하더라도 해소가 되지는 않았는데 Pre X vs에 PSX-R 전원장치를 연결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편집자주 2)
한편 스마트 파워 플러스를 패시브 프리 앰프나 소스기기 직결로 들어보면 이 파워 앰프가 얼마나 실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레벨 퍼포머 M-20스피커는 4Ω에서 전류 공급 능력이 원활하지 못한 앰프에 물리면 가녀린 소리가 나오곤 한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 연결해준 경우에는 예외적인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 스피커를 울려주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해야겠는데 스마트 파워 플러스를 연결하니 파워 앰프의 덩치나 무게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다르게 가냘프지 않고 제대로 된 당당한 소리를 내준다.
피레스-황-뒤메이가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를 눈을 감고 들어보면 첼로의 울림이 완전한 모습을 갖춘 것으로 들려와 밸런스가 좋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미세 오디오 신호에 대한 반응은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되어서 피아노의 각 건반들은 내줘야 할 소리를 뭉그러트리지 않고 각각 다른 톤을 내주고 있고, 연주자의 타건과 터치에 따라서 달라지는 미묘한 뉘앙스를 훼손시키지 않고 재생하고 있다.
스마트 파워 플러스는 명기된 출력은 작은 편이지만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 곡에서도 불안하게 하지 않고 안정된 소리를 내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점은 그런 평균 이상의 구동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자연스런 음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의 앰프들이 섬세한 음악 표현이 잘 되는 경우는 스피커를 쥐고 흔드는 능력이 부족하고, 또 반대로 스피커를 마음 놓고 쥐락펴락하는 앰프들은 크롬 도금이 연상되는 인공적인 번쩍거림이 묻어 있다거나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생동감이 희생된다거나 하는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물론 힘과 섬세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앰프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린 앰프 정도로 높아져야 가능해진다.
스마트 파워 플러스 파워 앰프를 스테레오로 사용하면서 약간만 더 매끄럽게 나와주기를 바랬던 때는 교향곡을 볼륨을 왕창 올려서 들을 때였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파워앰프를 한 대 더 투입해서 모노로 구성했을 때의 소리를 정리해 볼 차례다.
가장 큰 장점은 채널 분리가 확실하고 파워에 여유가 생기면서 사운드 스테이지가 널찍하게 펼쳐진다는 점을 꼽고 싶다. 제니퍼 원스의 the Famous Blue Raincoat 앨범에 실린 First We Take Manhattan은 높은 음량으로 틀어도 신경질적이라거나 까스랑댐이 없이 여유롭게 들린다. 음색이 두텁게 변한다거나 음의 중점이 많이 달라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힘이 부치는 앰프를 연결한 경우에는 안락함이 덜하고 힘센 앰프에서만 비로소 근사하게 재생되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힘차고 박력이 있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는 헤드룸이 충분해서 목을 누르듯이 들리지 않는다. 혈색이 좋고 컨디션이 좋아진 것처럼 수월하고 매끄럽게 소리를 내주는데 그 순간 마치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수준의 선진국 생활수준에 도달한 것 같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무리
사이러스 분리형 앰프는 비록 크기가 작지만 음악의 미세하고 섬세한 부분과 힘이 필요한 부분을 둘 다 절묘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사이러스 분리형 앰프는 이전에 필자가 경험했던 구형 사이러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들로부터 받았던 인상들과는 달리 파격적으로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주는 제품이라는 느낌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가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단한 재생수준을 보여주었는데 가격까지 감안하면 정말 대단하다. 특히 스마트 파워 플러스는 파워앰프 부문 베스트 바이 감이 아닌가 싶다.
각주
* Naim audio의 경우에도 flat cap이라는 전원 보조장치를 달아서 제품 성능을 향상시킨 사례가 있다.편집자주
1) 사이러스 제품에 들어있는 BFA 단자외에 시중에서 튜볼라 단자라고 부르는 구멍뚫린 바나나 단자를 쉽게 구할 수도 있다. 튜볼라 단자는 BFA와 일반 바나나 단자 연결단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BFA)형태의 단자다2)수입원에 따르면 PSX-R을 연결할 경우, 저역의 살집과 전대역에 걸친 에너지감이 증가하며, 중고역의 투명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시청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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