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토마 HD80 DLP 프로젝터 (1)
제품 포지셔닝
연중 지속되는 프로 스포츠를 생각해보자. 한 시즌을 진행하다 보면 주전멤버 모두가 항상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한다. 부상이든 성적 부진이든 중간에 교체되는 멤버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멤버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그 대체 멤버가 좋은 성적을 내 주게 되면 그 팀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테면 옵토마(Optoma)와 홈 시어터 프로젝터 시장이 바야흐로 비슷한 관계이다. 물론 옵토마는 신인은 아니다.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판매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강호이다. 하지만 2천루멘이니 3천루멘이니 하는 무지막지한 수준의 밝기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고, 치열한 단가경쟁에 전력을 거는 비즈니스 시장의 제품 컨셉과 홈 시어터 시장의 제품 컨셉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싼 것을 마다하는 소비자야 어디 있겠는가만, AV 매니아들은 가격 못지 않게 기기의 성능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까다롭다. 대개는 후자에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더라도 성능이 좋으면 때때로 대박이 나는 제품도 심심찮다. 일반 시장에서 상상하기 힘든 "하이엔드 시장"이 오롯히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안 되고, 계조 표현력이나 그레이스케일의 유니포미티, 색상의 정확도, 색온도, 프로세싱의 정확도 등등 지켜야 할 표준 사양들이 너무 많다. 기본적으로 화질에 대한 컨셉이나 영상을 만들 때의 마인드 자체가 데이터 시장과 홈 시어터 시장을 많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아직 홈 시어터 시장에서 옵토마는 신인이다. 그렇다면 신인 선수 옵토마는 지금 주전 멤버 자리를 꿰찰 기회를 잡고 있는가? 적어도 국내 시장에 한해서는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치열했던 720p DLP 프로젝터 시장을 기억해보자. 샤프, 마란츠, 삼성, 야마하, 미츠비시, 심투, 룬코, 인포커스… 내노라 하는 강자들이 저 나름 우수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720p에서 1080p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휴지기를 잠시 거친 뒤의 2007년 여름. 국내 시장에서 이들 제품들은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야마하와 미츠비시는 1080p DLP 제품 개발을 중단했고, 인포커스는 사라졌으며, OEM 중심의 룬코도 새 제품을 수배하지 못하고 있다. SIM2는 1080p 제품을 국내에 선 보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1000만원대의 고가제품이고 비슷한 가격대의 마란츠는 아예 국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수입 자체를 중단해 버렸다. 유일한 국내 브랜드 삼성은 1년이 넘도록 제품 출시를 늦추고 있고(※HD80 도입시점 기준의 얘기다. 삼성은 최근에 제품 출시를 했다.), 샤프는 초반 의욕적으로 론칭하는 듯 하더니 “프로젝터의 형식인증 제도 도입” 이야기가 나돌 무렵, 갑자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앞으로도 샤프가 재 수입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형식인증, 형식인증, 형식인증... 정말 할 말이 많은 제도이다.)
2007년 여름. 문득 주위를 돌아다보니 1080p DLP 프로젝터들이 모두 숨어 버렸다. 날리던 주전 멤버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때 등장한 새로운 신인이 바로 대만산 데이터 프로젝터 브랜드인 옵토마와 벤큐다. 분명 기회를 잡은 것은 확실하다. 홈 시어터 시장에서의 지명도는 아직 뒤떨어지지만 DLP 경쟁 상대가 전멸한데다가, 다른 포맷인 LCD에게는 일단 DLP가 한 수 쌓고 들어갈 수가 있다. 이 시기에 AV 영상 기기로서의 실력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준다면 이들은 앞으로 소니, 샤프, JVC, 미츠비시, 삼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기회를 잡은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AV 기기로서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보여 주류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벤큐와 옵토마를 같이 버무려서 말할 수는 없겠다. 솔직히 벤큐는 데이터용 제품을 모델명만 바꿔 달아 홈 시어터 시장에 내 놓은 듯한 느낌이 있다. 반면 옵토마는 홈 시어터 시장을 겨냥한 전용제품을 별도로 개발했고, 제품에 대한 마케팅 컨셉도 기존 모델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품 발표회 때의 설명이나 제시된 안내책자 등이 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 컨셉은 그랬는데 정작 제품 개발 쪽의 컨셉은 아직도 의향이 좀 다른 모양이다. 아직도 걸어 가야 할 길이 꽤 많이 남아 보인다. 과도기적인 상태라고 할까. 제품의 일부 특성은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로서도 아주 우수한 편에 들어 있지만, 또 다른 어떤 특성은 데이터 프로젝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데이터 시장에서 비디오 시장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거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방향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보다 미래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생각이 있다면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바라건대 필자의 리뷰가 이 과정에 일호(一毫)라도 조력할 수 있는 역할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제품 기본 스펙
옵토마 HD80은 0.95” 1920x1080 DMD를 장착하고 있다. 다크칩2를 사용했다. 회사측이 발표한 최대 다이내믹 명암비는 10000:1, 안시 명암비는 550:1이다. 늘 이 부분만 나오면 꼬리를 붙이게 되지만 “실험실 수치”로서의 명암비 수치는, 파워 앰프의 출력 표시만큼이나 고무줄 수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냥 넘기시기 바란다.
램프는 300W 필립스 UHP를 사용했고, 7분할 6배속 컬러 휠을 사용하고 있다. RGB 각각 2조의 휠이 있고 그 사이에 ND(Green) 필터를 끼워 있는 식이다. ND 필터가 들어가면 암부에서의 디더링 노이즈가 감소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신 컬러 휠 컨트롤이 더욱 정세해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
특이하게도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옵토마의 다른 모델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 좀 생뚱맞지 않은가? 프로젝터에 웬 공기정화 기능?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램프의 열로 인해 뜨거운 공기의 흡배기가 상시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터 시청은 대개 밀폐 된 공간에서 진행 된다. 공기 정화 기능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앞서 언급했던, 후발 업체들에게 기대하는 새로움이란 바로 이런 종류의 기지(奇智)이다. (단, 제품과 관련된 기지였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공기 정화기능"이 효험이 있는지는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필자가 판단할 범위의 일이 아니다.
가격에 대하여
옵토마 HD80은 1080p Full HD DLP 프로젝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대로 출시가 되었다. 옵토마가 원래 저가형 시장을 주로 공략해 온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가격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그 동안 중저가(中低價) 시장제품을 대변하던 LCD 프로젝터들의 가격경쟁력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제품에 따른 개별차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LCD는 DLP에 비해 약점이 많다. 그 약점을 LCD는 패널 해상도나 저렴한 가격 등으로 극복해 왔었다. 그런데 옵토마 HD80이 이 구도를 깨버린 것이다. LCD 제품들만이 아니다. 같은 DLP 업체들도 기존 가격대를 고수하기 힘들게 된다.
옵토마 HD80의 파격적인 가격제안은, 제품의 성능 평가는 일단 제쳐 두더라도, 가격 정책 그 자체만으로도 프로젝터 시장에 몰고 올 파고(波高)가 꽤 높을 것 같다. 옵토마 HD80가 큰 역할을 하나 해 낸 셈이다.사실 이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제안이라면 HD80이 어지간하기만 해도 무조건 “BEST BUY”로 추천할 만하다. 차차 살펴보겠지만 HD80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꽤 많이 눈에 뜨이는 제품이다.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어지간한 단점도 너그럽게 넘겨진다. 이런 점이 바로 HD80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인 셈이다.
많은 독자들이 지난 2월 발표된 옵토마 HD81 모델을 기억하실 것이다. 옵토마 HD81은 다크칩3을 사용했다. 이에 반해 HD80은 다크칩2를 사용하고 있다. 다크칩2를 채택한 것은 물론 가격 때문이다. HD80은 HD81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다크칩3와 다크칩2의 가장 큰 차이는 당연히 명암비에 있다. HD81이 HD80보다 좀 더 블랙이 차분하다. 그 이외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HD81은 지넘(Genum)의 VXP칩을 장착한 외장 프로세서를 수반한 분리형 제품이었다. 한편HD80은 픽셀 웍스(Pixel Works)의 DNX칩을 내장한 일체형 제품이다. 지넘의 VXP 칩은 필자가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몇 몇 프로세서들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도 HD81의 프로세서 성능은 상당히 우수했었고, 최근에는 옵토마 HD3000이라는 모델명을 가지고 Stand Alone 타입으로 출시도 되었다. HD80은 일체형이기 때문에 일단 이 부분에서 원가 절감의 요인이 발생했을 것이다. HD80이 사용한 픽셀웍스 DNX칩은 지넘 칩보다 아마 훨씬 더 저렴한 칩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세서의 실제 성능은 그다지 뒤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렌즈
HD80은 HD81과 동일한 1.2배 줌 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렌즈는 기기에 따라 편차가 심한 부품이기 때문에 필자가 테스트한 제품에 한정된 것일 수 있지만, 일단 렌즈 포커싱이 썩 우수한 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앙에 링잉이 나타나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라인 할로(Halo)가 보이는 것은 포커싱이 정밀하게 맺혀지지 못해 빛이 번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크로스 해치 패턴(B/W)을 띄워 포커싱 상태를 살펴본 것들이다.
※ 수직라인 주변에 보이는 링잉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보여진다.
스크린 우측 끝으로 갈수록 할로가 심하게 나타난다. 좌측은 번짐이 전혀 없으나 중앙부도 약간 번진다. 어떤 기기이든 포커싱은 스크린 전체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약간씩 편차는 있게 마련이다. 약간의 편차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라인 할로는 그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 라인 바로 우측으로 빛무리를 이루는 할로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할로보다 더 안 좋은 것이 링잉이다. 링잉은 대부분 그림을 더 또렷한 척 보이게 하기 위해 제조사측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것은-특히 반응속도가 느린 디지털 프로젝터에서는- 그림을 나쁘게 만드는 매우 큰 요소가 된다. 그러나 어떤 사용자는 이 것도 모자라다고 느껴 화질 조정 메뉴에서 샤프니스 조정을 더 높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화질 조정 메뉴에 있는 샤프니스는 노이즈이다. 이 조정 기능은 아주 열악한 컴포지트 영상 신호 또는 낡은 렌탈 비디오 등을 볼 때만 사용하면 된다. 링잉이 대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라고 하면, 라인 할로는 대개 광학부 또는 렌즈부의 문제로 생긴다. 렌즈부는 앞으로 좀 더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아나몰픽 렌즈
HD80은 아나몰픽 렌즈를 옵션으로 지원한다. 이 기능은 HD80이 가지고 있는 보석 같은 특장점 중의 하나임에 불구하고 의외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잘 모르고 지나가고 있다. HD80은 BX-AL133(아래 사진 참조)이라는 전동형 아나몰픽 렌즈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이 렌즈는 미국에서는 약 4000불 정도에 판매가 된다. HD80 본체 값보다 더 비싼 금액이다. HD80의 유저들에게 외면당할 만도 하다. 그러나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한 영상의 의미를 잘 아는 사용자라면 4000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분도 분명 계실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아나몰픽”(Anamorphic)이라는 용어는 이미 익숙할 것이다. LD에서 DVD 시대로 넘어오던 초기에 많이 사용 되었던 단어이다. 하지만 “아나몰픽 렌즈”가 어떤 것인지는 좀 낯설 듯 싶다. 아나몰픽 렌즈는, 16:9 패널에 투사된 영상을, 패널 해상도의 손실을 최소화 시키면서, 2.35:1 화면비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영화는 2.35:1이다. 그런데 HD 포맷은 1920x1080, 즉 1.78:1이다. 일반 HD 방송을 볼 때에는 화면이 꽉 차지만, 영화를 볼 때에는 위 아래 블랙바가 생기고 가운데 부분의 1920x817(2.35:1)만 사용하게 된다. 실제 패널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총 화소수(207만개)의 75%(156만개)만 사용하는 셈이다.
이때 가운데에 자리잡은 2.35:1 화면을 크게 확대해서 세로의 높이를 1080에 맞춘다고 생각해보자. 위, 아래 블랙바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신 가로 비가 맞지 않아 양쪽 옆으로 화면이 삐져 나간 부분들이 많게 된다. 다시 말해 2.35:1 화면의 세로 높이를 1080에 맞추게 되면 가로 길이는 2538이 되는데 패널 최대 가로 화소수는 1920개이므로 좌우로 309개씩 약 618개의 화소가 화면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
이 것을 특수한 화면비 조정 메뉴를 이용해 좌우를 눌러 가운데로 모아보자. 즉 2538 화소를 1920 화소 안에 다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히 화면비가 다르니까 그림이 이상해진다. 둥그런 원이 위 아래로 길쭉한 타원 모양이 될 것이다. 강호동이 갑자기 이윤석처럼 날씬해지는 것이다. (DVD 초창기 시절, Anamorphic 영상을 Letterbox 타입으로 본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어떤 그림인지 기억하실 것이다. 또는 일반 와이드 TV에서 16:9의 HD 화면을 TV에 있는 4:3 버튼을 눌러 좌우 여백이 있는 4:3 영상으로 만들어서 볼 때 나타나는 그림을 생각하셔도 된다.)
그림은 이상해졌지만 일단 패널 해상도는 1920x1080을 다 쓴 셈이니까 손해 본 건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윤석을 다시 강호동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나몰픽 렌즈이다. 아나몰픽 렌즈를 기존 렌즈 앞에 설치하면 그림을 양쪽으로 쭈욱 잡아당겨 1.78:1 화면을 2.35:1로 펼쳐준다. 단, 이때 스크린은 당연히 2.35:1짜리여야만 제격이다. 따라서 아나몰픽 2.35:1 화면을 보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아나몰픽 렌즈, 둘째, 화면비 조정 기능, 셋째, 2.35:1 스크린.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번째 아나몰픽 렌즈는 2~3천불의 저가형부터 8~10만불의 고가형 렌즈까지 천차만별이다. HD80에서 제공하는 렌즈는 그리 고급형은 아니다. 그러나 맞춤형 렌즈라는 점이 중요하다. 기존 렌즈 위에 장착하기 때문에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두번째, 화면비 조정 기능은 관련 프로세서의 문제이다. HD80은 메뉴 안에 이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이 기능이 없는 다른 프로젝터에서 아나몰픽 2.35:1을 구현하려면 DVDO, Vantage, Lumagen 등의 외장 프로세서를 사용해야 한다. HD80은 이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세번째 2.35:1 스크린은 특주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흔한 비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2.35:1 스크린을 쓰게 되면 1.78:1 HD 영상을 볼 경우에는, 와이드 TV에서 4:3 영상을 볼 때 처럼 좌우에 블랙바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아나몰픽 렌즈를 이용한 그림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앞서 말씀 드린대로 패널 해상도를 75%가 아닌 100%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2.35:1 비율의 130인치 스크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나몰픽 렌즈를 이용하게 되면 1.78:1 비율 104인치의 화면 크기로 앞서 언급한대로 화면을 길쭉하게 찌부러트린 뒤에 아나몰픽 렌즈를 써서 좌우로 잡아당기면(Stretching)하면 130인치의 그림이 나온다. 따라서 실제로 HD80은 (A) 1920x1080 풀 패널 해상도를 다 사용해서 104인치로 투사한 그림을 늘려서 보내주는 셈이다. 그러나 아나몰픽 렌즈를 쓰지 않고 2.35:1 비율의 130인치 스크린을 다 채우려고 하면 일단 130인치 보다 훨씬 큰 137인치 1.78:1 크기로 화면을 투사해서 그 중 위, 아래 바를 제외한 가운데 부분 2.35:1만 취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 이 경우는 (B) 1920x817의 75% 패널 해상도를 130인치로 확대해서 쓰는 셈이 된다. 이 양자를 비교해보면 (A)가 (B)보다 훨씬 더 좋은 그림이 나온다.
또 아나몰픽을 쓰면 2.35:1 스크린을 사용하게 되면 위, 아래 블랙바가 전혀 없이 곧바로 스크린 맨 위-천정 바로 아래부터 화면이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가 보는 화각((畵角)이 굉장히 커져 훨씬 더 임장감 있는 그림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해외의 AV 매니아 중에는 아나몰픽 렌즈와 2.35:1 스크린을 장착하는 분들이 꽤 있다. (국내에도 아나몰픽 렌즈와 2.35:1 스크린을 설치해 놓은 시연실이 있다.)
그러나 아나몰픽 화면은 단점도 있다. 첫째 2.35:1 스크린을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2.35:1은 가로가 길기 때문에 스크린을 달기 위해서는 더 넓은 공간을 요구한다. 만일 기존 벽면의 가로 사이즈를 그대로 둔 채 2.35:1 스크린을 달게 되면 화면 사이즈가 75% 가량 줄게 될 것이다. 또 가로가 긴 스크린은 전면의 메인 스피커 위치와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둘째, 2.35:1 스크린은 한글 자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개의 한글자막은 다 그림 안에 표시가 된다. 그러나 컬럼비아의 일부 타이틀은 두 줄 대사일 때 한 줄은 그림 안에 한 줄은 그림 밑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2.35:1 스크린에서는 자막 한 줄이 스크린 바깥으로 벗어나는 문제점이 생긴다. 또 한 가지,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할 경우, 패널 해상도를 Full로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Zoom 기능을 쓴 그림보다 밝기와 투명성에 잇점을 갖기는 하지만, 실질 해상도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까지 설명하자면 정작 HD80 이야기보다는 아나몰픽 화면비에 대한 이야기로만 지면이 채워지는 것 같아 생략하기로 하겠다. (어쨌든 아나몰픽 화면은 패널 해상도는 다 쓰지만, 실제 영상 원본의 데이터를 1920x1080의 풀 HD 해상도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한 2.35:1 스크린 설치는 최근 해외 AV 매니아들 사이에서 은근히 퍼져나가는 추세이다. 단점도 분명 있으나, 무엇보다도 일단 앞면 벽을 가득 채운 2.35:1의 화각 넓은 그림을 보면 체감 상으로 대단히 높은 임장감을 얻을 수 있다. 마치 옛날 대한극장 대화면을 바로 앞줄 좌석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다른 프로젝터도 아나몰픽 렌즈를 별도로 구입해서 착용 할 수는 있다. 그러나 HD80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고 간편한 컨트롤을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어떤 분들은 넌센스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200만원대 프로젝터에 4000불짜리 렌즈라고요?" 하고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홈 시어터 전용 프로젝터들도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를 신진업체가 이렇게 배려하고 있으니 반가울 따름이다.
외관, 하드웨어 인스톨
HD80은 HD81과 똑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앞 부분의 리모콘 수신부가 검은색이고, 전면 우측에 “Full HD”라는 박스 로고가 부착되었다는 점만 빼면 HD81과 똑같다. 높이가 낮고 컴팩트한 사이즈라 천정에 붙이면 그다지 눈에 잘 띄지 않을 것 같다.
2개의 HDMI 단자와 1개의 DVI 단자가 있다. (HD81는 HDMI가 3개였고 입력단이 좀 더 풍부했었다) 시청 하다 보면 가끔 HDMI 신호를 못 찾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HDMI 입력을 다른 곳으로 한 번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면 곧 정상화된다. 이런 현상은 Frame Rate가 바뀔 때 가끔 발생한다. 소음 레벨은 배기구 방향에서 60dB가 측정되는 거리는 약 80mm로 양호한 편이다. 기기 상판 중앙부를 기준할 때에는 57dB의 소음 레벨이 측정된다. 정숙한 편은 아니지만 무난한 수준이다. 기기 상판의 스위치에는 푸른색 등이 켜져 있는데, 파워를 오프 시키고 냉각팬이 돌아가고 있는 stand-by 모드 때에는 이 불이 점멸이 된다. 따라서 파워를 뽑을 때에는 이 점멸등이 완전히 소멸된 뒤에 해야 한다.
HD80은 장초점 렌즈를 사용하고 있어 투사거리가 길고, 렌즈 쉬프트 기능이 없어 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 HD80을 인스톨 할 때 겪는 가장 큰 애로점이다. 100인치 1.78:1 화면을 기준으로 4.1~4.9m의 거리가 필요한데 어지간한 크기의 방안에서는 곤란하다. 길이가 긴 거실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화면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스크린
투사 거리 (cm)
(인치)
최소
최대
70
287
344
80
329
393
90
369
442
100
411
491
106
451
539
120
491
588
렌즈 쉬프트가 없다는 점은 HD80 사용자들이 느낄 가장 큰 애로점이다. 왜 이 기능을 넣지 않았는지 좀 의아하다. 렌즈 쉬프트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젝터의 높이를 직접 조작해서 높이를 맞출 수 밖에 없다. 기우(杞憂)이겠지만, 혹시라도 이 때 프로젝터를 기울여서 화면의 높이를 맞춘 뒤, 사다리꼴이 되어 있는 화면을 키스톤 보정을 통해 조정하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프로젝터에서 키스톤 보정이란 곧 해상도 저하를 의미한다. 이 것은 데이터 프로젝터로 사용할 때 쓰는 기능이다.
직접 높이를 조정해 보니 100인치 와이드 화면을 기준으로 할 때 바닥에서 약 40cm 정도의 높이가 필요하다. 꽤 낮은 편인데, 천정에 뒤집어서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반대로 천정 쪽에 바짝 붙는 셈이 된다. 설치하기 전에 스크린 위치와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브라켓의 높이를 새로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면 메뉴에 보면 V Image Shift 라는 기능이 있다. 얼핏 이 기능이 렌즈 쉬프트를 일부 대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기능은 Active Picture의 높이를 조정하는 기능으로 화면이 Overscan 되거나 상하 Position이 한 쪽으로 쏠려 있을 떄 이를 바로 잡는 기능일 뿐 화면 쉬프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위 사진이 V Image Shift가 0인 상태의 "바른 지오메트리"이다. V Image Shift를 -1로 하면 화면 전체가 밑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Active Zone의 위치만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아래 사진)
얼핏 느끼기에 화면이 아래로 쉬프트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화면이 아래로 쉬프트 됨과 동시에 아래쪽 그림의 일정부분은 화면 바깥으로 사라져 안 보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능은 사용하면 안 된다. 혹시라도 디폴트 상태로 이 V Image Shift 수치가 0이 아닌 다른 수치로 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란다.
(2부로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