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옥타브는 저렴한 V40SE부터 인티앰프부터 초고급의 주빌리 모노블럭까지 다양한 진공관 앰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옥타브는 그리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제품을 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0년에 출시한 신제품은 바로 V70SE 인티앰프다.
제품소개
사용 진공관 : 4* 6550 (KT88 optional)
출력 : 70Watt*2 (4옴)
주파수 응답 : 10Hz~80kHz(-0.5dB)
S/N 비 : > 100dB
입력 감도 : 120mV
출력 : XLR 입력 1, RCA 입력 5, 테이프 출력 1, 프리 출력, 메인 입력
전력 소모 : 130W, 최대 320Watt
문의처 : (주)로이코(02.335.0006) www.royco.co.kr
V70SE는 옥타브 인티앰프의 오리지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V70 모델을 개량한 제품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V40SE 인티앰프의 소리를 듣고서도 신선한 충격이라고 할 만큼 감명을 받았는데, 이를 보다 발전시킨 V70SE가 발표되었다고 하니 매우 반갑게 느껴졌다.
옥타브의 소개에 따르면 V40SE와 V70SE는 같은 계열에 속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상위 모델인 V80은 MRE130 파워앰프의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하위모델인 V40SE 인티앰프와 차이점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V40SE는 EL34를 출력관으로 하여 4옴 기준으로 40와트 출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스피커에 따라서는 약간의 출력 부족이 느껴질 수 있다.
이에 비해 V70SE 인티앰프는 6550 진공관으로 4옴에서 채널당 70와트를 제공한다. 출력 트랜스포머의 탭이 하나 뿐이지만 제작사의 설명에 따르면 2옴 이하까지 안정된 동작을 보장한다고 한다. 실제 시청 테스트에서도 V70SE는 대단히 파워풀한 음량을 내주었으며, 적어도 출력에서는 스피커와의 미스 매치를 염려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외관의 디자인은 언뜻 봐서는 V40SE와 비슷하지만, 사소한 차이가 있고, V70SE 쪽이 조금 더 폭이 넓다. 사실 V70SE 앰프는 상위 기종인 V80 인티앰프와 새시를 공유한다. 후면에는 스피커 단자가 좌우 채널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서위 아래로 단자가 겹친 V40SE에 비해 케이블을 연결하기가 보다 용이하게 되었다.
옥타브에 따르면 출력 트랜스포머와 전원 트랜스포머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부터 전자 회로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실드 처리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5계통의 라인 레벨 입력이 있고, V40SE에는 없던 1계통의 XLR 입력을 갖췄는데 이것도 V80과 동일하다.
들어보기
옥타브 V70SE 인티앰프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자매 기종인 V40SE과의 비교가 필수이기 때문에 수입원인 (주)로이코의 시청실을 방문하였다. 소스 기기로는 에소테릭의 X-05 SACD 플레이어를 사용했고, 스피커는 이 앰프에 적절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B&W의 새로운 신제품인 805 다이아몬드 모델이었다. 지난 번에 V40SE 앰프를 B&W의 802D 모델에 시청했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의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먼저 V70SE 앰프를 시청하고 그 다음에 V40SE 앰프를 들어보는 방법으로 수 차례 비교 시청했다.
V70SE 인티앰프 역시 V40SE 때와 마찬가지로 진공관 앰프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하는 S/N 비는 감탄스러웠다. 진공관 앰프들이 음색과 사운드스테이지 부분에서는 더 없이 매력적이지만, 노이즈와 험 때문에 사용자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그런데 옥타브 V70SE에서는 그런 염려는 없다. 게다가 S/N 비가 높다는 사실은 편안한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음량을 올려보면, 다른 앰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린 DS 플레이어처럼 근래 등장한 신 개념의 소스 기기들은 이전의 CD 플레이어에 비해 압도적인 S/N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만일 옥타브 앰프와 이런 파일 재생 장치를 연결하면, 기존의 CD에서 듣지 못했던 아주 미세한 디테일까지 고스란히 다 재생해낼 수가 있다. 전에는 묻혀버렸던 미세한 뉘앙스와 음색, 정교한 이미징을 살려주는 것이다.
이번 시청 환경에선 아쉽게도 사정상 디지털 파일 플레이어를 사용하진 못했지만, SACD를 재생하면서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V70SE를 들으면서 고역은 물론 깊은 저역까지 주저 없이 전달해낼 만큼 대역 폭이 넓고, 순간적인 타격음까지 신속하게 재생해내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의 V40SE에서 얌전하다고 할까 다듬어져 있던 부분을 V70SE에선 시원스럽게 파헤쳐 들려준다.
또 하나 놀라운 부분은 인티앰프로서는 이례적인 규모의 사운드스테이지와 다이내믹스였다. 시청 공간은 주로 영상과 함께 멀티 채널 시청에 사용되던 곳으로 규모가 상당히 큰 곳이었다. 그리고 연결된 스피커는 2웨이의 소형 제품이다. 그런데 V70SE에 연결된 805 다이아몬드 스피커는 마치 플로어 스피커처럼 크고 넓은 사운드스테이지와 다이내믹스의 한계를 느낄 수 없는 강한 어택과 임팩트를 표현해주었다.
이에 비해 V40SE는 온화하고 잘 다듬어진 소리를 내주는 편이었다. 처음 V70SE의 막힘 없는 강력한 소리를 체험하고 나서는 소스 기기로 사용된 에소테릭 SACD 플레이어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같은 소스 기기에 연결된 V40SE의 소리는 아주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나긋했다.
생각보다 두 인티앰프의 소리 차이는 컸다. 그러나 모두 나름대로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들려주는 제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V40SE의 무난한 품성은 어떤 시스템과도 보증할 수 있는 결과를 들려줄 것 같다. 여러 음반에서 일관성 있게 S/N이 뛰어난 상쾌하고 개방적인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음색이나 디테일의 재생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주었다.
재생 장치의 수준이 높을수록 소리의 특성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데, 바로 V70SE가 그러했다. 팝과 클래식을 오가면서 한계를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재생 성능을 드러내준다. 예를 들어 솔로 가수가 기타 반주로 노래할 때의 또렷한 이미징은 가수가 앞에서 노래하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그냥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생생한 소리다. 어떤 부분에서도 인공적인 잡음이나 왜곡, 그리고 귀를 거슬리는 일이 없었다.
클래식 음악을 재생했을 때에는 각 악기의 고유의 음색을 다양하게 들려주면서도 다이내믹스와 사운드스테이지의 규모에 전혀 유감을 느낄 수 없었다. 넓직한 홀에서 울리는 오케스트라의 규모감이 작은 북셀프 스피커에서도 놀라울 만큼 실제에 가깝게 재생되었다.
두 앰프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옥타브 앰프와 B&W 805 다이아몬드 스피커의 조합은 아마 가격 대비 음악적 성능이 가장 뛰어난 시스템의 예가 아닐까 싶다.
옥타브 V40SE와 V70SE 앰프의 소리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도 흠을 잡고 싶지 않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어떤 오디오파일들은 제품의 소리 외에도 디자인과 만듦새에서 호화로운 느낌을 원할 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브랜드의 명성이라든지 만듦새와 디자인에 비중을 크게 두는 편인데 옥타브 앰프의 소리가 인상적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실내 환경과의 매치를 고려하더라도 랙에 두어질 앰프보다는 스피커의 디자인을 고려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아직 옥타브에 대한 정보나 사용자들의 평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팬을 확보하기엔 아직 이른 모양이다. 근래에 일본의 전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판을 받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 아직까지 옥타브의 이름은 낯설다.
제작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옥타브의 스탭들은 거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 회사에 합류하였고, 지금의 모습은 패기 넘치고 젊어 보인다. 그만큼 다른 메이커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소리가 바로 V70SE 인티앰프에 담겨 있었다. 1970년대부터 활약해온 전설적인 오디오 설계자들이 황혼에 접어드는 이때,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옥타브 앰프가 들려줄 신선하고 상쾌한 음향에 대한 기대가 크다.
posted by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