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소니에서는 DVD 플레이어, AV 앰프, 스피커 패키지를 올 인 원 시스템(All in One System)으로 부르고 있다. 홈 시어터 업계에서는 모든 브랜드들마다 장기로 하는 분야가 있는데, 예를 들어 야마하의 AV앰프나, 데논의 DVD 플레이어처럼 소니의 올 인원 시스템은 가격 대 성능비가 우수하고 음질이 우수하여 언제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물론 고급 홈시어터 시장으로 올라가면, 그 때엔 다른 브랜드에 눈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소니라는 브랜드는 워크맨 시절부터 그렇듯이 더 편하고 더 쉽고 더 즐거운 제품을 추구하는 분위기이다.
아마 올 인 원 시스템이라는 분야가 소니에게는 가장 잘 들어 맞는 영역인지도 모른다. 한 때 소니에서도 400만원대의 초고가 올 인 원 시스템을 발매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 예산이라면 각 분야의 최고 선수들을 모아서 드림 팀을 짜는 즐거움을 버릴 수 없다. 올 인 원 시스템은 구입하기에 부담 없는 저렴한 제품을 권하고 싶다. 홈시어터 환경이 새로운 사운드 포맷을 향한 과도기를 지나는 중이므로, 어떤 제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효용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AV앰프나 소스 기기 분야를 따로 떼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경로조차 마땅치 않다.
다행히도 최근의 올 인 원 시스템은 성능은 굉장히 좋아지고 가격적으로 굉장히 너그러워서 적극 추천할 만 하다. 지금 리뷰하는 DAV-DZ750K는 불과 648,000원(소니 스타일 판매가) 뿐이다. 오디오 파일의 기준으론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한 가격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분리형 제품으로 구입한다면 5.1채널 스피커 패키지 하나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인 셈이다. 그래서 훨씬 비싼 제품을 추천할 엄두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DVD 기반의 제품이라는 한계는 분명 있지만, 지금처럼 과도기 적인 단계에선 2배로 투자 금액을 늘려도 특별히 나아질 것이 없다.
제품 구성 및 디자인
AV 업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선진적인 디자인을 내놓던 브랜드라면 역시 소니였다. 그러나 의외로 근래의 디자인은 혁신보다는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리뷰 제품인 DAV-DZ750K 역시 올 인 원 시스템의 정석대로 DVD 플레이어와 AV앰프를 슬림한 피자 박스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서브우퍼는 그냥 평범한 직육면체 박스형태이고 스피커는 얇고 길다. 제품 가격을 고려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겟 선택 받을 수 있는 무난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하겠다. 실내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고, 각진 TV 디자인과도 잘 어울리는 제품이 되었다.
스피커
소박한 금속제 파이프 스탠드에 플라스틱 유닛의 스피커를 4조 조립해서 프런트 좌우, 그리고 서라운드 좌우 스피커로 설치했다. 금속제 스탠드를 사용한 제품은 흔하지 않으나, 플라스틱 스탠드에 비하면 음질적으로나 미적으로 더 우세하다고 생각한다. 설치 시에 파이프에 생긴 위, 아래 구멍 부분은 플라스틱 캡으로 막는다. 한편 센터 스피커는 TV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을 상정하여 아주 간략하게 만들어졌다. 너무 작고 가벼워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될 만큼, 그렇지만 떨어져도 별 탈이 없을 만큼 가볍게 생겼다. 스피커 케이블은 이런 류의 제품에서 일반적인 스프링 클립으로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다. 스피커 유니트는 그릴로 가로 막혀서 살펴볼 수 없게 되어 있다.
DVD 플레이어/ 앰프부
대개 가전 회사들이 보급형 DVD 플레이어 제품에는 파루자의 DCDi를 내장하여 디인터레이싱과 업스케일링을 제공하는데 비해, 소니는 자사의 고유 방식인 Precision Cinema Progressive를 탑재한다. 이 회로는 픽셀 단위 I/P 변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대각선 이미지에 나타나는 계단 현상을 제거한다. 소니는 본 제품에 12비트/108MHz의 DAC를 적용하였다. 이러한 사양은 벌써 2~3년전부터 동일한 내용이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HDMI 출력 단자를 제공하며, 이 때에는 720p 또는 1080i로 업스케일링을 지원하게 된다.
앰프부에서 가장 큰 특징은 동사의 홈시어터 제품에 탑재되고 있는 Full Digital 24 Bit S-Master 앰프이다. 필자도 소니의 플래그십 AV 앰프 모델인 TA-DA9000ES를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S-Master 디지털 앰프가 내장되어 있다. 소니는 그후 S-Master를 22비트에서 24비트로 업그레이드했는데, 본 제품에도 24비트 사양의 S-Master 앰프가 탑재되었다. 그리고 Full Digital이란 설명이 붙여진 이유는 중간 과정에서 D/A 변환을 실시하지 않고 디지털 상태에서 증폭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PWM 증폭 제품이기 때문이다. Full HD, full Digital 처럼 요새 Full이란 말이 인기인 듯 하다. 중간 처리 단계가 적어서 부품이 적기 때문에 내구성과 신뢰성도 향상되었다.
최적의 스피커 세팅을 위한 디지털 시네마 자동 보정 기능이 탑재되었다. 전면의 마이크 입력 단자에 동봉된 마이크를 연결하여 감상 위치에 두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 셋업이 진행된다. 자동 셋업 과정은 소란스러운 테스트 음을 약간만 참아내면 완료된다. 사실 올인원 시스템에선 스피커나 서브우퍼의 규격, 출력 레벨이 결정된 상태라서 자동 셋업이 할 일은 많지 않은 셈이다. 본 제품에서도 각 스피커의 설치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로 활용되는 것 같다.
서브우퍼는 2개의 S-Master를 탑재한 Digital Direct Twin Drive 구성으로 소개된다. 하나의 S 마스터 앰프로는 서브우퍼의 구동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2개로 보강한 셈이다. 소니의 홈시어터 제품이 가격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다 좋은데 다른 브랜드에서 공격 받는 이유 중 하나가 패시브 방식의 서브우퍼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제품도 본체에서 스피커 출력을 제공받는 것은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패시브 방식의 서브우퍼라는 구성은 변함이 없고 그 때문에 저음 재생이 부족할 것이라는 오해를 초래할 만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액티브 방식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서브우퍼를 별도로 구동하는 앰프가 본체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연 설명하면 원래 패시브 방식의 서브우퍼는 스피커 케이블에서 저음 출력을 취하고 나머지 부분을 메인 스피커로 보내는 것이다. 이제품은 액티브 서브우퍼인 셈이다. 서브우퍼에 탑재된 18cm의 우퍼 규격은 깊이 있는 저음을 재생하기에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북셀프 스피커에서 일반적으로 16.5cm의 우퍼를 탑재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하나의 18.5cm 구경의 유닛은 캐비닛의 도움을 받더라도 저음 재생에는 다소간 부족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퍼의 진동판에 운모 재질을 사용해서 페이퍼 진동판보다 강력하고 생생한 저음을 얻었다고 한다.
감상
소니의 홈시어터 제품들은 가볍고 산뜻하며 발랄한 소리를 낸다. 가격 대와 관계 없이 모든 제품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경향을 지니며, 힘찬 소리보다는 밸런스가 잘 잡히고 듣기에 편한 소리를 낸다.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음악 감상 제품을 주로 리뷰하는 오디오 잡지에서 소니 제품에 대한 평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필자도 소니의 과거 AV 앰프나 홈시어터 제품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물론 취향이 다른 홈시어터 팬들의 비판이 생길 수 있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홈 시어터가 반드시 블록 버스터 액션 영화 감상을 목표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소니 제품의 컨셉트에 대해 보다 공감하는 편이다. 차분한 드라마나 우아한 고전 음악도 감상하고, FM 라디오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면 왜곡이 적고 밸런스가 잘 잡힌 소리가 더 낫다는 입장이다.
DAV-DZ750K 역시 필자가 테스트한 소니 제품의 음질 경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런데 가격이 워낙에 저렴해서 그런지 밸런스가 더 가볍고 더 부드러운 편이다. 영상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상도가 높고 화면이 커질 수록 제품의 가격이 높아진다. 음향 기기라면 해상도가 높고 출력이 커지는 것 외에 저음의 깊이와 질감 부분에서 가격대의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출력 부분은 효율 높은 디지털 앰프의 등장으로 해결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음의 재생 부분은 물량 투입 없이는 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하이파이 기기에서는 저음의 재생은 가장 돈이 많이 먹히는 값비싼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홈 시어터에서는 아무리 저렴한 제품에서도 효과 음향을 재생하기 위해 저음을 포기할 수가 없다. 북셀프 스피커 두 조로 음악 감상은 가능하지만 액션 영화의 효과음 재생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질적인 부분이 희생된다. 필자가 그동안 접해온 다른 브랜드의 제품은 질적인 부분을 좀 더 희생해서라도 더 깊고 많은 저음을 들려주려고 애쓰는 편이었다. 하지만 소니의 제품은 여전히 양보다는 질적인 부분에 주력하는 듯 하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정확한 비교를 하려면 이 가격대의 다른 홈 시어터 제품과 맞 비교를 해봐야 될 듯 하다. 그러나 DAV-DZ750K의 저음 재생 능력은 아파트의 일반적인 거실에서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함께 사용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 버스터 영화의 팬이라면 좀 더 투자해서 더 큰 규모를 재생할 수 있는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저음에 크게 욕심내지 않는 사용자라면 DAV-DZ750K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음색과 거슬리지 않고 잘 다듬어진 소리결, 그리고 차분하게 들리면서도 귀를 잡아 끄는 디테일 재생 능력에 매료될 듯 하다. 그리고 출력과 주파수 대역의 한계 내에서 다이내믹스나 순간적인 응답 특성에는 크게 부족감이 없다. 쉽게 쉽게 소리가 나와주고 또 불필요한 부밍음이나 오버행이 없어서 소리가 깔끔하고 단정하게 들린다. 홈시어터나 미니 콤포의 저가형 제품에서 가장 좋지 못한 특성이라면 소리를 뭉개버려서 뭐가 뭔지 모르게 들리도록 만드는 거이다. 이 제품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부여된 역할 - 아주 넓지 않은 공간에서 음악과 영화 감상을 커버하도록 하는 - 을 충실히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오히려 전세대의 S-Master 앰프 모듈을 탑재한 TA-DA9000ES보다 고음의 질감이라든지, 잔향 재생을 통한 공간 분위기 재생 등은 더 우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전에 리뷰한 DAV-FXG9K 홈시어터 제품과 비교한다면, 음색이나 디테일의 재생 같은 질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많이 쫓아간다. 작은 음량에서 듣고 있으면 거의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역시 S-Master 앰프를 탑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 고역 대에서 웅성거리는 느낌 없이 모든 부분이 명확하게 표현된다. 배우들의 대사가 명확하게 전달되며, 배경 음악이 깔끔하고 단정하게 들린다. 그리고 블록 버스터 액션 영화의 감상에서도 큰 음량에서도 소리가 무너지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지지 않아서 좋다. 저음에 대한 아쉬움은 본 제품의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음장을 하나로 통일해서 들려주는 능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라운드 음향 효과의 품질도 저음의 재생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라서 그렇다. 결과적으로 메인 스피커와 서브우퍼의 이음새도 조금 더 티가 나고, 스피커 사이의 음장도 완전히 이어지지 않는 편이다. 그 때문에 DAV-FXG9K를 크게 칭찬하기도 했지만, 역시 DAV-DZ750K와는 가격 대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하겠다.
총평
예전 미니 콤포넌트 한 조 가격으로 DVD 플레이어와 멀티채널 스피커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차세대 미디어가 지금 DVD 만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빨라도 2~3년은 더 기다려야 될 듯 싶다. 지금 서둘러서 총알 받이가 될 얼리어댑터가 아니라면 그 때까지는 이 제품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필자가 거실이 아니라 방에서 즐길 홈시어터 시스템을 선택한다면 바로 이 제품을 고를 것 같다. 그 이유는 너무나 많다. 금속제 스탠드를 사용한 간결한 디자인과 브랜드의 신뢰성,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더 진가를 발휘할 단정한 소리까지. 그리고 음악 감상 용도의 오디오 제품으로 구입해도 어설픈 미니콤포보다 훨 나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