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4-09-08 10:38:15
서론
나드의 제품 중에서는 S300 인티앰프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고급스러운 사양으로 중급 앰프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나드는 하이파이 분야에서는 근래 저가 기종에 주력하여 C320의 후속 기종인 C320BEE 인티앰프, C521BEE CD 플레이어 같은 신제품을 내놓고 호평 받고 있다. 한편 나드는 홈 시어터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라인업에 T763, 753, 743 의 세 종류의 AV 리시버와 L70, 76의 미니 콤포 스타일 AV 리시버 두 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름이 익숙한 오디오 전문 브랜드에서 점차 AV 리시버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일률적인 골드 색상의 일본 제품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본다.
제품 소개
*문의처 : 태인기기
T743은 5채널에 50W를 공급하는 AV 리시버다. 출력이 다소 적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실제 100와트 출력을 자신하는 동급 제품들의 출력은 채널 당 30와트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T743 앰프의 경우 기존 모델인 T742를 기반으로 하고, 내부 작동 온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어 개량했다고 알려져 있다. 새로운 T743 앰프는 새로운 볼륨 컨트롤 회로와 입력 스위칭 회로가 포함되었다. 이전 제품에 비하면 노이즈와 왜곡이 상당 부분 감소되었다. 그 뿐 아니라 디지털 입력 숫자도 늘어났고, 스피커 스위칭도 추가되었다. 온스크린 디스플레이, HDTV 컴포넌트 비디오 스위칭, 그리고 학습 리모컨 NAD HTR-2이 부속된다.
외관은 티타늄 컬러로, 오디오 전용 앰프에 보다 가까운 모양과 만듦새를 취하고 있다. 전면 패널이 두껍게 느껴지도록 처리해서 한결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패널을 잘 구부려서 두꺼운 느낌만 준 것이다. 패널 가운데 수평으로 오목하게 선이 들어가 있는데 아주 색다른 시도처럼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왼쪽은 튜너 조작 스위치에 전부 할애되었다. 여기 사용된 튜너는 RDS(Radio Data System)을 지원하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효용이 없다. 흥미롭게도 볼륨이나 버튼 감촉도 이전 AV 앰프에 비해서는 조작감이 확실한 편이다. 돌비 프로로직II를 지원하며, 5.1채널 사양이기 때문에 물론 프로로직 IIx는 지원하지 않는다. 서라운드, 센터, 서브우퍼 트림(trim) 컨트롤 장착도 이 가격 대의 다른 앰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기능이다.
T743의 자랑인 리모컨은 얇고 가늘며 손에 잘 쥐어진다. 볼륨 컨트롤이라든지, 세팅에 사용하는 커서 키 등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 엄지 손가락 쪽에 딱 오도록 배치되었다. 앞서 말한 트림도 리모컨으로 조절된다. 예를 들어 대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센터의 볼륨만 높여주면 되므로 대단히 편리하다.
음장 모드는 일본 제 앰프에 비해서 상당히 간결하다. 아날로그 입력 때 프로로직, 프로로직II 뮤비, 프로로직II 뮤직이 작동한다. 여기에 나드가 자랑하는 EARS(Enhanced Ambience Recovery System) 모드가 탑재되었다. 인공적으로 딜레이를 줘서 잔향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신호 속에 숨겨진 미세한 잔향 성분을 끄집어 내준다는 것이 나드의 설명이다. 전방과 후방 사운드가 좀 더 넓어져서 공간이 넓어진 듯이 들린다. 한편 인핸스드 스테레오 모드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전채널에서 고르게 소리가 나서 결과적으로 머릿 속에 이미지가 형성된다. 후방 서라운드 강화로 뒤에서 소리가 나는 듯하다. 헤드폰 사용 시에는 자동 믹스다운 처리하며, 서라운드 모드는 저절로 꺼진다. 마지막으로 나드의 말대로 발열량은 미지근한 정도로 멀티 채널 앰프임에도 양호한 수준이다.
앰프 후면을 보면 프리파워 단자가 크릭 인티앰프처럼 점퍼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2~3채널 파워앰프와의 접속으로 구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이 부분은 점퍼 케이블을 교체한다든지 하는 튜닝으로 얼마든지 향상이 가능할 듯도 싶다. 그리고 서브우퍼 출력 단자가 2개다. 앰프의 출력이 부족하다면 서브우퍼를 두 개 연결하는 방법도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IR 리피터와 12V 트리거를 연결시킬 수 있다. 소프트 클리핑 회로도 있는데, 이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한 음량을 얻을 수 있었다.
감상
T743은 오디오 전문 업체에서 만든 제품답게 기존의 어떤 AV앰프와도 다른 소리를 낸다. 처음 들었을 때의 특징은 고음이 잘려 있으며, 다소 느리고 느긋하며 편안한 경향이다. 저음의 컨트롤은 매우 우수한 편이며, 그러면서도 적당히 부푼 소리를 내서 안정감 있고 풍부하게 들린다. 저음의 양만 많고 퍼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들이 많은데 비해서 T743은 밸런스가 아주 좋다는 생각이다.
이런 튜닝은 음악이나 라이브 공연의 감상에서 동급 제품에 비교하면 음악적으로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목소리가 날카롭지 않고 약간 허스키하게 들리는 인상이 있다. 코어스라든지 노라존스의 라이브 공연 감상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하이파이 앰프와 비교하기에는 가수의 목소리가 아주 곱지는 않다. 좀 더 매끈하면서도 나긋하게 들렸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대신에 더블 베이스라든지 드럼 같은 저음 악기는 명료하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아마 네거티브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음장의 안정감은 음량의 변화에 관계 없이 잘 유지된다. 정확하게 구도가 잡힌 그림을 보는 느낌은 대단히 좋지만 액션에서의 어택은 출력 부족 때문인지 역시 조금 약한 편이다. 음원의 이동감이라든지, 효과 음향에서의 쭉 뻗는 소리라든지 등에서는 일본 제 앰프들에 비해 큰 점수를 줄 수 없어 보인다. 굳이 일본제 앰프와 비교하면 소리가 두텁다는 점에서 데논-야마하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전체적인 튜닝은 이들 앰프에 비하면 좀 더 음악적이라고 생각된다. 소리가 밝고 선명한 경향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아담하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가는 액션 영화 감상에 활용하기에는 고음의 뻗침이 맘껏 충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THX 모드를 켜놓은 것처럼 차분하고, 약간 무겁게 들리는 편이다. 산뜻하고 요란하게 날리는 소리를 선호한다면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대단히 매력적인 앰프가 될 수도 있겠다.
결론
사양 면에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소리의 튜닝이라든지 음질에 대한 접근 방식은 과연 오디오 전문 메이커답다. 음장모드, 출력, 넓은 서라운드 사운드보다는 정교한 사운드스테이지와 중립적인 음색, 자연스러운 밸런스를 추구한 AV앰프라고 하면 어떨까. 그렇다고 해서 해상도라든지, 디테일 재생, 다이내믹스 등에서의 하이파이적인 특성을 추구한 제품은 아니다. 상급 모델은 어떨까, 그렇지만 가격 대가 높아지면 워낙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T743이 가장 가치있는 제품이 될 수도 있다 싶다. 가장 좋은 점은 기존에 중저가 하이파이 제품을 사용하던 분들이 AV에 눈을 돌렸을 때 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영화보다는 음악 영상물을 많이 시청한다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