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은 LP12라는 아날로그 플레이어로 각광받았고 CD12라는 걸작 CD 플레이어로 디지털 시대를 화려하게 꽃피운 바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린은 CD 플레이어의 죽음을 선언하며 하드웨어 제조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린이 과거의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린은 디지털 파일 재생 분야의 리더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현재 린의 매출 중 30%가 이른바 디지털 스트림 플레이어에서 발생한다. 또한 린은 자 회사인 Linn Records의 홈페이지에서 스튜디오 마스터 퀄리티 음원의 다운로드를 제공함으로써 일반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린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에서 혁신적인 음악 재생 방법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잠깐 짚어볼 부분이 있다. 과거의 린은 올인원 시스템 분야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오디오 파일이라면 과거 CD 플레이어와 FM 튜너, 인티앰프를 일체화한 CLASSIK이 크게 히트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제품은 현재 CLASSIK MOVIE와 MUSIC 두 제품으로 발전되어 있다. 그러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CD 플레이어를 대신에 디지털 스트림 플레이어 기능이 더해진 제품이 나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린의 디지털 스트림 플레이어 중에서 입문 기종인 Sneaky Music DS만이 유일하게 스피커 출력을 지닌 제품이었다. Sneaky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대신에 기능이나 스피커 대응성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MAJIK DS-I가 본격적인 올인원 디지털 스트림 플레이어가 되겠다.
제품 소개
MAJIK DS-I는 MAJIK DS 플레이어에 린의 Chakra 파워 앰프와 최신의 Dynamik 파워 서플라이가 결합된 제품이다. 린 최상의 컴포넌트를 결합하여 타협 없는 성능을 구현하도록 제작되었다. 기능적으로는 다수의 디지털 및 아날로그 입력 스위치를 장비하여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포노 입력까지 갖추어 전통적인 아날로그 플레이어도 연결 가능하다.
아날로그 오디오의 라인 레벨 입력은 4계통인데, 4번 입력은 MM 포노 입력이다. 디지털 오디오 입력은 이더넷 단자 외에 S/PDIF 입력으로 동축과 토스링크를 하나씩 제공한다. 또한 S/PDIF 출력을 활용해서 별도의 D/A 컨버터에 연결할 수도 있다. 스피커 출력은 바나나 플러그와 스페이드 단자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전면에는 헤드폰 단자까지 마련되었다.
새시의 외형 규격은 이미 출시된 MAJIK DS나 AKURATE DS와 동일하다. 무게는 놀랄 만큼 가벼운 4.5kg에 불과하다. 오디오 출력은 4옴에서 90와트를 제공한다.
이 제품에 탑재된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는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최신 회로로 전원 공급 스피드를 고속화하고 노이즈를 감소시킨 것이다. 따라서 다른 오디오 기기에 대한 영향을 감소시키는 장점도 얻게 된다.
들어보기
MAJIK DS-I의 시청은 시연 및 판매처인 GLV에서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제작사의 세일즈 매니저가 직접 진행한 시연회에서였고, 이후에 다시 방문해서 다른 스피커의 연결을 통해 더 정밀하게 시청했다. 처음 시청에서는 린이 조합으로 추천하는 MAJIK 140 플로어 타입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봤다. 놀라웠던 것은 만만한 올인원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플로어 타입의 작지 않은 스피커를 넓은 공간에서 과격하게 드라이빙하고 있었는데, 파워에서 거의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슬림 시스템이나 올인원 시스템에서 쉽게 지적할 수 있는 약점이라면 바로 구동력 부분이다. 일반적인 인티앰프나 소출력 앰프에서도 흔히 스피커를 가린다고 이야기하는데 올인원 시스템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저음이 허술하고 가벼워지거나 고음이 메마르고 경직되는 일이 흔하다. 그런데 MAJIK 140 스피커를 구동하는 MAJIK DS-I에서는 대형 시스템에 필적할 만큼 다이내믹하고 파워풀했다. 스피커에 연결된 제품의 규모를 의심하게 될 만큼 저역의 특성이나 스케일에 아쉬움이 없었다.
기존의 오디오 시스템은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파워앰프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각각 연결 케이블이 필요하다. 여기에 PC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파일 재생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각양각색의 인터페이스를 추가로 도입하고 또 다시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 편하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더 복잡하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MAJIK DS-I에서는 스피커와 파일 재생 사이에 오직 하나의 기기만 존재할 뿐이다. 거실 공간에 커다란 장식장과 함께 존재하던 덩치 큰 오디오들을 모조리 정리해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진정한 음악 애호가라면 부담스러운 오디오의 숫자는 적을수록 좋다. 조작해야 할 버튼과 연결해야 될 기기의 숫자가 확 줄어들 뿐 아니라 넓어지고 한결 깨끗해진 공간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확인해야 될 부분은 MAJIK DS-I의 스피커에 대한 대응성이다. MAJIK은 놀랄 만큼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스피커이지만,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에 연결해서 구동력을 검증해 봐야 한다. 윌슨 오디오의 새로운 역작인 Sasha 스피커에 연결한 소리는 놀라울 정도였다. 실제 가정에서의 시청 공간보다 몇 배 넓은 곳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스케일의 음량, 그리고 저음이 견고하게 재생되었다. 이는 MAJIK DS-I가 다양한 범위의 스피커와 짝지워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MAJIK DS-I의 무한한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오디오 시스템과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KLIMAX DS를 소스로 하고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5 프리앰프와 브라이스턴의 1000와트 모노블럭인 28SST2 파워앰프를 연결한 레퍼런스급 시스템과 번갈아 들어본다. 여기서는 MAJIK DS-I와의 완벽한 일대일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게임이 되는 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MAJIK DS-I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만 중역대에서는 레퍼런스 시스템이 더 우아하고 고상하며 투명하고 매끄럽다. 사운드스테이지의 스케일은 예상 외로 거의 근접한 결과를 얻었다. 저역의 박력이나 무게감도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준다. 다만 주파수 대역의 확장성 측면에서도 순화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차이라면 두 시스템의 가격 차이에서 예상했던 것에 비해 매우 근소한 것이다. 특히 재즈나 팝 음악을 시청하는 경우엔 MAJIK DS-I와 MAJIK 스피커의 조합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신호 경로는 단순할 수록 효율적이다. 복잡한 기기로 구성된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의 차이는 소리에서도 드러난다. MAJIK DS-I는 사운드스테이지의 이미징과 위치 관계를 더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해준다. 이 부분은 비교 시스템에 비해 확실히 더 우세하다. 특히 HRX로 담겨진 스튜디오 마스터퀄리티의 음원을 시청하면 이미지 사이의 경계가 또렷하게 포커싱 되고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더 높은 수준으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 부분은 기존의 CD 플레이어로서는 상상하조차 힘든 부분이라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스트림 플레이어의 장점은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과거의 CD 컬렉션 역시 리핑을 통해 더 좋은 소리로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린의 최신 제품인 MAJIK DS-I는 오디오 시스템의 구성을 뒤바꿔 놓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오디오파일이라면 이 기기를 도입해서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메인 시스템이나 호화로운 서브 시스템 그 어느 것도 가능하다. 근래 등장한 오디오 중에서 가장 짜릿한 제품임에 틀림없다.
문의처 : GLV(02-424-2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