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에어 KX-R 프리앰프

hifinet 2009. 1. 30. 16:55

posted by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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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는 넓은 무대에 소리를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독특한 사운드로 유명하다. 에어 사운드의 이미지를 오디오파일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 제품이라면 역시 K-1 프리앰프일 것이다. 이 제품은 몇 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쳐 K-1XE로 진화했으며, 여전히 최고의 솔리드스테이트 프리앰프로 손꼽힌다. K-1 프리앰프는 많은 리뷰어들이 직접 구입하여 평소에 애청하는 제품으로도 잘 알려졌다.

작년에 에어는 기존 라인업과 구분되는 MX-R 모노 블록 파워앰프를 출시했다.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컴팩트한 새시가 눈길을 모았고, 대단히 투명하고 생기 넘치는 소리를 낸다. 이러한 MX-R 파워앰프에 어울리는 새로운 프리앰프가 출시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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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fications

Input Impedance :  2 Mohm balanced (1 Mohm per phase)
Output Impedance :  300 ohm balanced (150 ohm per phase)
Frequency Response : DC - 250 kHz
Power Consumption : 35 watts in standby or normal operation, 65 watts with remote control active
Dimensions :17.25" W x 11.5" D x 3.75" H(43.8cm x 29.2cm x 9.5cm)
Weight : 40 pounds 18 kg

Distributor : 02-335-0006 http://Royco.co.kr

새롭게 등장한 KX-R 프리앰프가 바로 MX-R의 짝이다. MX-R 파워앰프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제작되었고 매우 컴팩트하다.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입력 선택과 볼륨을 좌우 대칭으로 배치한 디자인은 역시 MX-R 모노 블록 파워앰프와의 연결을 감안한 것이다..

기존의 에어 제품들의 디자인은 견고한 대신 투박하여 다소 프로페셔널 제품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에어의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는 이에 비해 고급스럽고 품격 높은 디자인을 자랑한다. 전화 다이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의 볼륨 조절 손잡이는 정교하면서도 부드러운 조작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윤곽선으로 다듬어낸 알루미늄 새시는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음량 조절 회로에는 VGT(Variable Gain Transconductance) 기술이 적용되었다. 기존의 게인을 조절하기 위해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하는 데 이는 주파수 응답이나 S/N비에 나쁜 영향을 준다. VGT 기술이 적용된 KX-R 프리앰프의 입력 임피던스는 1메가 옴으로 유지되고, 주파수 응답은 250KHz까지 평탄하다.

MX-R 파워앰프와의 기술적인 공통점이라면 이퀴록 회로(EquiLock circuitry)가 적용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회로는 흔히 사용되는 캐스코드 회로(cascode circuit)를 개선한 것으로 게인 트랜지스터와 부하 사이에 또 다른 트랜지스터를 추가하여 동작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전원 부에는 RFI 필터링을 위한 에어 특유의 컨디셔너(Ayre Conditioner) 회로가 탑재되었다. 게다가 디스플레이는 전기적인 노이즈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부속된 리모컨은 프리앰프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시청

소스 기기로 메트로놈의 트랜스포트와 DAC를 사용하고, 에어의 MX-R과 마크레빈슨의 No.336 파워앰프, 스피커는 레벨의 울티마2 살롱2 스피커를 연결했다. 연결에는 킴버의 오키드 디지털 케이블, 킴버의 KS1030 인터커넥트, KS3038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했다. 비교를 위해 마크레빈슨의 No.326 프리앰프를 참고적으로 시청했다.

KX-R을 연결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분이라면 정말로 투명하다는 것이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막힘 없이 위 아래로 잘 뻗으면서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억눌리거나 압축된 느낌이 없고 소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이전에 듣지 못했던 디테일과 현장감에 빠져들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흔히 투명한 오디오의 소리를 이야기할 때 한 꺼풀 벗겨낸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 KX-R만큼 그런 표현에 어울리는 제품도 없다. 이 프리앰프가 들려주는 디테일과 투명도는 이전의 정평 있는 프리앰프마저도 압도할 만큼 대단하다. 이와 함께 현악기의 텍스처와 타악기의 섬세한 다이내믹스를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풀어서 들려준다. 악기의 소리가 공간에 퍼져나가면서 생기는 미세한 잔향은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까지 깨끗하게 재생된다. 스피커 좌우, 그리고 앞뒤로 넓게 펼쳐지는 전망은 맑은 날 높은 산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것처럼 상쾌하기까지 하다. 물론 K-1XE 프리앰프도 그런 점에서 좋은 평판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KX-R 프리앰프의 사운드는 또 다른 차원에 올라와 있다.

KX-R은 낮은 볼륨에서도 마치 볼륨 없이 직결한 것과 같은 투명한 소리를 낸다. 그러면서도 소리 결에 날카롭거나 껄끄러운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 흔히 미세한 디테일을 잘 드러낸다고 이야기되는 제품의 경우 녹음의 듣기 싫은 부분들을 강조해서 음악을 멀리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KX-R의 경우에는 그와는 전혀 다르다. 소리의 높낮이나 강약의 변화에서도 자신의 특성이 변화하는 일이 없다. 중역 대의 텍스처는 물 흐르듯이 부드럽고 유연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아주 작은 음량은 물론 대음량에서도 딱딱하거나 거친 느낌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 소리를 자신의 고유의 소리로 착색하는 진공관 앰프와는 역시 다르다. 음반에 담겨 있는 소리를 그대로 진실되게 표현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KX-R은 재생되는 음악의 장르를 특별하게 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관현악곡을 감상했을 때 콘서트 홀에서 듣는 것처럼 무대가 넓고 깊게 들리는 부분은 대단한 매력이다. 수 많은 악기를 이처럼 현장감 넘치게 재생하는 기기는 극히 드물다. 저역은 타이트하고 리드미컬한 인상보다는 푸근하고 너그러운 인상이다. 여성 보컬의 재생에서는 음반에 담겨진 미세한 디테일과 아름다운 음색을 탁월한 현장감에 담아 재생한다.

KX-R이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한껏 높일 수 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연결되는 기기나 케이블에는 많은 신경을 써주어야 할 것 같다. 이 기기의 수준 높은 재생음을 고스란히 재생하려면 만만치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반드시 에어의 제품과 매치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MX-R 파워앰프의 경우 컴팩트한 설계이기 때문에 대형 스피커를 여유 있게 구동하기에는 다소 힘에 겨울 수도 있다. 거듭 이야기하듯이 KX-R은 매우 투명한 제품이기 때문에 음색이나 밸런스에 대해 염려하지 않고 스피커와 파워앰프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게 된다.



결론

프리앰프는 자신의 음색과 사운드스테이지 특성을 전체 시스템에 그대로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역설적으로 KX-R은 프리앰프 자체의 특성을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소리에 영향을 준다. 이전의 어떤 시스템에서 들었던 것보다도 높은 해상도와 디테일로 감상자를 설득하며, 녹음이 이루어진 음향 공간의 특성을 감상자에게 잘 전달해준다. 비용에 관계 없이 최고의 사운드를 원한다면 진지하게 KX-R 프리앰프에 접근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