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박우진
하만 스페셜티 그룹의 유일한 스피커 브랜드인 레벨. 같은 하만 인터내셔널 그룹에 소속된 JBL과는 다른 관점에서 스피커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근래 출시한 울티마 시리즈2를 통해 레벨의 명성은 훨씬 더 높아진 인상이다. 울티마2 살롱2 스피커는 근래 등장한 스피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제품 중 하나다.
대개 플래그십 스피커를 내놓고 나서, 그 기술을 트리클 다운한 하위 제품들을 홍보하는 것과 달리, 레벨은 하위 기종을 먼저 다져 놓고 나서 플래그십 스피커에 손을 대었다. 실제로는 하위 기종인 퍼포마가 수 년 전에 새로운 시리즈로 먼저 업데이트되었다. 퍼포마 스피커는 국내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아마도 홈 시어터 스피커로 바이어스된 브랜드 특성과 쉽게 친숙해지기 어려운 디자인 때문이었을 것이다.
레벨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퍼포마 시리즈의 디자인을 보다 친숙하게 개선하였다. 캐비닛의 폭이 훨씬 좁아져서 외관이나 설치 자유도가 개선되었으며,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도 다이내믹 디스토션이나 컴프레션 같은 왜곡을 줄이도록 새롭게 설계되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제품 소개 퍼포마 F32 스피커는 퍼포마의 플로어 타입 스피커 2개 중 아랫 모델이다. 3웨이 4스피커 구성으로 6.5인치 우퍼 유닛을 2개 탑재한다. (동일한 유닛이 F22와 F52에도 사용된다) 우퍼에 사용된 폴리머-세라믹 복합 재질 진동판은 정확한 피스톤 작동을 하여 왜곡이 낮고 착색이 없다고 한다. 강력한 듀얼 네오디뮴 마그넷 구동 시스템과 2인치 플랫 와이어 보이스 코일을 적용하여 리니어리티 특성이 뛰어나다. 스펙을 보면 30Hz까지 재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신에 감도나 무척이나 낮아서 85dB라는 매우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따라서 F32를 구동할 수 있는 앰프는 충분한 출력을 지닌 제품으로 선택해야 한다.
미드레인지 역시 우퍼와 같지만, 크기만 작은 5.25인치 드라이버가 탑재되었다. 별도의 미드레인지 유닛을 탑재함으로써 폭 넓은 주파수 대역을 왜곡없이 재생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1인치 티타늄 돔 유닛을 적용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울티마처럼 베릴륨 트위터를 탑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0인치 우퍼를 탑재한 전작인 퍼포마 F30에 비해 폭이 거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F32의 캐비닛은 측면에 테이퍼를 주어서 외관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또 벽이나 측면에 붙여서 세팅하더라도 음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뒷 면에 보면 대형의 반사 포트가 나있는데, 이 때문에 뒷 벽과의 거리에 신경을 써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레벨의 스피커는 제작 과정에서 표준에 맞도록 조심스럽게 캘리브레이션된다고 한다. 그 덕택에 대단히 평탄한 주파수 응답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이미징, 그리고 넓고 깊은 사운드스테이지를 구현해준다.
스피커 터미널은 바이앰핑/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하는 바인딩 포스트로 되어 있다.
이 스피커를 메인으로 하여 퍼포마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성하려면 C32를 센터 스피커로, M22를 리어 스피커로, 그리고 B15a를 서브우퍼로 사용하면 된다. 예전에 접해본 퍼포마 시리즈가 스피커 사이의 긴밀한 협력으로 공간을 손쉽게 장악하고 최신 기술이 담겨진 효과음으로 감상자를 압박하는 홈시어터 사운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스펙 감도 86dB SPL, with 2.83V rms @ 1m(4 pi 무향실)
임피던스 6.5 Ohms (nominal), 3.7 Ohms (minimum @ 260Hz)
크로스오버 필터 3-way, high-order @ 190Hz and 2.7kHz
룸 주파수 응답 특성 ±1.0dB from 33Hz to 16kHz
타겟 응답에 대한 상대 주파수 특성 ±0.75dB from 34Hz to 20kHz
초기 반사 응답 특성 ±1.0dB from 33Hz to 15kHz
시청 윈도우 응답 특성 ±1.5dB from 31Hz to 16kHz
저역 응답 확장성 -10dB @ 24Hz / -6dB @ 26Hz / -3dB @ 30Hz
폭: 8.75” (22.2cm)
높이 : 41.5” (105.4cm)
문의처 : 코포사운드 02-497-1501
감상
파워앰프에는 VTL의 IT-85 파워앰프와 에어의 MR-X 모노 블럭을 사용했다. 소스 기기로는 세타의 DVD 플레이어와 dCS의 엘가를 썼다. 편안하고 다이내믹스가 그리 크지 않은 보컬 음악부터 감상해 본다. 소리의 높 낮음이나 셈여림에 따라 영향 받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력의 수준이 유지되는 점이 마음에 든다. 과거 제품의 어두운 음색은 그대로 유지되는 편이다. 음색에 있어서는 그 분야에 뛰어난 제품처럼 감상자를 매료시킬 정도는 아니다. 과거의 퍼포마 시리즈에 비해서는 조금 더 미끈해지고, 살짝 더 어두워진 인상이다. 심벌즈의 사라지는 소리를 들어보면, 촉감이 조금 무디고, 잔향이 조금 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퍼포마 F32의 고음은 레벨 울티마2 시리즈가 제공하는 최신 기술의 성과가 반영되기 한 세대 전의 소리다. 더 매끄러워지고 순해졌지만, 귀를 잡아 끄는 최신 스피커의 고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퍼포마 시리즈의 견고한 캐비닛처럼 허술한 점이 없는데, 바이올린 소리는 가늘거나 희박하지 않으며, 보잉의 움직임이 느껴질 만큼 힘 있고 단단하게 들린다. 다만 소리 끝이 예리하게 올라가는 대신에 약간 느긋하게 다듬어져서 매끄럽게 마무리된다. 소리결 끝에 화사하게 달라붙는 소리의 여운도 지속되지 않고 말끔하게 사라진다. 정확하고 포근한 중역대를 지니고 있지만, 음악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소리에 비해서는 약간 드라이하다. 보컬의 소리도 굉장히 정확하고 깨끗하며, 스피커 사이에서 정확하게 이미징이 이루어진다.
저음의 특성은 퍼포마 F32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스피커의 가격이나 규모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이었다. 근래 제품들 중에는 슬림한 캐비닛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히 우수한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퍼포마 F32 역시 더블 우퍼의 작동이 매우 잘 일치되어 마치 싱글 우퍼 스피커를 듣는 듯한 저음의 울림새가 인상적이다. 저음은 깊고 정확하게 내려가며 대음량에서도 부밍을 만들지 않고 잘 통제되며 안정되어 있다. 재즈 음악에서의 베이스의 소리가 굉장히 기민하고 리드미컬하게 들려서 큰 즐거움을 준다. 대편성 관현악곡을 들어보면 합주 부분에서의 다이내믹에 제한이 없이 꽤 대단한 규모의 무대를 만들어내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여유가 있다. 두 스피커 사이에서 약간 뒤로 물러선 무대는 악기들의 위치 관계가 잘 표현되어, 머릿 속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지금 상태도 좋지만, 같은 하만 스페셜티그룹의 마크레빈슨 앰프를 연결한다면, 더 정밀한 소리를 내줄 것 같다.
퍼포마 F32의 저음과 사운드스테이지 특성은 같은 가격대의 플로어 타입 스피커 중에서는 거의 비교할 제품을 찾아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홈시어터 시스템에 적용하더라도 다이내믹과 이미징 부분에서의 성능이 돋보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사실은 기존의 퍼포마 F30 스피커가 더 깊고 우세한 저음을 내준다고 한다. 그 만큼 10인치 싱글 우퍼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이야기인데,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필자는 F30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관 없는 분들이라면 F30의 중고 제품을 찾아 보시는 것도 가격 대 성능비가 좋은 스피커를 선택하는 방법일 것 같다.
흔히 오디오를 평가하면서 흠 잡을 데 없는 제품이라는 이야기를 사용한다. 이 말은 문제는 없지만 특별히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런 제품은 좋게 말해서 안전한 선택이지만, 사용자를 매료시키는 재미는 없다. 그런 제품에 수 백만원이라는 돈을 투자하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퍼포마 F32는 결점이 없는 제품이면서 매우 흥미롭고 가까이 두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드는 신기한 제품이다. 필자의 경우 오디오적으로 매우 어려운 다이내믹스와 사운드스테이지 같은 특성들이 수월하게 재생되는데 쏠쏠한 재미와 매력을 느꼈다. 결국 퍼포마 F32에 투자한다면 같은 가격 대에서 이름 그대로 가장 가격 대 성능이 좋은 완벽한 성능의 스피커 중 하나를 들여놓는 것이다.
결론이전에 각광 받지 못했던 퍼포마 F32었지만, 성능은 예상 밖으로 훌륭했다. 만일 누가 플로어 스피커의 입문 기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후보임을 확인했다. 북셀프 스피커와 확실하게 차별화 할 수 있는 30Hz라는 막강한 저음 재생 능력, 그리고 대출력 앰프의 다이내믹스를 무리 없이 재생해주는 다이내믹 성능, 그러면서도 바닥 면적이 좁아서 무리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은 퍼포마 F32를 선택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된다.
오디오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스피커는 대체적으로 음색에 독특한 왜곡이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제품을 찾는다면, 유럽계의 다른 스피커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특정 음악 장르의 재생에 약점을 보이는가 하면, 시스템과 매칭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플로어 타입 스피커는 음향 특성이 적합한 공간에 적응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 때문에 더더욱 퍼포마 F32처럼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수준 높은 재생음을 들려주는 스피커를 선택하기를 권하고 싶다. 퍼포마 F32를 기준으로 해서 앰프와 소스 기기를 차례로 업그레이드해가는 것도 소리를 길러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