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 (acherna@hanmail.net)
서론
스피커를 운용할 공간이 넓지 않은 경우, 우퍼와 캐비닛이 작은 소형 스피커를 선택하게 된다. 물리적인 규격이 제한된 결과로 저음의 양과 확장성이 부족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소형 스피커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핀 포인트적인 이미징과 사용 상의 편의성을 추구하고 오히려 대형 스피커보다도 더 만족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만일 소형 스피커의 이런 장점에 대형 스피커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면, 이상적인 스피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들어 소형 스피커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제품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얼티밋 모니터가 되겠다.
얼티밋 모니터는 미국의 AudioMachina 사의 창립자 겸 사장인 Karl E. Schuemann 박사가 직접 설계한 작품. 칼 슈만은 네바다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1992년부터 금속 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등 이론적 지식과 현장 경험을 모두 겸비했다. 칼 슈만이 스피커 디자인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음악이 연주되었던 현장을 최대한 완벽히 재창조하는 것이다. 음악 신호는 음반에 담겨진 정확한 증폭도와 정확한 타이밍으로 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
제품 소개
-스피커 : 401x165x406/437mm -베이스 : 152x254x25mm |
소형 스피커에 부족한 저음을 극복하기 위해 트위터를 중심으로 더블 우퍼를 위 아래에 둔 이른바 가상 동축형 스피커로 구성했다. 특히 상하 유닛이 대칭 형태이기 때문에 이를 옆으로 누이는 것 만으로도 홈 시어터 시스템의 센터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다.
트위터는 우퍼에 비해 약간 뒤로 들어가 있으므로, 유닛 사이의 출력 신호는 그 위상이 일치된다. 여기에 사용한 드라이버는 모두 ScanSpeak제로, 제작자가 스스로 스캔스픽 유닛의 팬이며, 고음과 저음의 이음새가 자연스럽고 음악적이라고 채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우퍼는 전후 진폭이 대단히 크고, 두 조가 함께 사용됨으로써 무려 10인치 우퍼에 맞먹는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모든 드라이버 유닛은 방자형 타입으로 TV 곁에 설치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네트웍은 10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대부분이 증폭도와 임피던스, 위상 응답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의 신호 필터링은 인덕터와 커패시터 하나로만 실시한다. 따라서 극히 투명한 음장과 생생한 이미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후면의 스피커 단자는 말굽 단자만 사용할 수 있고, 둥근 손잡이를 돌려서 단자를 함께 조이는 타입. 이전에 에어의 파워앰프에서 보던 것들이다.
스피커는 별도의 베이스에 올려 놓고, 양면 테이프로 부착하는데, 매우 단단히 부착되어 충격을 받더라도 절대로 떨어질 염려가 없다. 베이스는 스탠드에 볼트로 결합하도록 했다. 스탠드는 플로리다 소재의 사운드 앵커 사에서 제작한 것으로서 겉보기 뿐 만 아니라 실제로도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사용자가 자신의 시청 높이에 맞추어 제품의 규격을 맞춤 주문할 수 있는 것도 특징.
얼티밋 모니터의 저음 확장을 위해서는 REL에서 제작한 서브우퍼를 연결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스테레오 구성으로 사용할 때에는 Stadium III를 2조로 사용하거나, 5.1채널의 홈시어터 구성으로는 Stentor III 또는 Studio III 를 추천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서브 우퍼 추가가 여의치 않은 경우를 대비하여 전자 회로적인 방법으로 저음을 확장하는 BOMB™ (Bottom Octave Magic Box™ )이라는 베이스 확장 모듈을 선택할 수도 있다. BOMB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선입견과 달리 평범한 검은색의 쇠막대기처럼 생겼다. 하지만 이 속에는 독일 출신의 저명한 오디오 디자이너 겸 컨설턴트인 Siegfried Linkwitz가 개발한 증폭 회로가 적용되었다.
저음에서 감소하는 음량을 정확히 보상해주도록 고안된 이 회로는 이미 20년 전에 소개되었지만, 그동안은 실제 사용된 예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저음 부스트 방식과 달리 밀폐형 스피커의 자연스러운 롤오프 특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24Hz에서 10dB까지의 부스트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원래 스피커 본체만으로의 주파수 특성은 70Hz이다. 베이스 모듈을 연결한 상태에서의 -3dB 포인트는 32Hz이며, 실제 시청 공간에서도 25Hz까지는 내줄 수 있다.
BOMB의 내부에는 직렬 1차 필터를 포함해 비마 폴리프로필렌 필름 커패시터, 비셰이 벌크 메탈 포일 레지스터 등 최상급의 부품이 사용되어 음질에 대한 손상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전원부는 알카라인 배터리를 사용해서 험이 발생할 여지를 없앴고, 비마의 필름 커패시터로 바이패스했다. 회로는 외부 공진의 영향을 배제하도록 알루미늄 케이스에 수납되었고, 연결부에는 카다스제 RCA 단자가 적용되었다. BOMB은 연결한 상태에서도 소스에 따라 작동 상태를 온/오프 스위치로 조작할 수 있다.
시청
얼티밋 모니터의 시청은 소노리스의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다. 시청 장비로는 메리디언의 구형 CD 플레이어, 램의 L2 레퍼런스 프리, 그리고 EDGE라는 미국 업체의 솔리드스테이트 파워앰프가 사용되었다. 스탠드 위에 올려 놓는 소형 스피커인 만큼 설치 위치는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에 비해 덜 까다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스피커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제작사에서 추천하는 스피커 설치 위치가 케이블 제조 업체인 카다스 오디오의 이른바 황금비에 따른 것으로 아래 그림과 같다는 것. 0.447:0.276의 비율은 약 1.620으로 황금비 1.618에 해당한다. 카다스가 황금비의 신봉자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의 제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믿기는 힘들지만, 오디오와 홈시어터에 모두 좋은 위치라 하니 다른 스피커를 사용하는 분들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Cardas Audio의 이론에 따른 얼티밋 모니터의 추천 세팅 치 - 뒷벽과 측면 벽과의 거리 비가 황금비(1.618)가 된다
얼티밋 모니터는 크기나 외관에서 받는 인상과 달리 인위적인 핀포인트 이미징을 만들지 않고, 보다 실제 이미지의 크기에 가까운 음장을 표현해 냈다. 일부 소형 스피커에서는 가수의 입이 너무 작게 축소되어서 작위적이고 억지스럽다는 인상이 들지만, 얼티밋 모니터에서는 귀에 소리가 좀 더 가깝게 다가와서 좀 더 적극적이고 섬세한 재즈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고음은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경향으로, 실크 돔 특유의 섬세한 질감과 매끄러운 음색을 들려준다. 대신에 알루미늄 등 여러 금속제 진동판을 트위터에 사용한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는 달콤하고 화사하며, 예리한 소리와는 거리가 있고, 어둡고 차분하며 매끄러운 경향이며, 정직한 소리를 내는 편에 가깝다. 심벌즈의 소리를 예로 들면, 강렬한 어택의 에너지가 잘 전달되고, 이후 소리가 점차 사라지는 장면이 높은 해상도 때문에 대단히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그려지지만, 적어도 시청 시스템에서의 소리는 심벌즈 자체의 금속성 질감은 표현되지 않았다.
중역 대는 역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질감을 가져서 귀에 자극이 없다. 음의 높낮이나 음량에 따른 변화에 관계 없이 소란스럽거나 딱딱해지는 일이 없이 고른 재생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트위터가 유사 쇼트 혼 타입이어서 인지 목소리라든지, 트럼펫 등의 관악기에 울림이 증폭되는 듯한 착색이 아주 엷게 나타난다. 덕분에 가수의 목소리는 더욱 실연의 분위기가 더 나고, 트럼펫의 소리도 좀 더 가깝게 들리는 인상이다. 그리고 실내악에서는 고음 현악기의 소리가 더 힘차고 두터운 느낌으로 들린다.
저역은 매우 안정감 넘치고, 파워풀하며, 또 정교하게 통제되어 있다. 대편성의 관현악 곡을 재생해보면 이 스피커의 능력을 실감하게 된다. 테스트 과정에서 모짜르트, 베토벤, 말러 순으로 편성이 큰 음반을 들어봤는데,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장의 형태나 규격, 그리고 음색의 성질이 변화하는 일은 없었다. 말러 교향곡 1번의 4악장에서는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라든지 큰 북의 울림 등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 재생되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얼티밋 모니터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내믹스 부분에서는 캐비닛이 잘 만들어진 덕분에, 소형 스피커의 범주를 벗어난 강력하고 힘찬 소리가 재생되었다.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음량을 높여보았지만, 아슬아슬한 느낌 없이 소음량에서의 밸런스나 음색을 그대로 유지했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협주곡이나 교향곡의 감상에 골몰하는 분이라면 틀림 없이 이 스피커의 성능에 매료될 만 하다.
다음은 폭탄(BOMB)의 스위치를 누를 차례였는데, 이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의 저음은 일반적인 소형 스피커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단정하면서도 차분하게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특성은 저음 확장 모듈을 작동시키더라도 변화하지는 않는다. 저음 확장 모듈을 작동시켰을 때 실제 대형 스피커의 느낌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즉, 대구경 우퍼를 사용한 스피커에서처럼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감상자 앞으로 소리가 밀쳐 오는 듯한 느낌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작자는 대형 스피커와 경쟁하는 것보다는 소형 스피커로서 가능한 세계를 추구하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다.
베이스 모듈을 작동시켰을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음장이 더욱 깊고 넓어지면서, 저음 악기의 존재감이 더 확실해진다는 점. 중 고역 대에 대한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도 저음의 확장성이 향상되기 문에 소형 스피커의 독특한 세계를 선호하는 분들은 분명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재즈 음악은 베이스의 탄력 넘치는 저음, 그리고 드럼의 절제되면서도 타이트한 소리가 멋지게 어우러졌다. 또 관현악 곡의 감상에서는 저음 악기의 소리가 음악의 지지대를 굳건하게 만들어 주고 그 위에 걸 맞는 스케일의 소리가 자리잡는 느낌이었다. 물론 베이스 모듈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소리를 들려주는 만큼 선택하기 전에 면밀하게 테스트해볼 필요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저음을 보강하려면, 제작사가 추천하는 서브우퍼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결론
얼티밋 모니터라는 이름에는 제작자의 자신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분명 기존의 소형 스피커 중에서 이렇게 이론적이고 논리적이며, 완벽하게 만들어진 제품은 없었던 것 같다. 베이스 모듈을 부착할 수 있으며, 세우거나 눕혀서 홈시어터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등 적용 면에서의 다양성까지 충분히 배려되어 있는 성실한 제품이다.
가격적으로 다른 브랜드의 톱 모델 플로어 스피커와 맞먹는다는 점은, 아마도 제작자가 자신의 스피커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스피커의 진가를 인정하고 높은 가격을 지불해줄 사용자를 위해 최선의 작품을 만든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동 주택의 주거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한 지금 시점에 한 치의 공간이라도 절약해주는 소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많은 설명보다는 직접 한번 소리를 체험해 보시기를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