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5235@hanafos.com) 2004-03-24 02:24:07
현재 하베스에서 가지고 있는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HL-P3ES-2나 Compact 7ES-2 등이 있으며 프로용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모니터 20, 30, 40이 있다. 모니터 20은 전설적인 모니터 스피커로 꼽히는 3/5A의 후계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모니터 40은 무려 12인치 우퍼가 달려있는 중대형 모니터 스피커다. 모니터 30은 그 사이에 위치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고 재생음의 규모도 둘의 중간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1980년대 초반에 사용된 바 있었던 BBC 5/9의 후계기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모니터 40과 30은 모두 RADIAL재질로 구성된 드라이버와 시어스제 패브릭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이전에 리뷰한 하베스 HL 컴팩트 7ES-2 북쉘프 스피커도 RADIAL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으니 해당 리뷰도 참고해 보셔도 되겠다.
그런데 모니터40과 모니터 30의 특성은 어째서 이렇게 다를까 하며 놀랄 만큼 완연히 다른 편이다. 모니터 40은 다소 풍요로운 소리의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모니터 30은 기민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쪽이다. 가정용으로 나온 Compact7ES-2의 경우는 덜 까다로운 매칭을 전제로 했는지 몰라도 대체로 40에서의 느끼는 기운에 가까운 편이다.
소리
모니터 30의 소리에 대해서 정말로 요점만 간단히 기술하라고 한다면 리뷰어의 툴로 사용되더라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정직한 소리를 내준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혹시 프로용 모니터로 사용되는 제품이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이 제품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희석해서 의미를 낮추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어 안타까와 질 것 같다.
프로용 제품으로 선택된 스피커 회사에서는 자신의 제품이 프로용 기기로 사용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자랑스러워 하고 광고로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프로용으로 사용되는 기기가 반드시 정확한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 아닌 것 같다. 정확한 소리를 내주는 것 때문에 채택되었다면 프로용 모니터 제품은 소리가 엇비슷해야 되겠지만 실상은 제각기 소리가 다 다르다. 같은 회사에서 출시한 형제 격인 제품조차도 소리를 풀어내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프로용 모니터라서 정확한 소리 때문에 선택되었을 거라는 것은 단지 추측에 불과할 뿐 이었음을 확인할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를 만드는 사람은 만드는 사람대로의 기준으로 스피커를 만들었을 것이고 선택하는 사람은 그사람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모니터 스피커를 평가하고 구입해서 사용하게 마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스피커가 존재하지만 2웨이 북쉘프형 스피커에서 이만큼 정신이 바짝 드는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를 들어보기는 정말 드물다.
뒤로 물러나 있지 않은 사운드 스테이지에다, 재빠르고 경쾌하고, 강약의 아티큘레이션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넓은 다이나믹 표현력과 경이로운 저역의 해상력,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정숙하며, 투명한 중역과 공기로 충만한 느낌을 주는 스무스한 고역, 밸런스 잡힌 대역간 균형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역의 통제는 잘 설계된 밀폐형 스피커를 연상할만큼 제대로 댐핑이 걸려있어서 벙벙대지 않는다.
사실상 이 제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두 키워드는 미세신호가 묻히지 않고 고스란히 재생 할 수 있는 정보량의 보존과 잘 통제된 저역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가정용 스피커처럼 들리기 좋으라고 달콤하게 음색을 튜닝을 한 것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자연히 마음에 끌리듯이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특이하게 시원스런 소리를 내주기 위해 특정 대역을 부스트 시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 재생에 적합하다.
이 제품이 특별히 더 가산점을 받을만한 것은 과포화에 가까울 정도로 바짝 녹음된 레코딩을 큰 음량으로 울리는 가혹한 상황에 내던지더라도 깨지지 않는 소리를 내주는 점이다. 필자가 들어본 소형 스피커 중 이런 상황에서 주눅들지 않는 소리를 내줬던 스피커는 B&W 시그니춰 805와 mbl321E 스피커 밖에 없었다. 이런 특수한 능력은 하베스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RADIAL이라는 콘지의 재료가 가진 능력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저역 에너지가 나와 주지 않기 때문에 사운드스테이지의 좌우 폭이 넓게 재현되지는 않는다. 이 점은 모니터 40이 아니고서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보이지만 북쉘프 스피커의 기준에서 보면 큰 결점이 될 정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무리
이 스피커의 단점은 무시할 정도로 적고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편히 음을 듣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도 이 스피커를 운용하는 게 쉬울 것인가에 대해서 질문 한다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답변할 것 같다. 이 스피커는 특정한 대역에 음색이 틀어지는 문제가 있지 않으므로 매칭하는 앰프를 지독히 가릴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투명하게 앞단의 소리를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앰프는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고 나머지 컴포넌트들도 마찬가지다.
체감상 느끼게 되는 하베스30의 저역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편이고 약간의 음조의 밸런스가 서늘한 쪽에 기울어진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앰프 선정에 진공관 앰프라거나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소자가 하이브리드된 제품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권해보고 싶다. 필자에게 우선 떠오르는 제품은 패소스의 인티앰프중 로고스라는 하이브리드 앰프다. 그리고 소스기기의 선정시에도 좀 더 고급형을 선택하고 무게감이 부족한 제품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피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성능 이상으로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 하는 날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것이 번거롭고 싫다면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정용으로 만들어진 HL컴팩트 7ES-2스피커를 대안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에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추호의 흔들림 없이 모니터30쪽을 선택했을 것 같다.
이 제품은 한순간에 뭔가 홀리게 해서 소유욕의 열병에 빠지게 하는 마법이 빠져있다. 생김새가 소너스 파버르 같은 우아한 유선형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특이한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적당히 왜곡되었지만 중독성이 있는 근사한 무엇을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 대신에 쉽게 질리지 않을 소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질적인 음악의 생명력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기능적인 기본을 정말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만큼 왜곡되지 않은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는 찾아보기란 매우 희귀한 일이다.
만일 스피커를 하나로 진득하게 고정하고 다른 컴포넌트로 소리를 잡아가는 오디오 매칭 스타일에 익숙해 있다면 이 제품의 사용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런 분들이라면 스피커를 알아보실 때에 잊지 말고 하베스의 모니터30 스피커를 한번 들어보실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