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rus CD8x CD 플레이어

Posted by 김민영 on 02/27 at 03:18 PM

이제는 성능이 훌륭한 경쟁제품들이 많아졌지만, Cyrus CD8x의 전신인 CD8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그 모델은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게다가 이러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발빠르게 업데이트를 내놓고, Cyrus만의 독특한 전략인 PSX-R도 꾸준히 밀면서 한 번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덕분에 강산이 반은 변했을만한 시간이 지났지만 Cyrus는 여전히 6시리즈와 8시리즈의 기본 형태를 유지한 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Cyrus의 외적인 면에 대한 평가는 취향이나 기준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Cyrus가 가장 자주 등장했고 이 회사의 제품에 대해 꾸준히 좋은 평가를 내리는 What Hi-Fi? 紙 에서는 Cyrus의 외관이나 만듦새에 대해 특별히 나쁜 언급을 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분명 모두가 수긍하는 평가는 아닌 듯하다. 우선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컴팩트함일 것이다. 무게로 오디오 기기의 성능을 평가했다는 우스갯소리가 통하던 시절과 지금은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큰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실제로 어느 정도 몸집이 있어야 비싸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Cyrus의 외관과 가격은 상호 연상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Cyrus 시리즈로 앰프와 CD플레이어를 갖추면 랙 한 칸에 두 기기를 동시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요즘같이 기기가 넘쳐나고 공간은 부족한 시대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Cyrus와 다른 제품을 함께 사용할 때의 부조화도 걱정거리일 수 있지만, 라인업의 제품들이 모두 고른 성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면 된다. 함께 사용하는 것이 Cyrus 시스템 사용에 있어 암묵적인 권장사항이다.

제원

• Description: Single-box CD/CD-R player with two pairs of analog outputs on RCA jacks and S/PDIF digital outputs on RCA and Toslink jacks.
• Maximum output level: 2.1V RMS. Signal/noise: 120dB at 1kHz. Total harmonic distortion: 0.002% at 1kHz. Frequency range: 20Hz–20kHz. Clock
• jitter: <80ps. Output impedance: 50 ohms.
• Dimensions: 8.4” (215mm) W by 3.1” (80mm) H by 14.1” (360mm) D. Weight: 35 lbs (15.9kg).
• Price: $1995. Optional PSX-R power supply, $795. Approximate number of dealers: 5.
• Manufacturer: Cyrus Audio, Ltd., Spitfire Close, Ermine Business Park, Huntingdon, Cambridgeshire PE29 6XY, England, UK. Tel: (44) (0)1480-435577. Fax: (44) (0)1480-437715. Web: http://www.cyrusaudio.com.

CD8x는 제조사의 고급 기종답게 외관도 말끔하다. 약간 어두운 톤에 유광처리가 살짝 되어 있는데, 다이캐스트 섀시이다. 하지만 만듦새가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특히 트레이 부분이 불안해 보이는데, 리뷰 샘플로 받은 제품을 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기기가 살짝 기우니 트레이가 살짝 빠져나왔다. 트레이의 작동도 매끈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외에는 특별히 흠잡을 점이 없으며, 출력 단자에 밸런스 단자는 빠져 있지만 디지털 출력이나 광출력 단자 등을 갖추어 연결성도 좋다. 

다른 어떤 제품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Cyrus만의 독특함과 장점은 업그레이드의 편리함과 자연스러움이다. 잘 알려진 PSX-R 파워서플라이 추가에 덧붙여, CD8x에서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8에 붙은 x 라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 CD8x는 Cyrus의 X시리즈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이다. CD8x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하여 DAC X 와 XP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DAC 24비트 192kHz 업샘플링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에픽 하이의 2집 High Society 중 평화의 날을 들어보면, 타이밍이 좋아서 흥겹다. 베이스가 팽팽하고 또렷한 것은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가 느껴지며 이에 더해 드럼소리가 경쾌하고 타격감도 좋다. 전반적으로 맺고 끊음이 정확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것이 CD8x만의 고유한 특성이자 장점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ECM 의 :rarum 시리즈 중 Jon Christensen의 선집 앨범을 들어보았다. 이 앨범에서는 드럼 소리의 여러 묘미를 느낄 수 있는데, CD8x는 이 맛을 더 잘 살려준다. 꼭 강하게 두드리는 부분이 아니더라도 스피드와 팽팽함이 그대로 전해지며, 멀리 배치된 드럼 소리도 묻혀 있다는 느낌이 나지 않은 채 거리감만이 잘 드러난다. 이외에도 Keith Jarret의 Inside Out 앨범에서도 깊고 자세하면서 빠른 타악기의 울림이 앨범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이는 긴장을 놓치지 않는 리듬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Jimi Hendrix의 Electric Ladyland 앨범 중 Long Hot Summer Night 에서 이러한 리듬의 텐션이 잘 느껴진다. 

CD8x의 저역은 리듬감과 스피드가 좋은 것만이 아니다. Jacqueline du Pré 의 브람스 첼로 소나타 연주를 들어보면 울림이 깊고 저역의 디테일이 좋다. 저역의 양감은 넘치거나 풍성하진않지만 결코 모자람이 없다. 

이 기기가 기존의 8 시리즈에 비해 꼬리표가 붙인 것이 정당했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오디오적인 특성으로는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넓고 깊은 울림에 있다. 전작에서는 또랑또랑하다는 인상만이 강했는데, 이것은 그대로 지닌 채 숨을 한 번 죽이고 깊이를 얻은 것 같다. Yo-Yo Ma의 Yo-Yo Ma Plays Ennio Morricone 앨범에서 이런 능력이 십분 나타난다. 어느 곡을 들어보아도 배경 바이올린 소리가 넓게 퍼져나가며 깊은 느낌이다. Anouar Brahem Trio의 Astrakan Café에서는 적막속에 울리는 클라리넷과 Bendir의 공명이 좋아 공간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와 연결하여 사운드 스테이지도 언급해보면,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에서 역시 공간이 정확히 표현되고 스테이지 표현이 정교했다. Yo-Yo Ma의 앨범에서는 정밀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대를 그려내는 것이 돋보였다. 

고역은 상당히 깔끔하다. 굉장히 아름답거나 빛나는 고역은 아니지만 어느 한 면에서 빠진다고 보긴 힘들며, 해상력도 아주 좋다. 고역 부분에서는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블라델리우스의 Frejja CD플레이어와 비교해보면 아주 높은 고역이 약간 희미하며, 정교하고 화려한 느낌도 덜하다. 그러나 Kieth Jarret의 Inside Out에서 들을 수 있는 심벌즈의 디테일이나 Epik High의 평화의 날에서 알 수 있는 깔끔하고 바삭한 느낌에서 CD8x 의 뛰어난 고역 재생이 나타난다. 

중역은 기기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따뜻하거나 넉넉한 느낌은 없지만 디테일이 좋다. 따뜻하지 않다고 해서 너무 딱딱하고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Beck 의 Guerro에서는 디테일이 받쳐주는 가운데 시원시원하게 풀어내는 중역의 매력이 있다. 시청에 사용한 앨범 전반에서, 중역 역시 저역처럼 명확하면서 내적인 에너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Cyrus CD8x는 인상과 맞아떨어지는 면과 인상과 전혀 다른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야무지고 또렷한 편이고, 따뜻하고 편안한 스타일로 승부를 보는 기기는 아니다. 하지만 Cyrus를 볼 때마다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은 재생음이 담고 있는 에너지와 깊이이다. 힘을 있는대로 끌어내면서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스스로 지치지 않고, 에너지를 재생음 속에 꾹 눌러담아 표현하는 듯하다. 또한 여느 기기가 갖지 못하는 깊이와 섬세한 울림 역시 Cyrus가 갖는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