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03의 주요 사양
D-03의 주요 사양
서론
에소테릭은 일본 업체인 티액(Tokyo Electronics Acoustics Company)의 오디오용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제작사인 티액은 저장 기록 및 재생 장치 분야에 집중하여 산업, 군수용 제품부터 고급 오디오까지 다양한 제품을 제조, 생산하고 있다. 에소테릭은 디지털 미디어 재생 분야에 주력하며, 12cm의 광학 미디어에 담긴 명 연주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된다고 한다.
(이후 하이파이넷의 특집 기사에서는 에소테릭 대표 오마치 씨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에소테릭과 그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드릴 예정이다.)
티액은 특히 VRDS(Vibration-free Rigid Disc clamping System)라는, 디스크 전체를 눌러서 진동을 억제한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내놓아 유명해졌다. 티액의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으로 고급 CD 플레이어를 내놓은 대표적인 회사 중에 하나가 와디아인데, 지금은 오히려 에소테릭이 연이어 신 제품을 출시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업체로 자리 잡았다.
현재 에소테릭의 라인업은 P-01 트랜스포트와 각 채널이 분리된 최고급 모노럴 구성의 DAC인 D-01이 최상급 모델이고, 분리형 제품의 하위 기종으로는 P-03 트랜스포트/스테레오 DAC인 D-03이 그 다음을 이어 받는다. 마지막으로, 일체형 멀티 채널 SACD 플레이어인 X-01, 유니버설 플레이어인 UX-1, 2채널 SACD 플레이어 X-03과 유니버설 플레이어인 UX-3이 있다. 이들에는 모두 새로운 VRDS-NEO 메커니즘이 적용되었으나, 다만 가격에 따라 사용된 재질 등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분리형 제품과 일체형 제품, 또 지원 채널 숫자라는 이해하기 쉬운 기준에 따라 제품의 내용과 가격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으므로 선택에 어려움이 없다.
에소테릭 제품으로는 작년에 P-01과 D-01에 이어 X-01과 X-03이 새롭게 인기를 모았고, 이들 제품은 모두 ‘하이비’와 스테레오사운드의 ‘베스트바이’를 석권했다. 가장 인기 모델이었던 X-01가 생산 종료되고 나서는 500대 한정 생산의 ‘X-01 Limited’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제품 소개
P-03 트랜스포트
P-03 트랜스포트부터 살펴보겠다. 에소테릭의 차상위 플레이어인 P-03에는 상위 기종인 P-01과 달리 전원부가 포함되었다. P-03은 스핀들 베어링부에 NSK(일본 정공 주식회사 )와 공동 개발한 세라믹·볼 베어링을 채용함으로써, 어떤 속도에서도 정밀도 높은 회전 제어가 가능하다. 이로써 디지털 신호의 지터를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P-03의 트레이는 최고급 제품다운 우아한 동작을 보여주는 데, 특히 디스크 수납 시에 셔터가 닫히면서 프런트 패널에는 기계적으로 잠금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음압이나 진동으로 인한 음질적 영향을 완벽히 배제했다.
전원부와 트랜스포트 부는 진동으로 인한 음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본체 내 각 부분을 분리하는 더블 블록 구조를 채택했다. 전원 부에는 메커니즘/모터 구동과 신호 처리 용도의 트랜스를 각각 구분해서 탑재.
프런트와 측면, 상판, 그리고 프런트의 코너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처리했다. 바닥은 5mm 두께의 철판과 에소테릭의 독자적인 핀 포인트 풋을 통한 3점 지지를 구현. 전체 트랜스포트의 무게는 웬만한 대출력 파워앰프를 상회하는 30kg에 달한다.
디지털 오디오 출력은 고정밀도 수정발진기(오차 +/-3ppm)를 탑재하여 지터를 저감. 게다가 업 컨버팅 기능을 적용하여 최대 fs176.4kHz의 출력을 구현한 것도 특징. 원래 작동 시에 트랜스포트와 DAC의 포맷을 맞춰주어야 하지만, 176.4kHz로 업컨버팅한 상태에서는 CD의 PCM과 SACD의 DSD 전송이 모두 가능하다. 또 CD의 PCM 신호를 DSD 신호로 변환하는 모드도 추가되어 있으므로, 소스의 녹음 상태나 음악 장르, 또 스피커나 앰프 등 기기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업 컨버팅 기능이 없는 출력으로 RCA(1 계통 )을 장비했으며, RCA 출력으로는 SACD 신호가 출력되지 않는다.
워드 싱크 기능은 외부에서의 워드 클럭에 동기하며, 입력 가능 주파수는 각각 44.1/88.2/176.4/96/192/100kHz에 대응. 마스터 클럭 제너레이터(에소테릭 G-0s)에 내장된 클럭을 사용하면, 지터의 정밀도나 위상 정합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고.
에소테릭의 클럭 제너레이터 중 최고급 모델인 G-0s의 경우 루비듐 클럭을 사용하는데, 이는 주파수 정밀도가 무려 0.05ppb(1ppb=1/1000 ppm)로 모바일 통신이나 방송 용도의 정밀도를 지닌다. 상위 기종인 P-01과 마찬가지로 10MHz의 세슘 발진기 입력 단자도 있는데, 이를 연결하면 완전히 다른 경지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하니, 호기심이 들 만하다.
(세슘 발진기는 시간의 단위를 정의하는 데 사용되는 세슘 원자를 사용한다. 즉, 국제 원자시의 정의에 따르면 1초는 기저상태[基底狀態]에 있는 세슘원자가 2개의 초 미세구조 사이에서 전이(轉移 )할 때 복사 또는 흡수하는 전자기에너지 주기의 91억 9263만 1770배가 된다.)
앞서 에소테릭의 멀티 채널 SACD 플레이어인 X-01이 단종 되면서는 새로운 Limited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언급했다. 이 X-01 Limited 업 버전의 내용은 그보다 뒤에 나온 P-03/D-03에도 적용되었다.
우선 내부 배선재는 고순도 6N 동선을 사용했으며, 분해능이 높고 텍스처 재현력이 풍부한 소리를 획득했다. RCA 츌력부에는, 순동에 금을 도금하고, 규정된 75옴의 임피던스 규격을 정확히 준수한 WBT 제 nextgen 단자를 사용했다. 여기에다가 순동에 로듐을 도금하고 초저온 처리를 실시한 고급 전원 인렛을 사용한 점도 특기할 만 하다. 마지막으로 전면에는 SACD 소프트웨어의 플레이 에리어 변환 버튼을 갖추어 SACD와 CD 트랙을 쉽게 비교해 들을 수 있다.
D-03 DAC
D-03은 D-01의 모노럴 구성과 달리 스테레오 사양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새시에 모노럴 DAC를 수납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채널의 크로스토크를 억제하고, 좌우 채널이 동일한 배치로 음질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공간 정보를 정확히 재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DAC로는 DSD와 PCM에 대응하는 아날로그디바이스 사제 AD1955를 차동 증폭 모드로 구성했다. SACD 만이 가능한 매끄러운 음질을 제공하여, CD에도 텍스처가 뛰어난 음질을 획득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S/PDIF, AES, i.LINK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갖춤과 동시에, L/R 독립 전송의 듀얼 AES를 통해 192kHz의 하이 샘플링 소스를 재생한다. 드라이버 회로에는, ±38 V전원으로 트랜지스터, FET를 구동하는 디스크리트 구성을 적용. 게다가 아날로그 회로까지 탑재하여 음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D-01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필터 OFF 기능도 넣었기 때문에, 선호하는 음악에 맞추어 미묘한 음질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스테레오 DAC인 만큼 멀티 채널을 구현하기 위해 D-03 DAC를 무려 3대나 사용해야 한다. P-03의 IEEE1394 디지털 출력을 DAC에 연결하고, 다시 DAC에서 출력을 뽑아서 다른 DAC에 연결하는 이른바 데이지 체인 방식으로 멀티 채널 구현이 가능하다.
에소테릭 측의 설명에 따르면 더블 밸런스드 연결의 독자적인 ES LINK 인터페이스와 달리 i.LINK의 경우에는 단자나 여러 문제로 인해 고품질의 음악 신호 재생에 손색이 있다는 것. 따라서 P/D-03은 스테레오 SACD 재생에 최선을 다하려는 제품이며, i.Link는 향후 등장할 SACD 지원 멀티채널 프로세서에 연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감상
프리앰프로는 Classe CP-700과 BAT VK-51SE, 파워앰프는 Classe M400 MonoBlock, 스피커로는 바우어즈 윌킨스의 800D를 사용했다. 트랜스포트와 DAC는 에소테릭에서 추천하는 더블 밸런스드 연결을 통해 DSD와 PCM 연결을 번갈아 시청했다. 이후에 가격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아포지의 미니 DAC와 마란츠의 SA-11S1 SACD 플레이어를 참고로 시청해봤다.
개인적인 시청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행운 외에도 2005년도 디지털 AV쇼에서는 공식 수입원의 서로 다른 3개의 부스에서 매킨토시와 크렐의 LAT, 그리고 800D 시스템에 연결된 P-03/D-03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 2004년도의 디지털 AV쇼에서는 에소테릭의 P-01과 D-01이 FM 어쿠스틱스의 앰프와 함께 시그너처 800 스피커를 멋지게 울려주었고, 개인적으로는 쇼의 베스트 사운드로 기억되었다. 새로운 P-03과 D-03 역시 상위 기종에 가까운 성능을 지니고 있으리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지만, 여기에 클럭 제너레이터인 G-0s를 연결한 소리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시스템의 특징이라면, 인위적인 핀포인트 음장을 만들거나 반대로 소리를 앞으로 크게 내미는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전에 리뷰했던 일체형 유니버설 플레이어인 UX-03에 비하면 세부적인 조망이 훨씬 섬세하고 구석구석까지 부각되는 입체적인 음장을 재생한다. 이를테면, 에소테릭의 첨단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귄터 반트 지휘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에서는 베를린 필의 웅장한 스케일이 당당하게 그려지며, 소리에 애매하거나 힘이 덜 들어간 부분 없이 전체적으로 선명하게 그려진다.
밸런스를 살펴보면, 에소테릭 특유의 정돈되고 차분한 느낌이 강하다. 바로 곁에 두고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DCS Elgar와 비교하면 좀 더 밝고 상쾌하며, Weiss의 Medea와 비교하면 단정하고 차분한 편. 또 Wadia의 27의 탄탄하고 박력 있는 소리에 보다 가깝지만, 차분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진 음색의 질감에서는 에소테릭이 훨씬 앞서있다. 일반적으로 배경이 조용한 소스 기기의 경우 어둡게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에소테릭은 그렇지 않고, 기존의 어떤 디지털 소스 기기와도 다른 소리를 낸다. P-03과 D-03에도 튜닝 과정에서 에소테릭다운 사운드를 정립하는 작업이 진행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음은 디자인의 인상처럼 매우 단정하고 또 깨끗하며 매끄럽게 잘 다듬어져 있다. 보컬의 음색은 아주 입자가 작고, 곱게 표현되며, 소리가 튀거나 가볍게 날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과연 고급 기기답게 소리에 껄끄러운 먼지나 눈에 띄는 착색이 없는 정갈하고 순수한 소리. 아마 배경의 잡음이 없는 제품으로는 단연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필터링으로 소리가 둔하게 무뎌지거나 또 섬세한 미묘한 뉘앙스를 손실해서 소리가 생명력 없이 죽어버리는 일과는 물론 거리가 멀다. 최고급 기종답게 최고 수준의 S/N을 자랑하면서도 다른 제품과 비교하기 힘든 디테일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저음에서 고음에 이르기까지 빈틈 없이 차분하고 견실한 인상이다. 하지만, 소리의 여운이나 배음이 적어서 자신 만의 음색을 만들어내지 않는 부분은 애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단정하고 세련된 완성도를 추구한 나머지 화려함이라든지, 자신의 색깔에는 눈 돌리지 않은 셈이다.
저음은 매우 묵직하고 단단하며, 미국이나 유럽제의 고급 플레이어와 달리 선이 두텁고 소리결이 탄탄하다. 덕분에 저음이 무겁게 동반되는 강력한 어택에서 소리의 에너지가 정확히 전달된다. 최근에는 저음이 얇고 섬세한 소스 기기가 더 많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에소테릭은 저음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소리가 견고하고, 가볍거나 허술하게 빈 느낌이 없다. 록 음악에서는 베이스 기타나 드럼의 소리를 들어보면 음반에 담긴 음악의 에너지를 손실 없이 충실히 전달하려는 에소테릭의 설계 사상을 엿 볼 수 있다.
클라세 CP700 프리앰프와 에소테릭을 연결하면 전체적인 무대의 규모와 중량감이 탁월하게 재생되는 반면, 중 고역 대의 여운도 강력히 통제한 덕분에, 발랄한 소리는 되지 못한다. 차로 비유하자면, 액셀이 강하지만, 핸들이 묵직하고 브레이크도 강한 시스템인 셈이다.
하지만 진공관 프리앰프와 연결하면, 미드레인지가 너무나 부드럽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급변신한다. 레베카 피전의 목소리는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워지고, 견고하지만, 굳어 있던 음장 속의 에어는 부드럽게 공간을 움직인다. 귄터 반트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은 두터운 현의 울림이 비단결처럼 좋은 촉감을 만들어낸다. 다만 클라세 CP700에서와 같은 탄탄한 저음과 단단한 무대감은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최고급 소스 기기일수록 프리 앰프와의 매칭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참고적으로 들어본 마란츠 SA-11S1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SACD 플레이어 들 간의 차이가 예전 CD 플레이어들의 차이에 비해 적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 두 제품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에소테릭 UX-03의 SACD 재생보다는 오히려 저렴한 마란츠 SA-11S1의 나긋한 소리를 선호하지만, 에소테릭의 P-03/D-03에 비하면, 너무나 야위고 유약한 소리가 되어버린다. 물론 매칭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시청 시스템에서의 차이는 대단히 컸다.
결론
에소테릭은 스스로가 밝히듯이 새로운 포맷에 대해 보수적인 편이지만, SACD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진 듯, 다른 업체에서는 수 년에 한 번 내기도 힘든 초고급기를 연이어 소개하고 있다. 하이엔드 업체들이 쉽게 손 대지 못하는 SACD 시대에 들어와 디지털 오디오 분야에서 에소테릭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에소테릭 P/D-03의 일본 내 발매 가격은 각기 126만엔으로 아찔할 정도의 초고가 제품임에는 분명하지만, 플래그십 모델인 P-01과 D-01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해진 수준이다. 실제로 제품을 체험해 본 결과 플래그십 모델의 자리를 분담해 낼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디지털 오디오 시대에서 과연 얼마나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잠깐이라도 이런 탁월한 제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