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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 포그 2 CDP Follow-up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2. 9. 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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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앰프에 직결해보기

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09-21 15:43:41

케언 포그2 CDP는 일반적인 CDP로서 인티앰프나 프리앰프에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시킬 때에도 만족스럽게 음악을 들을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동 가격대의 제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특이한 기능-- 리모컨으로 조절되는 출력레벨 조정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출력레벨 조절기능을 잘 활용하면 프리앰프 없이도 파워앰프에 직접 연결해서 (이하 직결로 표현)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시스템에서 직결이 항상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결을 시도해 보는 것이 금기시될 이유도 없다. 특히나 케언 포그 2 정도의 음질수준이라면 한번 해볼만하다. 그리고 아마도 케언 포그2 CDP를 구입할 것을 고려하시는 분들의 시스템에서라면 차라리 프리앰프에 투입될 비용을 파워앰프에 투입해서 전체 시스템 구성을 한단계 더 내실있게 만드는 방법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프리앰프를 억지로 구입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을수도 있어보인다.
이 글은 케언 포그 2를 이용해서 직결시스템을 구성하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

제품구성 및 사용방법
1) 출력레벨 조정의 구현방식
제작사에 문의해 본 결과 레벨 컨트롤이 디지털 도메인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며 출력레벨 조정은 23스텝이며 -100dB까지 감쇄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DA 컨버터로 사용된 CS4392칩에 내장된 출력레벨 조절 기능을 활성화 시킨 것이다.

2) 볼륨조절 방법
출력레벨 조절은 리모컨을 통해서만 이뤄지는데 리모컨에서 쉽게 눈에 띄도록 색을 다르게 처리했다거나 했더라면 직결사용자에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케언 포그 2 CDP 중앙에 달린 동그란 디스플레이에는 가변출력값이 시계 눈금 같은 것으로 표시되는데 처음에는 그냥 자이로스코프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도록 멋으로 그려놓은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이 출력값은 CDP가 꺼지고 메인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이전값을 기억하고 있다.

3) 직결시 유의사항
파워앰프와 직결시 유의해야할 점은 전원을 켜는 순서가 될터인데 케언 포그 2 CDP는 꺼질 때 ‘퍽’ 하는 소리가 나도록 되어 있고 앰프도 스피커보호회로가 달려있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두 꺼져 있는 상태에서 켤때는 CD플레이어를 먼저 켜고 그 다음에 파워앰프를 켠다. 끌 때에는 역순으로 파워앰프를 언저 끄고 그 다음에 CD플레이어를 꺼야한다.
그리고 또 하나 유의할 것은, 공장 초기값은 출력 레벨이 최대로 되어 있으므로 맨 처음에 파워앰프와 직결해서 CD를 넣기 전에 해야 할 일은 CD플레이어의 가변출력값을 제일 낮은 곳에 놓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플레이시켜도 소리가 나지 않을 테지만 차츰 가변출력값을 높여 조절해서 적당한 음량으로 음악을 들으면 된다. 사용이 끝난 후 기기를 끄기 전에 굳이 가변출력값을 최저값으로 놓지 않아도 된다. 다만 끄는 순서를 정확하게 지켜준다는 전제에서만이다. 혹시라도 실수로 켜는 순서를 바꿀수도 있으므로 가변출력값을 최저로 놓는 버릇을 가지더라도 나쁘지는 않을것이다.

4) 케이블 조합
직결 사용에서는 케이블이 상당히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하게 된다. 오디오신호가 프리앰프를 통하면서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수 없이 잡음이 섞이고 변조되는데, 직결에서는 프리앰프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케이블마다의 특성이 선명하게 잘 드러나게 되고 전체 소리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그 영향의 정도는 심한 편이어서, 만일 고역이 강조된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거의 음악을 들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필자가 사용하는 뮤지컬 피델리티 A3 CR 파워앰프를 사용했을 때는 여러 케이블 중 동광사의 동축형 RCA케이블이 그중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비록 몇가지 다른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런데 이런 결과는 항상 상대적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약간 어두운 음색을 가진 아캄 FMJ A32인티앰프의 파워앰프부분을 사용했을 때는 동광사의 케이블은 전체의 소리를 더 어둡게 만들어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도메인에서 처리되는 레벨컨트롤의 음질에 대해서
디지털 도메인에서 레벨 컨트롤이 된다는 것에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리라 생각되어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전의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디지털 도메인에서 레벨 컨트롤이 이뤄진다는 것은 열악한 음질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왜 그랬었는지 알아보자.

프리앰프가 하는 역할은 라인소스 입력(예를 들면 CD플레이어)의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 출력의 양을 줄여서 파워앰프에 공급하는 것이다. 출력을 줄이지 않으면 너무 높은 전압이 파워앰프에 들어가서 파워앰프나 스피커를 손상시키게 된다.
그런데 어떤이가 생각하기를, 이런 출력전압을 낮추는 일을 CD플레이어 내부에서, 특히 디지털>아날로그 변환이 이뤄지기 전에 디지털부분에서 이뤄진다면 매우 값싸면서도 정교하게 컨트롤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도메인에서 출력레벨을 낮추기 위해서는 디지털 오디오의 데이터 비트를 소모시켜야 가능하다. 초창기에 디지털 도메인에서 출력조절을 할수 있도록 고안된 CD플레이어는 음량을 낮출수록 디지털 오디오 데이터가 수록된 16비트 데이터에서 비트를 소모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출력조절값이 최대가 되면 비트수의 소모가 없긴하지만 그러려면 어쩔수 없이 다시 프리앰프가 필요하게 된다.

비트수가 줄어들면 어떤일이 일어날까? 디지털 오디오의 원리상 오디오 데이터의 비트수가 줄어들게 되면 해상력이 낮아지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에 수록된 주파수 대역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직결후 주파수 대역이 늘어난 것 같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프리앰프에서 들리지 않는만큼의 신호를 걸러내고 나서 나머지 신호만 보내줬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

만일 CD에 수록된 16비트 디지털 오디오 신호에서 출력레벨을 위해서 4비트 분량만큼을 소모시켰다면 사용할 수 있는 남겨진 오디오 신호는 12비트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그럴 경우 다이나믹 레인지는 96dB에서 72dB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지며 (메탈 테이프에 수록된 수준) 미세한 레벨의 수록음이 제대로 재생되지 못해서 디테일한 소리의 재생을 할 수 없게 된다. (비유하자면 컴퓨터의 비디오카드의 색상수를 256색상으로 줄인것처럼 어딘가 색 재현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 디더링 (Dithering)이라는 디지털 오디오 처리기술이 채용되어 출력레벨이 낮아지더라도 (볼륨을 낮춰 듣더라도) 예전만큼 해상력이 낮아지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좁아지지는 않는다.

디더링은 16비트의 디지털 오디오 정보 외에 불필요한 수 비트의 가상 정보를 덧입힌 후 24비트로 만든 다음 출력레벨을 낮출 때 소모되는 비트를 오디오신호가 수록된 데이터 비트를 훼손시키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디더링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도메인에서 레벨컨트롤을 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와디아의 CD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는 디지털 도메인에서 레벨컨트롤이 되는 CD 플레이어들은 디더링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들어보기
듣기전에 혹시나 하고 께림직하게 생각했었던 해상도와 다이나믹레인지의 재현에서의 있을 수 있는 핸디캡에 대해서는 다행히도 별 문제가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이렇게 꺼림직했던 것은 예전부터 세간에서 들어왔던 직결에 대한 경험과 평가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결 상태로 며칠간 계속 들었지만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홀가분하게 계속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오히려 종전보다 더 파워풀하다고 느껴졌고 좀 더 투명해진 듯이 들린다. 그런 차이는 특정한 소리를 강조해서가 아니라 프리앰프를 통하면서 가려져 있었던 소리의 원형을 들을수 있었던 것 때문이었다. 이처럼 녹음한 소리에 한걸음 더 근접한 소리는 좀 더 디테일하고 적극적인 소리였고 여러 CD를 계속해서 들으면서 직결 시스템이 주는 유혹에 빠지는 경험을 만끽했다.

정경화의 바이얼린 소품집을 들어보면 선명하지만 과장되지 않은 잘 녹음된 바이얼린의 소리를 들려준다. 굳이 화면으로 비유하자면 검은 배경은 좀 더 검은색에 가깝고 흰색은 좀 더 흰색에 가까우며 환한 빛에 가려져 있던 원래의 색상이 좀 더 잘 드러난듯하다.

싼 가격의 CD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직결에서 단지 140여 만원의 CD플레이어를 이용하고 세심하게 선정한 케이블만으로도 훌륭하게 매력있는 음악재현도구가 될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다. 모든 평가는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항상 상대적이고 시대와 기기의 수준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 예전에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더라도 지금 기준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다. 케언 포그 2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도 직결의 성공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능을 채용한 경쟁제품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필자가 현재 사용하는 CD플레이어에 출력 레벨 컨트롤이 달려있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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