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최윤욱
시작하면서
트랜스페어런트와의 만남은 벌써 10년도 더 된것 같다. 흔히 도시락 통으로 불리는 박스가 달린 케이블을 생산한 회사로 MIT 케이블에 이어 케이블의 도시락통 시대를 연 회사다. 그 당시 트랜스페어런트라는 브랜드가 국내에 막 소개가 되던 때에 뮤직링크 울트라 라는 스피커 케이블을 지인으로부터 구입해서 사용을 했었다. 그 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존의 케이블에서 안나오던 저역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특히 저역이 양이 적고 타이트한 북셀프 스피커에는 저역 부족을 해결 해줄수 있는 해결잭으로 널리 권장 되기도 했다. 스펙트럴 파워앰프에 MIT 스피커 케이블, 아발론 스피커가 마치 공식처럼 받아들여 지던 때에 등장한 트랜스패어런트 케이블은 MIT에 비해서 배경을 더 깨끗하고 검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MIT를 제치고 케이블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당시 최고급 하이엔드로 시스템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 가장 많이 매칭되어 들어가던 케이블이 트랜스페어런트 였다. 덕분에 필자도 110만원 주고 중고로 산 케이블을 1년이상 쓰고도 120만원에 파는 다소 희한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트랜스페어런트의 특징은 음색이 약간 어둡고 빈 배경이 아주 어둡고 검다는 점이다. 이런 음색과 빈 배경처리에 어울리게 케이블이나 박스의 색상도 짙은 검은색이었다. 다소 밝고 배경이 어둡지 않고 화사했던 MIT 케이블은 밝은 회색에 은색 박스를 가지고 있었다. 생긴대로 소리가 난다는 얘기가 맞긴 맞는가 보다. 이번에 시청을 위해서 온 트랜스페어런트 멀티탭도 역시 검은색 이다. 받아보니 멀티탭이라고 하기에는 무게도 묵직하고 크기도 생각 보다 크다. 사실 미국산 오디오 제품이 한국에 대부분 수입이 원활히 잘 되고 있지만 유독 전원코드와 전원관련 장비는 생각처럼 호응이 높지가 않다. 이유는 아마도 플러그의 형식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흔히 돼지코라 불리는 미국식 코드에 변환잭을 달아서 사용 하기도 하지만 역시 좋은 사용 방법이라고 할수는 없다. 그나마 요즘 들어서 한국시장을 감안해서 콘센트와 플러그를 한국에 맞게 고친 제품들이 수입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리뷰할 파워뱅크6도 이런 맥락에서 들여온 제품으로 생각된다.
속 구경하기
제품을 받아보면 내부를 궁금해서 열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지라 분해를 했다. 사실 분해랄 것도 없는 것이 양 옆의 나사를 푸는게 분해의 전부다. 내부를 보니 사용시 안정감을 주기위해 아래 쪽에 라텍스 계열로 보이는 물질을 채워 넣었다. 서지 프로텍터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몰딩 처리되어서 내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 제품은 단순한 멀티탭으로써 여러 개의 플러그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 이외에 서지프로텍션 기능이 있고 전원의 극성을 확인할수 있는 기능이 있다. 우측에 3개의 작은 LED 창이 보이는데 전원을 연결하면 파워와 서지 프로텍션에 LED가 들어온다. 가운데 LINE 이라고 표기된 LED가 들어오면 극성이 잘못 연결된 것이다. 딸려온 전원코드의 플러그를 뽑고 반대로 꼽으면 전원 극성이 맞게 되면서 LED에 불이 꺼지게 된다. 검전 드라이버로 일일이 체크하는 불편을 필요 없게 하는 편리한 기능이다. 대부분의 멀티탭이 그렇듯이 6개의 콘센트는 전기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디지탈 기기 그리고 모터가 사용되는 턴테이블등과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프리나 파워를 동시에 꼽아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더 극적인 음질개선을 위해서는 POWER BANK 시리즈가 아닌 POWER ISOLATORS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파워뱅크는 어디까지나 멀티탭으로서의 기능이 주 기능 이지 노이즈 감소나 차폐를 통한 음질 개선은 주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리는 어떨까 ?
소리라는 것이 플러그만 바꿔 꼽아도 바뀌는 것이라 이 멀티탭을 통하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비교 시청을 했다. 비교 시청 방법은 고가의 전원 케이블을 벽체 콘센트에 직접 꼽아서 들어보고 다시 이 멀티탭을 통과해서 들어보고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 멀티탭으로써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비교시청 방법이다. 멀티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비교 시청을 하는 이유는 이 멀티탭과 전원선의 음질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실 멀티탭이라는 것의 기능이 음질개선 보다는 오디오 기의 과전압으로 부터 보호와 사용상의 편리함이 주 목적이다. 따라서 음질 개선보다는 음질을 얼마나 적게 열화시키느냐가 사실 중요한 핵심사항이다. 멀티탭을 통한 경우와 바로 연결한 경우 음질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따라온 전원선과 멀티탭을 통한 소리는 벽체에 직접 연결한 소리에 비해서 소리의 에지가 살짝 연마된 느낌을 주었다. 에지가 약간 무뎌진 느낌이지만 멍청해지거나 흐릿해지지는 않았다. 해상력이나 에지는 살짝 무뎌졌지만 중역의 안정감이 더해지고 배경이 조금더 블랙으로 표현되어 전체적으로 차분한 소리 쪽으로 변했다. 전원선 하나와 멀티탭도 트랜스패런트 케이블이 가지는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 주었다.
필자가 멀티탭을 테스트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역 밸런스다. 국내의 모 공동구매 품을 접하면서 저역은 많이 나오지만 대역간에 균형이 무너져서 소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변모시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파사에서 파는 싸구려 멀티탭도 음상이 흐릿해지고 배경이 불분명해지기는 하지만 특정 대역을 부풀려서 대역을 흐트러지게 하지는 않는데 문제의 이 공구 제품은 대역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이해하기 힘든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파워뱅크6을 통한 소리는 벽체에 직접 연결한 것에 비해서 대역 밸런스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역시 기본기가 탄탄한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파워뱅크6에 딸려온 전원코드의 성능이 궁금해졌다. 필자가 사용하는 은초롱 전원코드와 비교했다. 고역의 해상력은 은초롱에 비해서 덜한 느낌이고 저역의 양은 비슷한 수준이다. 무대 크기는 은초롱이 조금더 크지만 파워뱅크도 작은 무대는 아니었다. 중역에서 차이가 났는데 파워뱅크가 뒤로 약간 들어가면서 얌전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은초롱에 비해서 고역의 확장은 조금 부족 했지만 대역간의 밸런스는 잘 잡혀 있었다. 전원코드로서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준의 제품은 아님이 확인이 되었다.
마치면서
이런 저런 장점을 갖추었다고 해도 멀티탭이 백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파워뱅크가 가지는 기능과 효용성만 가지고 따진다면 다소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다른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간만 보면 된다고 생각 하는 사람에게 롤렉스나 카르띠에 같은 시계의 값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것일 것이다. 이처럼 멀티탭이라는 기능만을 생각하고 이 제품의 가격을 생각 하면 이해가 어렵다. 그러나 시스템 전체가 최고급 하이엔드고 그런 시스템에 걸맞는 신뢰가 가는 브랜드의 전원 액세서리를 고려하는 매니아라면 딱 맞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른바 명품이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이해 할수 있는 제품이다.
시청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