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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던스 사이렌 스피커 케이블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4. 9. 7.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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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주(raker@hitel.net)

  • 도선: IGL 동선
  • 규격: 15AWG
  • 절연재: 폴리프로플렌
  • 피복: PVC
  • 문의: (주)퍼트라 02)949-0431
  • 가격: \33,000/meter

    미국에 기반을 둔 에비던스 오디오는 1997년에 창립해서 전자악기용과 스튜디오용 케이블을 공급해왔다.

    이곳에서 설계한 케이블의 특성은 구리 단심선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다른 업체에서 고역의 디테일을 추구하기 위해서 여러 가닥의 가느다란 심선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다.
    에비던스 오디오는 여러 가닥의 가느다란 심선으로 된 케이블과 단심선으로 구성된 케이블의 비교에서 여러 가닥으로 된 케이블은 대개 하모닉스를 과장해서 느리고 살찐 저역을 만들어 내서 음악의 아티큘레이션과 펀치를 정확히 재생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는 아예 리본처럼 얇은 동판으로 이뤄져 있는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런 주장에 맞게 사이렌 스피커 케이블을 통해서 재생되는 음악은 탄탄하고 퍼지지 않게 들린다. 그런데 한편 단심선이라는 말을 본 순간부터 여러분께서 예상하고 계시듯이 이 케이블은 여러 가닥의 가느다란 심선으로 구성된 케이블만큼 고역이 더 나온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리본처럼 얇은 동판으로 된 케이블에 비해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곡을 틀어보면 공통적으로 고역에 롤 오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저역이 부풀어 오르면서 고역을 마스킹 시키는 수준 낮은 수준의 왜곡은 아니며, 아마도 고역신호가 선재의 구조적인 영향에 의해 자연히 높은 주파수의 전기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서 음압이 감소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전체적인 밸런스는 살짝 묵직해지는 경향이 있고 느긋함이 생기게 된다.
    거기다가 고역 정보가 줄어든 영향으로 답답함이 생겨서 볼륨을 좀 더 높여서 듣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고역의 롤 오프를 심하게 지적할 만큼 심각한 결함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가령 JVC미니 컴포넌트에 내장된 우드 콘 스피커라거나 ATC SCM 12 SL버전, 토템 드림캐쳐 멀티채널 스피커에서 느낄 수 있는 롤 오프 만큼 쉽게 티가 나는 편은 아니다.

    그 대신 칭찬할만한 구석도 있다. 가격은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소란한 소리가 나지 않는 차분하고 경박하지 않은 (약간의 묵살을 대가로 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피크에 다다른 부분에서도 거칠어지거나 그레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100만원이 넘는 스피커 케이블에서도 거칠어진 그레인이 음악 중간 중간에 돌출되는 경우가 있어서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사이렌 스피커 케이블이 가진 기본적인 성능에 충실한 점에 점수를 더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특정 대역을 강조 시켜 광채를 내준다거나 하지 않고 악기의 배음도 망가트리지 않는다는 점이 칭찬거리에 추가될 수 있겠다.

    하지만 다시 한번 까다로운 기준으로 사이렌 케이블을 평가해 보면 그대신 음악에서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만큼 짜릿하고 재빠른 표현을 해야 할 때 그렇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웬만한 곡에서는 어색한 점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느긋한 느낌으로 나오는 금관악기의 재생은 그다지 적절하게 어울린다고 보기 힘들며 음량을 좀 더 높여주더라도 좀 더 고양된 정교한 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필자가 사용하는 스피커 케이블 중 일반적인 스피커 케이블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카나레 4S8G의 경우에는 분명하게 고역이 나와주며 좀 더 스탠다드한 재생음에 가까우며 그에 비해서 사이렌은 느긋함이 느껴지는 편이다.

    한편, 필자가 사용하는 괴르츠 MI2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는 카나레 4S8G가 보유하지 못한 한 단계 더 깊이가 실린 저역에, 불필요하게 두꺼운 (앞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느리고 살찐) 저역의 두께가 제거되었고, 한 단계 더 빠르고 명징한 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금관악기의 복잡한 디테일을 모조리 쫓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필자의 경우라면 장자(莊子)에 등장하는 소잡는 백정(각주 참조)의 칼솜씨가 연상되는 괴르츠 MI2를 선택하겠지만 필자와 다른 관점에서 오디오를 하는 분에게 사이렌 스피커 케이블은 상당히 연구할만한 구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밖에도 바이와이어링이 지원되는 스피커에서 사이렌 스피커 케이블을 저역을 담당하는 케이블로 구사한다던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방법이다.

    시청기기

  • 소스기기: 소니 XA9000ES
  • 앰프: 마크레빈슨383L
  • 스피커: 레벨 퍼포머 M-20
  • 스피커케이블: 알파코어 괴르츠 MI2, 카나레 4S8G(극저온 처리 동단자로 터미네이션, 싱글와이어링)
  • 인터커넥터: 반덴헐 MC D501
  • 파워케이블: 오디언스 PowerChord
  • 기타 액세서리:
    - Black Diamond Racing Cone type #3,
    - Black Diamond Racing The Shelf,
    - RPG Korea 어퓨저,
    - 스카이비바 텍스보드 흡음재,
    - 자작 아이솔레이션 받침대,
    - 운영 21-1KA isolation transformer,
    - AudioPrism Quiet Line,
    - Cardas RCA/XLR caps,
    - BluTak

    <각주>
    어느 백정(白丁)이 문혜왕(文惠王 ; 중국의 전국시대 梁나라 惠王)을 위하여 소를 잡는 일이 있었다. 그의 손이 닿는 곳이나 어깨를 기대는 곳이나 발로 밟는 곳이나 무릎으로 누르는 곳에서는 소의 살과 뼈가 뚝뚝 떨어졌다. 칼이 지나갈 때는 슥슥 소리가 났는데 신기하게도 일정한 음률(音律)에 들어맞았다. 그의 동작은 우거진 숲이 춤추는 것 같았으며, 동작마다 나는 소리는 훌륭한 연주에 버금갔다. 백정의 칼질을 보고 문혜왕은 감탄하여 말했다.
    “오오, 훌륭하다. 재주가 어찌 그런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백정이 칼을 놓고 대답했다.
    “저는 도(道)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재주보다 앞서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았을 때는 보이는 게 모두 소였습니다. 그러나 3년 뒤에는 완전한 소가 보이는 일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정신으로써 소를 대하지 눈으로 보는 일은 없습니다. 감각 작용이 멈추고 오로지 정신을 따라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순리에 따라 큰 틈을 베고 큰 구멍을 따라 칼을 찌릅니다. 원래의 소의 골격을 따라가며 칼을 쓰기 때문에 질긴 근육이나 뼈에 부닥치는 일이 없습니다. 훌륭한 백정은 1년마다 칼을 바꿉니다. 그것은 살만을 골라 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 백정들은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 칼은 19년이 되었고 그동안 잡은 소는 수천 마리에 이릅니다. 그래도 칼날은 금방 숫돌에 갈아낸 것처럼 예리합니다. 그것은 소의 뼈마디에 있는 틈을 골라 칼질을 했기 때문에 칼이 상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뼈와 살이 엉긴 곳을 만날 때면 저도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여 눈으로는 그 부분을 주목하고 칼 놀림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면 후두둑 뼈와 살이 마치 땅에 흙이 쌓이듯 가지런히 떨어집니다. 일이 끝나면 저는 흐뭇한 마음으로 칼을 잘 닦아 간수해 둡니다.”
    재주보다 도(道)가 앞선다는 백정의 긴 말을 듣고 왕이 말했다.
    “훌륭하도다. 나는 백정인 네 말을 듣고서야 참된 삶을 누리는 방법인 양생(養生)의 도(道)를 얻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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