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윌슨 오디오의 스피커 중에서 입문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소피아3 스피커다. 윌슨 오디오는 WAMM, X-1, MAXX 등의 제품으로 초고가 스피커 브랜드로 유명해졌고, 지금은 사샤와 MAXX3, X-2 등이 역시 최고 스피커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소피아는 보다 구동하기 쉽고 사용하기 쉽고 소유하기 쉬운 스피커로 제작되었다.
소피아 스피커가 처음 등장할 무렵만 해도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에 비해서는 고가의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차이가 많이 좁혀진 느낌이 든다. 소피아의 오리지널 모델은 2001년도에 출시되었고, 10년 동안 두 차례의 개선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소피아1과 소피아2 스피커에 대해서는 하이파이넷의 지난 리뷰를 참조해보셔도 좋을 것이다.
제품 소개
소피아 스피커는 자매 모델인 사샤와 외관이나 내용 면에서 매우 닮아 있다. 특히 지금의 소피아3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까지 같아서 어떻게 보면 사샤의 파생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WATT/Puppy 스피커는 본체와 서브우퍼로 분리되어 있고 실제로도 두 스피커를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사샤에 이르러서는 네트워크를 하나로 합쳐서 하나의 스피커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서브우퍼가 여전히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현재의 서브우퍼는 8인치 우퍼를 2개 탑재한 더블 우퍼 구성이다. 한편 자매 기종인 소피아3의 경우에는 10인치 규격의 싱글 우퍼를 탑재한다. 이번의 소피아3는 우퍼의 코일 규격을 늘려서 보다 다이내믹하고 리니어한 재생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한다. 윌슨 오디오는 다른 메이커와 달리 캐비닛에 나무를 사용하지 않는데, 소피아3 스피커의 배플에는 S머티리얼을 사용하고 캐비닛에는 X 머티리얼을 사용했다. 단자는 싱글 와이어링 구성이다. 바인딩 포스트가 매우 크고 바닥에는 바퀴가 달려있으며, 자리를 잡은 후에는 스파이크를 설치할 수 있다.
시청
소피아3는 기본적으로 온화하며 풍부하고 유연한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다. 물론 윌슨 오디오의 모든 특성들을 담아낸 만큼 그 소리는 분명 윌슨 오디오의 사운드가 분명하다. 티타늄 트위터가 내주는 고음에는 특유의 광채가 살아 있으며, 금관 악기의 음색이나 일렉트릭 기타의 예리하고 딱딱한 느낌이 잘 살아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티타늄에는 고역 재생의 한계가 있고, 극단에서는 피크가 나타난다. 때문에 음색에 곱고 화려한 느낌은 없지만, 대신에 음량의 다이내믹스에 반응하는 특성은 티타늄이 더 좋은 것 같다.
사샤의 경우에는 트위터의 성능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많은 공간감을 제공하는 데 비해 소피아는 이를 억제하여 더 차분하고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어쨌든 데이비드 윌슨이 다이아몬드나 베릴륨처럼 근래 유행하는 재질의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윌슨 오디오의 사운드 정체성을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여기서 다른 트위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윌슨 오디오가 아닌 다른 스피커가 되어 버릴 것이다.
최상급 모델과 동일하게 제작된 미드레인지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최신 스피커들의 소리가 대체적으로 얇고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비해 다소 두텁고 포근하지만 정확한 소리를 내준다. 그 덕분에 현대적인 기술로 제작된 스피커들 중에는 과거의 팝음악이나 클래식 음반을 불편하게 들려주는 경우가 있지만, 소피아3로 들으면 마치 그 시대의 시스템으로 듣는 따스한 느낌이 든다. 이 같은 장점은 사샤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아마 아날로그 소스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만한 스피커라는 생각이 든다.
소피아3의 저음은 사샤와 비교하더라도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싱글 우퍼 특유의 단정함과 깔끔함은 최근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중에서도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저음의 연결 부분에는 이질적인 느낌이 없고 어떤 특정 대역에서 음정이나 리듬이 흐려지지 않는다. 과거의 WATT/Puppy 스피커들이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더블 우퍼 구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었던 것에 비해서 싱글 우퍼 구성의 소피아는 그런 문제에서 해방되었다.
사샤의 경우에도 저역에서는 임피던스가 2옴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구동 앰프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WATT/Puppy 스피커의 높은 감도에 주목해서 진공관 앰프와 매칭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만, 저 임피던스에서의 구동력이 뛰어난 솔리드스테이트 방식 앰프를 매칭해야 한다. 더블 우퍼의 장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여기에 소피아3 스피커가 재생하는 음장의 특성 역시 꼭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다. 소피아3 스피커는 아주 조용한 제품인데, 그 말은 자신이 해야 될 이야기 말고는 쓸데 없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면 배플은 펠트로 처리되어 있고, 리플렉스 포트의 소리도 직접 들리지 않도록 뒤에 배치되었다. 스피커 캐비닛이 진동하지 않기 때문에 공진으로 발생하는 소리도 없다. 바닥은 아찔할 만큼 높고 단단한 스파이크로 지지되도록 만들어졌다.
덕분에 감상자는 음원의 위치에 아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MAXX3나 X3가 트위터의 위치를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설계된 것과 달리 소피아3 스피커는 스피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같은 배플에 고정되어 있고, 위로 약간 들려 있다. 이로 인해서 상급 기종처럼 아주 타이트한 초점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보다 넓은 음장을 얻으면서도 벽 반사로 인한 문제점을 피할 수 있는 설계로 생각된다. 그리고 인버티드 돔 타입의 트위터의 방사 특성이 아주 뛰어나서 공간의 어느 위치에서도 거의 비슷한 밸런스를 듣게 해주는 것도 장점이다.
소피아의 오리지널 모델부터 소피아2, 그리고 소피아3까지 계속적으로 음질 향상이 있었지만, 이번 소피아3의 성과는 정말로 놀랄 만하다. 오리지널 모델은 평범한 앰프와 소스로 울렸을 때에는 너무 모범적으로 재생하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소피아2에서 소리에 보다 두께와 깊이가 더해졌고,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업그레이드한 소피아3에서는 어느 한 구석 소홀함이 없고 거의 흠 잡을 수 없는 완성도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소피아와 사샤의 비교가 될 것이다. 사샤가 출시된 지 조금 시간이 흘렀지만 현실적인 가정용 스피커로는 지금의 모든 스피커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을 만한 성능을 지닌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현실적인'이라는 의미는 규모나 시스템 매칭, 그리고 예산에서 아주 가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이내믹스나 음향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일반적인 아파트 환경에서는 사샤가 역시 '현실적으로' 사용할 만한 최상의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자매 기종인 소피아는 사샤에 비해서도 더 저렴하고 더 작고, 앰프 매칭도 더 무난하다. 소리도 사샤에 비해서 더 단정하고 차분한 경향이다. 그만큼 앰프의 특성이나 공간의 특성에 관계없이 평균적으로 무난한 소리를 내주도록 만들어졌다.
사샤는 공간의 규모와 음장감 그리고 현장감을 보다 더 잘 재생하도록 만들어졌다. 크게 보면 단지 우퍼의 구성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저음은 소리의 기반이 되는 부분이다. 그 때문에 음색이나 울림이나 다이내믹스 같은 많은 부분들이 저음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간단한 예를 들면 바이올린과 첼로는 비슷한 구조와 생김새를 지니고 있지만, 소리의 규모는 물론이고 음색까지 크게 다르게 된다. 일단 저음의 규모와 다이내믹스에서 중 고역의 특성과 한계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샤와 소피아의 음악적인 특성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소피아의 경우 캐비닛이 하나이기 때문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우퍼와 같은 인클로저에 수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서 고음의 울림이 조금 덜 라이브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더 나은 성능을 얻기 위해서 그 만큼 공간의 크기와 연결되는 기기에 대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적인 아파트의 거실이라면 소피아3가 보다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피커가 된다. 만일 사샤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얻어내고자 하려면 연결되는 앰프와 소스기기, 연결 케이블은 물론이고 감상 공간의 음향적 특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어쨌든 소피아3가 사샤와 단지 모양 뿐 아니라 내용이나 성능에서도 가장 근접한 스피커이고, 같은 가격대에서 어떤 브랜드의 스피커보다도 최상의 선택이 될 스피커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결론
소피아의 세 번째 스피커이지만, 사실상 윌슨오디오의 모든 사운드 철학과 디자인 노하우를 그대로 담아낸 제품이다. 윌슨오디오의 라인업에서의 입문 기종이지만 그 자체로 완성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작자의 의도대로 소피아3 스피커는 보다 보편적이고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하지만 계속 매칭 기기를 바꾸거나 액세서리를 고민하게 하지 않고 오직 음악만을 재생하는 훌륭한 스피커다.
posted by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