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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이번 CES 참관기도 다른 때처럼 5-6부 정도로 나눠서 올릴 예정입니다.
한 10년쯤 전까지는 보도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편하게 구경했는데, 요즘은 하이파이넷에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사진 찍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오히려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하이엔드 오디오 중심으로 찬찬히 구경하면서 대형 가전 업체는 설렁설렁 본데 비해, 이제는 오디오보다는 디스플레이 리뷰를 주로 쓰다 보니까 아무래도 컨벤션 센터의 매스 마켓 브랜드를 주로 다루게 되는 것도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올해는 CES를 참관할 예정이 없었습니다만 와이프가 연말연시니까 콧 바람이나 쐐러 여행을 가자고해서 겸사겸사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라스베가스는 이맘때가 상당히 붐비는 시기라 예약도 어렵고 경비도 많이 들어 부담이 좀 되긴 했지만요. 거의 매년 CES에 오는 편이지만 이번처럼 갑자기 충동적으로 온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관람 신청을 미리 하지 않아서 전시에 참가한 업체의 아는 분에게 네임 택을 얻어서 그분의 이름을 달고 구경했겠습니까? 한국의 날씨가 기록적으로 춥다는 소식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출국 직전에 발생한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으로 인해 공항의 안전 검사가 장난이 아닌지라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가지고 온 카메라까지 떨어뜨려 고장을 내고선 현지에서 새로 구입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 다니다가 더워서 벗어 들었던 자켓도 분실했습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인지 몸도 예전같지 않은 터라 강행군도 무리이고 와이프하고 놀아주기까지 해야합니다. 올해는 여기 말고 다른 편한 곳으로 "진짜 여행"을 가서 그냥 놀다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이건 뭐 순전히 내돈으로 여행하는데도 출장 온 기분이 드니까 말입니다. 사진 정리하는데도 오래 걸리고 피곤해서 글을 길게 쓰기도 어렵다는 핑게로 한국에 돌아가서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현지 취재"를 바라는 하이파이넷 운영자님을 생각해서 여기서도 자판과 씨름을 합니다.
엄살과 잡설은 이만 접고 2010 라스베가스 CES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순서는 예전처럼 한국 기업들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예년처럼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의 순서로 다루고 규모가 작은 업체는 모아서 하나로 올리겠습니다.(필립스는 아예 CES 참가를 접었고, JVC나 도시바는 규모가 확 쪼그라 들은데다가 샤프도 그리 크지 않으니까 한번에 몰아 넣을까도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나서 하이엔드 A/V 브랜드도 모아서 한번에 다룰 생각입니다.
라스 베가스 CES는 컨벤션 센터의 North Hall, Central Hall, South Hall 1-4, 라스베가스 힐튼, 그리고 베네시안 호텔 등에 나눠서 열립니다.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등 대기업은 Central Hall에 몰려 있고, North Hall에는 규모가 작아지면서 밀려난 파이오니어와 켄우드를 제외하면 그닥 관심이 가는 AV 브랜드가 없습니다.(켄우드는 원래 별 볼일이 없었고, 쿠로가 빠진 파이오니어도 둘러 볼 필요가 있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제끼려고 생각중입니다. TAD 스피커는 베니시언의 하이엔드 브랜드 코너에 파이오니어/TAD 부쓰가 마련되었으니 거기에 가서 구경하면 되고요)
South Hall 1-2에는 Da-Lite, 뷰텍 등 스크린 업체와 옵토마, 셔우드(인켈), 젠하이저, 슈어, 오디오 테크니카, 알텍 랜싱, 그리고 DTS 등 정도가 그나마 저로서는 어느 정도 둘러 볼 생각이 드는 부쓰입니다.
South Hall 3-4는 전문 AV 업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GPS 네비게이션, 아이오메가(이 회사가 아직도 버티고 있군요) 같은 데이터 스토리지 전문 업체를 비롯해서 시큐리티 시스템 등 AV 분야를 제외한 각종 전자 제품들이 전시됩니다.(제가 거기까지 갈 일은 없다는 이야기지요. 즉 제낀다는 말입니다^^)
베네시언 호텔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주류입니다. 제가 미국에 거주할 당시(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는 한 군데서 모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CES의 거의 모든 기간을 중점 투자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오히려 소니,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 전시관에 별 관심이 없었지요. 삼성, LG야 아예 신경도 쓰지 않을 때였고요. 그러나 그 당시에는 알렉시스 팍 호텔이 개최 장소였고 야외의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구경했기에 부쓰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10분 정도 감상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베니시언 호텔로 옮긴 요즘은 거의 폐쇄 공포증을 유발할 정도의 환경입니다. 전시 업체의 사원들이 담배를 피워대서 복도에도 담배 냄새가 배어버린데다가 환기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엄청난 인원들이 29, 30, 34, 35층에만 몰리다 보니까 공기도 탁하고 엘리베이터를 한참 줄서서 기다려야 합니다.(올해는 아직 안 가봤지만 경험상 엘리베이터 앞의 장사진을 보면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듭니다. 그렇다고 30층까지 걸어서 오르내릴 수도 없고...) 또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한 딜러가 웬만한 브랜드는 모두 커버합니다. 미국처럼 마크 레빈슨 딜러에서 크렐이나 패스 앰프와 비교 시청하자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나, 윌슨 딜러에서 아발론이나 레벨을 구경하기 힘든 것과는 다르지요. 게다가 평론가라는 직함 덕분에 원하는 제품은 모두 확실히 테스트할 수 있다 보니까 하이엔드 코너의 참관이 예전처럼 익사이팅한 느낌은 줄었습니다. 그래서... 하이엔드 업체 리포트는 정말로 사진 위주가 될 공산이 큽니다.(베니시안 호텔방의 음향 조건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요)
삼성은 매년 여전한 규모이고 이번에는 LG가 의욕적으로 전시장을 꾸민 느낌이 듭니다.
삼성은 몇년째 세계 TV 매출 1위의 기업이고 LG도 2위권을 달성하는 듯 보입니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도 작년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올해의 트랜드는 3D입니다.
가전사들끼리 마치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매년 공통되는 이슈로 정해지는 분야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LED, 슬림화, 절전 등이었다면 올해는 간단하게 한마디로 3D입니다.
영화 <아바타>가 화제인 것처럼 올해 디스플레이의 화두는 3D입니다.
블루레이를 비롯한 고화질 소스의 등장과 디스플레이 성능이 향상됨으로 인해 극장 관람이 최상의 화질과 음질을 제공한다고 하기엔 더 이상 무리입니다. 그래서 헐리우드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전략적으로 택한 것이 3D입니다. 흑백 TV에 대항해서 컬러 영화를 만들고, 컬러 TV 시대가 열리니까 와이드 화면비로 바꿨던 것처럼요. 그런데 이번에도 TV를 만드는 가전사들의 대응은 빠릅니다.
이번 CES를 보면 한마디로 "아무데나 3D"이고 "소나 개나 3D"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3D가 열리고 가정에서도 충분히 즐길만한 여건이 조만간 조성될 것도 같습니다.
각각의 제품 특징과 기술적 특성은 그 브랜드를 다룰 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미국의 방송 네트워크 중에서 NBC가 올림픽 중계를 독점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CES에서도 곧 열리는 뱅쿠버 동계 올림픽 커버리지를 홍보중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각광을 받고 있고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쇼트 트랙도 강세를 보이니까 다른 때보다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동계 올림픽이지요.
본격적인 CES 소개는 2부부터 하기로 하고 이제부터는 여담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제가 묵은 호텔 방의 TV는 거의 LG 제품입니다. 연말에는 LA 남쪽의 뉴포트 비치에 있는 Fairmont 호텔이라는 곳에 묵었는데 LG 32인치 LCD TV였고, 새해 첫 날 라스 베가스로 오다가 <아바타>를 아이맥스 3D로 보려고 샛길로 빠진 동네에서 대형 쇼핑 몰을 발견한 아내의 요구로 Hyatt에서 하루 묵었더니 방에 LG PDP가 있더군요. 그리고 라스 베가스에 도착해서 짐을 풀은 벨라지오에도 제 방은 LG였습니다.
벨라지오는 여전히 그넘의 '선명한' 모드에 고정시켜 놓았지만 캘리포니아의 호텔 방들은 아니었습니다.
'편안한 영상'이나 '표준'으로 설정한 듯 상당히 괜찮은 색감으로 보였습니다.
몇 년 전에는 운이 좋게도 힐튼인가에서 호텔 방의 TV를 급한대로 대충 눈으로 캘리브레이션해서 본 적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영상 조정 메뉴로의 진입을 막아 놓았습니다.(영상 좀 조절해 보겠다고 메뉴를 아무거나 잘 못 누르면 성인 채널이 나옵니다^^) 작년 CES때 묵었던 Wynn 호텔의 샤프 TV도 극악한 영상 모드로 고정시켜 놔서 이에 대한 불만을 2009 CES 리포트에 썼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하이야트나 페어몬트처럼 꽤 적절한 모드로 맞춰 놓는다면 투숙객에게도 제품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호텔방은 한국의 아파트처럼 천장에 형광등이 달리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백열등 스탠드를 여러 개 사용해서 각각 따로 켜고 끄기 때문에 무조건 반사광이면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입니다. 호텔방에는 "선명한"처럼 쓸 데 없이 밝은 영상 모드가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지요. 국내 기업이 대형 호텔에 TV를 대량으로 납품할 때는 이런 점을 감안해서 아예 "선명한" 모드를 빼 버리고 가장 자신있는 모드로 고정시켜 판매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매장에서 보던 색감과는 때깔 자체가 다른, 또한 집에서 아무 생각없이 매일 보면서 눈에 익은 "선명한" 영상과는 차원이 다르게 곱고 예쁜 컬러를 보고 나면 나중에 TV를 구매할 때 그 브랜드의 인상이 남아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여담 하나 더.
파나소닉 부쓰에서 자켓을 잃어버리고 시큐리티 사무실에다 Lost & Found 양식을 제출한 뒤에 혹시 누가 줏어서 맏기지 않았나 물어보러 왔더니 어디서 본 아저씨가 데스크에서 이야기 중이더군요.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네, 배우 리차드 드레이퍼스씨입니다.
제가 이 양반 작품 중에 좋아하는 타이틀이 꽤 됩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조스>나 <미지와의 조우>도 유명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찰리 쉰(요즘 마누라를 패서 말썽이 되고 있는...)의 형이자 마틴 쉰의 아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컴비로 나왔던 형사 버디 무비 <스테이크 아웃(국내에서는 '잠복근무' 정도의 제목이 붙었을 공산이 크군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초기 작품인 <아메리칸 그래피티>, 그리고 <렛 잇 라이드>, <틴 맨> 같은 작품을 특히 좋아합니다.
최근에 개봉한 장동건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The American President>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니요? 마이클 더글라스가 홀아비 미국 대통령인데 아넷 베닝과 로맨스에 빠집니다. 이를 스캔들로 만들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원의원역에 리차드 드레이퍼스가 나온 것을 보면서 많이 늙었다는 기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도 이미 15년전 작품입니다. 몇 년 전의 <포세이돈>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번에 실물로 보니까 <아메리칸 프레지던트>에 비해서는 생각 만큼 늙지는 않았습니다.(이제 60세가 조금 넘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아메리칸 프레지던트"를 찍을 때가 지금의 제 또래네요. 그러니 그때는 분장 때문이거나 아니면 원래 늙어 보이는 타입일 수도...) 비슷한 사람인가 하고 접근해서 명찰을 확인했더니 "Richard Dreyfuss"가 맞습니다. 내가 자신의 사진을 몇 방 찍었더니 악수를 해 주더군요. 제 이름이 아닌...제 명찰에 적힌 분의 이름을 읽으면서요. "Mr. Park, Happy to meet you"랍니다. 속으론 "전 이씨인데요"라고 외쳤지만 설명하기가 귀찮아 입밖으로 발설하지는 않았습니다.(제게 명찰을 준 분이 박씨입니다) 어쨌든 난생 처음 헐리웃 스타와 악수도 해 봤습니다^^ "자켓 잃어버린 대신에 드레이퍼스와의 악수인가?"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하지만 스타와의 악수보다는 아끼는 잠바를 잃어 버린 것이 손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늙긴 늙은 모양입니다.(근래에 최원태님과 집중 토론한 내용 중에 하나가...남들이 감동적이라는 장면에서 우리는 왜 짜증이 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해운대>에서 박중훈이 "내가 니 애비다"하는 장면이나, 심지어 <실미도>의 뒷 부분에서 버스가 폭발하기 전에 죽어가는 동료를 "소나무여...소나무여.."를 부르며 보내는 장면에서는 두드러기가 나면서 온몸이 비틀릴 정도로 짜증이 나는 것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가 소시적에 보고나서 장시간을 감동에 몸부림쳤던 영화들은 과연 유치하지 않았는가? 등등을 따져 봤지요. 결론은 "늙었다"입니다. 감정이 메말랐고요. 또한 그동안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도 이유입니다. 하도 많이 봐서 모두 어떤 것과 비슷하게 엮이는 느낌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느끼기가 힘들어 졌다는 이야기지요. 어렸을 때는 처음 느끼는 감동이라 컸지만 비슷한 것을 자꾸 보다 보니까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그냥 장면 장면이 화려하고 화끈하게 잘 때려 부수는 것만 찾게 되지요. 웬만큼 기발하거나 아주 짜임새가 있지 않으면 별 감흥이 안 생기니까요. 그래서 최원태님은 "아마 우리(?)가 늙긴 늙었지?"...요즘 이런 이야기를 제게 자주하고 있습니다)
2부부터는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등의 순으로 예정대로 올릴 생각입니다(장담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