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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23 크릭 Evo 인티앰프 (3)

크릭 Evo 인티앰프

하드웨어리뷰 2006.11.23 04:17 Posted by hifinet


Posted by 박우진

이번엔 크릭의 Evo 인티앰프를 살펴볼 차례다. 몇 년 전 크릭의 5350SE 앰프는 스테레오파일 추천 기기로 A등급에 올라서 화제가 된 바 있다. 5350SE 앰프는 세계적으로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전통적인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온 크릭이라는 회사와 그 제품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만일 5350SE의 존재가 없었다면, 크릭은 여전히 검은색 새시에 녹색 로고가 박힌 제품을 만들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5350SE의 성공이 크릭이라는 회사가 보다 세련된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사실은 분명하다.

EVO 시리즈에도 5350SE에서 얻어진 경험들이 그대로 담겨졌다. 외관보다 내용에 충실하려는 크릭의 사고 방식은 여전하다. 새시는 여전히 심플하면서 소박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전통과 다른 가운데 부착된 LED 디스플레이. 크릭의 전통적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과감하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Evo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능이 구현된 셈. 버브라운의 PGA2311 스텝 레지스터로 0dB에서 -80dB의 범위까지 1dB 단계 음량  조절이 가능하다.

신호의 버퍼링에는 버브라운의 OPA2134를 사용하고, 신호 스위칭에는 릴레이를 적용했다. 이는 상급 기종인 데스터니 앰프와 같다. 출력부에도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했다. 다만, 상위 기종으로 클래식이나 데스터니 시리즈처럼 DC servo를 적용하지 않고, 커패시터 커플링을 적용했다.  

프런트 패널의 두께가 상당하다. 표면이 헤어라인 처리된 프런트 패널은 이 가격 대에선 드문 존재다. 그리고 후면은 일반적인 철판을 구부린 새시로 되어 있지만, 만듦새가 무척 좋아서 삐걱거리는 인상이 없고, 구석구석 부분이 모두 깔끔하다.

버튼이나 볼륨 노브는 메탈 재질로 제작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기능은 극도로 단순화해서 버튼 2개, 볼륨과 셀렉터 노브 2개, 그리고 헤드폰 단자 뿐이다. 최근 인티앰프에 헤드폰 앰프가 생략되는 추세인데, 크릭은 원래 헤드폰 앰프로 이름이 높았던 회사인 만큼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시청에선 이 앰프의 헤드폰 출력을 테스트해보진 못했지만, 기본 실력은 믿어도 좋을 듯 하다.

제작사 스펙에 의거한 출력은 8옴에서 85와트, 4옴서는 160와트이며, 2배 증가한다. 인티앰프에선 보기 힘든 특성인 셈. 부하가 절반이 될 때 출력이 2배 증가하는 것은 이상적인 전류 공급 능력을 지닌 앰프에서 가능한 수치다. 물론 4옴에선 한 쪽 채널만 연결했을 때의 측정 수치이며, 또 2옴에서의 출력을 밝히고 있지 않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앰프의 본질은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인 만큼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 점은 좋아 보인다.

이를 위해 크릭에선  트랜스포머를 250VA 규격으로 확대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가격 대에서 전원부에 제대로 투자한 제품이 드물다고 차별성을 강조한다.

스피커 단자는 플라스틱으로 보호된 바인딩 포스트로, 감전의 위험을 피했다. 메인 AC와의 전원 접속에는 표준적인 IEC 플러그를 사용하였다. 전반적으로 볼 때 가격에 비하여 정말 충실한 내용이 갖춰진 실속있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구분할 만한 자신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하에서 이렇게 알찬 앰프를 구입할 수 있다면, 그냥 볼 것 없이 구입해도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출력 8Ohm (both channels)  > 85W, 4Ohm (one channel) > 170W 
최대 전류  > 10 amps 
THD (total harmonic distortion)  < 0.1% 20Hz - 20 KHz 
주파수 응답 5Hz - 50KHz - 1dB 
슬루레이트 > 25V per µs
입력 감도 415 mV for 50W 
신호 대 잡음비 > 96 dB 
분리도 > 60 dB 
리모트 컨트롤 yes
전력 소모 at Idle < 40W, Full Power  340W
중량 8.6Kgs
규격 W/H/D  430 x 80 x 340mm


감상평

필자는 Evo 이전에 43 시리즈의 인티앰프에 대한 경험이 없지만, 5350SE는 사용해 봤기 때문에 그 특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Evo 시리즈 인티앰프에서 놀란 점은 5350SE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 말은 크릭 Evo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Evo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결론은 칭찬으로 내려질 수 밖에 없다.

우선 크릭의 Evo 인티앰프는 이전 5350SE의 밝고 상쾌한 음색, 높은 해상도와 정밀한 사운드스테이지 재생 능력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이 앰프를 구입하면서 무겁고 차분한 소리를 기대할 것 같진 않다. 또 스피커의 우퍼를 벅벅 긁어내는 듯한 저음을 바라지도 않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스피커도 그리 크지 않은 제품으로 가볍게 울리고 싶어질 것이다.

예전에 B&W 시그너처 805 스피커로 크릭 5350SE 앰프를 테스트한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B&W805S 북셀프 스피커를 이 앰프에 연결해서 들어봤다. 가격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지만, 그 매칭도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다. B&W 스피커의 밝고 섬세한 고음을 잘 살려준다. 현 악기의 소리가 예리하면서도 선명하게 부각된다. 스피커 뒤쪽으로 가지런하게 펼쳐지는 단정한 무대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중 고역대의 디테일 재생이 아주 아기자기해서 귀를 솔깃하게 끌어당기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저음이 확 줄어들지만, 대신에 정확하게 통제된 팽팽한 소리를 낸다.  

돌이켜보면, 크릭 5350SE 이전에 그 가격대의 인티앰프들은 우선 깨끗한 소리를 내주지 못했고, 디테일이나 사운드스테이징이라는 컨셉트가 적용되지 않은 밋밋하고 평면적인 소리를 냈다. 그냥 라디오나 미니 콤포, 붐 박스 켜놓은 것처럼 소리를 내 준다면, 분리형 오디오를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요새는 기술이 발전해서 그런 제품들 가운데도 드물게 좋은 소리를 내는 제품들이 있는데 말이다.

연초에 몇 가지 종류의 보급형 인티앰프들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음악 감상에 문제 없는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선 굉장히 상향 평준화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진지하게 음악을 감상하면서 음반에 담긴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더 맛보려는 사람에겐 여전히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즉 100만원대 이하와 이상의 앰프 사이에 넘기 힘든 벽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Evo는 그런 장벽을 수월하게 넘어서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에 억제해 놓았다.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되겠지만, 물린 소스 기기에 관계 없이 거의 비슷한 소리가 나온다. 아마 이 앰프로 CD 플레이어들을 비교해서 듣다보면, 무엇이 과연 다른 지 잘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올법도 하다. 밝고 상쾌한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왠지 모든 악기의 음색이 전부 획일적으로 착색되어 들리는 인상이 된다.

밝고 약간은 반짝이는 것처럼 메탈릭한 느낌에 쉽게 정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매 브랜드인 에포스 스피커도 그렇지만, 크릭의 제품들은 소리의 다양한 색채감을 전달하는 데에는 그다지 능숙해 보이지 않는다. 또 여성 보컬의 부드러움과 상냥함을 전달하기엔 조금 냉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진지하고 정확하게 재생하는 것은 알겠는데, 소리의 질감이 조금 덜 살갑고, 메마른 편이다. 그리고 음악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 함께 노래하는 인상보다는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타입이란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5350SE 인티앰프가 스테레오파일 A등급에 오르기도 했지만 말이다.

Evo 앰프는 5350SE 앰프의 특성을 물려 받는데 그치지 않았다. 좀 더 음악적이고 더 부드러운 소리를 내준다. 특히 과거 5350SE 앰프에서처럼 두통을 유발시키는 지나친 팽팽함은 사라졌다. 빡빡한 느낌이 없이 다소 여유를 찾아서 좀 더 온화하고 느슨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즉 Evo 인티앰프는 오래도록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도 적합한 제품이 되었다.

물론 중저음의 에너지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타입의 앰프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의 소리는 또렷하지만 실체감을 느끼게 할 물리적인 규모가 전달되지 않는다. 또 피아노 왼쪽 건반에서 페달을 사용했을 때의 길고 좀 불분명하지만 풍성한 여운 역시 전달해주지 않는다. 이 앰프의 저음은 왠지 스피커 뒤로 확 거둬진 느낌이 된다. 어떻게 보면 힘이 닿기에 벅찬 낮은 주파수 부분은 욕심을 내지 않은 느낌이다. 어딘가 비어있고 모자란 듯한 여백의 미가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 셈이다. 하긴 이 가격 대에서 어디 저음이 강력한 앰프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아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욕심 많은 오디오 애호가의 마음까지 배려해주는 브랜드는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보급 기종만 만드는 크릭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작사에서 주장하는 전원부 강화의 효과는 어떤 것일까. 볼륨을 상당히 올려보면, 이 인티앰프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스피커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확인할 수 있다. 볼륨을 올린 만큼 소리가 정확히 증가된다. 그리고 구동력이 약한 앰프에선 결국 벙벙거릴 법한 저음이 그대로 단정하게 표현된다. 게다가 굉장히 큰 음량에서도 소리가 좀체 찌그러지지 않는다. 이 제품을 사용할 만한 공간에서 음량 부족을 느낄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결론

비싸지 않은 앰프 제작에 매달려온 크릭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Evo 시리즈는 100만원 이하의 가격에서 고급 오디오의 수준에 오른 거의 최초의 제품이 된 셈이다. 43 시리즈에서 Evo로의 진보는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인 만큼, 그 변화된 내용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서 CD 플레이어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Evo 시리즈의 조합은 이 가격대에서 드물게 마음 놓고 추천할 수 있는 조합이 된다. Evo 시리즈의 등장으로 200만원 중반 정도로 훌륭한 하이파이 시스템을 갖춰 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크릭의 Evo 시리즈가 객관적 성능에 기울어져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결점은 있더라도 음색 등에서 자신 만의 매력으로 오래도록 곁에 남을 수 있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크릭 Evo의 디자인에서 받는 인상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성능을 평가하는 리뷰어 입장에서 기본적 성능이 우수한 기기를 추천하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다. 또 이 제품의 구매자가 될 분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이 돈 주고 이런 조합은 절대 못 산다는 것이다. 만일 이 정도의 성능을 가진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의 조합을 구입하려면 예산을 적어도 1.5~2배 정도 더 확보해야 한다. 필자라면, 차라리 그 예산으로 스피커에 투자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앰프의 성향을 보완할 수 있는 스피커나 케이블과 매칭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2006년도에 많은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를 접했지만, 분리형 제품의 탈을 쓴 고급 지향의 제품들이 더 많았다.
입문자들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저렴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제품을 오래도록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수준의 제품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크릭 Evo 앰프와 CD 플레이어의 조합은 적당한 가격 대에서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정답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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