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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P-A800B DLP 프로젝터 (1)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7. 11. 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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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의 부흥(復興)

프로젝터는 홈 시어터의 꽃이요, 완성이다. 최근 플랫형 TV가 판매량도 늘고 사이즈도 대형화 되어 가고 있지만 프로젝터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역시 중량감이 좀 떨어진다.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홈 시어터라는 열차는 AV 앰프에서 시작해, 그 종착역은 프로젝터이며, 달리게 해주는 연료는 소프트웨어라고. 서라운드 시스템, 대형 화면, 고화질 콘텐츠... 이 세 가지는 AV를 이끄는 힘이요, 어느 것 하나도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큰 사이즈의 제법 좋은 화질이라고 자랑하는 플랫 패널 TV라 하더라도 역시 프로젝터로 대화면을 보는 것과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전혀 다르다.

한 동안 침체했던 프로젝터 시장이 최근 다시 부흥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올들어 좋은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필자가 리뷰했던 프로젝터들을 되돌아 보면 모두 나름대로 의미를 갖춘 제품들이었다. JVC의 D-ILA HD1은 Advanced-LCD 프로젝터의 대중화와 영상 완성도를 한 단계 앞당긴 제품이었고, Sharp의 XV-Z21000은 Full HD DLP 프로젝터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옵토마의 DLP HD80 프로젝터는 파격적인 가격 제안을 통해 Full HD 프로젝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소니의 VW200은 오랜만에 하이엔드 대형기의 품위를 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소개하는 삼성의 SP-A800B은 전 모델들이 보여 주었던 정확하고 세밀한 표준적인 영상을 그대로 Full HD에 이식한 완성도 높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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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니 VPL-VW200 (사진 좌)과 JVC DLA-HD1 (사진 우)

720p 시절, 삼성 프로젝터는 샤프, 야마하, 미츠비시, 마란츠 등과 더불어 최고급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었었다. 하지만 샤프가 1080p 프로젝터를 발표한 것이 2006년 가을, 그 뒤를 마란츠가 뒤 이었고 삼성은 무려 거의 1년 가까이 늦게 출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늦장을 탓할 수도 없게 된,  아니 오히려 삼성 입장에서는 '절묘한 늦장'이라고 즐거워 해야 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이 아니라 경쟁자들에게 있다. 야마하와 미츠비시는 DLP 프로젝터 시장에서 손을 떼었고, 샤프와 마란츠는 국내 수입이 중단 된 것이다. 물론 그 자리를 벤큐, 옵토마 등이 임시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아직 제품의 완성도 면에서 상기 브랜드들과 나란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을 좀 필요로 한다. 대신 이들 제품들은 시장 가격을 끌어 내리는 견인차의 역할을 해 주었으니 우리 소비자들로서는 고맙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우수한 성능의 A800B, 그러나 경쟁 구도가 아쉽다.

어찌되었든 상황이 이렇다보니 AV 동호인들은 삼성의 이번 1080p DLP 프로젝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영상의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의 프로젝터에서 정면으로 맞서 자웅을 겨룰만한 모델은 역시 샤프의 XV21000이 제격이다. 지금 필자는 두 모델을 AV 룸 한켠에 나란히 이웃한 시킨채 틈날 때 마다 번갈아 감상을 하고 있는데, 두 모델 다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고 뿜어내는 영상의 수준이 매우 높다. 그런 한편 각자의 개성 또한 뚜렷하다. 샤프는 영상이 임팩트하고 삼성은 계조가 섬세하다. 색상은 두 제품 모두 표준 좌표를 준수하고 있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샤프는 좀 복잡해 전문적인 세팅 작업이 필요하고 삼성은 디폴트 치를 그대로 적용해도 쉽게 색상이 맞추어진다. 그러나 샤프는 삼성이 흉내내기 곤란한 인상적인 블랙과 온/오프 및 안시 명암비를 보여준다. 그런 한편 삼성이 완벽히 지원해내는 48Hz 필름 프레임을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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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프 XV-Z21000

샤프 21000이 다시 국내 수입이 된다면 삼성과 더불어, 국내 매니아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수월치 않다. 현재로는 힘들어 보인다. 최초의 다크칩4 모델인 마란츠의 11S2도 곧 출시 될 예정이지만, 11S1의 예를 생각해보면 국내에 널리 보급 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물론 출시가 되더라도 이 제품은 1000만원대 중반의 하이엔드 마켓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 곧 국내에 선 보일 소니의 VW200 역시 1000만원대 하이엔드 제품이다. 또 하나 기대되는 제품이 JVC의 HD100인데, 이 역시 JVC 코리아의 해체로 인해 국내 반입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분명 좋은 프로젝터 모델들이 하나, 둘 등장은 하고 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막상 소비자들 옆에 와 닿는 제품이 별반 없는 것이다. 삼성 A800B가 좋은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좀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 보면 '늦장 출시'가 만시지탄(嘆)이 아닌 만시지환(嘆)이 되버린 셈이다. 매니아들이 삼성의 A800B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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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VC DLA-HD100 (사진 좌)과  마란츠 VP-11S2 (사진 우)

다행인 점도 있다. 만만한 경쟁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A800B는 여전히 우수한 영상 품질을 갖추고 있고, 제반의 표준적, 기본적 화질 요소들을 대부분 잘 충족 시켜 주고 있다. 몇 가지 단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영상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잘 만든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영상의 완성도"가 "제품 만듬새의 완성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에 투사된 그림이 좋다는 뜻일 뿐이다.)

사족(蛇足) : 네이밍(Naming)에 대하여


삼성의 720p 마지막 제품 모델명이 SP-H800BK이었다. 이번 1080p 제품의 모델명은 SP-A800B이다. 속 사정은 모르겠다. 도대체 왜 동일한 숫자로 넘버링이 되었을까? 이전 모델이 800 이었으면 이번 모델은 900 이던지 1000 이던지 정 아니면 최소한 850 이라도 되던지... 왜 하필 또 800 일까? 이 숫자가 삼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마케팅 담당자만 알 일이지만 아무튼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다음 번 모델이 나온다면 그때에도 800 이 되는건가?


A800B와 H800BK, 무엇이 달라졌나? 무엇이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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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의 신작 A800B (사진 좌)와 전작인 H800BK (사진 우)

삼성의 720p 모델인 SP-H800BK를 사용했거나 또는 그 제품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번 새 모델 A800B의 성격을 보다 쉽게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색상의 정확도, 레벨 유니포미티의 평탄성, 색온도 레벨의 적절함, 전문가를 위한 인스톨러 메뉴, 섬세한 계조 표현력 등등 H800BK가 가지고 있던 특장점들을 모두 물려 받았다.

더 좋아진 점은 (1) 당연히 Full HD 프로젝터이므로 화소수가 크게 늘어났고, (2) 렌즈부가 크게 개선되어 포커싱이 좋아졌으며, (3) 24Hz 입력, 48Hz 출력의 필름 레이트를 완벽하게 지원한다. (4) 더불어 최대 밝기가 더 늘어났고, 아이리스 모드가 새로 지원되어 명암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이 커졌다. (5)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디자인이 좋아졌다.

더 나빠진 점은 다크칩2의 사용으로 인해 블랙 레벨이 H800BK 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온/오프 명암비만 놓고 따지면 H800BK보다 뒤질 건 없다. 밝기가 더 좋아졌고 아이리스 모드를 통해 명암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암비 수치를 평가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명암비는 높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명암비는 "블랙"이 낮으면서 전체 수치는 높아져야 이상적(理想的)이다. 블랙은 여전히 높으나 피크 화이트, 즉 최대 밝기가 높아짐에 따라 명암비가 따라서 증가한다면 이건 별로 반길 일이 아니다. 비지니스용 기기들 중에는 이런 제품들이 꽤 많다. 밝은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제품들은 대부분 다 그렇다. 물론 삼성 A800B는 밝기에 치중한 제품이 아니다. 그러나 전작보다 밝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고 그런 까닭에 전체 온/오프 명암비 수치는 어느 정도 나오는 편이다. 명암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살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블랙이다. 사실 H800BK와의 장단 비교를 하면서 더 나빠진 점을 꼽으라고 하면 이 점 한 가지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AV 애호가들에는 "블랙 레벨"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요소이다. 삼성 A800B는 다크칩2를 사용한다. H800BK는 다크칩3를 사용했다. A800B의 블랙이 H800BK보다 약간 뜨게 된 주 이유다.
 
그런데 난데 없이 왜 다크칩2일까? 오랜 기간 삼성 1080p 프로젝터를 기다려왔던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이다. 삼성이 Full HD 새 모델에 철 지난 다크칩2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 언제쯤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 역시 A800B의 첫 품평회 때까지도 이 제품이 다크칩2를 쓰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몰랐다기보다 너무나도 당연히 다크칩3를 사용할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다크칩2가 언젯적 칩인데... 이전 모델인 H800BK도 다크칩3이고 경쟁 제품인 샤프 21000, 마란츠 11S1 모두 다 다크칩3 인데 행여 다크칩2를 사용할까 의심조차도 안 했었다. 그러다 출시 전 시제품을 처음 받아든 직후에야 비로소 다크칩2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가 뭘까? 삼성 측에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는 따질 것이 많을 줄 알았는데, 가격 때문이라는 답변에는 딱히 뭐라고 더 따지기도 힘들다.

가격


자연히 가격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삼성 A800B의 가격대는 400만원대 초반. 실제 시장 가격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상보다는 대단히 저렴해진 가격이다. 처음 삼성 A800B의 책정 가격을 들었을 때 내심 꽤 놀랐다. 모든 면에서 스펙이 크게 향상이 되었는데 가격은 오히려 이전 제품 보다 크게 떨어진 점은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일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가격이 낮아진 이유를 외적 조건, 즉 시장 상황에서만 찾으려고 했다. 아마도 시작은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DLP 프로젝터는 500만원대 이상의 중/고가 및 1000만원대의 하이엔드 시장에 포진해 있고, LCD 프로젝터는 200~300만원대의 중/저가 시장에 포진해 있어 왔다. DLP가 LCD 보다 포맷상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 구도는 그런대로 수 년간 잘 이어져 왔다. 이 가격 구도를 처음 허문 것은 소니 SXRD, JVC D-ILA 등의 Advanced LCD 계열 제품들이었다. 이들 제품들은 화질의 완성도에서 DLP에 버금가는 수준이면서도 가격대를 500만원대 수준으로 낮추는 시도를 해서 꽤 성공을 거두었다. 뒤를 이어 옵토마, 벤큐 등의 저가형 DLP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비지니스용 제품에 주력하던, 아직은 데이타급 화질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제품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DLP인데 300만원대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가격이 제시되니, 시장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삼성으로서는 전작 720p 제품들이 우수한 영상 품질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가격 정책을 잘 못 펼쳐 적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가격대를 낮추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엉뚱하게 다크칩3가 다크칩2로 바뀌게 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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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xas Instruments 의 DLP 칩셋

가격이 낮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제품의 원가구조는 잘 모른다. 그건 전적으로 제조사의 영역이니까 외부인이 알려고 하는 것부터가 실례이다. 단지 추리컨대 샤프를 보고, 마란츠를 보면 삼성 A800B 역시 다크칩3를 썼다면 가격이 지금보다 두, 세곱절 늘어났을 지도 혹 모르겠다. 높아진 블랙과 낮아진 가격... 아주 명확한 트레이드-오프이다. 바른 선택일까? 일단은 그렇게 봐야 한다. 블랙, 블랙 하고 말은 하지만 다크칩2와 다크칩3의 블랙 레벨의 차이가 가격대를 두, 세곱절 벌어지게 할 만큼 파격적인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다크칩3가 다크칩2보다 힌지와 셀 간격이 개선되어 더 높은 명암비와 낮은 블랙 레벨을 제공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A800B가 H800BK보다 블랙이 높아진 것도 다크칩 버전 때문이 맞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DLP는 LCD 계열 제품보다 기본적으로 블랙이 차분하다. 다크칩2라고 하더라도 잘만 세팅하면-아무래도 광학부 설계가 주 포인트가 되겠지만-얼마든지 블랙 레벨은 더 차분하게 내릴 수가 있다. 또 사용하는 스크린이나 주변 환경, 소스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따라 얼마든지 "뜬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블랙을 가라 앉힐 수 있는 수준이다. 결코 칩의 버전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된다. 삼성 A800B가 다크칩3를 달고 나왔다고 해서 샤프 XV21000 만큼의 블랙 레벨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한편 다크칩2를 쓴 샤프 12000이 다크칩3를 쓴 삼성 H800BK보다 블랙이 더 좋았는가 하면 또 그 것도 아니다. 블랙 레벨은 온전히 칩의 성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복합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명암비와 블랙 레벨 파트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조 케인과 삼성 프로젝터

이 번에도 조 케인(Joe Kane)씨가 튜닝 작업에 참여했다. 조 케인이 영상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조 케인의 영상 철학은 아주 확실 명료하다.  "원칙에 충실한 그림". 이 것이 조 케인의 영상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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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K Production의 조 케인 (Joe Kane)

원래 조 케인은 무척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가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영상 컨설턴트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일을 하는 편이다. 흔히 영상을 튜닝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영상을 예쁘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우선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조 케인은 이런 식의 영상 튜닝은 아주 질색이다. 자, 영상 튜닝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자.

기실 우리 주위에는, "영상 아티스트" 역할을 자임하는 기술자나 평론가가 의외로 많다. 한 마디로 그들은 얼마나 예쁜 화질, 얼마나 내 마음에 드는 화질을 만드느냐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의 '작가주의적 영상 평론'이다. 영상을 보는 사람에 따라, 영상 소스에 따라, 영상 디스플레이 기기에 따라 다 각각 다른 그림이 존재하고 그 모든 그림들이 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으로 독립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내가 좋으면 스필버그의 색상을 타르콥스키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가 구로사와 아키라 톤으로 나와도 관계 없다. 똑같은 기기에서 물랑루즈(Moulin Rouge)를 볼 때의 레드와 세븐(Se7en)을 볼 때의 레드가 각기 다른 값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적잖은 기기들이 "내 맘대로 색상 뜯어 고치기"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솔직히 코미디다. 이런 류의 "감성 화질"을 추구한다면 사실 굳이 조 케인의 튜닝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라면 삼성 A800B 역시 제품이 가진 특장점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다. 그냥 한 눈에 좋아 보이는 제품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SMPTE 초기 시절부터, 현재 통용되고 있는 수 많은 영상 표준 규격들을 제창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조 케인은 초지일관 영상은 정확한 이론과 표준에 근거하여 맞추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만들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참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정확한 이론과 표준에 맞춘다... 결국 원칙대로 하자는 것인데. 세상 일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원래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영상 기기라고 예외일까.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는 해도 제품에 대한 컨셉과 지향하는 목표만큼은 이쪽으로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정해진 바른 길을 아직 다 가지 못한 것과 아예 엉뚱한 틀린 길로 가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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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리걸 이미징 MP-9 (좌), Stewart Film Screen (가운데), 스넬&윌콕스 G2  프로세서 (우)

이런 까닭에 조 케인이 컨설팅에 참여했던 제품들은 모두 "원칙에 충실하다"는 개성 아닌 개성을 갖는다. 스넬 앤 윌콕스가 그랬고, 스튜어트 스크린이 그랬으며, 매드리걸 이미징과 프린스턴의 CRT 제품들이 그랬었다. 이를테면 삼성의 DLP 프로젝터가 그 뒤를 이은 셈인데, 프로젝터 개발 에 대한 역사도 경험도 없던 삼성이 단기간에 지금 수준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조 케인을 빼 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디자인과 외관

 

2006년 삼성의 LCD TV "보르도"는 아주 큰 일을 하나 해 내었다. 삼성이 TV 왕국 소니를 제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보르도의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화질"은 분명 아니고... 그렇다. 보르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디자인이었다. 한때 우리가 일본 가전제품을 보면서 가장 부러워 했던 것이 바로 제품 디자인이었다. 특히 소니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스타일리쉬 브랜드였다. 그런데 "보르도" 이후 양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국내 가전제품의 디자인 수준이 일취월장(日就月將),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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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보르도 LCD TV (사진 좌)와 LG전자의 Flatron Fantasy 모니터 (사진 우)

삼성의 A800B 프로젝터 역시 한 몫하는 디자인이다. 어떤 이는 A800B의 가장 혁신적인 장점은 다른 무엇보다도 단연 디자인이라고 꼽기도 한다. 원래 디자인이란 미적 가치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는 주관적 요소이다. 그러나 삼성의 A800B의 디자인이 우수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구동성(異口同聲) 거의 이견이 없다. 아래는 A800B의 스틸 컷 몇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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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5년 전이었던가. 이태리 브랜드인 Seleco에서 발표했던 SIM2 HT 시리즈가 생각난다. 빨간 색 혹은 검은 색 컬러를 지닌 무척이나 세련된 디자인을 보고 매료되었던 기억이 새록한데, 삼성 A800B를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A800B 디자인이 좀 더 멋있어 보인다. 디자인 컨셉은 "돌고래"라고 한다. 정말 돌고래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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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2 HT300 plus RED finish 제품

리모콘도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이다. 본체와 컨셉을 맞추어 검은색의 곡선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디자인도 예쁘지만 실용성도 꽤 뛰어나다. 우선 그립감이 상당히 좋다. 둘째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그림에서처럼 엎어놓으면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잘 밀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리모콘이 시커멓다 보니까 캄캄한 데서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리모콘 위, 아래가 똑같이 생겨 거꾸로 쥐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가장 불편한 점은 리모콘 신호 전송각도 문제였다. 리모콘을 본체를 향하게 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프로젝터는 대개 리모콘을 스크린을 향하게 하여 사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크린에 반사되는 각(角)이 너무 좁다. 중앙부를 향해 꽤 좁게 각을 형성해 조작을 해야만 본체가 인식을 했다.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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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800B의 리모트 컨트롤러. 아래는 뒤집어 놓은 모습

본체 디자인에도 흠결이 한 가지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한쪽 옆으로 빛이 새는 현상이다. 전면에서 볼 때 오른쪽 옆에 있는 배기구인데 그릴의 각도를 너무 밋밋하게 주어 안 쪽 램프의 빛이 구멍을 통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천정에 부착할 경우 굳이 위를 쳐다보지 않는 이상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시청 공간의 길이가 4미터 이상 될 경우, 시청자가 프로젝터 뒤 쪽에서 시청을 하게 된다면 영화에 집중하는 데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다.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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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800B의 우측 그릴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그릴의 각도가 조금 더 커야 했다.

요즘 프로젝터들이 대개 그런 추세지만 A800B도 "파워 스위치"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A800B는 파워 스위치가 사실 필요하다. 기기 상판에 터치식 조작 버튼들이 있다. 리모콘이 없어도 이 버튼들을 터치해서 파워를 켜고 끌 수 있다. 문제는 이 터치 버튼들이 너무 센시티브하다는 점이다. 소니 PS3 사용자들은, PS3가 보기는 예쁘지만 표면에 먼지가 워낙 많이 달라 붙어 "먼지 측정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 A800B도 마찬가지이다. 열을 많이 발산하기 때문에 먼지가 더 잘 달라붙는다. 표면이 검은 색 광택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만 지나도 쌓인 먼지가 뽀얗다. 청소를 안 할 수 없는데, 상판을 스치기만 해도 터치 버튼이 작동하면서 덜컹 파워가 켜진다. 프로젝터는 끌 때도 맘대로 못 끈다. 스크린 내리고 화면 보고 버튼을 순서대로 세 번 누른 후 30초를 기다려야 꺼진다. 청소하다가 똑같은 일을 두 번 겪었다. 자연히 그 다음에는 파워 케이블을 뽑아 놓고 청소를 하게 된다. 그래서 파워 스위치가 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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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단자는 HDMI 및 컴포넌트 단자가 각 2개, 컴포지트 및 D-Sub 15핀 단자가 각 1개씩 있다. 소음 래벨이 꽤 낮다. 소음이 적기로 유명한 미츠비시나 소니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버금갈 정도로 소음 레벨을 낮은 편이다.

 

램프, 렌즈

 

A800B는 300W 필립스 UHP 램프를 채택하고 있다. 기존의 250W UHP는 한 100시간쯤 사용하고 나면 30% 가량 밝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있었다. 사실 한 30여시간만 사용해도 처음과는 차이가 난다. 이번 300W 램프는 특주제품으로 이 문제를 개선했다고 한다. 밝기가 떨어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때때로 최대 밝기가 과다하고 블랙이 뜨는 제품은 일정 시간 램프를 사용하고 나면 오히려 블랙이 안정될 때도 있다. (이 것도 일종의 Aging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A800B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H800BK와 달리 30~40여시간이 지나도 처음과 차이가 없다. 플랫 필드 화이트 필드 유니포미티도 꽤 우수하다. 아이리스가 오프된 상태에서는 나무랄데 없다. 그러나 아이리스가 조여지면 상대적으로 평탄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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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립스 300W UHP 메탈 할라이드 램프

하드웨어 측면에서 삼성 A800B에게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로 채택된 삼성제(製) 슈나이더 렌즈이다. 포커싱이 대단히 좋아졌다. 중앙과 코너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색수차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색수차는 초점거리가 길어져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포커싱이 좋아진 것은 순전히 렌즈부가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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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800B의 오버스캔 패턴의 중앙부. 중앙의 원 주위가 아주 깨끗하다.
▼ 중앙부를 확대한 사진. 중앙 크로스 포인트 주위로 링잉이나 할로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포커싱은 1080p임에도 불구하고 도트 피치를 하나 하나 셀 수 있을 만큼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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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DLP는 LCD 계열보다 포커싱이 뛰어나다. 그러나 DLP 프로젝터도 렌즈의 종류에 따라, 광학 설계에 따라 포커싱 수준차가 꽤 난다. 렌즈가 좋고 포커싱이 뛰어난 제품이라고 하면 보통 마란츠 DLP 프로젝터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A800B도 만만치 않다. 마란츠 11S1과 겨루어도 별로 빠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렌즈/포커싱 부분에서는 확실히 큰 발전을 이루었다. 링잉이나 할로가 없는 것은 예전 모델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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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PTE RP-133 패턴의 사이드(좌측 끝) 부분을 확대한 사진이다. 가장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포커싱이 상당히 정밀하다. 중앙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픽셀 도트 하나 하나가 모두 선명히 잡히는 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점. 삼성 A800B를 80인치 크기로 화면을 줄였더니 포커싱이 100인치 때 보다 꽤 안 좋아진다. 720p 모델 때와는 다른 양상인데, 처음부터 1080p 프로젝터는 100인치 이상의 큰 사이즈에 맞추어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가급적 스크린 사이즈는 100인치 이상으로 할 것을 권한다.

렌즈 쉬프트 기능을 갖추고 있다. 렌즈 쉬프트 기능은 설치 시 대단히 큰 편의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유의할 점 한 가지. 렌즈 쉬프트를 큰 범위로 사용하게 되면 영상이 맺히는 부분(래스터)이 렌즈의 중앙이 아닌 위 또는 아래의 끝부분에 가까이 가게 된다. 당연히 렌즈는 가운데가 굴곡도가 가장 완만하며 포커싱도 우수하다. 렌즈 쉬프트를 한다고 해서 포커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급적 설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 렌즈 쉬프트를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삼성 A800B의 투사 거리 테이블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 메뉴얼도 입수하지 못했다. 필자의 스크린은 100인치인데 렌즈까지 최소 360cm의 거리를 필요로 했다. 80인치의 경우는 최소 300cm의 거리가 확보되어야 했다. 공식 투사거리 테이블을 구하는데로 추가 편집해 놓을 예정이다.

 

명암비와 아이리스

 

A800B의 스펙 상의 명암비는 10000:1 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스펙에 표기된 명암비는 무시하기로 하자. 하지만 온/오프 정적 명암비는 측정해야 한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다 갖추고 있듯이 삼성 A800B도 이번에는 IRIS 모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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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설정 메뉴]에서 [화면 모드]를 선택한 뒤 화면 조정 메뉴에 진입하면 위 좌측 사진과 같은 메뉴를 만날 수 있는데, 이 중 [Dynamic Black]이 IRIS 조정 메뉴에 해당된다. 선택 모드는 위 그림 우측에서 보듯 "자동", "깊음", "중간", "얕음", "해제" 5 단계이다.
 
"자동"은 Auto IRIS를 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화면의 밝기 상태에 따라 그때 그때 기기가 IRIS를 알아서 바꾸는 것이다. 늘 말하지만 Auto IRIS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영상 기기들을 테스트 하다보면 정말 이 Auto IRIS 기능을 도저히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기기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명암 특성이나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너무 좋지 않아 도저히 정상적으로 세팅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느껴질 만큼 특성이 안 좋을 때, 이 기기로는 그림에 큰 기대 걸지 말고 그냥 대충 보는 것으로 하자 하고 마음을  먹고 Auto IRIS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Auto IRIS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사실 삼성 A800B 같은 기기는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좋은 편이고, Auto IRIS 모드에서 사용하는 적용범위도 타 기기에 비해 작은 폭에서 움직이는 편이어서, Auto IRIS를 선택했을 때의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덜 한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반대로 보자면 원칙 따지고 표준 영상에 대한 준수를 컨셉으로 하는 기기에서 굳이 Auto IRIS를 선택한다는 것 또한 "과수원에서 고기 찾는격"이다.

"자동" 모드를 제외하면 실제로 IRIS 선택 모드는 네 가지이다. "해제"라고 하면 당연히 IRIS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OFF 모드를 생각하기 쉬운데, 아래 [표1]에도 나오듯이 실제 측정해보면 "얕음"이 "해제"보다 더 밝게 나타난다. "해제"가 "해제"가 아닌 셈인데 사실 상 "얕음"과 별 차이가 없다. 아무튼 밝기 순서로 따지면 "얕음">"해제">"중간">"깊음" 순(順)으로 보면 된다.

램프 모드는 "고휘도"와 "극장"(저휘도)의 두 가지가 있다. 고휘도 모드를 선택하면 극장 모드보다 밝기가 약 25% 가량 높아진다. 물론 고휘도 모드를 선택하면 Fan 소음도 같이 증가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극장 모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삼성 A800B는 아이리스 조정 메뉴가 단순하고 블랙 레벨이 높은 편이어서 적절한 명암모드를 선택하는 일이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고휘도 모드라는 옵션까지도 사용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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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모드/고휘도 모드의 두 광원 모드와 아이리스 모드 네 가지를 서로 조합하면 모두 여덟 가지의 선택 옵션이 생긴다. 아래는 이 여덟가지 모드에 대해 각각 정적(온/오프) 명암비를 측정한 결과이다. 우선 [표1]은 프로젝터를 박스에 막 뜯어 낸 직후의 디폴트 값(명암 50/밝기 50)의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다. (※ 지금부터 제시되는 모든 명암비는 게인 1.3의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게인이 다른 스크린에서는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표1) 모드 별 온/오프 명암            (단위: cd/㎡)

   휘도    IRIS    White    Black   명암비
   극장    해제     68.2    0.045  1516 : 1
     얕음     69.0    0.047  1468 : 1
     중간     53.7    0.033  1627 : 1
     깊음     24.8    0.017  1459 : 1
  고휘도    해제     84.6    0.054  1567 : 1
     얕음     85.8    0.058  1479 : 1
     중간     67.7    0.038  1782 : 1
     깊음     31.2    0.020  1560 : 1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 (명암50/밝기50)

위 표에 의하면 전체적인 명암비는 대략 1500:1 정도이다. 그러나 IRIS를 "중간"에 놓았을 때에는 평균보다 명암비가 다소 더 높게 나온다. 이는 디폴트 치가 아닌 사용자 조정, 또는 서비스 모드를 통한 조정을 거친 뒤에 측정한 수치(※아래에 나올 표들 참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항상 "중간"이 명암비가 제일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단순히 명암비만을 놓고 따지면 삼성 A800B는 IRIS를 "중간"에 놓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러나 명암비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 블랙과 화이트 레벨의 절대 값을 따져 봐야 한다.

위 표에서 본 고정 명암비는, 물론 LCD 계열보다는 우수한 편이지만, DLP로서는 그다지 내세울 만하지 않다. 같은 다크칩2를 사용했지만 옵토마의 HD80은 IRIS 각 모드마다 평균 2500:1 안팎의 정적 명암비를 보여 주었다. 위 표에 의거하면 IRIS "중간" 모드가 명암비가 가장 높지만 선택하기 곤란하다. 너무 밝다.
 
적절한 화이트 밝기는 40~50 칸델라이다. 너무 지나쳐도 너무 모자라도 곤란하다. 적절한 블랙의 밝기는? 그런 건 없다. 블랙은 무조건 제일 낮은 것이 좋다. 단, 밝기가 한계까지 달할 경우, 예를 들어 최대로 밝아진다거나 최소로 어두워지게 되면 혹 어떤 기기들은 컬러가 크게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기라면 블랙을 무조건 내릴 수 없다. 그렇지만 않다면 블랙은 무조건 낮은 것이 좋다.

사용자에 따라, 환경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각기 다르기는 하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대략 사람들은 블랙필드 밝기가 0.025 칸델라를 넘으면 "블랙이 들떴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0.040 칸델라를 초과하면 거의 만장일치로 "블랙"을 성토(?)하는 수준이 된다. 반면 0.007 칸델라 이하로 블랙 필드 밝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칠흑 같다", "대단히 차분한 블랙 레벨이다"라는 찬사를 내놓는다. 물론 이는 경험에 의한 것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또 안시 명암비가 DLP보다 떨어지는 LCD에서는 또 좀 더 기준이 엄격해진다.
 
(※ 영상 기기의 조도를 따질 때 보통은 풋램버트-fL를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칸델라-cd/㎡ 또한 병용해서 많이 쓴다. 풋램버트보다 칸델라의 수치 범위가 크기 때문에 정밀하게 표현할 때에는 칸델라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더 자주 쓰는 풋램버트를 사용하는 편이다. 필자는 상황에 따라 두 단위를 적절히 혼용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참고로 1fL는 3.426 cd/㎡ 이다)

최대 밝기의 경우는 좀 더 명확하다. 12~14 풋램버트, 대략 칸델라로는 40~50 칸델라가 "표준"으로 권장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삼성 A800B의 디폴트 값은 그 어느 것도 명료히 선택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삼성은 A800B에서 처음 아이리스 방식을 채택했는데 밝기에 대한 세팅을 130~150인치의 대형 스크린(게인 1.3)에서 IRIS "해제"를 기준으로 처음 맞추었다. 스크린이 커지면 밝기가 떨어진다. 이 기준에서 세팅이 된 밝기를 100인치 정도로 낮추면 최대 밝기 및 블랙 레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H800BK 때와 달리 유난히 큰 스크린(Stewart Studiotek HD130 150인치)을 이용해 A800B 튜닝을 한 조 케인은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사석에서 나름대로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첫째, 조 케인은 영화/방송/포스트 프로덕션 쪽에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현재의 영화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이 조그마한 방송용 모니터를 통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대형 사이즈로 관객에게 보여질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후반 작업에 사용될 모니터는 당연히 대형 스크린을 사용하는 프로젝터가 적격인데, 이제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은 Post Production 작업에서 필수로 요구되는 "표준 영상", "표준 규격"에 대한 준수 차원에서 기준에 합당한 프로젝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조 케인은 삼성 프로젝터가 이 기준에 합당한 "표준 영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를 넘어 프로용 장비로서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대형 스크린을 사용한 튜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삼성 프로젝터가 소니 BVM 시리즈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프로용 모니터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리는 있는 주장이다. 둘째 조 케인은 A800B가 해상도가 증가했고 포커싱이 좋아 더 큰 스크린에 투사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120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이 더 어울린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주거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좀 더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 케인은 A800B가 아이리스 모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 영상 또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름의 중간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1) 게인 1.3 화이트 매트 스크린을 기준으로 할 때 삼성 A800B는 기본적으로 130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 사이즈에서 사용할 경우 IRIS를 "해제"로 놓는 것이 적절하다. (2) 만일 100인치 전후의 스크린을 사용한다면 IRIS는 "깊음"에 놓아야만 과도한 밝기를 막을 수 있다. (3) 100인치 스크린에서 IRIS를 "해제"로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게인 1.0 이하의 그레이 계열 스크린이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다시 A800B에 대한 세팅으로 돌아가보자. 이제 디폴트 치(명암 50, 밝기 50)를 벗어나 A800B에 알맞는 Contrast와 Brightness를 설정해보자. Pluge 패턴 등을 사용하여 명암 67, 밝기 47을 적절한 밝기로 설정한 후 다시 각 모드별 온/오프 명암비를 측정해 보았다.

(표2) 화면 조정 뒤 온/오프 명암     (단위: cd/㎡)

   휘도    IRIS   White   Black   명암비
   극장    해제    86.1   0.040  2153 : 1
     얕음    87.8   0.043  2042 : 1
     중간    68.4   0.029  2359 : 1
     깊음    31.4   0.015  2093 : 1
  고휘도    해제   107.3   0.050  2146 : 1
     얕음   108.9   0.053  2055 : 1
     중간    84.9   0.035  2426 : 1
     깊음    38.9   0.019  2047 : 1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 (명암67/밝기47)

모드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인 평균 명암비가 2000:1 정도로 디폴트 치보다 크게 상승한다. "중간" 모드가 역시 명암비가 가장 높지만, 언급했던대로 밝기가 과도하다. 한편 "깊음"은 밝기가 다소 부족하지만 고휘도 모드를 쓰면 밝기를 2~3 풋램버트 정도 더 높일 수 있다. [표 2]에 따르면 "깊음"-고휘도 모드의 White Field 밝기는 38.9 cd/㎡. 이 정도면 약간 어두운 편이기는 하지만 기준치에 그렇게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Black Field는 0.019 cd/㎡, 이 정도면 "가라 앉았다"는 느낌도 "들떠있다"는 느낌도 주지 않는 평균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게인 1.3의 화이트 타입 스크린을 쓸 경우, IRIS는 "깊음", 광원은 "고휘도"에 놓고 Contrast와 Brightness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가장 권장할 만한 모드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게인이 낮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게인 0.95의 Stewart Grayhawk 100인치를 기준으로 할 때 디폴트 상태에서는 IRIS는 "해제", 광원은 "극장"에 놓는 것이 옳다. 그러나 Contrast와 Brightness를 Pluge 패턴 등을 통해 적절히 맞추면, 전체 밝기가 크게 증가해 아이리스를 조여 주어야 한다. 이 때의 선택이 또 애매해진다. IRIS를 "중간"으로 하면 너무 밝고, "깊음"으로 하면 너무 어둡다.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중간"을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밝기는 60 cd/㎡ 가까이 되기 때문에 좀 과도한 편이다. 그러나 블랙은 0.016 cd/㎡로 상당히 차분해진다. 명암비도 3500:1 정도 나온다.

전문적 Calibration을 시도한 후의 명암비와 아이리스

이제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어떤 기기들이든 "서비스 모드"를 가지고 있다. 흔히 "서비스 모드"라고 하면 일반 사용자가 접근 할 수 없는 조정 항목에 접근하여 좀 더 정밀한 화면 세팅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모드"는 바깥에 오픈된 메뉴에서 제공하는 것을 중탕하는 것이 보통이며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에 대비해 진단을 하는데 필요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 수준이다.

삼성 프로젝터의 경우는 명확히 전자(前者)에 속한다. 삼성 전자의 다른 제품들과 달리 프로젝터는 처음부터 전문적인 매니아를 타깃으로 한 플래그 쉽 타입이었다. 그래서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스톨러에 한해 "서비스 모드"에 접근해 항목을 조정함으로써 제품의 성능을 개선 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때의 전문 인스톨러란 영상 세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고 캘러브레이션 장비를 능숙히 다루는 한편 그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고 또 접근하더라도 잘못 세팅을 시도할 경우, 기기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일반적인 삼성 A/S 서비스 엔지니어의 경우, 서비스 모드에 진입해서 제품의 결함 여부를 진단할 수는 있겠지만, 화질 항목에 대한 세부 조정은 하지 못한다. 그들은 표준 영상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비스 모드에 접근한다고 해서 개벽천지할 만큼의 개선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었을 경우, A800B는 서비스 모드를 통해 명암비와 색 조정 두 가지 항목에서 보다 정밀한 조정을 꾀할 수 있다. 단, 재삼 말하지만 서비스 모드는 전문 장비와 지식을 갖춘 인스톨러가 아니라면 접근 할 수도 없고, 접근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섣부른 조정은 기기에 악영향만을 남길 수 있다.

필자가 A800B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불만 사항 중 하나가 왜 아이리스 모드를 3개만 만들어 단계간 간격을 크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제공된 모드는 5개이지만 "자동"은 의미가 없고 "해제"와 "얕음"은 사실 상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모드는 3개 뿐인 셈이다. 특히 "중간"과 "깊음"이 너무 간격이 크다. "중간"과 "깊음" 사이에 몇 개의 스텝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테스트한 기기 중 옵토마 HD80은 0~16의 17단계로 아이리스 모드를 제공하고 있었고, 소니의 VW200은 0~100까지 모두 101 단계로 아이리스 모드를 조정할 수 있었다. 삼성 A800B도 사실은 0~255까지 총 256 단계로 아이리스를 조정할 수 있다. 이 중 세 가지 단계만 선택해 바깥의 오픈 메뉴에 꺼내 놓은 것이다. 이걸 아예 0~255까지 총 256단계로 소비자가 조정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단, OSD 메뉴나 사용자 메뉴얼에 권장 기준치를 자세히 적어주면 되지 않을까? 다음 번 제품을 개발할 때 한번 고려해 보실 일이다.

A800B의 서비스 메뉴에 접근해 IRIS "깊음"의 값을 조정했다. A800B의 IRIS 값은 "깊음"이 230, "중간"이 130, "얕음"이 30이다. "깊음"의 값을 220으로 조정했다. 더불어 Contrast와 Brightness를 바깥 오픈 메뉴가 아닌 서비스 모드 안에서 조정 했다. 일련의 작업을 마친 뒤 각 모드별로 온/오프 명암비를 다시 측정해 보았다.

(표3) 캘리브레이션 후 온/오프 명암   (단위: cd/㎡)
   휘도    IRIS   White   Black   명암비
   극장    해제   102.4   0.041  2498 : 1
     얕음   103.7   0.044  2357 : 1
     중간    80.3   0.030  2677 : 1
     깊음    40.8   0.016  2550 : 1
  고휘도    해제   127.0   0.050  2540 : 1
     얕음   128.8   0.052  2477 : 1
     중간   100.6   0.036  2794 : 1
     깊음    51.2   0.021  2438 : 1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

[표3]을 [표1], [표2]과 비교해서 보면 평균 명암비가 또 한 단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표1]이 평균 1500:1, [표2]가 평균 2000:1 안팎의 명암비를 보인 것에 반해 [표3]은 평균 2500:1 안팎의 명암비를 나타내 주고 있다. [표3]을 기준으로 하면 IRIS를 "깊음"으로 해도 밝기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광원을 극장모드와 고휘도모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화이트의 밝기도 무난하고 블랙도 괜찮다. "깊음"-극장모드를 선택할 경우 블랙의 밝기가 0.016 cd/㎡ (0.005 fL)로 이 정도면 블랙이 뜬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을 정도로, 같은 다크칩2를 사용한 옵토마 HD80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는 게인 0.95의 Stewart Grayhawk 100인치 스크린을 대상으로 명암과 밝기, 아이리스 수치를 캘리브레이션 해 보자. 그레이 스크린을 쓰면 확실히 블랙이 더 내려 가고 명암비는 더 높아진다. 그레이호크에서는 아이리스 "중간" 항목을 조정해야 한다. 기본값 130을 185로 바꾸면 화이트가 41.3 cd/㎡, 블랙이 0.011 cd/㎡가 나온다. 명암비가 무려 3750:1이 나온다. 명암비도 명암비이거니와 블랙 레벨도 상당히 가라앉아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레이 스크린을 쓰면 확실히 A800B의 블랙은 두드러지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A800B는 게인 1.3 스크린을 기준으로 튜닝이 되어 색감 차원에서는 게인 1.3이 확실히 더 이득이 있다. 이 또한 트레이드-오프의 대상이다.

이제까지 살펴 본 것을 용약하면 A800B는 Contrast와 Brightness를 적정히 조정한 후 게인 1.3 스크린 경우는 IRIS "깊음"-고휘도, 게인 0.95일 경우는 IRIS "중간"-극장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이 정도까지만 해도 명암비를 2000:1~3500:1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전문 인스톨러를 통해 서비스 모드에 접근하여 보다 정밀한 캘러브레이션을 할 경우, 게인 1.3 스크린에서는 2500:1, 게인 1.0 이하 그레이 스크린에서는 3700:1 까지도 명암비를 더 높일 수 있다. 즉, A800B의 단점으로 이제까지 지적해왔던 블랙 레벨도 기실 보다 정밀한 조정을 거치면 그렇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제까지 우리들은 온/오프 명암비에 의한 수치만을 고려해서 A800B의 블랙 레벨을 따져왔다. 물론 이 수치는 실제 블랙 레벨을 평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블랙 레벨의 문제는 이 것만이 아니다. 삼성 A800B에는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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