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KEF KHT 3005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

hifinet 2006. 8. 15. 22:38

<KHT 30005>


위성 + 서브우퍼 스피커 시스템의 대명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KEF의 KHT 시리즈는 KHT 2005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서 이제는 일가를 이루었을 정도로 충실한 라인업을 갖추었다.

<KHT 시리즈>

이중 가장 최근에 선을 보인 KHT 3005는 KHT 본연(?)의 모습인 달걀 모양을 유지하면서 몇 가지 특성을 향상 시켰다.


<HTC 3001 - 전/후면 스피커>

  • 형식 : 베이스 리플렉스 2웨이
  • 재생대역 : 70Hz - 55kHz
  • 감도 : 88dB/W/m
  • 임피던스 : 8옴
  • 크기(mm) : 125(W)*245(H)*150(D)
  • 무게 : 2kg
먼저 위성 스피커는 KHT 시리즈의 전통을 따라서 알루미늄 재질의 인클로져를 사용하여 나무 인클로져 특유의 울림을 없앴다. KHT 나머지 달걀들처럼 우퍼 유닛 가운데 트위터가 장착된 KEF 특유의 동축 유닛 Uni-Q를 사용하여 2웨이 구성을 하고 있는데 2005.2에 비해 우퍼의 지름이 0.25인치 증가하고 인크로져 용적도 키우면서 베이스 대역도 약간 더 확장 되었다.

<HTC 3001 센터 스피커>

  • 형식 : 밀폐형 3웨이
  • 재생대역 : 60Hz - 55kHz
  • 감도 : 90dB/W/m
  • 임피던스 : 8옴
  • 크기(mm) : 300(W)*130(H)*185(D)
  • 무게 : 2.6kg
보통 위성+서브우퍼 패키지들이 동일한 위성 스피커로 5채널을 구성하는데 반해 3005 시스템에서는 센터 스피커에 별도의 모델을 채용했다. 프론트/ 리어와 달리 밀폐형의 인클로져에 3인치 듀얼 우퍼를 따로 수납하였다. 영화 재생 시 2/3 정도 분량의 소리를 센터 스피커가 담당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3005에서는 센터 스피커를 전용 모델로 개발했다. 전/ 후면 스피커에 비해 감도도 높고 베이스도 더 확장되어 있어서 레벨 매칭을 하지 않았을 경우 센터 스피커의 소리가 더 두드러지게 된다. 일장일단이 있기는 한데 5채널을 동일한 스피커로 설치하는 경우에 비해 음색의 통일성 등에서 손해를 보지만 센터 스피커의 표현력이 더 풍부해지기 때문에 사우드 트랙이 좀 더 규모감 있게 재생된다. KHT 3000의 경우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잘 살아났다.

<HTB 2 서브우퍼>
  • 우퍼 : 10인치
  • 재생대역 : 30Hz - 250kHz
  • 출력 : 250W
  • 크기(mm) : 440(W)*390(H)*195(D)
  • 무게 : 11.3kg
  • 세우거나 눕혀서 설치 가능
2005에서 2005.2로 가면서 서브우퍼가 좀 더 강력해졌는데 3005에서는 완전히 다른 그레이드의 파워풀한 서브우퍼가 채용됐다. 아쉬운 점이라면 프로세서나 리시버의 도움 없이 서브우퍼만 별도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달걀들의 둥지 같은 이미지면서도 고급스러운 마감과 디자인의 인클로져 때문인지 밑면 컨트롤 패널에는 전원선 입력, 위상 조절 딥 스위치 그리고 LFE 입력 1개만 구비되어 있다. 2005 시리즈의 서브우퍼는 별도로 다른 시스템과 같이 조합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3005의 서브우퍼 HTB 2는 오로지 이 시스템만을 위해 존재한다. 디자인과 성능을 생각하면 아깝다.

2.0 채널
KHT의 2005 그리고 2005.2의 매력은 바로 달걀의 마법이었다. 작지만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음색과 크기를 잊게 하는 당찬 소리는 위성+서브우퍼 패키지의 지존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달걀 3005는 덩치를 조금 더 키운 탓에 거의 타조 알 만해졌지만 그만큼 규모도 커졌고 곡에 따라서는 눈이 동그래질 만큼 놀라운 소리를 들려준다. 칼 같은 이미지의 에지 처리 보다는 여유 있고 풍성하게 음상을 그리는 모습은 전작과 동일하다. 또한 윤기 있는 음색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넘어가는 고역의 끝부분도 역시 동일한 매력 포인트다. 그런데 조금 늘어난 인클로져와 약간 더 내려간 베이스는 가끔씩 달걀 위성임을 이제 만든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가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를 들어보면 잠깐 미니 스피커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넓게 퍼지는 음장과 그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악단에 주목하다 보면 베이스 아랫부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특히 음색이 조금만 뻣뻣한 시스템에서는 공격적이고 듣기 싫은 연주로 변해 버리는 이 곡에서 3005의 달걀 형제는 모든 음표들을 유려하게 처리해버린다. 특히 여름 3악장의 경우 온통 뒤섞여 버려서 정신없어지기 쉬운 연주임에도 이 조그마한 스피커는 별 어려움 없이 각 파트를 섞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주하도록 정리해 버린다. 신통하다는 생각에 다이아나 크롤을 걸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 버린다. 조그마한 통 속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베이스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피아노의 윗부분과 보컬 그리고 심벌 셋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재생한다. 만약 위성 스피커만 구입이 가능하다면 데스크 탑 스피커로 절대 추천할 만하다. 소규모 편성의 보컬이나 실내악에서는 매력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위성 스피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아쉬움은 엉뚱한 곳에 있다. 이제 그만 고집 부릴 때도 됐는데... 200만원이 넘는 패키지의 스피커라면 좀 더 고급스러운 단자를 채용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2.1 채널
서브우퍼가 더해지면 본격적으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게 되는데 위성 스피커에 비해 서브우퍼의 반응이 조금 느려서 페이스가 약간 뒤처지는 듯 들린다. 다이아나 크롤의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을 들어보면 베이스 연주자가 1/4 박자정도 놓치는 느낌이 든다. 2.1 채널 구성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서브우퍼의 조종부다. 리시버와 연결했을 때에는 크로스 오버와 레벨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대역간 이질감을 잘 못 느끼지만 대신 베이스 부분의 해상도도 떨어지고 타이밍도 약간 모호해진다. 마란츠의 PM-11 프리 아웃 단자를 이용해 2.1채널로 구성했을 때에는 레벨 조정 및 크로스 오버 조정을 할 수가 없어서 베이스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상당부분의 중역대를 가리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베이스 라인이나 타이밍 그리고 아랫 부분의 음색은 더 명확해지고 텐션도 훨씬 잘 살아난다. 프리 앰프 부분의 수준이 높을수록 서브우퍼의 음질도 개선되는데 KHT 3005의 서브우퍼가 개별판매 모델과 같은 조정 기능이 있었다면 2.1채널 스테레오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특히 위성 스피커의 유려한 음색과 자연스러운 해상도 그리고 서브우퍼의 깊은 저역까지 보태면 어지간한 플로어 스탠더는 가볍게 재낄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플로어 스탠더에서도 대역간의 자연스러운 이어짐은 어느 정도 비용을 투자해야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KHT 3005 수준이면 100만원 중반대의 플로어 스탠더들과 경쟁할 만하다.

5.1 채널
멀티 채널의 재생은 KHT가 개발된 이유이며 오랫동안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음량과 음색이 더 풍부해진 센터 스피커 밑 대역이 더 확장된 위성 스피커들의 영향으로 스피커 5개가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스피커의 크기는 잊어버리게 된다. 역시 멀티 채널의 장점은 다이내믹스의 한계가 있는 스피커들이라도 뭉치면 산다는 것이다. 진주만의 첫 번째 공습을 재생하면 한결 강력해진 서브우퍼의 도움을 받아 뒤에서부터 시작하는 비행기의 엔진 음이 굵직하게 사실적으로 머리 위를 지나간다. 3005 시스템의 위성 스피커들은 오밀조밀한 핀 포인트 재생보다는 음장을 널찍하게 잡아주는 편인데 그 때문에 전체적인 서라운드 음장감의 표면적이 스피커 크기에 비해 대단히 넓게 느껴진다. 따라서 같은 장면에서 비행기들이 움직이는 공간이 상당히 넓게 표현되며 강력한 서브우퍼 덕분에 낮은 대역의 강렬한 임팩트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제로기에서 떨어진 폭탄이 취사실에서 터질 때 대역이 넓고 강렬한 서브우퍼에서는 집이 무너질 것 같은 강렬한 공기의 움직임을 재생하는데 3005 시스템에서는 이 부분은 매우 만족스럽게 표현한다. 특히 폭발음 중심의 강력한 펀칭은 저가형 홈시어터 패키지에서는 흉내 내기 힘들거나 비슷하게 재생하더라도 포트를 빠져 나오는 붕붕대는 잡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3005에서는 단단한 폭발음이 바닥을 내려치는 충격을 시원스럽게 전달해 준다.
‘Kingdom of heaven'의 예루살렘 공성전에서도 정신없이 날아드는 캐터펄트의 궤적과 성벽에 부딪치는 타격을 실감나게 전달해 준다. 물론 중 대형 시스템의 규모에 비하면 왜소해질 수밖에 없지만 일반적인 주거 공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의 규모고 스피커의 외형을 생각한다면 놀랄 수준이다.

KHT 3005
3005는 적어도 달걀 시리즈에서는 최고의 완성도를 지녔다. 비슷한 가격으로 플로어 스탠더와 좀 더 큰 규모의 재생이 가능한 소형 스피커 및 본격적인 센터스피커와 보급형 서브우퍼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KHT를 칭찬할 때 늘 빠뜨리지 않는 것은 섬세함과 고급스러움이다. KHT가 만들어주는 섬세한 음장감과 매끈하고 자연스러운 음색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면 이 조그만 달걀 형제들이 왜 그렇게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있다. 3005는 2채널 재생에서 서브우퍼의 이질감이 생기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규모를 모델명의 증가만큼 확장시켰다. 사실 KEF의 제품들은 동급 제품들과 비교해 가격 면에서는 상위 그룹에 속하는데 KHT만큼은 동급 제품 대비 평균 가격을 유지한다. 이 점도 KHT의 매력 중 하나다. KHT 3005가 분명 2005 시리즈에 비해 가격이 올랐지만 훨씬 미려해진 마감과 디자인 그리고 확장된 성능을 생각하면 오를 만큼 오른 것이다. 3005의 등장으로 달걀 가문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노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