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매킨토시 MA 6900 인티앰프

hifinet 2006. 7. 21. 23:01

매킨토시만의 빛나는 가치

노정현(evaa@hitel.net) 2003-09-15 22:17:46

좋든 싫든 하이엔드 오디오의 역사에서 매킨토시를 빼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말 자체가 없었던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매킨토시의 푸른빛은 오디오 기기 이전에 부의 상징이었다. 오디오 애호가들의 머리 속에서 과거의 환상이 이제는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매킨토시의 푸른 불빛은 여전히 사치스럽게 빛난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매킨토시는 무주공산을 다시 찾으려는 맹주처럼 공격적인 마케팅과 제품 개발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으며 최고급 인티앰프 MA 6900은 그런 매킨토시의 새로운 야심작 중의 하나이다.

MA 6900

  • 출력 : 200W/ch(8/4/2Ω)
  • 주파수 응답 : 20∼20,000Hz
  • THD : <0.005%(20∼20,000Hz/ 250mW∼200W)
  • S/N : 프리앰프 100dB, 파워앰프 110dB
  • 댐핑팩터 :  >100(8Ω)
  • 이퀄라이저 : 30Hz, 150Hz, 500Hz, 1500Hz, 10kHz/± 12dB
  • 크기(mm) :  445(W) * 419(D) * 181(H)
  • 무게 : 33.8 kg

디자인 및 사양

디자인 면에서 MA 6900은 매킨토시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투명 아크릴이 덧대어진 전면 패널에는 큼직한 두 개의 출력 레벨 미터가 있어서 현재 출력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사실 이 레벨 미터는 실용적인 측면보다는 장식적 효과가 더 강하다. 앰프에 무리한 부하가 걸릴 경우 경고등이 점등되기 때문에 굳이 레벨 미터를 보면서 앰프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지켜볼 필요도 없고 계속 움직이는 바늘은 음악을 들을 때 분명 도움이 되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레벨 미터 때문에 매킨토시를 사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존재임은 분명하다. 각종 노브와 버튼들도 변함없는 매킨토시 특유의 디자인 그대로이다.

회로의 순수성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애호가들에게 각종 편의 장치나 기능 버튼들을 달고 나오면 싸구려로 취급받는 요즘에도 매킨토시는 30Hz, 150Hz, 500Hz, 1,500Hz, 10kHz 5개의 주파수 대역에서 ±12dB까지 조정이 가능한 이퀄라이저와 라우드니스 회로를 제공한다. 50년씩이나 앰프를 만들어온 회사 아니면 부릴 수 없는 배짱인데 이것이 싫다면 은색 테두리의 놉을 중앙에 고정시켜 놓으면 된다. 필자는 이런 이퀄라이저 회로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이퀄라이저를 사용하여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더 풍부해 진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전면 패널 뒤로는 몰딩된 트랜스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그 뒤에 증폭부와 입력단이 튼튼한 스테인레스 스틸 섀시에 수납되어 있다. 싱글 엔디드 입력중 한 조는 LP 플레이어를 위한 것인데 MM 타입의 카트리지에 적합하다. 밸런스 입력도 지원하기 때문에 고급 CD 플레이어의 밸런스 출력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 MA 6900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지만 진공관 앰프와 같이 동작하기 때문에 출력 트랜스포머를 사용하여 앰피던스 매칭을 하며 스피커 터미널도 4옴 8옴 그리고 16옴으로 선택하여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당황스럽기는 한데 이것도 매킨토시의 전통이다.

내부적으로 매키토시가 자랑하는 것은 불활성 무산소의 기체로 채워진 유리 튜브내에 봉입된 금, 로듐, 루테늄 도금 접점과 각종 보호회로이다. 이런 내구성과 안정성에 무한한 집착을 보이는 것 또한 매킨토시의 전통이다.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매킨토시용 통합 리모콘인데 아무리 고집스럽게 전통을 고수한다해도 볼륨을 조정할 때마다 코앞에 레벨 미터를 두고 볼륨 놉을 이리저리 돌려야 하는 수고를 사용자들이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듯 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리모콘과 앰프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멋지게 빛나는 푸른 불빛을 바라볼 때 손에서도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이 있어야 할텐데 부속 리모콘은 그런 감흥을 느끼기에는 너무 평범하게 생겼다. 그렇지만 MA 6900은 그 자체만으로 “이것이 매킨토시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음질

필자의 기억에서 매킨토시는 blue eyes라고 불리는 특유의 레벨 미터를 빼면 그다지 인상에 남는 점이 없다. 들려주는 소리가 필자의 취향하고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유수의 오디오 잡지들이 2000년대에 등장한 매킨토시에 대해 하나같이 열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MA6900도 예외는 아니어서 스테레오파일 인티앰프 부문에 A 클래스에 올랐고 왓 하이파이(what hi-fi)에서는 별 5개에 덧붙여 침튀기는 찬사를 받았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MA 6900은 정말 대단한 규모의 재생음을 만들어 준다. 시그너쳐 805같은 소형 모니터 스피커에서도 플로어 스탠딩형 스피커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풍부한 양의 저역과 바위 덩어리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무게감을 들려준다. 만약 전면 패널의 30Hz와 150Hz 이퀄라이저 놉을 사용하게 된다면 비정상적으로 베이스를 선호하는 사람이든지 아니면 사용하는 스피커가 정말로 빈약한 저음을 들려주는 경우일 것이다. 민첩한 반응의 탁월한 리듬감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낮은 음역대의 충격감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실재로 PA를 사용하지 않는 공연장에서 대단한 베이스를 듣기는 힘들다. 그러나 묘하게도 오디오 제품의 과장된 베이스에서 우리는 종종 실재감을 체험하게된다. 지나치게 빈약한 스피커만 아니라면 MA 6900은 재즈 공연장의 열기를 그대로 아니 좀 더 흥겹게 전달해 주는 멋진 베이스를 들려준다. 더블 베이스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 키스 재릿의 ‘standards in Norway’에서조차 매우 굵직하고 안정된 베이스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분명히 중립적인 재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벨 에반스의 ‘quintessence’나 존 콜트레인의 ‘soul train’등의 앨범을 들으면서 두툼한 중역대와 안정적이고 풍성한 베이스에서 얻어지는 흥겨움이 매력적이라는 것도 굳이 부인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대편성곡을 들어보면 재즈의 흥겨움이 압도적인 규모감으로 바뀌는데 각 악기군의 이미지가 칼처럼 예리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편성 음악이 정말 대편성처럼 들린다. 독주 바이올린이 강조된 정경화 연주의 ‘스페인 교향곡’을 들어보면 일반적인 소형 모니터 스피커에서 느낄 수 없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존재감을 시그너쳐 805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하게 음반에 기록된 것만을 재생하는 것이 하이엔드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과장된 소리지만 어떤 권위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다른 인티앰프들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이 제품은 필자의 선입견보다 훨씬 깨끗한 중역대를 들려준다. 물론 중역대의 재생만 놓고 보면 MA 6900보다 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 많다. 그렇지만 바로 윗단락에서 설명한 권위와 함께 상쾌함을 얻으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과거 매킨토시 제품의 답답함이 없어지면서 동시에 특유의 무게감이 잘 살아 있다는 것이다. 캐롤 키드의 ‘when I ream’을 들어보면 보컬이 다소 부풀어 오른 듯이 느껴지지만 답답함 없이 캐롤 키드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불안정한 바이브레이션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잘 전달된다.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좀 더 현대적인 기기들의 장점을 잘 수용한 것이다. 아마 해외 리뷰어들이 이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나긋나긋함이 부족하고 약간은 경직된 듯이 들리는 것은 이 제품의 단점이다. 그리고 고역도 만족할 만큼 상쾌하게 열려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단점을 덮어버릴 만큼의 충분한 매력이 있다. 적당한 온기와 함께 인티앰프에서 상상하기 힘든 규모감과 음악의 열기를 잘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필자는 날렵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선명한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을 선호한다. 뛰어난 과도응답이나 민첩한 저역의 타이밍이 아쉬운 MA 6900이 필자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제품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만듦새와 매킨토시만의 특유의 매력적인 소리는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은 소유해 보고 싶은 탐나는 앰프가 바로 MA 6900이다.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 필자들만이 모여서 MA 6900 시청회를 따로 가졌었는데 참가자 전원의 공통된 의견은 대단한 만듦새와 매킨토시만의 매력이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집에 한 번쯤 들여놓고 싶은 제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방안의 불을 끄고 푸르게 빛나는 레벨 미터만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매킨토시만이 선사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날 실재로 집에 직접 들고 가서 이 즐거움을 느껴본 사람은 없는데 그 이유는 이 제품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다. 34kg의 무게는 MA 6900의 보이지 않는 단점 중의 하나지만 이 무게가 MA 6900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매킨토시만의 가치를 충분히 느껴보고 싶다면 MA 6900은 가장 저렴한 선택일 것이다.

시청기기

  • DAC : dCS Elgar
  • SACDP/DVDP : Sony DVP-NS999ES
  • Inte amp : Mcintosh MA 6900
  • loudspeakers : B&W Signature 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