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follow up] JVC AX-V8000 멀티채널 재생

hifinet 2006. 7. 18. 08:40

Posted by hifinet on 08/23 at 08:12 AM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4-08-23 10:19:44

서론
앞에 두 분 필자께서 제품 감상 평을 정리해주셨지만, 제품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내용을 추가하고자 한다. 다른 업체의 플래그십 모델과 마찬가지로 출시된 지 일정 시간이 흐른 제품이지만 최신 AV 리시버 모델들과 비교하더라도 음질은 다른 차원에 있는 제품이었다. 국내 소개된 시점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소니의 TA-DA9000ES와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분들이 주로 음악 감상에 활용했다고 하시는데, 그 만큼 음질에서 기존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제품과 차별성을 갖는다.

제품 소개
겉 디자인은 다른 업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스 형태의 케이스에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커다란 볼륨 손잡이가 달려 있고, 도어 패널 아래 버튼을 숨겨서 심플하게 만들었다. 회색의 실버 패널이란 점이 마음에 든다. 흑색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골드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전면 도어 패널은 업 다운되도록 만들었다. 여기 이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도 싶을 정도다. 손을 대면 스르륵 하고 내려가는 느낌은 뱅 앤 올룹슨을 흉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디스플레이의 표시라든지, 볼륨의 조작감도 대단히 세련된 편으로 가격 대에 상응하는 만족감은 충분하다. 후면 스피커 단자는 다른 업체의 동급 제품에 비해서도 월등히 고급스럽다. 바나나 플러그를 사용하거나 맨선을 바로 조일 수 있는데, 스페이드 단자를 사용할 수 없지만, 고급 스피커 단자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제대로 된 금도금 단자라는 점도 그렇고 게다가 다른 단자와 합선되지 않도록 투명 플라스틱으로 감싸 놓았다. 영상 쪽에서는 컴포넌트 입력이 2개지만, D5 입력이 2계통 추가되므로 실제로는 4개나 다름없다. 컴포넌트 케이블과 연결하려면 D단자와 컴포넌트 단자의 변환 어댑터를 사용하면 된다. 모니터 출력도 D단자와 컴포넌트 단자 두 개이므로 TV와 프로젝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내부 구성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주장하는 내용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서라운드 디코딩과 음장 처리 부분의 DSP에 TI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속도의 「AureusTM」 를 탑재했다. 고정 소수점 연산의 경우 1,800 MIPS, 부동 소수점 연산의 경우 1,350 MFLOPS의 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SHARC 같은 DSP의 연산 능력은 150MIPS에 불과하다. 그래서 SHARC를 여러 개 병렬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처리 능력을 볼 때에는 Aureus 하나보다 못하다(참고로 말하면 MIPS(Million Instruction Per Second)는, 1초간에 실행할 수 있는 고정 소수점 연산의 회수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Million는 백만회의 의미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우수한 연산 능력 덕분인지 돌비 디지털 사운드마저도 JVC에서는 개방적이고 섬세하게 들린다. 매끄럽고 잘 뻗는 음색이라든지, 소리 사이의 빈 공간이 잘 느껴지는 점에서는 마치 DTS 포맷과 유사한 기분이 든다. 스피커 사이로 소리가 이동하는 장면도 아주 깨끗하게 들린다.

전에는 갖고 있는 스테레오 앰프와 연결하려고 하면, 야마하 DSP-AZ1나 데논 AVC-A1SR의 경우 별도의 파워앰프와 연결하면 잡음이 나서,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이와 비교하면 JVC에서는 연결 시스템이 다르기는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별도의 파워앰프를 추가하여 사용하는 경우 분명한 장점이 있다.

DVD 오디오 용도로 개발해 고조파 노이즈를 억제하는 PEM(Pulse Edge Modulation), DD 컨버터 MN35505를 7.1채널 전체에 탑재했다고 한다. 음장 모드 처리에는 JVC의 독자적인 멀티 채널 DAP(Digital Acoustic Processor)를 사용한다. 음장 모드 구현은 JVC의 독자적인 방식을 적용했으며, 다른 업체처럼 실제 음향 공간에서 임펄스 응답으로 반사음을 측정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다르다고 한다.

소니 STR-V555ES 이래 오랜만에 AAC 디코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AAC 포맷을 볼일이 있을까 했지만, D-VHS의 사용이 늘면서 BS 녹화물 재생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다. HD로 녹화한 D-VHS의 경우 아날로그 출력이 없는 관계로 리시버에서 AAC 디코딩 기능을 갖춰야 서라운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AAC 디코딩을 지원하는데 지불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일본 내 제품들도 수입 시에는 기능이 생략되는 것이 보통인데, JVC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XRCD 제작에 사용한 바 있는 K2 테크놀로지가 구현된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전면 패널의 CC 컨버터를 클릭하면, 입력 디지털 신호에 맞춰 비트와 주파수 대역 확장을 실시한다. 기존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입력 신호를 분석하고 AD 변환 이전의 아날로그 신호를 추정하여 재생하는 알고리즘이 내장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MP3 등의 압축 음원에도 대응하고 있다.

아날로그 다운 믹스 기능도 빼 놓을 수 없다. 디지털 믹스와 달리 음질 열화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센터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4채널로 서라운드 사운드를 감상하는 분들은 눈 여겨 봐야 할 구성이다. 그 밖에 포노 단자 지원이라든지 하여튼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감상
해상도나 고역의 뻗침 등에서는 리틀 렉시컨이라고 부를 만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돌비 디지털 트랙을 재생하더라도 아주 미세한 디테일까지 재생하며 매끄럽게 다듬어진 질감을 실감할 수 있다. 더 비싼 제품에서도 걸핏하면 모래처럼 거친 질감이 되거나 반대로 아예 뭉개는 것이 보통인데, JVC는 그 사이의 좁은 길을 잘 찾아냈다. 실제 프로세서의 성능은 어떨까. 나중에 프리 앰프의 출력을 통해, 클라세 CAV-180에 물려서 SSP-60 프로세서와 비교해 봤다. 아무래도 제품 가격이 훨씬 비싼 SSP-60 쪽이 소리를 생동감 있고 뚜렷하게 표현하는 점에서 더 우수했다.  JVC쪽은 좀 더 차분하면서도 매끈하며, 매트릭스 레벌루션에서 핑핑 날아가는 탄환의 소리는 JVC 쪽이 날카롭고 예리하게 들린다. 이에 비해 클라세 SSP-60은 좀 다른 경향으로 보다 굵고 힘찬 소리를 들려준다.

JVC에서 와호장룡이나 캐리비안의 해적들 등의 DTS 트랙을 재생해보면 음향 공간이 세부적으로 아주 맑게 들린다. 디테일하면서도 배경이 깨끗한 이런 소리는 AV앰프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듯 하다. 역시 CD 플레이어에 연결한 하이파이 앰프 정도의 노이즈 플로어를 갖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근접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하이파이 앰프들의 존재가 위협을 받겠지만, 그 직전에 멈췄다.

파워 부분에서는 틸 CS2.4와 MCS1을 가뿐히 구동함으로써 굳이 별도의 파워앰프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스피커는 충분히 대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정도 성능이면, 어떤 영화나 음악을 울리더라도 별 부담이 없다. 5~6평 정도의 공간에서는 웬만한 스피커는 다 처리한다. 일전에 문한주님과 함께 야마하 DSP-AZ1과 데논 AVR-3805와 함께 마틴로건의 스피커를 두고 비교해 봤다. 야마하 DSP-AZ1는 이젠 새로운 업그레이드 시점을 기다려야 되겠지만, 역시 우수한 제품이다. 저음도 묵직하고 소리는 대범하다. 그리고 느슨하고 차분한 밸런스를 지니고 있다. 이전에도 미국 쪽에서 데논 등에 비해 야마하의 인기가 부족한 이유가 바로 넓은 공간에서 저음의 통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보곤 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충분하지만 말이다.

역시 JVC에 비하면 야마하는 고음은 조금 덜 디테일하며, 저음은 덜 팽팽하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대신에 음장이 조금 더 풍부하게 부드럽게 감상자를 감싸는 느낌이 든다. JVC는 이에 비해 고음의 디테일과 공간의 음향 정보가 아주 구체적으로 재생되고 저음의 뻗침이나 컨트롤이 한 결 좋은 대신에 약간 야위게 들리는 편이다. 다만 음색은 전체적으로 다른 필자 분들이 지적한 것처럼 약간 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 부분은 스피커의 매칭에 따라 달라지는데 밝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듯 하다. 나중에 테스트해본 틸 CS2.4에서는 그런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번엔 음장 모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소니나 야마하 같은 경우 음장 모드에 상당히 주력하고 있고 실제로 그 성과도 상당히 있는 편이다. JVC의 경우 음장 모드는 아주 많은 편은 아니고, 영화보다는 음악 감상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드가 더 많은 편이다. 소니의 시네마 스튜디오 같은 결정적인 모드는 없지만, 대신에 음장 모드를 작동시켰을 때에의 위화감은 다른 메이커 제품에 비해서 월등히 적은 편이다.

다음에는 CC 컨버터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겠다. 일종의 업 샘플러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런 유사한 개념은 파이오니아의 레가토 링크나, 데논의 알파 프로세싱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경우 소리가 별로 달라진다는 느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CC 컨버터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이를 테면 잘 보이지 않던 어두운 부분에 약간의 조명을 비춘 것처럼 소리가 밝아지면서 잘 들리지 않던 부분이 조금 더 상세하게 들리는 느낌이다. 이런 기분은 이전의 와디아 CD 플레이어에서 경험한 바도 있다. JVC의 음장 모드가 그렇듯이 소리를 완전히 뒤바꾸기보다는 좋은 부분만 약간 더한 느낌을 준다. 시스템의 매칭에 따라서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반대로 밝은 소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가 아쉬운 시스템에서, CC 컨버터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면의 헤드폰 단자를 젠하이저 HD590 헤드폰을 연결해 감상해봤다. 대형 앰프에 연결한 보람이 있어서 다이내믹스도 좋고, 저음도 풍부하고 힘차다. 해상도나 디테일에서도 중상급 이상의 소리라고 볼 수 있다. CC 컨버터를 작동시키면, 소리가 다소 팽팽해지면서, 이미지가 또렷해지고, 소리의 잔향이나 여운은 더 많아진다. 역시 스테레오 감상 시와 비슷한 느낌이다. 여기서 서라운드 버튼을 눌러서 3D 헤드폰 모드를 작동시키면, 음원들이 서로 모이고 흩어지면서 인공적으로 음장감이 만들어진다. 스테레오 CD를 재생하더라도 머릿 속에 이미지가 형성된다. 영화 사운드트랙에서는 소리에 완전히 둘러 싸이면서 효과 음향이 전후 좌우에서 모두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흥미롭긴 하지만,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오래 듣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듯 하다.

결론
JVC라면 VCR, 캠코더, 미니 콤포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AV 리시버도 추가해야 될 때가 왔다. 올해 일본 하이비 베스트 바이에서도 20~40만엔대 제품 중 데논 AVC-11SR에 이어 AX-V8000이 2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성능은 40만엔 이하 제품 중에서는 단연 1위임을 부정할 수 없다. 40만엔 이상급으로 JVC의 상위 리그에는 파이오니아 AX-10i나 야마하의 DSP-Z9, 소니의 TA-DA9000ES, 그리고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을 이후 등장할 데논과 온쿄의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하이비는 소니의 TA-DA9000ES의 손을 들어줬다.

필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제품들 포함해서 이들 몬스터급 제품이 JVC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스피커에 대한 구동력, i.Link 지원, 비디오 스위칭 등에서의 향상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필자 분들도 말씀하셨듯이 분명 JVC의 음질은 어떤 고급 기종과 비교하더라도 독특한 매력과 장점이 있다. 해상도라든지, 프로세싱 능력 등에서는 JVC가 더 우세하다. 약간의 기능 부족은 큰 의미가 없다고 치고 가격은 1백만원 훨씬 넘게 확실히 싸다. 이런 제품이 국내에 진작에 소개되었더라면 리시버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