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코플랜드 CTA-305/520 프리/파워 앰프

hifinet 2006. 7. 21. 23:00

중급 분리형 앰프의 새로운 강자

노정현(evaa@hitel.net) 2003-08-28 22:41:44

들어가며

어느 분야든지 애호가들은 너무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필자는 낚시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몇 번 낚시를 따라가 본 경험에 의하면 필자한테는 아무런 차이점도 없는 낚싯대에 대해서 낚시광들은 우스울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특히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진 비싼 낚싯대를 누군가 들고 나타나면 필자같은 문외한들이야 별 것도 아닌 막대기가 꽤나 비싸다고 생각하고 말지만 주위의 많은 애호가들은 그 자리에서 한마디씩 거들든지 아니면 돌아오는 길에 몰래 부러움을 내비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낚싯대를 쓰면 확실히 손맛이 틀리기 때문에 꼭 한 번은 써보고 싶은 제품이라는 것을 필자 같은 문외한들에게 지나가는 말인 것처럼 설명해 준다. 아마 자존심 때문에 그 자리에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민감하게 반응했을 터이고 돌아오는 길에 한 마디 한 것은 자신이 직접 소유하지는 못한 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진가는 충분히 알만큼 전문가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확인 시켜야 할 만큼의 자존심 또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위의 낚싯대를 CDP나 앰프로 바꾸어 본다면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낯설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과 평론가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턱없이 비싸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하고 어지간한 인테리어 소품들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기계 덩어리를 놓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내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A 라는 앰프를 사용해 봤더니 피아노의 3번째 C의 타격음이 사라지는 순간이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다든지 혹은 낮은 건반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든지 하는 것을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으며 남들이 모르고 지나쳐 버린 그런 차이를 자신은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은 더 제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유할 자격이 있으며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희생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필자 역시 신형 낚싯대야 초밥집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인조 대나무와 별다를 바 없는 존재이지만 새로운 오디오 제품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한 마디 하게 되고 좋은 제품을 보게 되면 자산 관리사 못지 않게 필자의 모든 자산상황을 집요하게 분석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다. 이어지는 글 역시 그런 종류의 한 마디지만 이런 저런 리뷰제품 때문에 집을 늘 전파사처럼 어질러 놓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필자의 와이프한테도 이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1시간 정도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쓴 것이다.


CTA-305(上)/ CTA-520(下)

    CTA-305
  • 진공관 : 12AX7 / ECC83 4EA
  • 출력전압 : 2V. max 40V
  • T.H.D. : Phono < 0,1% (output 1V)/ line < 0,02% (output 1V)
  • 입력감도 : Phono 2,0mV (output 1V)/ line 300mV (output 1V)
  • 입력 임피던스 : Phono 47 Kohms/ line 50 Kohms
  • 출력 임피던스 : < 600 ohms
  • S/N비 ( IHF-A curve ) : Phono > 80 dB/ line > 95 dB
  • 크기(mm) : 430(W)*86(H)*390(D)
  • 무게 : 7kg

    CTA-520
  • 출력 : 125W/ch (8 ohms), 250W/ bridge, balanced operation
  • T.H.D. : < 0,05% at all levels
  • 주파수응답 : 20-20 kHz - 0, 2dB
  • 입력감도 :  1,4V
  • 입력 임피던스 : 50 Kohms
  • S/N비 : > 103 dB
  • 크기(mm) : 430(W)*86(H)*390(D)
  • 무게 : 18kg

디자인


지난번에 필자는 코플랜드의 새로운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CDA 822 CDP와 CTA-305/520 프리/ 파워 앰프는 디자인이 잘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지적했다. 전면 알루미늄 패널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색상 및 질감도 다른데 앰프쪽이 더 흰색에 가까우며 표면의 질감도 더 매끄럽다. 특히 8.6cm의 슬림한 몸체와 패널 상단에 각인된 로고는 멀리서 보면 COPLAND인지 GOLDMUND인지 헷갈릴 정도다. 프리앰프는 셀렉터와 볼륨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고 가운데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프리앰프의 경우 디스플레이창이 아크릴로 덧대져 있어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는데 반해 파워 앰프의 디스플레이는 발광 다이오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아크릴판 한 장만 더 붙여 놓았어도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날씬하고 깨끗한 외관은 시각적으로도 꽤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CTA-305 프리앰프

LP 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사실 2채널 스테레오 아날로그 프리앰프는 자원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라인 전용 프리앰프에 대한 효용성에 관해서는 그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므로 굳이 다시 끄집어 낼 필요는 없다. 다만 스펙상 한계가 있는 인티 앰프에서 벗어나 좀 더 높은 품질의 파워앰프를 사용하고 싶다면 1차 증폭을 하든 말든 일단 게인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리앰프는 어쩔 수 없이 시스템 체인에 삽입되어야 한다. CDP등 라인전용 소스만 운영한다면 신호의 열화가 없는 충실한 게인 조절의 측면에서는 패시브 볼륨 컨트롤러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패시브 프리앰프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면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패시브 프리만 사용했을 법한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음질면에서 언제나 중립적이고 투명한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많은 애호가들은 패시브 컨트롤러의 다이내믹스 부족과 음색의 문제를 지적한다. 필자가 분리형 앰프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별 필요 없어 보이면서도 꼭 있어야만 하는 프리앰프의 존재와 늘 애호가의 마음을 괴롭히는 매칭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같은 라인업으로 생산된 프리/ 파워 앰프의 조합을 사용한다면 간단하지만 애호가들이란 언제나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자신의 공간에 맞는 스피커와 그에 맞는 파워 앰프를 결정하고도 수많은 프리 앰프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막막해 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2채널 스테레오 프리앰프는 하이엔드 업체에서 간간이 만들어 내는 정도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면서 성능 좋은 제품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라인 전용 소스 하나만을 운용하는 애호가라면 2채널 프리앰프는 확실히 효율적인 자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전혀 호소력을 갖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인지 최근 생산되는 프리 앰프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동안 옵션으로 빠져있던 포노단이 다시 기본으로 장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MM형 카트리지에 적합한 포노단이 주종을 이루기는 하지만 다양한 멀티채널 프로세서들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2채널 아날로그 프리앰프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얘기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하이엔드 프리 앰프들은 다양한 형태의 접속 방법을 지원하며 특히 최근 제품들은 멀티채널 시스템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바이패스 입출력을 지원하기도 한다. 스테레오전용 제품들이 음악 재생에서 우월하다고 해도 여러 세트의 시스템을 운용한다는 것은 일반 애호가들에게 힘든 일이므로 바이패스 입출력을 통해 1개의 시스템을 2채널 전용 혹은 멀티채널 전용으로 전환이 쉽도록 해준다.

CTA-305는 최근 프리 앰프들의 경향을 따른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먼저 MM/MC 포노단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번 리뷰에서는 이 포노단의 성능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그저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 시대에 2채널 아날로그 프리 앰프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호소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입출력 부분에서는 고전적인 제품이다. 일단 밸런스 입출력은 지원하지 않는다. 같은 라인업인 CDA-822이 밸런스 출력단을 가지고 있고 CTA-520 파워앰프가 모노앰프로 사용시 밸런스 입력을 지원하는데 반해 가운데 프리 앰프가 밸런스 입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기는 한데 기존 코플랜드 제품들이 밸런스 입출력을 지원했던 적은 없으므로 오히려 신형 CDP와 파워앰프가 특이한 설계의도를 가지고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아니면 어설픈 밸런스 입출력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언밸런스 증폭의 앰프를 설계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파워앰프를 보면 더 확실해지는데 CTA-520 파워앰프도 스테레오 모드에서는 언밸런스 입력만을 지원한다. 밸런스 증폭을 위해서는 채널당 2개의 증폭기가 필요한데 CTA-305/520과 같은 제품에서 그만한 물량을 투입할 만한 공간도 없고 가격도 걸맞지 않는다. 다만 파워 앰프는 모노 앰프로 전환시킬 경우 언밸런스 입력에서는 브릿지드 모드로 동작하며 밸런스 입력에서는 밸런스 증폭을 하게된다. 그러나 이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2배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CTA-305에서 굳이 밸런스 입출력을 고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바이패스단 또한 지원하지 않으므로 전통적인 형태의 2채널 프리앰프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개념의 프리 앰프이기는 해도 전기능은 리모트 컨트롤을 지원하며 12V 트리거 출력이 있어서 다른 제품의 전원을 통제할 수 있다. 가변저항을 사용한 볼륨은 모토구동을 통해 리모트 컨트롤이 지원되는데 반응이 신속하고 정밀하게 제어되지는 않는다. 수동으로 놉을 돌릴 경우 묵직하면서도 매끄럽게 돌아가는 감촉은 좋지만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한 제품들만큼 정밀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사용상 주의할 점은 진공관을 사용해서인지 노이즈에 취약하다. 일반 오디오 소스 제품과 같이 사용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DVD 플레이어와 같이 고주파 대역에서 동작하는 기기와 사용할 경우 가끔씩 스피커를 통해 노이즈가 들리는데 각 케이블들의 배치를 다시 해보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반드시 실드가 잘 된 케이블과 같이 사용하고 비디오 제품과 같이 사용할 경우 배선처리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CTA-305의 겉모습에서 진공관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이렇게 얇은 제품이 진공관 앰프라니 말도 안될 것 같지만 방열구를 통해 들여다보면 가지런히 누워있는 12AX7/E83CC관 4개를 발견하게 된다. 2개는 포노단을 그리고 나머지 2개는 라인단을 위한 것이다. 제조사측은 선별관을 사용하여 길들이기가 끝난 부품을 장착한다고 한다. 또한 낮은 레벨의 전류를 다루는 만큼 순 A급 동작을 한다.

많은 애호가들이 아직도 진공관 제품을 선호한다. 가장 큰 이유는 화성적인 풍요로움 때문일 것이다. 진공관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화성적 착색과 화성적 픙요로움이다. 코플랜드 CTA-305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제품이 진공관을 사용했다고 해서 특별히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준다든지 마법과도 같은 여성 보컬을 들려준다든지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프리 앰프의 착색 여부를 테스트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소스 기기와 프리 앰프 혹은 인티 앰프 사이에 테스트할 프리 앰프를 연결하거나 파워 앰프를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소스 기기와 파워 앰프 사이에 연결하여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 지를 살펴 보는 것이다. 필자가 집에서 청취하는 동안은 마침 인터 커넥터가 모자라서 할 수 없이 케언 4808NF 인티앰프의 프리앰프부와 CTA-305를 비교하였으며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 dCS 엘가 DA 컨버터를 파워앰프에 직결한 것과 CTA-305를 거친 것을 비교하였다. 파워 앰프는 모두 CTA-520을 사용하였고 집에서는 B&W 노틸러스 804를 시청실에서는 시그너쳐 805를 모니터 스피커로 사용하였다.

먼저 CTA-305는 특별하게 눈치 챌만한 착색은 없다. 진공관을 사용했다고 해도 알아차릴 정도로 음색이 부드러워 진다든지 혹은 매끄럽게 모든 것을 다듬어 버린다든지 하는 면은 없다. 또한 매우 투명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엘가를 파워 앰프에 직결한 것과 비교해도 무엇인가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다. 물론 엘가를 직결한 쪽이 좀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다이아나 크롤의 “trust your heart"에서 보컬 내는 잡음들 즉, 호흡, 침 넘김 그리고 입 떨어지는 소리 등은 직결 쪽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또한 피아노 건반의 움직임도 직결 쪽이 저 뚜렷하게 보이는 듯 하다. 그렇지만 피아노의 높은 음을 강하게 누를 때 직결의 경우 어딘지 모르게 딱딱한 느낌이 남는 반면에 CTA-305를 통하게되면 그런 느낌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 디테일을 약간 희생하면서 이런 기계적인 불쾌감을 상쇄시켜주는 제품들은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CTA-305는 디테일이 희생된다는 느낌이 없으면서도 솔리드 제품들이 남겨주는 특유의 불쾌감을 없애준다. 문한주님은 코플랜드 제품이 다소 분석적인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적어도 CTA-305에서는 진공관 특유의 베일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비교는 아니지만 케언 인티의 프리단과 CTA-305와의 비교는 꽤나 많은 차이를 들을 수 있었다. $2,100짜리 프리 앰프와 $1,500짜리 인티앰프의 프리단을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티앰프에서 한 단계 높은 음질을 듣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정당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각 악기가 들려주는 음색이 세세한 면이 코플랜드를 통해 들을 때 훨씬 더 잘 살아난다는 것이다. 케언의 인티앰프도 상당히 선명하고 섬세한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J.S. Bach : concertos/Fabio Biondi, Europa Galante/Virgin-Veritas)을 들어보면 콘티누오 파트의 악기들의 선명함과 음색의 정확함에서 CTA-305는 확실히 더 비싼 값을 한다는 것을 들려주었다. 특히 시그너쳐 805보다 저역이 더확장되는 노틸러스 804에서 그 차이는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콘티누오 파트의 현악기들이 움직임이 생생하게 보이는 쾌감은 상당히 놀라웠다. 다이내믹스의 대비도 더 뛰어났으며 특히 센 박자에서 악기들이 튀어나오지 않으면서도 높은 음역대가 상쾌하게 뻗어주는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들이 실패하기 쉬운 부분에서 CTA-305는 진공관 앰프가 들려주는 하모닉스의 풍요로움이 어떤 것인 지를 잘 보여주었다. 디테일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딱딱거리는 불쾌감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 제품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MM.MC 포노단이 기본 장착되어 있고 전기능을 리모콘으로 제어하며 흠잡을 데 없는 소리를 들려주는 이 제품의 가격이 $2,100이면 사실 더 이상 바랄 바는 없다.

CTA-520 파워앰프

CTA-305와 달리 CTA-520은 전단 솔리드 스테이트로 구성된 파워 앰프이다. 사실 CTA-305와 CTA-520 커플은 많은 애호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진공관 프리 앰프와 솔리드 파워앰프의 조합이다. 코플랜드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은데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의 훌륭한 구동력과 제어력 그리고 진공관 프리 앰프의 음색을 적절하게 조합시켜 놓은 것이다. 특히, 디자인 면에서 진공관 앰프와 TR 앰프가 잘 어울릴만한 일은 거의 없는데 이 두 제품은 디자인 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서 당연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크기가 똑같은 두 제품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균형감을 준다. 파워 앰프를 모노 모드로 사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스테레오 모드만으로 사용할 경우 더 이상 어울릴만한 짝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CTA-520은 전단 솔리드 스테이트 구성이기는 하지만 입력단과 드라이브단은 FET를 사용하여 짝수차 배음의 왜곡을 줄여주면서 출력단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용하여 FET 소자에 비해 더 강력한 증폭을 할 수 있다. 이런 구성은 최근 많은 TR 앰프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TR 앰프의 불쾌감을 가급적 줄이면서 장점을 살리기 위한 시도이다. CTA-520은 이런 설계의도를 매우 잘 반영하는 음질을 들려준다. 중립적이고 투명하면서 신속한 반응 그리고 거부감이 없는 음색이 그것이다. 날씬한 모습이지만 강력하게 통제되는 저역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낮은 음역대의 충격감과 리듬감이 잘 살아나게 되면 훨씬 더 쉽게 음악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베이스란 말 그대로 한 곡의 기초가 되는 리듬과 페이스를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리듬감과 타이밍이 살아나지 않으면 음악이 맥빠지거나 집중력을 잃기 쉽다. 코플랜드는 이런 의미에서 매우 탁월한 제품이다. 어디서 그런 신기한 장악력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CTA 520은 그 슬림한 본체의 이미지와 무관하게 어지간한 스피커들은 쉽사리 제어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문한주님은 다른 의견을 주셨다. 투명하면서 신속한 반응은 장점이지만 낮은 음역대의 무게감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다소 가볍게 들린다는 것이다. 필자가 코플랜드 앰프를 통해 테스트 해본 제품들은 B&W의 노틸러스 804, 시그너쳐 805, DM 602 S3, NHT SB2, Thiel CS 2.4 등이었는데 틸을 빼고는 저역의 무게감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제품은 없었다. 물론 틸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비교적 대출력을 요하지 않는 제품들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필자의 804의 저역을 제어하는 능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필자가 804를 통해 들어본 어떤 앰프들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다만 틸에서는 음색이 다소 가늘어져서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베이스의 신속한 반응이나 리듬감은 확실히 탁월했다. 매우 어려운 부하의 스피커가 아니라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출력이 모자란다고 느껴지면 CTA-520을 모노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스테레오 앰프중 브릿지 접속을 통해 모노앰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적지 않은데 이 제품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좀 더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CTA-520은 내부적으로 채널당 독립된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며 각 채널의 증폭단이 분리된 듀얼 모노 구조이다. 언밸런스 연결시에는 여타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두 채널을 병렬로 연결하여 2배의 출력을 갖게 되지만 밸런스 연결시에는 각각의 채널이 핫과 콜드를 별도로 증폭하는 완벽한 밸런스 증폭 앰프로 변하는 것이다. 위상반전을 통해 브릿지 모드에서 밸런스 입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입력부터 출력까지 정확하게 밸런스 증폭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경우 $5,000짜리 모노 블럭 페어가 되는 것이고 CTA-305 프리앰프로는 밸런스 증폭의 장점을 살리기 힘들기 때문에 스테레오 모드로 사용해도 충분한 스피커와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 같다.

CTA-520의 또 한가지 장점은 대출력 앰프들이 놓치기 쉬운 섬세한 늬앙스나 각 악기의 배음구조를 생략하지 않고 상당한 실체감이 느껴지도록 보존해 준다는 점이다. 싱글 엔디드 증폭의 소출력 앰프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출력 앰프들이 여러 단계의 증폭과정에서 신호의 순수함을 잃게 된다고 주장한다. CTA 520은 최고급 진공관 앰프들이 보여주는 탁월한 하모닉스 재생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장시간 청취시의 불쾌감이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하모닉스의 표현과 같은 솔리드 앰프 특유의 단점이 거의 없으면서도 강력한 구동력이라는 솔리드 앰프의 장점을 잘 살린 제품이다. 캐롤 키드의 “I thought about you"를 들어보면 이런 장점들이 어떻게 이 곡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캐롤 키드의 보컬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피아노는 건반을 어느 정도 세기로 누르는 지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재생되지만 피아노의 울림이 사라질 때까지 미묘하게 남는 딱딱함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 부드럽기만 하지도 않다. 피아노의 높은 건반을 누를 때 느껴지는 청량감이 그대로 있으면서도 또한 정확하게 귀에 꽂히면서도 상당히 많은 TR 앰프에서 쉽게 경험하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미묘한 여운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라키 마이의 “time after time"이나 아무로나미에의 “the power of love”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bad” 같은 곡을 들어보면 베이스 라인이 잘 살아 나면서 정확하게 통제되고 큰 음량에서도 스트레스 받는 일 없이 804를 여유있게 구동하면서 이 시끄러운 음악들이 정신 사납지 않게 잘 정돈되어 들린다. 그러나 잘 정돈 되어 들린다는 것이 고역의 끝 부분이 억제되어 있다든지 다이내믹스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가 연주한 비발디 “화성의 영감"을 들어보면 순간순간 변하는 다이내믹스에 정확하게 반응하며 강한 어택에서 균형감을 잃고 낮은 고역대가 튀어나오거나 음색이 딱딱해 지는 일 없이 시원하고 깨끗하게 뻗어 나가는 느낌을 유감 없이 표현해준다. CTA-520보다 훨씬 가격이 높은 대출력 앰프들은 확실히 규모감과 저역의 무게감에서 많은 장점을 보여주지만 고역의 재빠른 트랜지언트와 투명함 그리고 베이스의 신속한 타이밍은 CTA-520이 더 값비싼 대출력 앰프들과 비교해도 모자란 곳이 없는 장점이다.

글을 맺으며

솔직히 하이엔드 오디오의 서열을 생각해보면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 합쳐서 500만원정도의 제품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이 정도면 서열상 보급형에서 벗어나 중급대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급 카트리지와 비교해 보면 $2,000대의 앰프들은 그 생산비용이 아까워질 정도이다. 그렇지만 상식적인 일상으로 돌아와서 500만원 정도면 서울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세 아파트 1평 이상은 늘일 수 있는 비용이다. 아파트 1평 넓힘으로써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상당히 많다. 이에 반해 오디오 제품의 음질을 한 단계 높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자기 만족 뿐이다. 그러나 아파트 1평 줄여서라도 노래 한 곡 더 그럴싸하게 들어 보고 싶은 것이 애호가의 마음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는 이 제품에 대한 기사를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을 사용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수입원에 반납하는 것을 늦춰왔고 그 기간 동안 필자의 향후 수년간의 재산 변동 상황까지 예측해 가면서 어떻게 가져볼 수 없을까 고민했다. 결국 고민에서 끝나고 말았지만 여유가 되시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자신의 고상한 선택에 대해 두고두고 만족스러움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이다. CTA-305와 CTA-520의 조합은 진공관과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장점을 잘 조화시키면서 완벽한 디자인 매칭을 보여주는 정말 멋진 커플이다. 이런 제품을 강력히 추천하지 않는다면 필자가 하이파이넷에 글을 쓸 이유가 없다.

시청기기


  • CDP : Arcam FMJ CD 23, Copland CDA-822
  • SACDP/DVDP : Philips DVD 963SA
  • DAC : dCS Elgar
  • Inte amp : Unison research Unico I, Cairn 4808NF
  • Power amp : Krell FPB 300c, BAT VK-75SE
  • loudspeakers : B&W Nautilus 804, Signature 805, Thiel CS 2.4, B&W DM 602S3, NHT SB2, Epos M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