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소니 DVP-NS915

hifinet 2002. 10. 12. 13:04

상급기의 절반 가격에 108MHz/12비트의 D/A 컨버전 탑재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2-10-12 12:11:40


소니에서 프로그레시브 스캔을 지원하는 DVP-NS915 DVD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기존 모델인 DVP-NS900V와 DVP-NS700V의 가운데에 위치할 이 모델은 최근 등장하는 중급 DVD 플레이어들이 자랑하는 108MH/12비트의 D/A 컨버터를 탑재하여 적어도 규격 상으로는 현재 소니의 DVD 플레이어 라인업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스펙이 좋은 부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바로 최고의 성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신 기종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DVP-NS915를 조금 살펴보면 기능이나 구성 면에서 DVP-NS900V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제품의 크기가 약간은 작아 보인다는 점만 제외하면,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위치한 조그 셔틀과 메뉴 버튼의 모습, 그리고 배치가 거의 똑 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DVP-NS900V 모델과 닮아 있다. 단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제품의 높이가 DVP-NS900V의 2/3밖에 안될 정도로 최근 DVD 플레이어의 경박화 경향을 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얇은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점 외에도, 수송이나 보관 등 물류 비용에서 두께가 얇은 제품이 유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면 패널이 슬림해진 만큼 기능 버튼의 배열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으며 헤드폰 단자와 헤드폰 볼륨 컨트롤도 생략되었다. 헤드폰 단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AV 리시버에서 지원하므로 굳이 DVD 플레이어에까지는 갖추지 않아도 좋다고 본다. 후면 부분은 5.1채널 오디오 출력, 컴포지트(composite)와 S단자는 2개씩, 그리고 컴포넌트(component) 단자를 하나 갖고 있는 등 일반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다. 프로그레시브와 인터레이스 스캔을 스위치로 조작하게 한 점도 마찬가지이다.

사용자 편의성에 대해서는 이전 제품과 별로 달라진 부분이 없다. 설정 메뉴 부분도 같고, 리모트 컨트롤은 DVP-NS305에 부속된 것과 동일하다. 비용 절감 때문이겠지만 이 리모트 컨트롤에는 조그 셔틀 기능이 없고 동일한 형태의 작은 버튼이 여럿 달려서 구분이 쉽지 않은 점이 아쉽다. 소니 텔레비전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이 리모트 컨트롤로 텔레비전의 채널이나 음량 조절, 전원 On/Off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화질 평가를 위해 소니의 36인치 와이드 텔레비전인 KV-DW36K9H를 사용했으며, 상급 모델인 DVP-NS900V을 동시에 컴포넌트 단자로 연결해서 비교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 콘트라스트, 브라이트니스 등 디스플레이의 세팅은 완전히 동일하게 했다.

필자가 이 제품을 시청할 시점에서는 DVP-NS915의 여러 정보라든지 가격에 대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해서 사실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었다. 워낙에 DVD 플레이어 제품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 579,000원으로 매겨진 가격으로 판단한다면 모든 면에서 두말 없이 베스트 바이 기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DVP-NS915V의 화질은 상급기인 DVP-NS900V와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와호장룡 수퍼비트와 제 5원소 수퍼 비트 등 화질이 좋은 타이틀을 두 제품에 함께 재생하면서 디스플레이의 입력 선택만을 바꾸어 비교하는 데에도 차이점을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서는 수 차례 반복 시청이 필요했다.

특히 기본적인 배경 노이즈나 디지털 아티팩트의 수준은 두 제품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정도인데, 역시 색감과 계조 표현력에서 DVP-NS900V가 우세를 보인다. 그 차이는 솔직히 말해서 가격 만큼은 아니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나 하늘의 노을 빛을 보면 DVP-NS900V 쪽이 좀 더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계조 표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다른 회사에서 제조된 제품과 비교하는 경우처럼 기본적인 화질의 성향이 다르다면 이런 약간의 성능 차이가 더 확대되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니 DVP-NS305 같은 입문형 제품과는 성향을 이야기할 것도 없이 아티팩트의 수준이나 정확한 색상 및 계조 표현력 등 화질 면에서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디인터레이싱 부분에서도 이 분야의 원조 격인 파루자 정도는 아니겠지만 소니 제품다운 안정된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DVP-NS900V가 비슷한 가격 대의 DVD 플레이어 중에서 음질 적으로는 가장 우수한 반면에, 화질 면에서는 약간 손색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DVP-NS915는 화질 면에서 동급 제품 들에서도 가장 앞선 제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제품을 보면 중저가형 DVD 플레이어의 화질 개선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음질 평가를 위해서는 소니 STR-VA555ES와 트라이앵글 셀리우스 스피커, Sextan 센터 스피커 B&W LM-1 리어 스피커를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선이 가늘면서도 차분하고 부드럽게 그려지는 소니 제품 특유의 음질을 들을 수 있다. 음색에 건조하거나 딱딱한 부분이 없고 음장도 스피커 뒤쪽으로 가지런히 그려지기 때문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관현악곡을 듣는다면 중량감이라든지 다이내믹스에서는 부족하지만 가격을 고려한다면 흠을 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정도 음질이라면 적절한 가격 대의 인티앰프에 연결해서 듣더라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특히 산뜻하고 밝은 크로스오버나 뉴에이지 계통 음악을 듣는다면 많은 즐거움을 줄 것 같다.

소니가 자랑하는 SACD 재생 능력에서도 오히려 필자의 시스템을 탓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급의 음질을 들려주었다. 비스펠베이가 연주한 생상의 첼로 협주곡 하이브리드 SACD 디스크를 CD로 듣다가 2채널 SACD로 전환해서 들어보면 악기 사이에 뿌옇게 그려지던 공간이 훤하게 트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의 음색 역시 자연스러워지며 풍성하게 들리는 인상이다. 여기서 다시 멀티 채널로 재생하면 음장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며, 스피커 사이의 빈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실제 음악 공간에 참여한 것처럼 현장감이 증대된다.

처음에 모델 이름에서 DVP-NS900V의 상급기를 연상했지만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DVP-NS900V의 존재는 고급 디스플레이에서는 분명히 이유를 지니고 있다. 다만 절반 가격에서 SACD 재생과 수준 이상의 화질, 프로그레시브 스캔 기능을 탑재했다는 점이 DVP-NS915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필자는 이 제품의 가격이 70만원 대가 아닐까 추측했었다. 그만큼 DVD 플레이어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반증도 되지만 어쨌든 과거에 DVD 플레이어를 구입한 분들에게는 억울할 정도로 좋은 가격에 나온 제품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DVD 플레이어를 판매한 회사인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할 안정된 작동 성능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규격
- 재생 가능 디스크 : DVD-V, SACD, CD, CD-RW, MP-3, DVD-R/RW, DVD+R/RW
- 접속 단자 : 컴포지트 비디오 2, S 비디오 2, 컴포넌트 1
- DA 컨버터 :108MHz/24비트, 192kHz/24비트
- 돌비 디지털, DTS 디코더 내장
- 크기 : W430xH77xD257mm
- 무게 : 2.8kg
- 가격 : 579000원
- 문의처 : 소니 코리아(02-3273-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