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에어 QB-9 USB DAC

hifinet 2009. 12. 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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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하이파이 오디오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이라면 이른바 PC-FI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CD 플레이어와 패키지 미디어 대신에 PC를 기반으로 기존의 음반이나 다운로드 음악 파일을 하드디스크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는 기존의 미디어를 일일이 찾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게 되게 되고 몇몇 레코드 제작사들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스튜디오 마스터 퀄리티의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재생할 수도 있다.

다음 단계는 보관된 음악 파일을 USBIEEE1394 또는 LAN을 통해 DAC로 전달하여 기존의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에서 재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이엔드 오디오 사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고음질의 재생 장치가 등장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이전에도 AV 앰프에서 USB나 네트워크를 통한 음악 파일 재생을 지원하는 경우는 많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주로 압축률이 높은 MP3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고 음질에 대해서는 아주 진지하게 고려가 되지 않았다.

아직도 아날로그 플레이어에 집착하는 오디오파일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음질 때문이다.CD 플레이어에서 재생하는 음악보다 음질이 떨어진다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에어의 QB-9은 진정한 하이엔드 수준의 음질을 들을 수 있는 장비가 되겠다.

특징
USB 입력시 어싱크로너스 트랜스퍼 모드
미니멈 페이즈 디지털 필터
싱글 패스 16x 오버샘플링
제로 피드백, 풀 밸런스드 디스크리트 회로
액티브 게인 장비를 위한 제로 이퀴록 회로
파워 라인 RFI 필터에 특허 출원의 Ayre Conditioner
에어링크(AyreLink)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규격

최대 출력 레벨
2.05 V rms – 언밸런스 출력
4.10 V rms – 밸런스드 출력

주파수 응답
DC - 20 kHz (44.1 kHz sample rate)
DC - 22 kHz (48 kHz sample rate)
DC - 40 kHz (88.2 kHz sample rate)
DC - 44 kHz (96 kHz sample rate)

S/N 비 110 dB (unweighted)

입력 1 USB, 44.1 kHz, 48 kHz, 88.2 kHz, 96 kHz (up to 24 bits)

규격 8.5" W x 11.5" D x 3" H 21.6 cm x 29 cm x 7.6 cm

중량 2.25 kg

에어의 QB-9은 오직 단 하나의 USB 입력 만 갖고 있다. 몇 년 전부터 USB 인터페이스를 지닌 DA 컨버터들이 다수 등장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PC를 통한 음악 재생을 위해 이런 제품들이 상당수가 판매되었다. 문제는 이들이 주파수가 고정된 마스터 클럭 대신에 PC의 가변 클럭을 그대로 전송 받아 재생하는 adaptive mode 제품들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제품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버 브라운(Burr Brown)의 USB 수신 칩은 48kHz 16비트 신호의 입력 만이 가능하므로 오디오파일들의 고음질에 대한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USB 규격에는 PC 클럭에 동기화되지 않는 Asynchronous 사양이 있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의 TAS1020B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면 96kHz 24비트의 입력이 가능하게 된다. Wavelength의 엔지니어인 Gordon Rankin2년에 걸친 개발 과정을 거쳐 자사의 오디오에 처음 이를 적용하게 되었고, 에어에서도 이 기술을 제공 받아 QB-9을 설계할 수 있었다.

QB-9의 또 다른 특징은 잘 알려진 MP 디지털 필터를 탑재한 것이다. 근래 디지털 오디오의 또 다른 이슈 중 하나인 Minimum Phase 기술을 자사의 디지털 오디오에 적용하였다. 기존의 디지털 필터가 순간적인 신호 입력에서 Pre EchoPost ringing이라는 현상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억제하는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에어의 CDSACD 플레이어에도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제공되었고 사용자들로부터 크게 호평 받았다.

PC로부터 음원을 제공 받아서 재생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PC에서 발생하는 RFI를 오디오 시스템과 분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옵토 커플러에 의한 PCDAC의 분리, DAC 전원과 USB 파워의 분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에어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제로 피드백 기술도 함께 적용되었다. 기존의 USB DAC와는 기술적 내용 면에서 확실하게 다른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제품의 디자인은 조작 버튼이 제거되어 매우 단순하면서도 에어의 다른 제품들과 잘 어울리는 일관성을 지닌다. 디스플레이는 96이나 44의 숫자로 입력 신호의 샘플링 주파수를 표시한다. 후면에는 밸런스드 및 싱글 엔디드 출력, 디지털 필터 세팅을 위한 딥 스위치, USB 입력 단자 들이 있다. 딥 스위치에서는 타임 도메인의 정확성이 뛰어난 알고리즘인 Listen과 주파수 도메인의 정확성이 뛰어난 Measure 스위치를 변경하여 원하는 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Listen으로 선택한다. 옆에 있는 다른 딥 스위치로는 스탠바이 모드를 설정하거나 디스플레이를 꺼놓을 수 있다.

후면에는 에어의 다른 제품과 통신하기 위한 Ayre link단자가 있다. 특이하게도 온/오프 스위치가 없다. 보통 때에는 스탠바이 상태로 있다가 신호가 들어오면 작동 상태로 변경된다. 대기 상태에서도 주요 회로에 전기가 흐르게 되므로 워밍 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에어 QB-9을 사용하려면 음악 재생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에어에서 추천하는 소프트웨어는 맥 환경에서는 당연히 아이튠즈이고, 윈도우 PC에서는 푸바2000J River 주크박스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모두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가 있다. 아이튠즈는 아이팟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이튠즈의 윈도우 버전도 있지만 아쉽게도 오디오 믹서를 바이패스 하지 못하여 비트 퍼펙트 재생이 불가능하다.

푸바2000이나 J River 주크 박스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에어의 홈페이지에 제시된 절차를 따르면 된다. 두 소프트웨어 모두 윈도우 내부의 오디오 믹서를 바이패스 하기 위한 ASIO 설치와 설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한 번에 설치가 되지 못하고 시행 착오를 겪어가면서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푸바2000을 음악 감상 소프트웨어로 많이 사용하지만, J River 주크 박스도 메뉴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살펴 볼만 하다. 

한편 맥에서 아이튠즈를 설정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편하여 시행 착오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맥북이나 아이맥, 맥 미니 같은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편의성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아이튠즈의 경우엔 널리 사용되는 비 손실 압축 포맷인 FLAC을 재생할 수 없으며, 그 대신에 AIFF 파일이나 WAV 파일로 변환해서 사용해야 한다. 편의상 QB-9의 시청 과정에서는 내내 맥북과 아이튠즈를 사용했다. 그리고 최대의 성능에 이르기 위해서는 100에서 500 시간 정도의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들어보기

맥북에서 아이튠즈를 통해 AIFFWAV 파일로 CD의 리핑을 실시했다. 동일한 CD를 에어 C-5xeMP 유니버설 플레이어에 넣고 아이튠즈와 CD 플레이어가 같은 트랙을 동시에 재생하게 하여 프리앰프에서는 입력을 변경함으로써 일대일 비교를 할 수 있었다.

QB-9으로 들어본 CD들은 아마 일반적인 CD 플레이어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섬세하고 유려한 소리를 들려준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숫자의 CD를 모아온 분들이라면 그토록 여러 번 들었던 CD에 다시 숨겨져 있던 소리가 과연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게 될 것 같다.

QB-9에 적용된 MP 필터 덕분인지 이전의 CD 플레이어들이 들려주던 소리결이 딱딱하거나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또 강력한 어택이나 큰 음량에서도 소리가 복잡하게 엉켜서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고, 언제나 명확하며 부드럽고 매끈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보컬 음악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악기 소리의 하모닉스도 보다 부드럽고 풍부하게 들려준다. 오디오 평가에서 "bloom"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가 있는데, 이는 소리가 꽃처럼 피어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바로 QB-9이 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음색 그 자체만 즐기고 있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준다. 배경에는 일체의 잡음이 없어서 맑은 물 속을 바라보는 것처럼 깨끗한 느낌을 준다.

C-5xeMP와의 비교는 과정이나 결과가 모두 흥미로웠다. 일단 두 제품 모두 MP 디지털 필터가 적용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실제 음질도 언뜻 들으면 음색이나 밸런스가 아주 비슷하다. 그렇지만 집중해서 듣지 않더라도 구분이 될 만한 두 제품의 차이점은 있다. CD를 리핑한 파일에 한정해서 이야기한다면 QB-9이 좀 더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소리의 이미지와 배경을 좀 더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그리고 미세한 소리의 여운이나 잔향이 잘 재생되어 유려하고 풍부한 소리가 재생된다. 물론 C-5xeMPCD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는 SACDDVD-A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과도기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SACD 재생과 PC의 편의성을 모두 함께 유지하려면 현재로서는 AyreSACD 플레이어와 USB 컨버터를 갖추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음반 배급 방식이 다운로드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에서 새로이 CD를 모으는 일이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에 많은 수량의 CD를 모아놓은 분이라도 PC를 통해 더 편리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기술적으로나 음질면에서도 완성도 높은 QB-9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가격적으로도 저렴하다고 생각될 만큼 부담이 적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