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B&W CM1 북셀프 스피커

hifinet 2006. 8. 12. 08:33

Posted by 노정현 on 01/02 at 05:02 PM

몇 해 전 B&W가 CDM과 DM 시리즈의 중간 라인 CM 시리즈를 발매했을 때 다른 라인 업에 비해 시장의 반응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산뜻한 디자인에 비해 명료한 느낌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CM 시리즈의 특징은 그 때까지의 B&W와 다르게 느껴지는 소리였다. 인테리어 친화적인 디자인처럼 다소 건조하고 모니터적이었던 여타 B&W 제품과 달리 부드럽고 듣기 편한 소리였는데 B&W를 찾는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는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더블 우퍼가 달린 플로어 모델이 탐이 났었다. 해외 모 잡지의 혹평과 달리 부드럽고 깔끔한 소리가 좋았고 메이플과 화이트 계열의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2005 디지털 A/V 쇼의 B&W 수입원 부스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스피커가 하나 있었다. 케블라 우퍼만 아니라면 얼핏 다인 오디오나 모니터오디오의 제품처럼 보이는, 미려한 마감의 눈에 띄는 컴팩트 모니터가 구석에 전시되어 있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더니 새로 발매할 CM 1이라고 했다. 최근 몇 달 동안 ipod와 MP3에 정신이 팔린 나는 고성능 컴팩트 모니터에 관심이 있었는데 쇼에서 CM 1을 보는 순간 갑자기 들어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졌다. 참새가 방앗간 지나가지 못한다. 회사일도 바쁘고 또 내 글에 더 이상 영양가가 없다고 판단해서 하이파이넷에 글 올리는 것을 한참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CM 1을 보는 순간 애호가의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잘 참고 있었는데 갑자기 리뷰 제의가 들어왔다. CM 1 어떠냐고... 넘치는 호기심에 응해버렸는데 그 대가는 영양가 없는 또 하나의 글 한 편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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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식 : 2웨이 2 스피커 베이스 리플렉스 시스템
  • 주파수 응답 : 55Hz - 22kHz (± 3dB)
  • 감도 : 84dB/m/W
  • 임피던스 : 8옴 (최소 5.1옴 )
  • 마감 : 메이플/ 웬지/ 로즈넛
  • 크기(mm) : 165(W)× 280(H)× 276(D)
  • 무게 : 6.7kg
  • 문의처 : 로이코(http://royco.co.kr 02-335-0003)

새로운 CM 시리즈는 아직 정식 발매되지 않았고 국내 가격 정책에 대한 정보도 아직 없다. 쇼에서 보았던 권장 소비자 가격(100만원 초반 )이 전부인데 통상적으로 실 구매 가격은 소비자 가격보다 낮아지므로 일단 가격 면에서는 매력적이다.
사양을 보면 감도가 꽤나 낮은데 실제로 큰 소리가 그렇게 쉽게 터져 나오지 않는다. 감도는 낮지만, 제조사 발표의 임피던스를 보면 앰프에 무리한 부하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저임피던스에 대한 능력보다는 출력이 높은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앰프들은 바로 중급 A/V 리시버들이다. 채널당 100와트 이상의 A/V 리시버들은 낮은 임피던스를 가진 스피커에서는 힘없는 베이스로 고전하지만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너그러울 경우 예외 없이 시원시원하게 큰 소리를 잘 뽑아 내준다. CM 1의 경우 어떤 공간에서 사용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출력이 큰 앰프가 유리할 것이다. 다만 스피커가 만들어 내는 음장의 규모로 볼 때 가까이에서 듣는 것이 유리하므로 대략 2m 안쪽의 거리에서 사용한다면 50와트 급의 인티 앰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설치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뒷벽과의 거리다. 처음에 제품을 상자에서 꺼냈을 때 작고 앙증맞은 크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뒷벽 가까이 붙여 설치했는데 이는 절대로 피해야 했다. CM1의 후면에는 스피커 덩치에 비해 구경이 매우 큰 B&W 특유의 딤플 플로우 포트(dimpled flow port)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뒷벽과의 거리를 적어도 50cm 이상은 확보해야 깨끗한 베이스를 들을 수 있다.

길들이기를 위해 2주 정도 편하게 사용하면서 느꼈던 것은 듣기 좋게 매끄럽고 부드럽지만 고역이 끝까지 뻗어주지 못하고 의외로 베이스 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뒷벽과의 거리를 좀 더 넓혀주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뒷벽에 너무 가깝게(30cm 정도 ) 설치해서 베이스가 부풀어 오르고 그 때문에 고역까지 둔탁해졌던 것이다. 스피커가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하자 매우 멋진 소리가 흘러 나왔다. 가장 먼저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매우 큰 음량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매끈하게 뻗어 나오는 고역이다. New Trolls의 ‘Concerto Grosso Per 1’ 중에서 3악장을 들어보면 귀에 거슬리기 쉬운 바이올린 독주가 큰 음량에서도 매끄럽고 듣기 좋은 음색을 잃지 않는다. 여전히 아끼면서 잘 사용하고 있는 모던 쇼트의 아반트 902(가격을 생각하면 보물 같은 존재 )와 비교해 보면 비싼 만큼 음색이 얼마나 고급스럽게 표현되는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음량의 크기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윤기 있는 음색은 ‘매혹적’이라는 단어가 제일 어울린다. B&W의 특징인 중립적인 음색에서 살짝 벗어난 것 같다. 여러 시스템에서 들어본 이 음반의 바이올린 음색보다 약간 더 윤기가 흐른다. 일단 여기까지만 해도 이 스피커는 충분히 사랑스럽다. 이 스피커의 개발 목적은 전통적인 박스형 스피커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을 위해 800시리즈에 적용된 기술을 소형 박스 타입의 스피커에 구현했다는 것. 리얼 우드 마감의 미려한 디자인에서 흘러나오는 유려한 음색만으로도 이 스피커는 충분히 애호가들의 입맛을 자극할텐데, CM 1은 B&W의 특징인 모니터적인 선명한 해상도로 디테일한 부분을 정밀하게 그려준다. Janet Seidel 의 ‘And the angels sing’을 들어보면 공간 정보가 매우 풍부하게 표현되어 밴드와 보컬의 이미지가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CM 1의 장점은 디테일과 달콤한 음색이 매우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전 CM 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유지하면서도 그 후 개선된 기술로 아쉬운 부분을 잘 보완했다. 제조사의 의도대로 문득문득 박스형 805S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800시리즈가 이전 노틸러스 800 라인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 바로 촉촉하게 습기가 도는 음색인데 CM 1도 같은 느낌이다. Diana Krall의 ‘Christmas Songs’중에서 “Let it snow"나 “What are you doing new year’s eve"를 들어보면 심벌 셋의 울림이 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타격의 시작과 소멸이 매우 정밀하게 묘사되는 것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아쉬운 부분은 감도가 낮은 만큼 시원시원하게 스피커로부터 소리가 쉽게 빠져 나온다는 느낌이 적어서 호방한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는 것. 단, 감도가 낮은 스피커들이 대부분 잘 정리 정돈된 배경을 들려주는 것처럼 CM 1도 들뜨는 느낌 없이 차분하고 고요한 배경을 묘사해준다. 위의 두 곡에서 스피커의 크기에 비해 베이스의 양은 의외로 풍성하고 탄력도 좋은 편이지만 역시 소형의 한계인 내려가다 마는 베이스 때문에 저음의 쾌감을 느끼기 힘들다. 제일 아쉬운 부분은 킥 드럼인데 드럼 주자가 발을 구르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RocK이나 POP의 베이스 파트까지는 꽤 신나게 들려준다. White snake의 “Fool for your loving"이나 “Don’t break my heart again"과 같은 곡에서 베이스의 양도 충분히 납득할만하고(오히려 크기에 비해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 ) 리듬감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몸을 흔들기에 충분할 정도이다. 조그마한 몸체에서 대편성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함에 세이지 오자와/ 빅토리아 뮬로바 협연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시도해 봤는데 소형 스피커의 축소된 음장은 어쩔 수 없지만 역시 소형의 장점인 정밀한 이미지와 CM 1의 장점인 윤기 있는 음색이 어울려서 듣기에 좋았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CM 1은 전통적인 박스형 스피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원목 마감의 고급 인클로저에 800 시리즈의 유닛과 크로스오버를 수납한 제품이다. 크기에서 오는 제약을 제외하면 B&W의 최근 설계 정책을 잘 살필 수 있는 제품이다. 바로 유려한 음색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디테일과 해상도가 그것이다. 크기에 비해 베이스를 욕심내다 보니 베이스가 다소 과장된 느낌도 있지만 나머지 장점들이 단점을 희석 시킨다. 800 혹은 700 시리즈의 툭 튀어나온 트위터에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또 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 매혹적인 컴팩트 모니터에 관심을 가져 보기 바란다. B&W의 라인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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