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틸 CS2.4 스피커

hifinet 2006. 8. 6. 16:43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4-01-28 13: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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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 폭(-3 dB): 33 Hz-37 kHz
주파수 응답: 36 Hz-25 kHz +/-2 dB
위상 응답: Minimum ±10 degrees
감도: 87 dB@2.8 V-1m
임피던스: 4 ohms (3.0 ohms minimum)
권장 출력: 100-400 watts
캐비닛 규격: 11 inches wide x 14 inches deep x 41.5 inches high
중량: 70 pounds
국내 문의처 : 케이원 AV

틸 스피커 중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스피커라면 중급 모델인 CS2.3을 들 수 있다. CS2.3은 견고한 캐비닛과 알루미늄 진동판의 유닛을 통해 애매함 없는 예리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음의 음색이 다소 밝게 들리는 약점이 있긴 했지만, 다이내믹스, 음장감 등등에서는 비교할 만한 스피커 자체가 드물었다. 틸은 새로운 스피커의 발표에 대단히 신중한 편인데, 덕분에 CS2.3은 꽤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CS2.4는 CS2.3을 부분적으로 개량한 제품이다. 가격은 리뷰한 amber, 즉 호박(琥珀) 마감이 4600달러이며, 가장 저렴한 블랙 마감의 경우에도 4400달러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는 550만원 선으로 형성되어있다. 제품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미 하이파이넷에서도 여러 차례 다룬 바 있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유닛 구성은 3웨이 2스피커, 1 패시브 레디에이터로 CS2.3과 동일하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2개의 드라이버 진동판이 동일한 보이스코일을 공유하여 전기적인 크로스오버를 사용하지 않는다. 알루미늄 진동판의 8인치 우퍼는 이전 모델에 비해 진동판이 개선되었으며, 새로운 7 x 11-inch 패시브 라디에이터와 짝 지워 33Hz에 이르는 저역 응답을 얻고 있다. 패시브레디에이터가 확대된 것이 CS2.3과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스피커의 높이는 42인치로 41.5인치였던 전작과 유사하며 프런트 그릴은 CS1.6과 동일한 자력 부착 방식이다. CS2.4는 감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했다. 또 보이스 코일의 방열이라든지 공진 감소에 대한 배려를 통해 보다 구동하기 쉬운 스피커가 되었다.


틸의 전통에 따라 1차 크로스오버가 사용되었으며, 이 때문에 각 유닛의 소리가 일치되려면 감상자와 스피커 사이의 거리에 최소 2.4미터가 필요하다. 또 감상 높이도 상당히 중요하게 된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각각 1kHz와 4kHz이다. 인클로저의 두께는 1인치이며, 프런트 배플은 3인치나 된다. 배플이 전보다 두꺼워졌으며, 캐비닛의 곡면도 회절 효과 감소를 위해 개량되었다. 프런트 배플이 뒤로 누운 형태로 우퍼와 트위터/미드레인지의 time alignment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틸 CS2.4 스피커는 여러 가지 기기와의 다양한 조합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소스 기기로는 Krell SACD Standard, Meridian G08을 비롯하여 파워앰프로는 BAT-VK75SE, Chord SPM-1200E, Ayre V5, Krell FPB-300C 등을 사용했으며, AV 리시버로는 Denon A1-SR, 인티앰프로는 Krell의 400Xi를 사용했다. 이렇듯 틸 스피커의 리뷰에 항상 많은 앰프가 동원되는 이유는 짐작하듯이 구동의 어려움 때문이다. 앰프를 바꿀 때마다 소리 차이가 크고, 그 때문에 더 나은 매칭을 찾으려다 보면 여러 앰프와의 시청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CS2.4에서 구동이 다소 용이해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어려운 스피커임은 부인할 수 없다.

CS2.3과 CS1.6 스피커를 사용해봤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CS2.4 스피커는 기존의 Thiel 하위 기종의 스피커에서는 약간의 궤도 수정을 한 제품으로 판단되었다. 이전 스피커의 중 저역 대는 여위고 아주 정교한 편이었다. 첼로나 더블 베이스를 들어보면 악기의 이미지가 확대되지 않고 아주 정교하게 현과의 마찰음을 재생해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CS2.4는 패시브 레디에이터를 확대시킨 덕분인지 저음의 양감에 보다 더 여유를 둔 인상이다. 그래서 CS2.4는 반드시 스파이크를 장착하고 견고한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또 이 스피커의 넓은 음장감을 제대로 즐기려면 사용 공간이 대단히 넓어야 할 것이다.

틸 스피커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저음은 더 풍부하고 어떤 때는 푸근한 인상을 준다. 반대로 저음의 음표를 도드라지게 그려내는 듯하던 해상도에서는 조금 손해를 본 듯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저음의 양감과 해상도까지 양립 시키기엔 CS2.4의 우퍼+ 패시브레디이에터 조합은 다소 힘에 겨운 느낌이 든다. 차라리 이전의 CS2.3이 전해주던 타이트하면서도 엄격하게 통제된 저음이 생각났던 것은 필자 만이 아닐까. 대신에 CS2.4는 같은 가격대의 스피커에서 기대할 수 없는 스케일 큰 다이내믹스와 저음의 양감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틸 CS2.4가 기존의 장점을 다소 희생하면서도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사실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이다. 스피커가 발을 쭉 뻗고 비스듬히 드러누울 넓은 시청 공간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은 있지만, 이 가격 대에 이런 양감과 스케일을 들려줄 스피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 것 같다.

고음도 이전처럼 막힘 없이 주욱 뻗기보다는 적절하게 다듬어서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 않도록 배려한 인상이다. 다소 금속성 소리가 강조되던 바이올린 소리 역시 밝아지는 일 없이 차분해졌다. 다만, 음의 해상도나 선명도에서는 역시 비슷한 가격 대의 레퍼런스 급 존재인 B&W 시그너처 805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려하고 때로는 나긋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B&W 시그너처 805와 달리 Thiel CS2.4는 조금은 덜 세련되고 딱딱한 느낌이다. 그리고 제품을 처음 들어봤을 때에는 중 고역의 이음새에서 조금씩 걸리는 것처럼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던 부분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매끄러워져 갔다.

매칭해본 앰프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제품은 Chord SPM-1200E였다. 이전에 오디오 피직 비르고를 코드의 하위 기종인 SPM600에 물려서 사용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는 아주 다르게 예상하지 못했던 해상도와 음장의 투명도를 들려주었다. SPM1200E는 SPM600과는 성능이나 소리 성향에서 아주 다른 앰프인 듯 하다. CS2.3 리뷰에서 다이내믹스나 음장감 등에서는 사용자를 열광시킬 만한 성능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코드 앰프와의 조합에서 CS2.4가 바로 그런 특징을 강조해 주었다. 코드 SPM1200E가 울려내는 CS2.4는 아주 복잡한 수학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듯한 지적인 면모를 드러내 보였다. 흡사 연주장의 조명이 서 너 배로 밝아진 것처럼 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무대 위에 부유하는 잔향이라든지 아주 미세한 잡음 등이 전부 눈 앞에 드러났다. 하지만 밸런스가 다소 중 고역 쪽으로 기운 듯 했고 때로는 지나치게 밝다 싶어서 오래 듣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관광지에서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데, 굳이 고배율 망원경을 들이대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부분적인 곳에 집중하다보면 오히려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놓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감상하는데,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부 재생되는 경우가 그렇다. 코드 앰프와의 매칭에서는 음악 소리들이 앞 다투어 나오는 것처럼 스피커 앞쪽으로 전개되어서 가지런하게 정돈된 느낌이 부족했다. 물론 이에는 스위칭 파워의 특성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즉, 이런 느낌이 원래 틸 스피커에서 의도되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코드와 틸의 매칭 결과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둘은 분명 우수한 재원들이지만 보다 좋은 짝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작인 CS2.3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차분하고 부드러운 앰프가 CS2.4에게 더 어울릴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BAT의 VK-75SE는 가장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던 조합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로의 이미지가 잘 매치되리라 생각되지 않지만, 서로의 장점이 잘 살아나는 묘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조합의 소리는 진공관 앰프답게 음색적으로 메탈 유닛의 금속적인 느낌을 상당히 가라 앉혀 주면서도 위화감이 없는 플랫하고 자연스러운 밸런스를 나타냈다. 음원의 이미징과 이미지 사이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능력에서는 솔리드스테이트 앰프가 근접하기 힘든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저음도 진공관 앰프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급의 통제력과 뻗침을 나타냈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약한 CS2.4지만, BAT 파워앰프와의 조합에서는 저절로 음악 감상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BAT 앰프를 B&W의 시그너처 805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봤을 때에도 역시 좋은 결과를 얻었다.

BAT 다음으로는 Ayre V-5 파워앰프의 매칭이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훨씬 저렴한 제품인 만큼 귀가 솔깃한 분들이 계실 것이다. 동료 필자인 김민영님은 재즈와 록 음악 쪽을 보다 선호하시는 편인데, Ayre와 Thiel의 매칭에는 큰 인상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수의 악기가 동원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필자에게는 Ayre와 Thiel의 조합이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Ayre V5는 그리 크지 않은 출력을 지닌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밸런스나 소리의 뻗침에서 기대이상으로 상당한 안정성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Ayre 앰프가 CS2.4에 매칭되었던 더 비싸고 더 규모가 컸던 다른 앰프들보다 우세한 점은 저역의 견고함과 안정성이다. 에어 앰프의 저역이 우수하다는 사실은 부분적인 특징을 조합해서 느끼게 된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음악을 감상해가는 중에 실감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아주 탄탄한 도로 위를 대형 승용차로 지나갈 때 받는 안정되고 안락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징이나 음장에 흔들림이 없이 상당히 큰 스케일의 음장이 만들어졌으며, 모든 소리가 견고한 받침대 위에 구축된 것처럼 탄탄하고 안정된 인상이었다. 소리가 스피커에서 약간 앞으로 나오기는 하는데, 결코 지나친 법이 없다. 물론 에어 앰프의 다소 덤덤해보이는 외모에서 받는 느낌처럼 음색이나 섬세한 면모를 바라기는 무리다. 그건 역시 틸 스피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하여튼 CS2.4는 대편성 관현악곡의 감상에서 대단한 매력을 발휘해주었다. 작열하는 튜바와 트럼펫의 소리는 실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느끼게 했으며, 터져 나오는 심벌즈의 소리는 다소 투박하게 들리면서도 수 십여개의 악기가 연주하는 사이 사이에 액센트를 가하기에 충분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팀파니나 큰 북의 소리 역시 묵직하고 견고하여 음악의 집중도를 강화시켜주었다. 현의 일치된 합주는 활기차면서도 당당하게 들려왔다. 필자가 들어봤던 Ayre V5는 단종된 모델이고 업그레이드된 현역기 V-5x는 훨씬 부드러운 미드레인지를 지니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한 것 같다.

CS2.3과 마찬가지로 인티앰프로는 CS2.4의 진면목을 실감하기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B&W 시그너처 805와의 매칭에서 탁월한 구동력을 보여준 크렐의 400xi 인티앰프는 조금 위로 기울고 여윈 밸런스를 나타내어서 분리형 파워앰프보다는 만족도가 떨어졌다. 다만 음색이라든지 해상도에서는 오히려 크렐 인티가 웬만한 분리형 파워보다도 세련되고 섬세해 보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까지 고려하여 염두에 두기 바란다. 물론 CS2.4보다는 하급기인 CS1.6이 크렐 인티에 보다 적합한 짝일 것이다.

최악의 결과를 들려준 모 인티앰프의 경우에는 소리가 앞으로 나오면서도 어택이 부족하고 소리에는 활력이 없어서 듣기에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 틸 CS2.4에게 맥 없이 쓰러져간 수 많은 인티앰프 중에 드문 예외는 바로 데논의 AVR-A1SR AV 리시버였다. 음악 전용 앰프도 아니지만, 틸과의 매칭에서는 묵직한 앰프의 규모에서 실감하는 것처럼 상당히 인상적인 구동 능력과 매끄러운 음색을 들려주었다. 전에 CS2.3을 데논의 AVC-A1D에 물려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처럼 CS2.4 역시 데논의 부드러운 음색과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이러스의 분리형 앰프는 대단히 비싼 제품이긴 하지만, 부드러운 음색과 자연스러운 텍스처 등 역시 CS2.4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실력으로 필자의 인상에 남았다.

- 박우진

틸은 흔히 음장형 스피커로 알려져 있다.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음색이나 다른 측면에서는 별로 인정 받지 못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오디오 파일들이 틸 스피커에서 나는 고역의 쇳소리를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틸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틸이 부드럽다거나 편안하다는 식의 평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느 제조사의 제품이건, 새로 나오면 리뷰를 하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필자는 틸 스피커에 대한 경험은 별로 없지만, CS 2.4는 틸 스피커에 관해 들었던 정보가 만들어낸 통념을 없애준 경우다. 여기에 개인적인 느낌과 조금 덧붙이자면, 틸 CS 2.4는 마감이 참 좋다. 나무의 결이 그대로 잘 살아있어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물론 1.6과 2.4는 다른 제품이기 때문에 2.4에 대한 언급도 필요할 것이다. 2.4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틸 디자인이며, 매끈한 표면처리와 마감이 잘 어울려서 보기에 좋다. 단자는 스피커 아래쪽에 붙어 있지만 연결하는 데 그다지 불편함은 없었다. 틸의 단자는 스피커 수준에 비해 특별히 비싸 보이거나 굉장해 보이지는 않았으며 적정 수준이었지만, 왠지 접속이 잘 되고 든든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리고 2.4역시 단자의 극성이 다른 스피커들과 반대로 되어 있어서 +단자가 왼 쪽에 있고 -단자가 오른 쪽에 있다.

2.4는 정숙함에서 두드러졌다. 처음으로 CD플레이어에서 재생한 곡은 빌 에반스의 “낙엽"이었는데, 이제까지 보아온 스피커들 중 최고 수준의 정숙함을 자랑했다. 다른 스피커라고 특별히 노이즈가 느껴진다거나 어수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틸 2.4는 배경이 매우 조용해서 작은 소리만 나도 모든 사람이 돌아볼 것 같은 느낌이다. 덕분에 음악 감상에서의 집중력이 상당히 커지게 된다.

2.4는 고역이 차분하고 매끄러우며 듣기 편하다. U2의 을 들어보면, 전반적인 균형이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는 가운데, 고역이 차분하고 정확해서, 보노의 목소리가 갖는 매력이 잘 살아난다. 직접 재생해보지는 않았지만 이상은의 목소리도 이 스피커로 재생하면 훌륭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틸은 기본적으로 고역이 화사하다거나 감미롭다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틸의 음색이 주는 느낌을 옷으로 치자면 무채색의 승복일 것이다. 화려하거나 매끌매끌하고 쉬크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깔끔함과 자연스러움, 질감이 전달해주는 그 무언가와 비슷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그런 종류의 사운드를 들어본 경우가 거의 없어서 약간은 생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좋게 들었다.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play bach ?집을 들어보면, 피아노 소리는 다른 스피커들에 비해 다소 얌전하다. 대신에 베이스의 울림이나 악기 전반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풍성하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틸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그런 균형과 안정감이다. <불멸의 연인> OST 중 6번 트랙인 피아노 트리오 4번 중 “유령"은, 스피커나 다른 기기의 특성 혹은 매칭에 따라서 시끄럽고 불안정하게 들릴만한 여지가 있다. 하지만 틸에서는 각각의 악기가 내주는 소리가 잘 어우러지면서 상당히 안정적인 소리를 내준다. 또한 여기에서는 안정감과 늘어짐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CS 2.4에서 들려주는 음악에서는 열정과 긴장감이 함께 느껴진다.

이처럼 균형 잡힌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저역 재생 특성이 좋아야 한다. 빌 에반스의 낙엽에서는 베이스를 튕기는 손가락의 위치나 움직임이 잘 잡힌다. 이 말은 저역의 해상도나 속도가 매우 탁월하다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에릭 클랩턴의 I ain"t gonna stand for it baby에서도 매우 넉넉하면서도 결코 퍼지지 않는 베이스 소리를 들려준다. 이 곡에서의 베이스 음이 딱 틸의 특성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풍성하면서도 정확하며 안정감이 있다. U2나 에릭 클랩턴 같이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 등의 악기로 이루어져 있는 밴드 사운드를 들어보면 저역이 음악을 전반적으로 풍성히 감싸주면서도 퍼지지 않는 소리를 들려준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저역의 어택이다. 자역의 어택이 조금만 더 강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한 정도이다. 이것은 매칭 앰프인 데논 AVC-A1SR의 영향일 수도 있으며, 어택이 강하고 저역이 단단한 앰프와 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사운드 스테이지이다. 이미징은 핀포인트처럼 날카롭고 정밀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틸 CS 2.4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평가하기 위한 세부 사항이라든지 객관적인 기준들을 따져볼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이다. 불멸의 연인 OST 중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악장의 일부를 들어보면, 악기가 위치나 음장 등에 대한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음악에 몸을 맡겨버리게 될 정도로 훌륭한 사운드스테이지를 들려준다. 바렌보임이 연주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16번 3악장을 들어봐도 마찬가지이다. 이 곡에서도 스케일이 넓으면서 자연스러운 스테이지가 연출되며, 악기들의 위치 역시 훌륭하게 그려주고 있다. 솔티가 지휘한 모짜르트 레퀴엠에서 역시 곡을 녹음한 성당의 넓이나 반사음, 분위기 등을 유감없이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이 정도의 스테이지와 앰비언스를 가진 스피커는 흔히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다이내믹스 역시 마이크로나 매크로 다이내믹스 모두 훌륭하다. 특히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연주에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잘 느낄 수 있는데, 중간중간에 악기들이 작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또한 심포니 곡들을 들어보면 매크로 다이내믹스도 상당히 좋다.

다음으로 들어본 음악은 소니 롤린스 블루노트 vol.2 앨범의 Why don"t I와 키스 자렛의 Questar였다. Why don"t I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들으면서 매우 어수선한 녹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4로 들어보니 결코 녹음이 어수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노래에서는 색소폰이나 트럼본 음색의 맛이 잘 살아 있으며, 공간 표현도 매우 좋다. 스테이지 표현과 저역 해상도, 자연스러움 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드럼 소리도 매우 사실적으로 들렸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곡에서 제이제이 존슨의 편안하고도 자연스러운 트럼본 소리를 들으면서 틸의 음색이 이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키스 자렛의 Questar에서는 거의 완벽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얀 갸바렉의 색소폰 소리는 귀에 쏙쏙 박히면서 잔향이 가득 묻어 나왔다. 악기들 간의 음색 조화도 훌륭했는데, 전체적인 재생이 매끄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이 연주 역시 복잡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 많지만, 틸에서는 어수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틸 2.4는 위상 일치 스피커답게 사운드 스테이지 재생이 뛰어나며,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음색이 주요한 특징이다. 저역은 임팩트가 약간 부족한 것만 빼면 매우 훌륭했으며, 모든 대역에서의 해상력도 뛰어나다. 음색에서는 약간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겠다. 틸의 음색은 아름답고 화사한 쪽은 분명히 아니며, 그런 면에서의 매력이 돋보이거나 귀에 확 들어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립적이면서 자연스러우며 듣기에 매우 편안하다. 그래서 데논과 같은 앰프가 매우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어쨌든 CS 2.4는 감상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스피커이며, 취향의 차이와는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할만한 성능을 갖고 있다.

다만 매칭이 약간 까다로운 편이다. 출력이 낮은 앰프로는 일단 구동이 힘들며, 단순 출력의 문제 뿐만 아니라 저역 특성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소리가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실력이 좋은 기기와 매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틸은 매칭이 잘 안 맞는 경우에 어딘가 어색한 소리를 내준다. 매칭 앰프 중에는 데논 AV 리시버에서 만족할만한 소리를 내주었다. 해상력이나 그레이드 면에서 완벽하게 잘 맞지는 않았지만 가장 밸런스가 잘 맞으며 듣기 좋은 소리를 내준 경우였다.

- 김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