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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 트리오 스피커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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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odelay0818@hanmail.net)

AVI는 Laboratory 인티앰프와 소형 스피커인 Neutron IV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B&W정도 규모와 인지도의 큰 회사가 아니면 여러 라인업의 여러 제품이 사람들의 관심 영역 안에 들기는 힘들다. 이 회사도 라인업이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Laboratory CDP와 Tio, Brio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 ‘라인업’이라고 말하기는 조촐하지만 AVI 제품으로만 하이파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구색을 갖춘 셈이다.

AVI의 대표들은 재미 있는 이력을 갖고 있다. 수석 엔지니어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롤스 로이스의 엔지니어였으며, 사장의 할아버지도 롤스로이스 사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엔지니어를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AVI 제품들을 보면 디자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설계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준다. 요즘 스피커들은 색도 다채롭고 캐비닛 재질이나 모양이 특이한 경우가 많지만, AVI 스피커는 참으로 전통적인 스피커의 모습이다. 앰프나 CD플레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이런 디자인 ‘전략’은 몇 가지 면에서 이점이 있다. 우선, 어설프게 최고급 브랜드나 제품들의 파격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흉내내다가 촌스러운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피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이 설계나 부품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디자인도 훌륭하고 디자인이 성능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차라리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차선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실제로 AVI는 디자인이 평범한 대신 부품이나 설계 면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디자인은 매우 평범하지만 캐비닛에 사용한 목재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또한 트위터도 메탈 돔 트위터가 아니라 섬유 트위터를 사용하였으며, 다른 트위터들에 비해 가격이 3배라고 한다. 제조사의 홈페이지(http://www.avihifi.co.uk)를 보면 이 외에도 크로스 오버 방식과 지점이라든지 우퍼의 크기와 관련한 실험을 여러번 한 끝에 가장 알맞은 지점을 찾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제작에 신경을 많이 쓰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스피커의 단자는 싱글와이어 방식이다. 처음에는 이 점이 약간 의아했는데,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AVI측은 바이와이어링의 효과에 대하여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 않는다. 대신에 스피커 단자 규격이 4mm가 아니라 6mm라는 점이 특이하다. 바이와이어링보다는 접촉면적을 넓게 갖는 것이 음질상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기기들을 연결해서 음악을 들어보면, AVI는 여유롭고 풍성한 소리와 뛰어난 사운드 스테이지를 들려준다. 길리니가 지휘한 포레의 레퀴엠 중 pie jesu domine에서는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한없이 깊이 들어가 있으며 센터 이미징이 또렷하고 정확하다. 코러스가 등장하고 악기 소리도 더 커지는 Agnus dei에서는 여기에 다이내믹스와 음색, 해상력에서의 장점이 덧붙여진다. AVI는 소리가 커지는 부분에서 매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클라이막스 부분이 거칠어지거나 음색이 갑자기 변하는 일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음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음색은 매우 유려하고 매끈하다. 현악기나 코러스의 소리가 물 흐르듯 매우 부드럽고 수월하다. 또 인상적인 것은 노래 중에 나오는 오르간 소리였는데, 매우 높은 음역이지만 역시 신경을 거스르는 법이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묻혀 있으면서도 맑고 또렷했다.

힐러리 한이 연주한 엘가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고역의 특성을 좀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AVI의 고역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얌전하며, 매끈하다. 특기할 점으로는 바이올린의 음상이 지나가는 자리가 사뿐 사뿐하다는 것인데, 가벼워서라기보다는 컨트롤이 잘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 또한 오케스트라 현악기의 풍성함과 앰비언스도 인상적이었다.

스테이지 표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 트레버 피녹이 지휘한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를 들어보았다. 이 곡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 스피커의 디테일 표현력이었다. 기본적으로 악기 각각이 내는 소리의 결이 살아있었다. 또한 관악기의 버튼을 누르는 소리라든지 악기를 불면서 침 때문에 나는 잡음들까지도 들려주었다. 이것을 통해 이 스피커의 수준이 확실히 높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경우에는 디테일 표현이 지나치면 다소 거부감이 들거나 불균형적인 모양새가 나올 수 있지만, 유려한 음색과 균형감을 동반했기 때문에 무척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사운드 스테이지도 역시 뛰어나다. 실제 연주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연주가 이뤄진 스튜디오 안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이 음반에서는 트럼펫 사이사이에 배치된 바순과 호른 소리가 매우 사실적으로 들렸다.

또 다른 특징은 저역의 양과 어택이 별로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북소리는 거리감이라든지 타이밍에 있어서 정확하긴 하지만 강력하지는 않았다. 락 음악이나 드럼이 나오는 재즈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만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이 아닌 다른 장르는 어떻게 들려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John Lennon의 베스트 음반세트를 한 장으로 추려낸 wonsaponatime을 들어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스피커가 그려내는 음상이 실제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보컬이나 기타, 드럼 등은 모두 너무 크거나 작게 그려지는 느낌이 없었으며, 그만큼 사운드 스테이지도 사실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악기간의 하모닉스와 보컬의 세세한 표현이 돋보였으며, 음역대 간의 밸런스가 잘 맞아서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I’m Losing You같은 노래는 많은 시스템에서 무척 날카롭게 들려서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데, 이 스피커에서는 그런 특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무디거나 너무 부드러운 소리여서 원래 연주나 녹음의 의도에서 어긋나버리지는 않는다는 말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앞서서 저역의 어택이 약하다는 언급을 했는데, 스피커의 저역에 대해서 조금 보충설명을 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Ornette Coleman의 At the Golden Circle 중 Morning Song번 트랙을 들어보면 베이스 연주가 특히 인상적인데, 베이스의 울림이 무척 깊으며, 스피커의 디테일 재생 능력이 더해져서 현을 튕기는 느낌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이 곡을 들어보면 이 스피커의 저음이 상당히 낮게 내려가며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럼의 어택은 약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스피드가 좋고 정확하기 때문에, 저음에 대해 강한 애착만 없다면 큰 불만이 없을 듯하다. 또한 오네트 콜만의 음악은 연주가 예측 불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며 톤도 높고 복잡한 편이지만, 이 스피커는 언제나 여유로운 처리 능력을 보이기 때문에 곡을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Weather Report 의 Sweet nighter 중 Boogie Woogie Waltz 에서는 들어보면 Trio의 디테일 및 고역 재생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이 노래에서는 카바사 연주가 나오는데 그 악기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앞서 들었던 Ornette Coleman의 노래에서도 심벌즈 소리가 매우 자세하고 바삭한 느낌이 났는데, 그 디테일 표현과 고역의 품질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Lenny Kravitz의 Lenny If I Could Fall in Love에서도 마찬가지로, 디테일이 좋아서 리듬기타의 소리가 명확히 들리는 것은 물론, 보컬 변조음이 어떻게 분절 되는지까지도 알 수 있었다.

피아노 음을 재생하는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윤디 리가 연주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중 3악장을 들어보았다. 역시 울림이 풍성하고 악기 크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페달을 밟는 느낌이라든지 건반이 피아노 내부의 현을 때리면서 생기는 진동음까지도 들려준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타건음이 또렷하게 들린다는 점이라든지 배경이 정숙하다는 것 역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AVI Trio는 가격대도 비싸고, 동사의 다른 주력 제품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이 스피커는 이런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저역의 양과 어택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외의 수많은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어느 트랙 어느 부분에서 드럼 소리가 얼마나 강하게 나는지 보다 음악을 얼마나 음악답게 들려주는지가 중요하다면 이 스피커에 대해서 불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굉장한 사운드 스테이지와 다이내믹스, 디테일을 갖고 있으며 자연스럽다. 음색은 풍성하고 여유롭다. 다소 부드러운 감이 있기 때문에 강렬한 음악을 선호한다면, 들어보고 나서 취향에 맞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자인에 민감한 경우에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만 제외한다면, 이 스피커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며, 이 가격대에서 일종의 표준을 세우는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밀폐형 구조이고 저역이 과장되거나 부풀지 않았기 때문에 운용하기도 쉬울 것이다. 굳이 구매할 의도가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길에 한 번쯤 들어보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스피커이다.

AVI Trio Speaker

  • 형식 : 3웨이 3스피커
  • 규격 : (HWD) 40” X 9” X 12”
  • 감도 : 88 dB/W/m
  • Amplifier requirement AVI Integrated or ask
  • 중량 :35kg (unpacked)
  • 드라이버 : 8”페이퍼 콘 우퍼, 5” 페이퍼 콘 미드레인지, 28mm 패브릭 돔 트위터
  • 크로스오버 :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 1.25mm 페라이트 코어 인덕터
  • 주파수 응답 : 45Hz(6dB)~35kHz

    사용 기기

  • Meridian G08 CDP
  • Marantz SC-7S1 프리 + MA-9S1 파워 앰프
  • BAT VK-51SE 프리, VK-75SE 파워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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