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B&W 705 북쉘프 스피커

hifinet 2006. 8. 6. 16:38

노정현(evaa@hitel.net) 2004-01-05 11:54:37

이번에 살펴볼 제품은 얼마 전에 소개했던 B&W의 신작 703이 속한 700 라인업의 막내 모델인 705이다. 아마도 애호가들에게 가장 부담 없이 B&W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제품이 CDM 1, CDM 1SE, CDM 1NT로 이어지는 CDM 라인업의 북쉘프였을 것 같은데 그 맥을 있는 제품이 바로 시그너쳐 800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그 기술이 대폭 이전된 700 라인업의 막내 705가 된다.

  • 형식 : 2웨이 2스피커 베이스 리플렉스형
  • 주파수 응답 : 46Hz - 25kHz (±3dB)
  • 감도 : 89dB/m/W
  • 임피던스 : 8옴 (최소 4.6옴)
  • 크기(mm) : 222(W)×420(H)×290(D)
  • 무게 : 9.5 kg

디자인 및 사양

703과 마찬가지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클로져 디자인이다. 곡면으로 경사진 상판위에 노틸러스 트위터가 보호 캡 안에 수납되어 있다. 개량된 트위터는 50kHz까지 응답하도록 설계되었는데 노틸러스 800 시리즈보다 더 확장된 것이다. 미드레인지/ 우퍼 유닛은 시그너쳐 시리즈와 같이 알루미늄 재질의 페이즈 플러그를 사용한다. 또한 밸런스드 드라이브(ballanced drive)라는 새로운 기술이 채용되었는데 드라이버가 피스톤 운동을 할 때 보이스 코일과 폴피스 사이의 전류 변화에 따른 임피던스의 변화량을 감소시켜 더 선형적인 피스톤 운동을 보장해준다. 크로스 오버는 공심 초크 코일과 필름 콘덴서를 사용하여 한층 고급화 시켰다. 한 개의 합판을 구부려 만든 상판과 전면 배플은 서로 평행하는 면을 없애서 내부의 정재파를 감소시킨다. B&W 특허의 딤플 플로우 포트는 덕트를 통해 흘러나오는 에어 노이즈를 감소시켜 좀 더 정확한 저역을 재생해 준다. 노틸러스 805나 시그너쳐 805와 같이 705 도 상급기와 가장 차별되는 점이라면 2웨이 구성에 캐블라 유닛 하나가 미드레인지와 우퍼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B&W가 자랑하는 FST(Fixed Suspension Transducer)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이들 북쉘프 모델에는 장착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청감상으로는 북쉘프 모델들의 미드레인지가 풀로어 스탱딩 모델들에 비해 투명도가 떨어지지도 않고 저역이 빈약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관리하기도 쉬워서 우리나라처럼 사방팔방이 다닥다닥 막혀있는 주거형태에서는 장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또한 짧은 거리에서 점음원 재생에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FST 미드레인지를 제외하면 플로어 스탠딩형 모델들과 동일한 기술 사양을 공유하는데 적용된 기술로만 볼 때 CDM 1NT가 노틸러스 805를 한 단계 다운 그레이드 하여 출시된 모델이라면 705는 시그너쳐 805를 두 단계 정도 다운 그레이드 하여 출시된 제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음질

705를 들어보고 지난번에 리뷰 했던 703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700 시리즈의 기본 성향이 노틸러스 800 시리즈에 거의 근접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고역은 막힘 없이 뻗어 올라가지만 거칠거나 공격적이지 않고 섬세함을 세련되게 유지한다. 미드레인지는 매우 투명해서 음반에 있는 모든 정보를 다 긁어내는 듯 하다. 베이스 재생 또한 좀 더 정확해졌는데 전작 CDM NT 시리즈가 중저역대를 약간 풍성하게 해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던데 반해 700 시리즈는 부풀림 없이 좀 더 정확한 베이스를 재생해 준다. 아무로 나미에의 ``The power of love"를 들어보면 댄스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저가형 스피커들과는 확실히 틀리게 심벌즈의 모든 움직임이 선명하게 잡히면서도 공격적이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되다. 또한 보컬과 기타 신세사이저 등 중역대의 모든 음원들이 뒤섞이지 않고 선명하게 구분된다. 베이스는 부풀어오르지 않고 정확하게 리듬과 박자를 구분해서 곡의 흥겨움을 잘 살려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늘어난 인클로져의 용적 때문에 저역이 더 확장되었다는 느낌은 들지만 양적인 면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지는 않는다. 물론 의도적으로 낮은 중역대를 부풀려서 포만감을 주는 스피커들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더 하이파이의 원칙에 입각한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지나치게 노틸러스 805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비슷한 성향의 소리를 들려준다. 하위 모델인 DM 600 시리즈가 투명함을 유지하면서도 나름대로 독특한 라인업 컬러를 유지하고 있음에 반해 703이나 705를 들어보면 800 시리즈의 성능을 상회하지 않으면서 그 특색을 유지하여 800 시리즈의 후속 모델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듯한 의도적인 튜닝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노틸러스 800 시리즈에 근접하는 성능의 스피커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능의 향상은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가 연주한 비발디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의 13번 트랙을 들어보면 확실하게 나타나는데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도 재빠르게 음량의 변화를 표현하며 늘어지거나 답답한 구석은 한 군데도 없다. 아쉽다면 좀 더 비싼 스피커들에 비해 약간 건조한 음색이다. 이 곡의 독주 바이올린은 현대악기를 사용하여 연주되는 낭만주의 시대의 곡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원전악기 치고는 대단히 현란하게 음색이 변화하는데 이런 낭만적인 느낌을 완전하게 느끼기에는 음색이 다소 건조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이는 시그너쳐 시리즈를 제외한 B&W 스피커의 공통적인 특색이므로 브랜드 자체의 캐릭터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또 다른 연주인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정확한 트랜지언트 재생과 섬세한 다이내믹스의 표현 및 급격하게 변화하는 음량의 안정된 재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다만 가끔씩 총주에서 날카로움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길들이기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제품 자체가 솔직하게 음반에 있는 모든 정보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703의 경우 플로어 스탠딩형인 만큼 이런 소절에서 좀 더 확장된 베이스가 받쳐주기 때문에 순간적인 어택에서 고역이 좀 더 차분하게 느껴지는데 반해 705의 경우 베이스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이런 부분에서 고역이 다소 돌출 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고역을 약간 눌러주는 제품들보다는 703처럼 모든 것을 드러내주는 제품이 대부분의 음악에서는 더 상쾌함을 느끼기 때문에 앰프나 소스 기기들이 지나치게 경질이거나 밝지만 않다면 큰 문제를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이외에 기본적인 성향은 노틸러스 805와 거의 비슷하다. 깨끗하고 투명한 중역대와 머뭇거림 없이 뻗는 고역, 그리고 가격에 비해 약간은 모자란 듯한 저역 등이 매우 비슷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705가 805를 대체할까?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B&W처럼 수십 가지 모델을 생산하는 제조사가 이런 우(?)를 범할 리는 없다. 먼저 만듦새에서 700 시리즈는 800 시리즈보다 뛰어나지 못하다. 인클로져 디자인과 만듦새 만으로도 800 시리즈는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703에서도 언급했지만 805에서도 805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바로 베이스의 정확함이다. 이는 타이밍이나 페이스 등 리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음색의 정확함에 관한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북쉘프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베이스 기타, 킥 드럼 및 컨트라 베이스 등 베이스 악기의 음색이 800 시리즈와 비교할 때 사실적이지 못하고 음색의 사실성을 결정하는 어떤 요인 하나가 생략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보통 저급 모델과 고급 모델에서 이 부분은 혼탁하냐 아니냐가 그 경계를 구분하는데 반해 700 시리즈와 800 시리즈에서는 혼탁함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콕 집어 말하기 힘든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차이는 저역 악기의 다이내믹스 컨트롤과 음색의 재현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을 맺으며

홈시어터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은 확실히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고성능의 기기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스테레오 시스템 애호가에게는 이런 변화가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은데 업체들이 $1,000대 제품으로 멀티채널 패키지에 주력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높은 가격대 성능비의 모델들이 이 가격대 에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바로 이 부분이 705가 빛을 발하는 지점인데 상급기의 많은 기술 사양을 적용하면서 기존의 CDM 라인업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킨 북쉘프 모델이기 때문이다. 상급기 노틸러스 805와 비교할 때 완벽하게 대체할 정도의 성능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섬세한 해상도와 이미징, 중립적이고 정확한 음색 및 젤 제어되는 베이스의 리듬감과 음정은 전형적인 하이엔드 스피커의 속성을 가진다. 단지 베이스의 임팩트가 다소 부족한 부분과 축소된 규모이기는 하지만 805의 경우 베이스 악기들의 음색이 좀 더 사실적인데 반해 705는 사실적인 재현력이 좀 뒤쳐진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는 자꾸 상급기를 염두에 둔 비교일 뿐 같은 가격대의 다른 제품들과 비교할 때는 CDM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순간적인 매혹은 없지만 중립성으로 오랫동안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B&W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진 제품이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비싼 것을 사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스피커의 경우 ``모르겠으면 일단 B&W를 사라"는 말을 하고 싶다. B&W의 제품들이 최고라는 뜻이 아니라 늘 그 가격대의 기준점을 정해주는 모범적인 성능과 중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705 또한 100만원대 북쉘프 스피커가 갖추어야할 모든 덕목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모범적인 제품이다. 이 가격대에서 무엇을 살지 잘 모르겠으면 일단 705부터 들어볼 것을 권한다.

시청기기

  • DAC : dCS Elgar
  • SACDP/DVDP : Philips DVD 963SA
  • Inte amp : Unison Research Unico I, Cairn 4808
  • loudspeakers : B&W Signature 805, 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