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B&W 804S 스피커

hifinet 2006. 8. 6. 16:38

imageB&W는 적어도 자신들의 기술적 성과를 납득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먼저 기술적인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용자나 매체 관계자들을 위한 풍부한 기술 백서를 제공하며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자신들의 기술적 성과가 대단히 타당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복잡한 용어가 두려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B&W는 자신들의 기술적 성취가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상품의 디자인을 통해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독특한 체임버 구성이나 노틸러스 트위터를 도입하여 매트릭스 시리즈를 발전시킨 노틸러스 800 시리즈는 기술적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해도 “이 제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이미지를 매우 극적으로 형상화했다. 또한 유명 스튜디오와 음악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매우 성공적으로 인식 시키고 있다. 더불어 그에 걸 맞는 음질은 같은 가격대에서 B&W가 최고의 제품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기준(reference)이 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준다.

따라서 B&W가 발표하는 신제품은 언제나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매트릭스 시리즈와 노틸러스 800 시리즈의 성공을 잇는 후속 라인업에 대한 궁금증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전면 세로 및 하단 라인을 제외하고는 직선을 찾아볼 수 없는 노틸러스 800 시리즈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수많은 제조업체들의 디자인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도록 만들었지만 정작 후속 라인업의 설계에 큰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새롭게 등장한 800 시리즈는 외형에서 혁신적인 변화 없이 기술적 특성들을 대폭 향상시키는 수준으로 변경되었다.

700 시리즈처럼 새로운 라인업은 앞에 노틸러스(nautilus) 또는 CDM(compact digital monitor)등의 불필요한 수식어를 떼버리고 단순하게 800이라는 숫자만 부여 받았다. 대신 트위터의 재질에 따라 D(diamond)혹은 S(signature)라는 간단한 구분 이니셜만 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알파벳에는 한 두 줄로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개선이 함축되어 있다. 새로운 라인업에 대한 자세한 기술적 특성은 하이파이넷이 별도로 마련한 특집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800S가 전작인 노틸러스 804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만 간략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800S vs 노틸러스 804

Nautilus804
804S
형식
3웨이 4스피커 베이스 리플렉스
크기
mm
H1015xW238xD344
H1020xW238xD351
무게
24kg
28kg
주파수응답
+/-3dB
38~22kHz
+/-6dB
30Hz~30kHz
30Hz~50kHz
감도
2.83V/m
89dB
90dB
임피던스
공칭/최소
8옴/3옴
트위터
2.5인치
메탈 돔
알루미늄 돔
미드레인지
6인치
케블라
케블라
우퍼
6.5인치
페이퍼/케블라
로하셀
마감
리얼우드
체리/레드체리/블랙
체리/로즈넛/블랙
확산
수평
60도
수직
10도
왜율
90dB/m
<1.0% 70~20kHz
<1.0% 90~22kHz
0.5% 150Hz~19kHz
<0.5% 120Hz~20kHz
크로스오버
350Hz/4kHz

먼저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노틸러스 804와 804S 사이의 물리적인 특성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하게 수정된 부분들을 통해 804S가 노틸러스 804를 어떻게 개선시켰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윗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 크기와 무게에서 약간씩 커지고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전면 배플의 폭이 동일하고 높이와 깊이가 각각 5mm와 7mm 정도 커졌기 때문에 크기가 많이 커졌다는 인상은 받지 않지만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늘어난 용적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베이스 재생 영역의 확장 없이 용적만 늘어났으므로 감도가 개선되고 베이스의 양이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804S는 노틸러스 804에 비해 소리가 더 쉽게 빠져나오고 베이스가 더 풍부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뒤가 7mm 길어지는 바람에 노틸러스 804에서는 상판에 어느 정도 묻히던 트위터가 804S에서는 더 뜬금없이 붙어있는 마이크처럼 보인다. 노틸러스 804와 시그너쳐 805를 사용하면서 집에 놀러오는 손님들이 언젠가는 마이크로 착각하고 확 잡아떼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까 늘 불안했었는데 804S는 그 불안감을 좀 더 증폭시켜준다. 제조사가 이런 부분까지 책임지지는 않으므로 사용자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용적이 늘어남과 동시에 무게도 4kg정도 늘었다. 그래도 남자 성인이 혼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무게이므로 설치에 큰 불편함은 없다.

image
유닛의 구성은 변함이 없는데 재질 및 설계는 많이 바뀌었다. 특히 고역은 -6dB에서 50kHz까지 확장되어 있는데 덕분에 왜곡이 일어나는 지점이 가청대역으로부터 확실하게 멀어졌다. 그리고 실제로 노틸러스 804에서 다소 건조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던 딱딱함이 없어져 버렸다. 단순히 베이스의 양이 늘어나면서 고역이 순화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전 대역에 걸쳐 일체감이 향상되고 더 듣기 좋은 음색을 제공한다. 지금 말한 변화는 노틸러스 804의 대표적인 단점이었고 이 부분의 개선 때문에 가격의 상승을 납득할 수 있다. 가격이 상승한 만큼 마감도 약간 바뀌었다. 인클로져 겉면을 싸고 있는 베니어는 좀 더 진짜처럼 보인다. 실제로 둘 다 진짜인데 노틸러스 804보다 804S의 표면이 더 나무 같다. 무늬의 결도 바뀌었고 옹이를 잘라낸 부분 중 큰 곳은 원래 흠집이 약간씩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을 따라 표면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은 더 좋아졌다. 그릴의 모서리도 둥글게 처리해서 전체적인 실루엣이 더 온화해 보인다. 마감에서 향상된 또 한 가지는 미드레인지를 감싸는 스폰지 엣지이다. 804 이상의 모델들은 FST라 불리는, 서라운드 없이 실린더에 고정된 형태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서라운드가 없으므로 인클로져와 유닛 사이의 공간은 스폰지 재질의 엣지로 메워져 있는데 이 엣지와 만나는 부분의 케블라 섬유 처리가 거칠었었는데 신작에서는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노틸러스 800 시리즈의 마감도 충분히 수준급이었지만 800 시리즈에 와서는 모든 부분에서 더 다듬어지고 세련된 마감을 제공한다.

설치
804S는 두 가지의 발을 제공한다. 끝이 뾰족한 금속 스파이크는 전작부터 제공되던 것이고 나무 재질의 바닥을 고려하여 반구에 스크류가 달린 고무 재질의 발도 사용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처음에는 스파이크 슈즈를 받치고 철제 스파이크를 장착했는데 나무 바닥이라 스피커가 쉽게 밀리는 바람에 고무 재질의 발로 바꾸었다. 스파이크 교체하면서 위치도 같이 바꾸었기 때문에 둘의 음질 차이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사용자의 취향에 따를 문제기 때문에 쓰는 사람 마음이다. 다만 짐작으로는 필자의 경우처럼 바닥이 마루일 때 진동을 배출하는 스파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바닥이 같이 울어버리고 진동을 저장하는 고무재질의 발을 사용하면 접촉도 좋아지고 바닥이 같이 공진하는 현상이 줄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매뉴얼에는 카펫이나 콘크리트 바닥에는 스파이크를 나무 바닥에는 고무 발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나무 바닥에 고무 발을 사용하라는 것은 음질적으로 유리해서가 아니라 바닥 보호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어쨌건 사용자가 판단할 문제이다. 스피커 위치는 뒷벽에서 대략 60-70cm 이상 스피커 간격은 2m 이상 띄우고 스피커와 청취자가 정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들을 것을 권장한다. 이건 대략 모든 스피커의 권장사항이기도 하다. 위의 사양 표를 잘 보면 한 스피커로부터 수평으로 60도 범위까지 재생대역의 큰 감쇄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스피커를 청취자 쪽으로 돌리지 않을 경우 60도보다 좁은 각도 안에 청취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청취환경에서는 문제없이 지킬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일단 뒷벽으로부터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스피커를 띄운 다음(대략 90cm 정도) 필자의 양쪽 귀가 정확히 두 스피커의 트위터 정축에 위치하도록 토 인(toe in) 한 다음 토 인 각을 넓히면서 밸런스를 맞추어 나갔다. 그런데 트위터의 확산 각이 충분히 넓으므로 토 인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트위터와 귀가 너무 정축에 가깝게 설치해 버리면 고역에 에너지가 많이 몰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역이 충분히 밝고 또 베이스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제품은 아니므로 가급적 베이스의 풍성함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각도를 조절해야 듣기 편한 밸런스를 잡을 수 있었다.

케이블 연결은 바이와이어링이 기본 권장사항이다.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하여 전용 점퍼도 제공한다. 전작은 한쪽 스페이드 한쪽은 슬리브로 처리했던 반면 804S에서는 한쪽은 스페이드 나머지 한 쪽은 바나나 단자로 처리되어 있다. 덕분에 스페이드 단자 처리된 싱글 케이블과 사용이 편리하게 되었다. 바이와이어링과 싱글 와이어링의 음질 차이는 테스트해 보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필자의 관심사항 밖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해외의 글이나 사용자들의 전언 및 제조사의 주장에 따르면 바이와이어링이 좋다고 하니까 가능하면 바이와이어링을 권한다. 그리고 바이와이어링 쪽이 불필요한 단자 접촉을 피할 수 있어서 기분이나 미관상 더 좋게 느껴진다.

길들이기

포장을 뜯고 처음 소리가 나올 때의 인상은 전작에 비해 훨씬 매끄러운 소리가 나오지만 베이스는 제대로 통제 되지 않는 것 같고 고역의 뻗침도 어색하다는 느낌이다. 대략 1주 정도 지나니까 고역은 제대로 뻗는 느낌이 나는데 베이스 쪽이 영 어색했다. 답답하게 뭔가 터질 듯 말 듯 했다. 그러다 보니 한 2주 정도 되니까 시원시원한 고역에 비해 움츠러든 것 같은 베이스 때문에 소리가 스피커에 붙어서 떨어져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좀 쉽게 터져 나오면서 대역간의 균형도 잘 잡혔다는 느낌은 한 달 정도 지나서 받을 수 있었다. 사용 시간에 따라 틀리겠지만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2시간 이상 음악 듣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므로 한 달 정도는 충분히 몸을 풀어준 다음 위치 선정 등 미세 조정을 다시 할 것을 권한다. 한 달 지나면서부터는 커다란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앰프

일단 100와트 이상을 깨끗하게 뽑아주는 앰프를 권한다. 전작보다 감도도 더 높고 또 베이스의 양도 많아져서 출력이 낮은 앰프로도 큰 소리 자체는 더 쉽게 나오는데 단단하면서 가슴에 와 닿는 베이스와 감질나지 않는 다이내믹스의 대비를 느끼고 싶다면 충분한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권한다. 마란츠의 PM-11이나 클라세의 CAP-2100처럼 튼실한 인티 앰프에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베이스와 다이내믹스의 대비를 들을 수 있었지만 대략 25와트 정도 나오는 파나소닉의 리시버에서는 우습지도 않은 베이스가 재생되었고 60와트급의 캠브리지 오디오 Azure 640A에서도 상당히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데논의 괴물 A/V 리시버 AVC-A1XV의 10개 채널 중 4개 채널을 사용하여 바이앰핑으로 구동했을 때이다. 이 제품은 바이앰핑을 할 경우 300와트 정도는 충분히 보장하는데 가슴을 탁탁 때려주는 베이스는 일품이었다. 804S 자체가(노틸러스 804도 마찬가지) 베이스에 일가견이 있는 제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확히 통제되는 베이스 위에서 불편함 없는 소리가 나오는 법이니까 가급적 충분한 출력의 앰프와 사용하기를 권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로텔의 RB-1080과 같은 제품이 있는데 구해볼 수 있다면 추후 리포트를 작성해 보겠다. 물론 필자가 추후 리포트에 대한 약속을 지킨 일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그래도 시도는 한 번 해보겠다. 참고로 전작인 노틸러스 804와 로텔의 인티앰프 RA-1070은 상당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804S
위에서도 말했듯이 804S의 S는 signature의 두문자이다. 시그너쳐 800 시리즈의 기술이나 부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시그너쳐 800 시리즈를 통해서 애호가들은 노틸러스 800 시리즈 전반의 단점이었던 다소 건조하고 심심한 음색이 보완되고 다이내믹스를 다루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800S 시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804S는 노틸러스 804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충분히 잘 다루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먼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스피커들에 비해 중역대가 다소 가늘기 때문에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특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음색에는 충분한 윤기가 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사계‘(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veritas)를 들어보면 전작에 비해 현의 억세고 거친 느낌이 훨씬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좀 밍밍하게 들리던 캐롤 키드의 목소리에서도 애절함이 좀 더 묻어 나와서 ‘My funny valentine’같은 곡에서는 캐롤 키드 특유의 운치가 훨씬 잘 살아난다. 보통 윤기가 돈다고 하면 각 음원의 경계면이 흐릿해 지지 않았을까 라는 의심을 하게 마련이지만 804S는 여전히 놀라운 디테일과 해상도를 제공한다. 빌 에반스의 ‘Quintessence’ 중 ‘A child is born’같은 곡을 들어보면 드러머의 미세한 손놀림과 터치에 자기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숙여짐을 느끼게 된다. 녹음 공간에 대한 정보도 대단히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표현된다. 낮은 고역대를 살짝 강조하면 여러 가지 미세한 소리들이 쉽게 들린다. 그래서 음반에 있는 모든 정보들을 다 접수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래부터 위까지 대역 간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804S는 대역간의 자연스러운 이어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세한 소리뿐만이 아니라 녹음했던 공간의 홀톤 또한 대단히 풍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디테일들과 더불어서 대단히 뛰어난 공간 묘사력을 보여준다. 보여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특히 앞뒤의 거리 대비가 무척 잘 느껴져서 각 음원이 생생하게 시각화 되는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호르디 사발이 지휘/ 연주한 ‘라 폴리아 모음집’의 2번 트랙을 들어보면 뒷벽보다 더 멀리서 들려오는 캐스터네츠(라고 짐작되는) 소리와 맨 앞줄의 류트 그리고 중간 지점의 타악기 등 두 개의 스피커 사이에서 입체적인 공간이 너무나도 쉽게 형성되며 그 공간 위로 펼쳐지는 홀톤의 자연스러운 소멸이 흡사 투병 반구 안에 진열된 디오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전작 노틸러스 804도 이런 표현에 꽤나 적극적이었지만 804S는 건조함이 없어진 음색 덕분에 훨씬 완성도 높은 공간을 재현해 준다.

노틸러스 804는 805의 부족한 베이스를 보완해 주는 플로어 스탠딩 모델이었고 동급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이거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베이스를 들려주지는 않았다. 804S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베이스 재생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804S의 주변에서는 어마어마한 경쟁자들이 많다. 이 가격이라면 20Hz 근방의 초저역까지 재생하는 스피커를 만날 수도 있으며 집을 무너뜨릴만한 강력한 펀치를 가진 제품도 찾을 수 있다. 804S가 전작에 비해 더 풍성한 베이스를 들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압도적이거나 위협적이지는 않다. 단지 1m 남짓한 높이의 플로어 스탠더가 만들 수 있는 규모에 딱 들어맞는 깊이와 양을 전달해 준다. 어떻게 보면 아쉽고 어떻게 보면 더 욕심내서는 안 될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수준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탁월한 공간 표현은 대편성 재생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대편성곡의 규모를 축소하여 오밀조밀한 미니어처처럼 조망하는 느낌은 805와 같은 북쉘프 스피커로도 가능하지만 804S는 베이스가 더 깊게 확장되기 때문에 고성능 미니 모니터들보다 훨씬 더 그럴싸하다. 불레즈와 시카고 심포니가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나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 심포니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EMI)을 들어보면 총주에서 타악기의 타격이나 순간적인 포르테도 무리 없이 잘 소화해 낸다. 그러나 가슴이 후련한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규모가 커진다면 다시 말해 베이스 영역이 더 확대된다면 필자의 공간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되는 수준이다. 그러니까 30평대 아파트 거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몸집에서 가장 적당한 규모의 음장이나 음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좀 더 확장된 베이스와 규모를 원한다면 당연히 803이나 802쪽으로 옮겨 가야 하며 B&W의 설계자들은 얄미울 만치 그 경계를 교묘하게 설정해 놓았다. 이런 느낌은 어디서 받느냐면 제니퍼 원즈와 조 카커가 부른 ‘Up where we belong’이나 다이아나 크롤의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 혹은 에릭 클랩튼의 ‘Change the world’ 등을 들어보면 지금 내 공간에 가장 적당한 베이스가 재생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영화 감상에서도 초저역대의 낮은 효과음 재생에서 오는 희열을 맛볼 수는 없지만 진주만의 첫 번째 공습 장면의 어뢰 폭발처럼 타격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앰프만 제대로 지원해 준다면 충분한 쾌감을 맛볼 수 있는 수준이다. 좀 더 원한다면 더 큰 스피커 보다는 액티브 서브우퍼를 추가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강력한 화력은 없지만 고도의 정밀한 표현이 가능한 스피커가 804S인데 베이스 재생에서 이런 특징을 한 번 더 언급하고 싶다. 위의 다이아나 크롤을 다시 예로 들면 충분히 길이 든 상태에서 어쿠스틱 베이스의 탄력이나 각 음마다 튕기는 힘의 미묘한 차이가 눈에 보이는 듯이 묘사된다. 앞에 악기가 있다면 레슨도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부드럽게 연마된 음색은 거의 모든 장르에서 장점으로 통하지만 그다지 매력이 되지 못하는 장르가 하나 있는데 바로 헤비 메탈 계열의 곡들이다.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플로이드의 곡들은 또 다르다. 핑크플로이드의 정교한 스튜디오 녹음의 진가를 804S는 충분히 잘 재현해내며 어쿠스틱한 면이 많은 레드 제플린의 곡들도 그냥 내지르기만 하는 스피커들보다 훨씬 감흥 있게 들린다. 그러나 스키드 로우나 화이트 스네이크(반덴버그와 사이크스 시절)를 들어보면 굉음으로 들려야 할 전기기타가 너무 얌전하게 표현된다. 곡의 리듬이나 정교한 기타 프레이징 등은 곧바로 타블라츄어 악보를 그릴 수 있을 것처럼 신나고 세밀하게 표현하지만 귀를 찢는 듯이 강렬한 음색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스키드로우를 들으면서 헤드 뱅잉을 하고 싶어지는 대신에 엔지니어가 믹싱을 정말 잘 했다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제품이다.

글을 맺으며
804S는 국내에서 전작 노틸러스 804에 비해 100만원 조금 넘게 실 구입가격이 상승되었다. 이 가격이면 쟁쟁한 플로어 스탠더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중소 규모의 시청 환경에 가장 적합한 규모에 베이스와 최고 수준의 정교함을 느끼고 싶다면 804S는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 리뷰어들의 글을 몇 번 읽어보고 실제 그 제품을 청취해 보면 대충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게 된다. 만약 필자의 취향과 같은 사람이라면 804S를 매우 강력하고 아주 자신 있게 추천한다. 왜냐하면 필자 스스로가 직접 구입했고 현재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취향에서 그리고 노틸러스 804를 오랫동안 사용했던 입장에서 804S는 노틸러스 804의 아쉬운 부분은 거의 완벽하게 보완해 냈다. 기분 같아서는 시그너쳐 804라고 부르고 싶지만 베이스의 확장 외의 나머지 부분에서도 시그너쳐 805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비교 관찰이 부족했으므로 참기로 하겠다. 그러나 시그너쳐 805 또한 사용했던 애호가의 입장에서 비슷한 가격의 시그너쳐 805와 804S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804S를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월급쟁이 입장에서 말한다면...
All in 할 만한 스피커다.

  • 문의처 : 로이코(02-335-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