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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시그너처 30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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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19 15:32:39

B&W는 지난 1992년 회사 창립 25주년 기념으로 신호 경로에 순은선을 사용한 소형 2웨이 스피커 실버 시그너처 25를 내어놓아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아왔다. 그 후 5년이 지나서 출시된 시그너처 30은 전작의 컨셉을 그대로 살리면서 저역 유닛을 하나 더 추가하여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로 업 그레이드된 제품이다.

  • 형식: 3 way vented-box system
  • 규격: H 1020 x W 264mm x D 380mm
  • 총 무게: 37kg
  • 주파수 응답: 38Hz - 20kHz +/- 3dB (-6dB at 30Hz and 26kHz)
  • 감도: 89dB spl (2.83V 1m)
  • 공칭 임피던스: 8 ohms (최소 4.5 ohms)
  • 파워 핸들링: 50 - 200W
  • 드라이브 유닛: 1x180mm (7in) aluminium cone bass, 1x180 (7in) Kevlar cone bass/mid silver coil, 1x25mm (1in) metal dome HF silver coil
  • 마감: Grey Tiger"s Eye piano gloss and Red Bird"s Eye piano gloss
  • 가격: $12,000

    시그너처 30의 외양은 누구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사람을 매혹시킨다. 반짝이는 인클로저의 마감과 케블러 콘의 노란색 그리고 크롬 도금된 프레임의 금속성 광택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게 느껴진다. 유닛이 하나 더 늘고 덕트가 두 개가 되었지만 그릴을 대신하는 십자형 금속 막대를 일자형으로 바꾸어서 심플하면서도 균형 잡힌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실버 시그너처 25와 달리 시그너처 30에서는 모델명에 실버라는 말이 빠져 버렸다. 그 이유는 전작에서 보이스 코일, 크로스오버, 제공되는 스피커 케이블까지 모두 은으로 배선한 데 비해 시그너처 30 스피커에서는 우퍼의 보이스 코일과 크로스 오버로부터의 연결선에 동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예전처럼 순은 스피커 케이블이 딸려 있지도 않다. 이에 대해 제작사에서는 각 소재의 장점을 살려서 더 조화로운 음악적 음감을 추구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루미늄 콘 우퍼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운데 유닛인 케블러 콘의 지름은 17cm에서 18cm로 확대되었고 독립적인 덕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것은 케블러 콘이 미드레인지가 아니라 우퍼로서 기능하고 추가된 유닛은 150Hz이하의 재생만을 담당하는 서브 우퍼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피커 내부는 B&W 특유의 매트릭스 구조를 적용하고 있으며 우퍼와 서브우퍼간의 간섭을 막기 위해 캐비넷 내부는 보강재로 완전히 분리시켜 놓았다. 기존에 별도의 박스로 구성되었던 크로스 오버 네트워크는 스피커 안에 내장되었다.

    아래 리뷰는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이 아니라 하이파이넷 발행인인 조춘원님의 리스닝 룸에서 적은 메모를 기록했음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시그너처 30의 음질은 물론 기본적으로는 실버 시그너처 25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재생되는 주파수 대역이 좀 더 넓어지면서 다른 제반 특성들도 모두 한 단계씩 더 향상되었다. 그러나 다른 스피커와 시그너처 30을 가장 크게 구분 짓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역시 부드럽고 나긋하면서도 투명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고역이다. 적어도 이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에는 귀를 괴롭히는 거친 입자라든지 왜곡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고 보면 된다. 머라이 페라이어가 연주한 헨델과 스카를라티 음반(Handel and Scarlati, SONY SK 62785)에서는 물론 녹음이 좋은 탓도 있지만 다른 스피커에서 듣던 것보다 월등히 실제 피아노의 소리 그 자체에 다가선 느낌을 받았다. 소리의 터짐과 사라짐 그리고 그 사이의 음량변화가 대단히 자연스럽고 깨끗하게 나오고 페달 사용시의 미묘한 음색 변화와 연주 공간의 공기의 움직임까지 절묘하게 그려주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고역의 개방감과 스피드는 필자가 들어본 스피커 중에서는 달리 비길 데가 없다. 그렇지만 지나치리만큼 맑고 정확하다는 점에서는 취향이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이파이넷 리뷰어들이 시청시에 즐겨 사용하는 파비오 비온디와 유로파 갈란테 의 비발디 화성의 영감(L"estro Armonico 12 Concertos, Virgin Veritas 724354531521)을 들어보자. 바이올린의 음색이 예리하고 깨끗함이 좀 지나쳐서 윌슨 베네시 Act 1 같이 소프트 돔 트위터에서 들을 수 있는 달콤하고 화려한 현의 음색 대신 타이트하게 조여지고 금속적인 것이 되어버린 인상을 준다. 물론 시그너처 30 스피커는 오래 들어도 귀를 피곤하게 하는 스피커는 아니다. 이것은 중고역대의 왜곡이 매우 적은 데에다가 다른 B&W 스피커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귀에 예민하게 느껴지는 낮은 고역대를 억제시켜 놓아 편안한 밸런스와 뒤로 물러선 음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라르키부델리가 연주하는 하이든의 마지막 현악 4중주 음반(Sony SK 62731)을 들어보면 실내악 녹음임에도 악기로부터 상당한 거리를 두고 시청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역대의 질감을 평가하기 위해서 다이아나 크롤의 “When I look in Your Eyes” (IMPD-304)을 들어보았다. 그 결과는 옆에서 같이 음악을 듣던 분이 다이아나 크롤의 내한 공연시에 들었던 목소리와 동일하다고 평한 것으로 대신하겠다. 시그너처 30이 들려주는 보컬은 그야말로 생생하고 자연스럽다. 다른 어떤 스피커보다도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착각을 흡족하게 느끼게 해준다. 대개 음장을 뒤로 멀게 재생하는 스피커들이 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비해 시그너처 30이 재생하는 보컬은 그 생생함으로 인해 듣는 사람의 귀를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중역 재생의 우수함은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 (ECM 1022 78118-21022)음반에서 마지막 곡인 “La Fiesta"의 부드럽고 풍부한 색스폰 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삑삑거리고 지저분한 소리로 재생하는 왜곡이 많은 스피커에서는 이 음반을 참고 듣기 힘들지만 시그너처 30으로는 음악에 아무런 생각없이 잠겨서 들을 수가 있었다. 하이햇이나 심벌도 뿌옇게 흐려지지 않고 매우 깔끔하게 들려주었다. 다만 저역 재생의 여러 측면에 있어서는 중고역에 비해 덜 인상적이었다.

    케블라 우퍼와 메탈 콘 서브 우퍼가 재생하는 베이스 기타나 더블 베이스는 빠르고 깨끗하며 정확한 대신에 가늘고 여윈 느낌을 준다. 퍼커션과 킥 드럼의 무게감이나 비트, 그리고 페이싱은 상당히 부족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하드 락 계통의 음악을 선호하는 분들은 시그너처 30을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시켜도 좋을 것이다. 다이내믹스와 음장 재현을 평가하기 위해 불레즈가 지휘한 말러 1번 교향곡 “거인"(DG 459 610-2)을 들어보았다. B&W에서 시그너처 30을 개발하면서 신경을 쓴 부분 중에 하나가 3차원적인 음장 재현이었다고 하는데 역시 눈을 감아도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초점이 또렷한 이미징 능력은 웬만한 고급 스피커들보다도 한 수 위에 있었다. 소음량시에도 원하는 소리를 골라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량을 전달해주었으며 4악장 도입부의 폭발하는 듯한 음량에서도 안정된 밸런스와 흔들림 없이 견고한 음장감을 들려주었다.

    결론적으로 B&W 시그너처 30은 음악 재생의 제반 측면에 있어서 전작은 물론이고 기존의 다른 스피커를 압도할 만큼 매우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이 정도 스피커라면 개인적인 공간에서 음악을 듣기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가격이 상당히 고가인데다가 저역도 부족하지만 서브 우퍼를 써서라도 도전해보고 싶을만큼 이 스피커의 매력은 각별하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듣는 분들께 적극 시청을 권하고 싶다.

    <시청기기>

  • 트랜스포트: 파이오니어 DV-S9
  • 컨버터: 클라세 DAC-1
  • 앰프: 제프롤랜드 콘센트라
  • 디지털 케이블: 벨덴 8281(RCA)
  • 인터커넥트 케이블: 카다스 골든크로스(밸런스)
  • 스피커 케이블: 카다스 골든크로스(바이와이어링)
  • 파워코드: JPS-LAB 디지털, XLO 레퍼런스10
  • 기타 액세서리 : 파워 웨지212, 몬스터 HT1000,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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