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소너스 파베르 미뉴에토

hifinet 2006. 8. 6. 16:02

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14 15:54:07

서 론

최근 Guarneri Homage라는 스피커를 내어놓아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 스피커 메이커가 있다. 현악기의 명기인 Guarneri의 이름 만을 빌려온 것이 아니라 스피커 제작에 현악기의 제작 기법을 도입하여 단순한 재생장치가 아닌 하나의 악기로서의 이미지를 심은 Guarneri Homage는 최근 나오는 고성능 소형 스피커들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작품임에 분명하다. 바로 Guarneri Homage의 제작사인 Sonus Faber....."음의 공방"이라는 회사명에서부터 음악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분위기가 있다.
Hifi-Net 5월호에서 소개드리는 Minuetto 스피커는 Sonus Faber의 제품들 중 제일 아래인 Concertino와 Minima Amator 사이에 위치하는 비교적 저렴한 모델이다. 제품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 형식: 2 way 2 speaker (Bass Reflex Type)
  • 구성: 1 inch Fabric Dome + 6.5 inch Polymer Cone
  • 크기: W230xH350xD270mm
  • 무게: 20Kg
  • 주파수 응답: 55Hz - 20 KHz
  • 임피던스: 8 Ohm
  • 허용 입력: 25 - 120 W
  • 능률: 88dB/W/M
  • 미국내 가격: $1,600 (Stand 별도 $395)

    고급 모델은 아니지만 Sonus Faber의 특유의 품격은 여전하다. 2 inch 두께의 호두 나무 조각을 이어 붙인 튼튼한 캐비넷은 다른 스피커에 비길데 없이 목공예적으로 잘 다듬어진 모습이며, 모서리는 우아한 곡면으로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다. 전 후면 배플은 특유의 소가죽으로 덮여져 있으며 이 때문에 다른 스피커와 차별되는 품위를 더함과 동시에 배플에서의 소리 반사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좋은 재질과 공들인 모양새가 인상적인 캐비넷과는 달리 트위터와 우퍼 유닛은 모두 덴마크 Vifa사 제품인데 그다지 고급품은 아닌 듯 하다. Sonus Faber의 상급기가 주로 Dynaudio의 Esotar 트위터 같은 고급 유닛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조금은 저렴한 유닛으로 가격을 맞추려한 듯 보인다. Silk 재질로 보이는 soft dome 트위터에는 보호용 철사가 붙어 있다. 우퍼와 트위터가 프레임이 겹칠 정도로 붙어있는 상급기인 Electa Amator나 Extrema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아주 가깝게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이는 일종의 점 음원을 지향한 설계로 정확한 이미징과 자연스러운 음장 재현에 기여한다. 저역 보강을 위한 port는 후면 상단에 위치하며 뒷 벽에서부터 1m 이상 충분한 거리를 떼어 시청하면 음장이 풍부하게 살아나는 듯 하다.

    금도금된 스피커 단자는 바이와이어링 대응의 두 쌍으로 되어 있다. Sonus Faber는 Network에 capacitor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Minuetto도 예외가 아니고 코일과 저항만으로 주파수 대역을 분할하고 있는데, 크로스 오버 포인트는 3KHz 정도에 설정. 흡음재는 일반적인 2 inch 두께의 스펀지를 캐비넷 내부에 접착제로 붙여 놓았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전용 스탠드는 역시 원목을 기둥으로 하고, 대리석을 밑 받침으로 사용하여 스피커의 격조를 더욱 높여준다. 별도의 조임 나사로 스탠드와 스피커를 완전히 결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세 팅

    변함 없이 Wadia+Mark Levinson의 조합으로 시청을 진행하였다.
    시청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 Amplifier: Mark Levinson No.331
  • CD Player: Wadia21
  • Interconnector: XLO 2.1 Signature
  • Speaker Cable: Transparent Music Wave Super
  • Power Line Conditioner: Tice Power Block II
  • Power Cords: XLO Reference Type 10
  • Room Acoustic Treatment: RPG Abffusor/Sonex Pannel

    물론 전용 스탠드를 사용하였고, 뒷 벽에서 1m 이상 거리를 두고 약 10도 정도 안쪽으로 향하게 설치하였다. 스피커 케이블은 Tranparent Bi-wire Adaptor를 사용해서 싱글 와이어링으로 시청하였다.
    최근에 필자는 뒷벽이 유리창인 리스닝 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음향 제어 패널인 RPG의 Abffusor를 양 스피커 가운데 뒷 벽에 설치 하고 기존의 흡음재인 sonex 패널은 스피커 바로 뒤에 각각 하나씩 세워서 음조의 균형과 음장감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

    대개 보면 음향 공간에 대해서는 커튼이나 치고 카펫트 까는 것이 전부이며 좀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해야 “계란판이나 붙여볼까"라고 말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cable이나 powerline 에 대한 투자 이상으로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음조의 균형이며, 때문에 오디오 제작자들은 이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이 재생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 거실은 이러한 오디오 제작 자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정 대역을 억제 혹은 과장하는 리스닝 룸은 “기기를 바꾸게 만드는 내부의 적"이다.

    음향공간 못지않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동에 관련한 부분이다. 특히 진동에 민감한 CD Player의 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많은 시도를 해 보았는데, 기존의 대리석 받침 밑에 Hifi-Net 창간호에 리뷰되었던 Black Diamond Racing Pyramid Cone Type-3를 사용하여 지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생김새는 신통치 않지만, 이 작은 액세서리를 통해 듣기 싫은 고역의 쇳소리가 일거에 사라지면서 울림이 매끄러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의 과장된 주장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 번 시도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시 청 평

    이 스피커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손이 갔던 음반은 소프라노 독창이 나오는 CD였다. 중역대의 매끄러움과 자연스러움이 돋보였으나, 중간 저역 이하가 완전히 커트되어서 드럼 소리가 들어가는 재즈나 팝 계통의 음악은 제대로 재생해내지 못했다. 흡사 full range 유닛으로 된 오래된 스피커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L.V Beethoven/ 4 Piano Sonatas (DG) Pf) Maurizio Pollni

    안정되고 여유있는 울림. 감상자를 안도하게 할 정도로 편안하고 매끄러운 소리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중역대의 리얼한 울림은 바로 앞에서 듣는 듯한 사실적인 양감과 질량을 갖고 있으며 타건의 리드미컬함과 페달 사용시의 음의 변화가 명확하게 제시된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피아노 재생이 좋다는 ProAc에서도 2S정도에 필적한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한편 고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초고역이 잘리고 투명도가 떨어져서 수정처럼 투명한 Steinway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고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필자가 오디오 테스트에 즐겨 사용하는 No.26 “Les Adiuex"의 3악장을 들어보면 당연히 들려야하는 연주자의 숨소리나, 타건시 들려오는 미세한 잡음등이 몽땅 생략되어 있음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서 어떠한 평가를 내려야할까? 만일 저렴한 제품이라면 쓸데없는 값 싼 덧붙임보다는 과감한 생략이 당연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Minuetto 정도의 가격표가 붙은 스피커라면? 디테일이나 투명도를 좀 더 요구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Felix Mendelssohn-Bartholdy/ The Rembrandt Trio (Dorian)

    개인적으로 아끼는 음반 중에 하나. Dorian의 섬세한 녹음으로 잔향이 아주 아름답게 담겨있다. 서주에서 울림통을 공명시켜 나오는 첼로의 소리는 소형스피커로는 당황스러울만큼 부풀고 두께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제작되는 섬세, 치밀한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애절해야 할 바이올린의 울림은 덤덤하다. 피아노도 역시 부풀어서 덜 정돈된 듯한 푸석푸석한 인상. 역시 음장이 넓고 각 악기들의 울림이 섞이지 않는 부분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Benjamin Britten/The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BIS)
    Orch) Bergen Phiharmonic
    Cond) NEEME JARVI

    전체적으로 무리 없는 재생. 튀어 나온 곳 없이 매끈한 밸런스도 좋고, 넓직하고 섞임없는 음장 재현도 충분히 칭찬할만한 수준이다. 울림이 안정되어 있으며, 스피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감상자의 앞에 제대로 된 음장이 구현된다. 꼭 연주회장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대신에 악기 음색이 좀 희석되어 연한 실루엣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아쉽다. 색깔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듣는 이에 따라서는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을 법하다.
    현, 목관, 금관, 타악기등 악기의 모습은 잘 그려주고 있지만, 유감스 럽게도 캐스터넷이나 트라이앵글 같은 고음 악기의 음색만이 살아날 뿐 다른 악기들의 음색은 칠해주지 못하고 윤곽만 재생해주는 것 같다. 특히 스피커의 품위있는 만듦새에서 미루어 기대했던 현의 울림이 평범하여 아쉽다. 이렇게 배음 구조를 살려주지 못하는 색깔없는 재생은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또 하나의 착색으로 취급된다. 다이내믹스도 이 크기 스피커의 평균적인 수준에 머물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소리를 펼치고 거두는 장면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깨끗하다. Attack의 측면에서 보면 응답이 매우 신속한 반면에 역감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decay 측면에서 따져보면 이 정도로 깔끔하게 울림을 제어해주는 스피커는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제어하기 힘든 깊은 저역을 왕창 잘라내어서인지 아니면 합판을 사용한 Sonus Faber 특유의 인클로저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The Hunter/ Jenifer Warnes (Private Music)

    굴곡이나 이음새 없는 매끄러운 보컬 재생이 특기할만 하다. 물기나 윤기는 배제된 인상인데 아주 가볍고 유연하며 부드럽고 다시 강조 하지만 지극히 매끄럽다. 소리결의 끝은 둥글게 마무리되어 츠, 쯔 소리가 스, 즈로 들린다. 고역으로 올라가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음장의 크기는 매우 큰 편으로 플로어형 스피커에 근접한 스케일이 얻어 지며, 약간은 두툼한 음상은 앞으로 밀어내어 인접한 곳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이 든다. 워낙에 부드러운 편이어서인지 피곤 하게 들리지는 않다. 혹시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공격적인 음상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
    저역의 뻗침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8.way down deep에서의 드럼 소리는 깊이가 없어서 중간 저역 이하가 완전히 잘려 있는 것처럼 들린다. 듣는이에 따라서는 방안을 가득 채우는 풍성한 울림새 때문에 저역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듣기에 이 스피커의 저역은 재즈나 팝 음악의 리듬을 표출하는 중간 저역 이하를 재생하지 못하여 따분하게 들리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Impressions/ Kenny Drew Trio (Alfa Music.Inc)

    더블 베이스와 피아노의 재생은 실감날 정도로 인접하여 연주하며 감상자의 몸을 푸근하게 감싼다. 반면 계속 지적되지만 저역은 확실히 부풀고, 느슨하여 울림이 과다하며 드럼은 안들리고 심벌즈만 들릴 정도로 뻗침이 부족하다. 물론 취향에 따라 깊은 저역 대신에 저역 윗 부분을 살짝 부풀린 이런 소리를 선호할 분도 있겠지만, lower-fi한 소리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 론

    아름다운 인클로저의 모양새에 비해 유닛의 성능은 그리 탐탁지 않아보이고, 그 결과는 음질에 그대로 반영이 된 듯 하다..... 1만원짜리 헤드폰을 구입하든 1000만원짜리 스피커를 구입하든 소리는 나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파이 광들이 밤잠 안자고 여러권의 잡지를 뒤져가면서 고민하고, 방안에서 처박혀서 음악 듣는 것이 주특기임에도 불구하고 천리길을 마다 하지 않고 소리 듣기를 청하며 백배 천배(?)의 금액을 부어대는 것은 오직 더 나은 소리를 듣고자하는 열망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드려야 할 것은 분명히 좋은 소리를 내는 기기에 대한 소개가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의 Minuetto 스피커는 추천하기는 어려운 히피넷 최초의 제품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 스피커가 재생하는 소리에는 귀를 찌르는 고역도 없고, 붕붕대는 저역도 없다. 부자연스러운 착색이나 꽉 막힌 답답함도 없다. 매끄러운 중역대의 재생, 평균 이상의 음장재현은 분명히 칭찬해 줄 만하며 울림새도 대단히 정돈 되어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어울리는 음악적인 성능을 지니지는 못하고 있다.

    이 정도 음질의 스피커가 70-80만원대에 팔린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한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기 에는 매력이 부족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기에 추천을 주저하게 한다. 80Hz 이하와 10KHz 이상에서 손을 들어버리는 Minuetto를 hifi 스피커로 부르기는 힘들 것 같다.

    결론을 내리고 나서.....

    시청을 마치고 연결된 케이블을 다시 풀기 위해 스피커에 다가갔다. 대리석과 나무로 짜여진 스탠드 위에 올려진 우아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모양새는 정말로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누구 말대로 “따분한 오디오를 듣고 보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미인이라고 해서 같이 살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출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음악적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기기들이 추천되어야 한다. Hifi-Net 의 리뷰어들은 미력하게나마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