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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벤티스 스피커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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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02-28 16:49:28


트라이앵글 스피커의 최고급 라인업에는 유니버스(Universe)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유니버스 시리즈는 벤티스(Ventis)222, 리르(Lyrr)222, 자이스(Zays)222 3개의 대형 플로어 타입 스피커와 액티브 서브우퍼인 서브유니버스(Subuniverse), 나비스(Nabis) 센터, 헤이카(Heyka)222 리어 스피커의 6개 모델로 구성된다. 트라이앵글 스피커는 하이파이넷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고, 최상급 기종인 벤티스 역시 시연회나 오디오 페어의 전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 리뷰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한 번쯤 다루고 넘어가야할 제품임에는 분명하다. 벤티스 리뷰는 이번에 게재하고 나비스 센터와 서브유니버스를 벤티스와 함께 다루어 멀티 채널 제품으로 다음 기사로 이어서 소개하겠다.

트라이앵글의 한 가지 자랑이라면 유닛에서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3천여개의 스피커 제조 업체가 있지만, 실제로 유닛부터 제조하는 회사는 2백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만큼 스피커 제작 전 과정을 해결하려면 기술력과 생산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설계한 스피커 유닛들은 트라이앵글 스피커가 다른 업체의 제품에 비해 월등한 가격 대 성능 비를 가지게 된 원동력이다. 셀리우스를 비롯한 에스페이스(Espace) 시리즈에 사용된 TZ202 트위터는 높은 해상도라는 장점을 지니지만, 대신에 대형 플로어 기종에 사용되기에는 매크로적인 다이내믹스 측면에서 조금 약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유니버스 시리즈의 스피커들은 모두 TZ222라는 더 강력한 트위터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모델 명 뒤에 222라는 숫자가 나란히 붙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톱 모델인 벤티스는 흥미롭게도 TZ222 대신에 더 상급 기종인 TZ2200를 사용하면서도 모델명에는 222가 붙어 있다. TZ2200은 동일한 티타늄 진동판을 사용하지만 TZ202나 TZ222와는 달리 페이즈 플러그가 장착되지 않았으며 사진에서 보듯이 진동판과 둘레의 금속 면이 그대로 노출된 것도 특징이다.

벤티스222는 6개의 유닛이 부착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3웨이 스피커이다. 전면에 트위터,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가 3개 부착되어 있고 후면에 음의 확산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트위터가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된 트위터는 셀리우스 등에서 사용된 바 있는 TZ202이다. 확산 트위터라면 과거 윌슨 오디오라든지, 인피니티 등의 상급 모델에서 찾아 볼 수 있었지만, 트라이앵글 제품 내에서는 역시 벤티스222에만 적용되고 있다. 하위 기종의 트위터를 앰비언스 재생에 사용할 만큼 호화로운 스펙을 갖춘 것에서 톱 모델로서의 차별화에 상당히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앰비언스 트위터에는 별도의 그릴이 부착되어 있으므로 이를 탈착하여 소리를 좀 더 밝고 생생하게 할 수 있다. 벤티스의 감도는 93dB이며, 주파수 응답은 35Hz~20kHz, 그리고 연속 입력은 150W이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바로 아랫 모델인 리르222와 자이스222의 경우 40Hz, 셀리우스는 45Hz의 저역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밴티스의 저역 응답도 그렇게 많이 내려가는 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실제 시청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스케일이 동반되면서 풍부한 양감을 표현해 낸다. 스피커 맨 바닥의 대형 덕트와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사이에도 작은 덕트가 2개 있는데, 이것은 미드레인지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일렬로 배열된 유닛을 보고 아마 짐작하시겠지만 벤티스222의 크기는 일반 가정에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범위를 넘는다. 게다가 이 스피커가 만들어 내는 음장의 크기가 대단히 넓고 크기 때문에 적어도 50평대 이상의 아파트 거실 정도는 시청 공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정확히 박스 형태로 마감해 낸 디자인은 이 정도 가격의 고급 스피커에 어울리는 수준은 아니며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후면의 스피커 단자는 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채널당 2쌍씩 마련되어 있으며, 금 빛으로 번쩍이는 단자의 외경은 예외적으로 굵게 처리되어 있다. 밴티스222의 시청에는 소니의 SCD-333ES SACD 플레이어, dCS의 엘가 DAC, 에어의 K-5X 프리앰프, 크렐의 FPB-300C, 에어의 V-6X 파워앰프를, 케이블로는 모가미의 밸런스 케이블과 킴버 셀렉트 KS-3035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했다. 시청에는 편의상 싱글 와이어링으로 접속했음을 밝힌다.

시청평우선 피아노 소나타부터 시작해 보자.  Ludwig Van Beethoven / Piano Sonata No.28 & 29 / Emil Gilels(DG 463 639-2)에서의 타건은 모든 면에서 소형 제품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하이엔드의 전형이라는 아발론, 윌슨, 틸 같은 스피커들은 유닛 이외의 소리는 가급적 억제하려는 경향인데 비해, 벤티스는 인클로저 내부의 울림을 충분히 살려 냄으로써 하이파이적인 느낌은 다소 덜하지만 오히려 음악적인 소리를 만들고 있다. 음 하나하나에 여운과 잔향이 많아진 듯 하며, 페달 효과가 강조된 듯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도 특징이다. 피아노의 음상이 실제 악기 크기에 가깝게 크게 그려지며 넓고 깊게 확산된 소리가 다시 공간을 가득 메움으로써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29번 소나타의 1악장에서 길렐스가 펼쳐내는 크레센도와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확고하게 표현되는 것에서 대형 스피커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스피커를 듣다보면 기존의 소형 스피커들이 다이내믹스를 축소시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Schubert For Two / Gil Shaham (violin), Goran Sollscher(guitar)(DG 5557)에서는 투명함이나 예리함보다는 온화하고 나긋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해상도가 높았지만 때로는 깔깔하게 느껴지던 셀리우스와는 달리 어떤 대역에서도 매끄럽고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다만 이 스피커의 특성 상 실내악이나 독주곡을 치밀하게 분석적으로 감상하려는 분에게는 크게 어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크렐 앰프와의 매칭에서는 고음의 뻗침이 약간씩 부족하게 들리며 최신 음반으로서 들려줄 수 있는 분석능력과 투명도를 흡족하게 들려주지는 못한다. B&W 시그너처805와의 매칭에서는 정말 베스트라고 부를 만한 수준 높은 소리를 들려주었던 크렐이지만, 벤티스에서는 고음의 뻗침이 좋으며, 상쾌한 소리를 들려주는 에어의 V-6x 멀티 채널 파워앰프가 한결 더 나은 매칭이 된다. 에어 앰프를 연결하면 풍부한 하모닉스를 유지한 채로 약간 밝아지면서 저역에서 고역에 이르기까지 울림이 보다 더 단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채널 사양인 에어의 V-5x를 시도해 보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어쨌든 벤티스가 들려주려는 것은 음악 그 자체이지 어떤 기묘한 효과를 노린 가공된 소리는 아니다. 즉,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운지하는 손가락이 현과 마찰하는 소리를 현미경적으로 극명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작곡자와 연주자가 원래 의도했던 음정과 화음을 푸근하게 들려주는 타입이다.

고역을 강조하지 않는 벤티스의 장점은 다소 오래된 녹음이지만 Frantz Schubert / Symphony No.3 & 8 / Wiener Philhamoniker / Carlos Kleiber (conduct)(DG 449 745-2)를 너그럽게 잘 울려주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관현악곡을 풍요로운 울림과 넉넉한 스케일로 들려주며, 해상도나 S/N등의 음악 외적인 용어가 생각날 여지를 주지 않는다 . 첼로와 더블베이스, 팀파니 등 관현악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악기군들이 충실하게 묘사되며 오케스트라 전체의 스케일과 다이내믹스가 크게 증가된 느낌이 든다. 특히 현악기 합주 부분에서는 보통의 소형 스피커로 들었던 소리는 실내악단으로 여겨질 만큼 사운드의 위력이 대단하다. 이전에는 묻혀 버렸던 저역 악기들의 하모닉스가 잘 살아 나다보니 전체적인 울림이 한 결 풍부하고 화려해진 인상이다. 호른이나 튜바의 번쩍이는 질감이라든지 부풀음의 표현도 좋은 편이다. 그리고 포르티시모에서의 위압감과 장엄한 느낌은 스피커의 높은 감도와 최저 5옴의 높은 임피던스가 기여하는 것 같다. 음장 속에 펼쳐지는 악기들의 이미징도 왜곡 없이 자연스러운 편이다. 소형 북셀프 스피커처럼 정밀하게 음장을 묘사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은 핀포인트 적으로 그려진 소리가 오히려 인공적인 산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Respighi / Belkis, Queen of Sheba-Suite / Eiji Oue(conduct) / Minnesota Orchestra(Reference Recording RR-98)에서도 높은 감도 때문에 처음에 설정했던 볼륨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그리고 연이어 내려야 했다. 하지만 대음량에서도 음색의 왜곡은 발생하지 않아서 전혀 부담없이 연이어 대편성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하위 기종인 셀리우스에서는 이 트랙을 크게 재생하면 중역대에서 약간씩 한계에 이른 듯한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듯 벤티스의 여유로움은 어쿠스틱 악기가 많은 클래식 음악 감상에서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제 3악장 War Dance에서의 지휘봉을 휘두르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한 빠른 리듬은 아무래도 소형 스피커들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벤티스는 역시 큰 덩치만큼 발걸음은 빠르지 않다. 이렇듯 리듬감의 표현에서 떨어지는 부분은 락이나 댄스 음악의 재생에서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Upclose / Sheffield Lab CD-BA1의 9번 트랙 Drum Improvisation을 들어보면 역시 스펙대로 저역의 익스텐션이 아주 깊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물론 양감은 소형 스피커가 비길 바가 아니지만 킥 드럼의 중량감 자체는 스피커의 크기를 고려하면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대개 대형 스피커인 경우 모든 면에서 대단한 저음을 얻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실제로 항상 그런 것은 아니며, 벤티스의 경우도 높은 감도를 얻도록 저역의 익스텐션은 어느 정도 양보한 것이다. 강력한 마그넷으로 깊은 저역을 타이트하게 제동하려다 보면, 결국에는 앰프에게 많은 전류를 요구하게 마련이므로 설계자는 높은 감도와 저역의 익스텐션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한편 심벌의 소리가 비슷한 가격 대의 스피커에 비하면 약간 덜 선명하게 들리는 것에서도 고역의 응답 특성이 빠른 편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하이엔드 스피커를 내세우는 몇몇 제품들은 심벌의 소리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의 자잘한 울림들을 분석적으로 들려주지만 벤티스는 심벌의 에너지와 음색을 충실하게 재현해주는 데 주력한 인상이다.

결론 최근 스피커의 경향은 소형기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 주류인데 반해서 벤티스는 큰 캐비닛과 멀티 유닛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잘 구현한 제품이다.  이전부터 이런 컨셉트의 제품들이 종종 있었지만, 벤티스와 달리 엄청나게 고가였고 저역 과잉으로 좁은 공간에서는 도통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다거나 위상이 맞지 않는다는 결점들이 있었다. 벤티스에서는 깊은 저역이라든지 하이파이적인 느낌을 양보한 대신에 적어도 이런 문제가 거의 해결되어 있어서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위화감이 적다.  벤티스의 관현악 재생에서의 만족감은 비슷한 가격 대의 동급 스피커들을 능가하며, 대형기의 장점을 실감하게 해 준다. 그리고 같은 프랑스제 스피커라도 JM Lab은 재즈나 락 음악의 재생에 정평이 있는데 비해 트라이앵글 벤티스의 경우에는 고전 음악 쪽이 장기이다. 이 역시 벤티스를 선택할 만한 분들이라면 익히 계산에 넣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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